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모는 끝났다, 이제는 돈 벌 때"…韓·美·日 빅테크, '실용주의' 원년 선언
새해 국내외 주요 인공지능(AI) 기업에서 AI를 통한 실질적인 수익 창출과 산업 현장 확산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시장의 요구가 단순한 '기능 확인'에서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LG CNS 등 한미일 주요 AI 기업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새해를 'AI 실용주의 원년'으로 규정했다. 연구실 성능이 아니라 현장 운영 성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새해 AI 경쟁이 모델 성능 과시에서 벗어나 생산성, 비용, 보안, 거버넌스까지 포함한 '현장 성과 경쟁'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거리 넘어 성과"… MS·소프트뱅크, 돈 버는 AI 대전환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개인블로그에 올린 '2026년을 내다보며(Looking Ahead to 2026)'라는 글을 통해 "새해는 AI 발견 단계를 넘어 확산 단계로 진입하는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단순한 볼거리(Spectacle)와 실체(Substance)'를 엄격히 구분해야 할 때"라며 "수년간 대중을 열광시켰던 신기한 데모나 일회성 시연을 넘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측정 가능한 생산성 향상(ROI)을 가져오는 '실용성'이 유일한 생존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으로 '모델(Model)에서 시스템(system)으로의 전환'을 꼽았다. 단일 AI 모델의 성능 경쟁보다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데이터와 워크플로우 안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복합적인 스캐폴드(Scaffold, 발판)'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파일럿 전략도 수정된다. 기존 코파일럿이 옆에서 조언을 건네는 '보조 도구'였다면 새해 코파일럿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기억과 권한을 바탕으로 스스로 작업을 완결하는 '자율형 에이전트'이자 '기업의 핵심 운영체제(OS)'로 진화한다는 청사진이다. 나델라 CEO는 "우리는 아직 마라톤의 초반 몇 마일을 달리고 있을 뿐"이라며 "희소한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를 어디에 배치해야 가장 큰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 역시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내놨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대표이사 사장 겸 CEO는 신년사에서 "새해는 비즈니스와 일상 전반에 AI 에이전트가 스며드는 'AI 공존 사회'가 본격화되는 해"라고 밝혔다. 이어 "사내 AI 활용을 툴 도입 수준이 아닌 기업 문화로 정착시킨 결과, 전사적으로 250만 개가 넘는 AI 에이전트가 생성됐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더불어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영업이익 1조엔 달성이 가시화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새해를 '인프라 경쟁'과 '피지컬 AI'의 원년으로도 정의했다. 일본 내 1위 AI 계산 성능 확보하고 대규모언어모델(LLM) '사라시마 미니' 상용화, 오라클과 협력한 데이터 주권 클라우드 구축, 야스카와전기와의 협업을 통한 피지컬 AI 사업 본격화 등을 통해 AI를 가상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오픈AI·구글·메타, 자율성·생태계로 차별화 박차 오픈AI와 구글, 메타는 별도의 공식 신년사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역시 새해를 기점으로 더 강력해진 '자율성'과 '생태계 장악'을 승부처로 삼을 전망이다. 오픈AI는 그동안 축적된 AI 모델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작업을 완결하는 '에이전트'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챗봇을 넘어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오퍼레이터로서 AI를 통해 기업간 거래(B2B시장)에서 수익성 확대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구글은 강점인 대규모 플랫폼 생태계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제미나이 모델을 안드로이드, 검색, 워크스페이스 등 서비스 전반에 깊숙이 통합해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는 '앰비언트 컴퓨팅 환경 구축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메타는 오픈소스 전략을 고수하며 생태계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라마 시리즈를 통해 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하는 한편, AI 기술을 스마트 안경 등 하드웨어 디바이스와 결합해 메타버스 및 실생활 연결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韓 AI 기업 "AI로 일하는 방식, 뿌리부터 바꾼다"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2026년을 'AI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내놨다. LG CNS의 현신균 사장은 신년사에서 "에이전틱 AI를 넘어 피지컬 AI로 전환되는 시장"을 2026년의 핵심 화두로 던졌다. 그는 올해 3대 핵심 과제로 글로벌 로봇 전환(RX) 확대, 사업 이행 역량 강화, 글로벌 입지 확대를 제시했다. 현 사장은 "경쟁사들이 AI 네이티브로 진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네이티브 개발(AIND)'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프트뱅크가 강조한 '피지컬 AI' 흐름에 국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한 셈이다. 김완종 SK AX 사장은 새해를 'AI 대항해 시대'로 명명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김 사장은 "단순히 예전보다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Doing Better)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여 차원이 다른 생산성(Doing Different)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SK AX의 역할을 고객 '도메인 지식'과 'AI 기술'을 연결하는 연륙교이자 오케스트레이터로 정의했다. 컨설팅부터 운영까지 에이전틱 AI를 조율하는 역량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신년 메시지를 공개하지 않은 삼성SDS도 새해 산업 전반의 AX 수요 공략을 가속할 전망이다. 이미 오픈AI의 국내 첫 리셀러 파트너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희 사장은 CES 2026 현장에 직접 참석해 새해 AI·클라우드 사업 관련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포스코DX는 산업 현장의 '무인화·자율화'에 방점을 찍었다. 심민석 사장은 "새해에는 AI 오퍼레이터 중심의 자율화를 전 공정에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사무실을 넘어 제철소 등 제조 현장(인텔리전트 팩토리)에 AI를 심어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진실을 다하여 목표를 완수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성윤성공(成允成功)'을 인용하며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아이티센그룹은 신년사를 통해 '팀 아이티센(Team ITCEN)'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룹 전체 역량을 한데 모아 고객에 차별화된 AI 혁신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시스템 통합(SI) 중심 사업 모델도 AI 솔루션,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은 "기술 변화가 극심한 AI 시대에 적당한 실력은 통하지 않으며, 준비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기업만이 승리할 수 있다"며 "새해는 모든 계열사가 '팀 아이티센'으로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내며 고객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