韓 토종 팹리스, 'ISSCC'서 약진…제2 미디어텍 꿈꾼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반도체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한다. 대형 기업들의 쟁쟁한 경쟁 속에서도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 솔리드뷰 등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2개사는 ISSCC 2024에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954년 설립된 ISSCC는 반도체 직접회로 설계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학회다. 71회 행사인 ISSCC 2024는 내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미디어텍도 ISSCC서 기술력 알려…韓 팹리스에 좋은 기회" '반도체 설계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ISSCC에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매년 참석해 회사의 혁신 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TSMC, 인텔, 엔비디아, AMD, 미디어텍, 구글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인 리벨리온, 솔리드뷰 논문도 채택됐다. 리벨리온은 회사의 1세대 서버용 NPU(신경망처리장치)의 저지연 설계에 대해, 솔리드뷰는 회사의 CMOS 라이다(LiDAR) 센서용 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ISSCC 아시아 부의장을 맡고 있는 최재혁 서울대학교 교수는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팹리스 스타트업이 ISSCC에서 논문이 채택되는 사례는 매우 희귀하다"며 "전 세계 기업들에게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ISSCC에서부터 명성을 쌓아 올린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디어텍'을 꼽았다. 미디어텍은 지난 1997년 설립된 팹리스다. DVD용 칩을 시작으로 TV, 모바일에 필요한 각종 칩을 개발했다. 이후 2011년에는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 진입해,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디어텍의 모바일 AP 출하량 점유율은 30%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최 교수는 "지금은 글로벌 기업이 된 미디어텍도 초창기에는 ISSCC에서 꾸준히 기술력을 보여주면서 이름을 알린 회사"라며 "퀄컴에 재직 중이던 당시, 미디어텍의 ISSCC 논문을 보면서 기술력이 상당히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벨리온, 솔리드뷰 등 한국 토종 기업들도 이번 ISSCC의 논문 등재가 매우 뜻깊다는 입장이다. 리벨리온의 1세대 NPU 칩 관련 논문이 등재된 기술 분야는 '프로세서'로, 이번 행사에서 프로세서 관련 논문이 채택된 기업은 4곳 밖에 없다. 리벨리온과 인텔, AMD, 미디어텍 등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내년 1분기 양산할 NPU 칩의 레이턴시(지연성) 최적화 설계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단순히 학술적인 의미가 아닌, 실제 상용화되는 기술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솔리드뷰는 라이다 센서와 관련한 논문 2건이 채택됐다. 이 중 50m 중거리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센서 기술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한 차세대 제품에 이미 적용됐다. 최재혁 솔리드뷰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차세대 라이다용 칩을 개발할 전담 조직을 신설했는데, 이번에 성균관대 및 UNIST와의 협력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