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PU 수출 규제, 엔비디아 이어 AMD GPU로 확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지난 17일부터 시작되며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GPU 제조사의 고성능 GPU 수출이 중단됐다. 대상 제품은 AI와 HPC(고성능 컴퓨팅)에 주로 쓰이는 엔비디아 A100, A800, H100, H800, L40, L40S 등 GPU 제품과 일반 PC용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4090 등이다. 이들 제품은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의 별도 허가 없이 중국 내 공급이 불가능하다. 델테크놀로지스 등 일부 PC/서버 업체는 수출 불가 대상 제품을 AMD GPU까지 확대했다. 라데온 RX 7900 XTX 등 데스크톱PC용 GPU, 다음 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인스팅트 MI300X GPU 등이 포함됐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규제 발효 이전에 여러 경로로 사재기한 지포스 RTX 4090 그래픽카드를 분해한 다음 개조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지포스 RTX 4090 그래픽카드 시중 가격 역시 10월 말 대비 60만원 이상 올랐다. ■ 美, 규제 기준 강화로 중국용 GPU 수출도 차단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 등이 생산하는 AI 가속과 머신러닝, 딥러닝용 GPU 수출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엔비디아 A100, H100 등 최신 GPU가 대상으로 거론됐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기준 아래로 최대 대역폭을 일부 제한한 A800, H800 칩을 개발해 공급해 왔다. A100 칩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규제 대상을 넘어서는 600GB/s였지만 A800은 이를 400GB/s로 일부 낮춰 규제를 피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미국 정부가 수출 규제 기준을 강화하며 이도 무용 지물이 됐다. 그러나 개정된 규제안은 속도나 대역폭 중 하나만 기준치를 넘어서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결국 엔비디아는 지난 10월 중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A800/H800도 중국 시장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델테크놀로지스, 수출 금지 제품 AMD 제품으로 확대 WCCF테크에 따르면, 델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중국과 홍콩, 러시아, 북한을 포함한 23개 국가와 지역에 고성능 GPU 제품 판매를 중단하라는 권고문을 배포했다. 이 권고문에서는 "고객사가 대상 지역에 본사를 두었거나, 대상 지역이 아니라 해도 본사가 대상 지역에 있다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 제품에는 기존에 알려진 엔비디아 GPU 이외에 AMD 서버용 AI 가속기 칩인 MI210, MI250, MI250X와 MI300 등이 새로 포함됐다. 워크스테이션용 GPU인 라데온 프로 W7900, 데스크톱PC용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X 7900 XTX/XT 도 포함됐다. ■ PC용 그래픽카드, 서버용으로 개조하기도 일부 중국 업체들은 수출 규제 발효 전 매집한 지포스 RTX 4090 그래픽카드를 분해해 서버에 적합하게 개조하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 바이두 포럼에는 팰릿, 게인워드,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등 주요 제조사가 납품한 RTX 4090 그래픽카드가 한 공장에 수십 개씩 납품된 사진이 올라왔다. 냉각팬과 방열판이 제거된 그래픽카드에서 다시 GPU와 메모리를 떼어낸 다음 부피를 줄일 수 있는 새 기판에 다시 장착된다. 개조된 그래픽카드는 중국 내 AI 관련 회사로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그래픽카드 가격도 60만원 이상 상승 중국 업체들의 사재기는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포스 RTX 4090 그래픽카드 가격은 지난 10월 말 기준 250만 원대 전후였지만 현재는 300만원 이상으로 60만원 가까이 올랐다. 엔비디아는 지난 21일 실적발표를 통해 "중국 시장은 AI 제품 매출의 25-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 규제 여파로 매출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GPU 제조사인 AMD 역시 향후 AI 관련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초 정식 출시할 AI 가속기인 인스팅트 MI300 시리즈도 규제 영향권 아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