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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비아트리스 재팬 대표, 한국·일본 클러스터 헤드로 선임

비아트리스가 한국과 일본의 클러스트 운영체계를 신설했다. 클러스트 헤드는 김선아 비아트리스 재팬 대표가 맡는다. 비아트리스의 한국 법인 비아트리스 코리아(Viatris Korea)는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새로운 리더십 체계를 도입했다며, 김선아 비아트리스 재팬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일본 클러스터 헤드(Head of Viatris Japan and Korea)를 맡아 양국 시장의 전략과 협업을 총괄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은 한국과 일본 시장 간 협업을 강화하고 양국의 경험과 역량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양국 시장에 대한 경험을 갖춘 김선아 대표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각 시장의 강점을 연계해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가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선아 대표는2020년 11월 마일란 세이야쿠(Mylan Seiyaku)와 일본 화이자 업존(Upjohn) 사업부의 통합으로 출범한 비아트리스 재팬(Viatris Pharmaceuticals Japan) 대표로 취임해 일본법인의 조직 통합과 사업 운영을 이끌어왔다. 앞서서는 한국화이자제약과 일본 화이자에서 마케팅, 사업개발, 항암사업 및 에센셜 헬스 등 다양한 사업을 이끌며 양국 시장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이번 개편에 따른 비아트리스 코리아의 법인 운영체계와 대표이사에는 변동이 없다. 빌 슈스터(Bill Schuster) 대표는 기존과 같이 비아트리스 코리아 대표이사로서 국내 사업 운영과 조직 경영을 지속적으로 총괄하게 된다.

2026.09.14 10:58조민규 기자

AWS "한국, 피지컬 AI 잠재력 충분"...리더십·인프라·인재가 관건

한국이 제조·로보틱스·반도체 등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분야를 이끌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AI 도입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려면 경영진 주도의 전략과 장기적 AI 인프라, 이를 활용해 혁신 역량을 함께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AWS코리아 오피스에서 '2026년 한국의 AI 잠재력 발현(Unlocking South Korea's AI Potential 2026)' 리포트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리포트는 AWS가 글로벌 자문기업 스트랜드 파트너스(Strand Partners)에 의뢰해 한국 기업의 AI 도입 현황과 과제를 조사한 결과다. 국내 피지컬 AI 잠재력 충분하고도 넘쳐 닉 본스토우 스트랜드 파트너스 디렉터는 한국의 제조·로보틱스·반도체 산업 기반과 높은 AI 경쟁력 인식을 피지컬 AI의 강점으로 꼽았다.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의 78%는 한국이 AI·혁신 분야의 글로벌 허브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교육 수준과 숙련된 인력(52%), 스타트업 생태계(50%), 첨단 디지털 인프라(48%)도 주요 강점으로 제시됐다. 본스토우 디렉터는 "전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한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피지컬 AI를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순영 AWS 수석 솔루션즈 아키텍트는 AI가 실제 업무와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AWS와 함께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 기반 고객 서비스 챗봇을 구축해 92.5~97.9%의 정확도로 5초 이내 응답을 구현했다. 추론 비용은 기존의 18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AWS는 설명했다. 오 아키텍트는 "신한은행은 피지컬 AI 사례는 아니지만 기업이 AI를 실제 고객 서비스와 업무 프로세스에 연결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AWS는 피지컬 AI 확산을 위해 지역 산업 및 인재 양성 측면의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의 산업 프로젝트에 클라우드 인프라와 기술 역량을 제공하고, 지역 대학과 협력해 AI 교육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오 아키텍트는 "지역 대학이 중소·중견기업과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연결고리로 삼아,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시스템 구축과 현장 적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 기존 산업 고객, 대학 등 지역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절반 이상 여전히 AI도입 '기초 단계' 다만 국내 기업의 AI 관심과 도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활용 수준은 아직 기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1년 전 48%에서 58%로 올랐다. 지난 1년간 약 62만4천개 기업이 새로 AI를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챗봇·기성 솔루션 활용에 머무는 '기초 단계' 기업은 54%였고, 여러 모델을 결합하거나 자율 AI를 운영하는 '고급 단계' 기업은 26%에 그쳤다. 피지컬 AI는 더욱 초기 단계였다. 전면 도입 기업은 6%, 파일럿 진행 기업은 22%였으며, 39%는 도입을 계획하고 있었다. 가장 유망한 활용 분야로는 자율 로봇이 54%로 꼽혔다. AI를 중요한 전략 과제로 본 기업은 67%였지만, 공식 AI 전략을 보유한 곳은 27%에 불과했다. AI 투자 성과를 측정할 신뢰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응답도 47%였다.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도입에 충분히 준비됐다고 답한 기업은 24%에 그쳤다. 본스토우 디렉터는 AI 활용이 단순한 도입 단계를 넘어 사업 성과로 이어지려면 전략·데이터·성과 측정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번째는 탄탄한 기반"이라며 "리더십 차원에서 시작되는 명확한 AI 전략과 데이터 기반, AI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아키텍트는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단순한 모델 도입보다 기업 데이터와 기존 업무 시스템을 안전하게 연결하고 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 이라며 "AWS는 기업들이 이 같은 전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서비스와 함께 기술 교육, 전문가 지원, 산업별 활용 사례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AI, 리더십·인프라·인재 확보 최우선 본스토우 디렉터는 한국이 AI 도입 모멘텀을 실제 성과와 피지컬 AI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리더십·인프라·인재라는 세 가지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리더십은 AI가 개별 업무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전사 혁신으로 확산하기 위한 조건이다. 경영진이 주도하는 명확한 전략과 데이터 기반, 성과 측정 체계가 있어야 어느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투자 효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는 AI의 안정적·장기적 운영을 위한 기반이다. 특히 대규모 연산과 현장 장비가 결합하는 피지컬 AI는 충분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설문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꼽은 응답은 74%,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꼽은 응답은 63%였다. 기업들은 전력망·재생에너지 같은 물리적 기반과 함께 책임과 의무를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환경도 필요하다고 봤다. 인재는 AI를 도입한 뒤 현장 업무에 맞게 운영·개선할 주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향후 3년간 AI 역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78%, 지속적인 재교육이 필수라는 응답은 76%였다. 반면 자사 인력이 뛰어난 디지털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한 기업은 22%에 머물렀다. AWS 측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서비스 제공에 더해 기업·개발자 대상 교육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지원해 이 같은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AI를 단순 도입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 적용할 전략과 전력·데이터 기반, 운용 인력을 함께 갖춰야 피지컬 AI를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스토우 디렉터는 "AI 전략과 데이터 기반, 성과 측정 틀을 갖추는 일이 첫 단계"라며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접근성, 규제 명확성 등 더 폭넓은 인프라를 마련하고, AI 기술 역량과 인간 중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순영 AWS 수석 솔루션즈 아키텍트는 "많은 대기업도 AI 에이전트를 어디서부터 적용해야 할지 접근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려면 기존 시스템과 업무, 데이터를 연결하는 준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검증된 성공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만큼 기업이 명확한 활용 사례를 찾고 투자 대비 효과(ROI)를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6.09.14 09:39남혁우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예악, 천지인을 춤추다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무대가 밝아지자 뒤편에 펼쳐진 종묘 정전의 긴 수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붉은 복색의 일무원들이 줄과 열을 이루고 섰다. 한 사람의 몸보다 먼저 보인 것은 간격이었고, 개별 동작보다 먼저 읽힌 것은 질서였다. 춤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일무는 개인의 움직임보다 여러 몸 사이의 관계로 다가왔다. 지난 9월 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의 일무 전장 '팔풍의 몸짓, 일무' 열한 번째 연작을 봤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공연은 전폐희문에 이어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의 전장을 펼쳐냈다. 공연을 앞두고 필자는 '전승의 완결성'과 '경험의 접근성'을 이야기했다. 일부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전장을 온전히 기억하고, 그렇게 지켜낸 춤을 오늘의 관객이 제대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제 무대를 보고 나니 그 사이에 하나의 질문이 더 놓였다. 전승자의 몸에 기억된 전장은 어떻게 오늘의 공연언어가 되는가. 전장은 장면보다 시간 전장은 몇 개의 인상적인 춤사위를 골라 보여주는 방식과 다르다. 보태평과 정대업을 따라가는 동안 관객 역시 긴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에는 비슷해 보이던 몸의 움직임도 오래 바라보면 서로 다른 결을 드러낸다. 무구가 달라지고 몸을 돌리는 방향과 팔의 쓰임, 움직임과 정지의 호흡도 변한다. 일무는 서두르지 않았다. 빠른 장면 전환이나 극적인 움직임으로 시선을 붙들기보다 같은 질서를 오래 유지한다. 한 사람이 얼마나 돋보이는가보다 여러 사람이 자기 위치를 지키며 하나의 형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앞에 놓인다. 반복되는 움직임을 따라가고 나서야 그 안의 작은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전장을 본다는 것은 춤을 장면보다 시간으로 바라보는 일이었다. 이날 연출과 해설을 맡은 종묘제례악 일무 전승교육사 김영숙은 그 시간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무대에서 직접 들려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71년 종묘제례가 다시 봉행되면서 제한된 행사 시간에 맞춰 절차가 조정됐고, 보태평과 정대업 가운데 일부만 연행되는 시기가 이어지면서 일무 전장의 맥도 끊길 위기에 놓였다. 김영숙 전승교육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1975년부터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일무를 가르쳤다. 당시 보유자는 그에게 보태평과 정대업의 일무 전장을 모두 익혀 발표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그 뜻을 받아 오랜 시간 전장을 익힌 김 전승교육사는 1988년 마침내 보태평과 정대업 전장을 무대에 올렸다. 이후에는 이수자들과 함께 전장을 외우고 연행하며 전승을 이어갔고, 2009년부터는 '팔풍의 몸짓, 일무'라는 이름으로 전장 발표를 계속해왔다. 그 시간이 쌓여 2025년 11월 29일에는 64인이 함께하는 전장 공연으로 이어졌다. 김 전승교육사는 오랜 세월 일무를 가르치면서도 여러 전수자가 보태평과 정대업 전장을 모두 외워 한 무대에 서는 날을 자신의 생전에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이날을 '평생의 꿈'이 이뤄진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유다. 한 사람이 지켜온 전장은 그렇게 다른 사람의 몸으로 건너갔다. 다시 여러 세대가 같은 줄과 열에 서면서 개인의 기억은 공동의 기억이 됐고, 오래된 춤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전승이 됐다. 종묘는 뒤로 가고 몸은 앞으로 나왔다 예악당 무대 뒤편에는 종묘 정전이 펼쳐졌다. 조풍류 작가가 그린 종묘 정전 이미지와 붉은 색조의 무대, 일무원들의 붉은 복색이 겹쳤다. 정전의 긴 처마가 만든 수평선 아래 여러 몸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이면서 건축의 질서와 일무의 질서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만났다. 이 장면에서 배경 이미지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일무가 비롯된 장소를 환기한 뒤 한걸음 물러섰다. 화려한 효과나 빠른 전환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무대 앞에 선 몸을 바라보게 하는 배경으로 남았다. 공연 중 김영숙 전승교육사는 이 배경이 돌가루를 이용한 화풍으로 그린 조풍류 작가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 선택은 일무를 보는 데 효과적이었다. 실제 종묘에서는 음악과 악장, 제례 절차와 제관의 움직임, 정전과 월대가 하나의 환경을 이룬다. 예악당에서는 그 복합적인 관계 속에 있던 일무를 앞으로 끌어내 몸의 배열과 움직임, 무구와 대형을 하나의 공연예술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연장은 종묘가 아니다. 한 장의 이미지는 춤이 비롯된 장소를 보여줄 수 있지만 종묘가 지닌 깊이와 거리, 월대의 높낮이와 제례의 복합적인 동선까지 옮겨오지는 못한다. 그것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다음 무대의 과제는 다른 데 있다. 종묘를 얼마나 닮게 보여줄 것인가보다 그곳에서 작동했던 공간과 질서를 공연장의 빛과 이미지, 몸의 관계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장소를 복제하는 일과 장소의 원리를 무대에 구현하는 일은 다르다. '일무 독립'에서 '일무 자립'으로 이번 프로그램북에는 국악방송 사장을 지낸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가 쓴 공연 후기 「일무(佾舞)의 새로운 지평을 보다 : '일무 독립'」이 실렸다. 제목에 등장하는 '일무 독립'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종묘제례악에서 일무는 본래 홀로 존재하는 춤이 아니다. 음악과 악장, 제례의 절차와 공간 속에서 의미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일무 독립'은 무엇을 뜻할까. 이번 무대를 보면서 그 말은 음악과 의례에서 떼어내는 독립이라기보다, 그 관계 속에서 태어난 춤이 공연장 무대에서 하나의 예술언어를 갖춰가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몸의 배열과 줄과 열의 변화, 무구와 방향, 움직임과 멈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각적 문법을 만들었다. 일무에서는 누군가가 더 크게 움직인다고 전체가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다른 몸과 거리를 맞출 때 전체의 형식이 나타난다. 개인의 표현을 앞세우기보다 자신의 몸을 절제하며 다른 몸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무대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도 특정 무용수의 동작이 아니었다. 일무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라 질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송혜진 교수가 프로그램북에서 제시한 '일무 독립'은 필자에게 단절보다 자립에 가까운 개념으로 다가왔다. 음악과 제례, 장소와 시간에서 비롯된 정신과 구조를 간직하면서도 무대 위에서는 하나의 공연언어로 읽힐 수 있는 것. 그것이 이번 무대에서 확인한 일무의 자립이었다. 오래돼서가 아니라 이어지고 있어서 김영숙 전승교육사의 해설 가운데 오래 남은 것은 전통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그는 전통이 오래된 것이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오늘도 누군가가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날의 전장 발표 역시 옛 춤을 재현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조들이 남긴 예악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전승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무형유산의 보전도 결국 그 약속을 이어가는 일이다. 지켜야 할 전형을 온전히 전하면서 다음 세대가 다시 배우고 연행할 수 있게 하고, 그렇게 이어진 유산을 더 많은 사람이 만나게 하는 것이다. 전수교육과 공개행사가 국가무형유산 전승의 중요한 축으로 함께 놓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팔풍의 몸짓'에 대한 그의 설명도 같은 방향이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을 흔들며 존재를 드러낸다. 한 사람의 몸짓은 작아도 여러 사람이 예를 갖춰 함께 움직이면 천지의 질서와 조화를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객석의 박수마저 전승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바람으로 받아들였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무대를 보니 줄과 열도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전승은 한 사람의 몸에 전통을 고정해 두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외우고 다른 사람이 배우며, 다시 여러 사람이 함께 맞추는 과정이었다. 지켜야 할 전통은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며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개인의 기억이 공동의 기억으로 이동하는 일이다. 이제는 '보는 법'을 설계할 차례다 이번 공연에서 해설이 중요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보태평과 정대업의 성격, 무구의 의미, 왜 전장을 다시 기억해야 했는지를 알고 난 뒤 관객의 시선은 달라진다. 전승자에게 익숙한 움직임이 관객에게도 저절로 읽히는 것은 아니다. 춤을 지켰다면 이제 더 많은 사람이 그 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길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전승이 전승자의 몸에 머물지 않고 관객의 경험으로 이어질 때 무형유산은 동시대의 문화가 된다. 여기서 기술은 무대를 화려하게 만드는 장치보다 관객이 춤을 읽게 하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악장과 동작을 함께 볼 수 있는 모바일 해설, 무구와 대형의 의미를 보여주는 짧은 영상과 도해, 세대별 전승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기록이 쌓인다면 전승은 보는 방식까지 넓어진다. 공연을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형유산의 움직임은 공연이 끝난 뒤 다시 사람의 몸과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을 꾸준히 촬영하고 축적한다면 기록은 홍보용 영상에 머물지 않는다. 다음 전승과 교육, 연구와 재공연을 위한 기록 자산이 된다. 기술은 여기에서 유산을 대신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지나간 움직임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한다. 전승해야 할 것은 춤만이 아니다. 그 춤을 읽는 방법도 함께 전해야 한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도 일무원들은 줄과 열을 유지한 채 무대에 섰다. 중앙에는 연출과 해설을 맡은 김영숙 전승교육사가 섰고 그 뒤로 이날 무대를 함께한 일무원들이 자리했다. 붉던 무대가 푸른빛으로 넘어가며 공연의 긴장은 풀렸지만 몸들이 만든 질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공연을 앞두고 쓴 글에서는 “온전히 기억하고, 제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일무의 다음 시간이라고 했다. 실제 무대를 보고 난 뒤에는 한 가지를 더 보태게 됐다. 온전히 기억하고, 제대로 보여주고, 관객이 읽을 수 있게 하는 것. 전승자의 몸에 남아 있던 시간이 다음 전승자의 몸으로, 다시 관객의 기억으로 건너갈 때 무형유산은 오늘도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그날 예악당에 불었던 '팔풍'은 바로 그 시간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바람이었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9.14 08:29이창근 컬럼니스트

위프코,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 기간 시각장애인 맞춤 '촉각 모형' 선보여

국내 대표 디지털 트윈 기업 위프코가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HERITAGE KOREA WEEK)' 기간 국가유산 보존과 활용 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13일 위프코(대표 김시로)는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에 참석해 자체 보유한 디지털 트윈 기술과 국가유산 융합에 대한 새로운 성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은 '유산에서 산업으로, 10년의 도약 - Heritage × Tech × Industry'라는 주제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해당 행사에는 위프코를 비롯해 133개사가 현장을 찾았다. 각사는 보존·복원 기술을 비롯해 전통재료·공예, 안전관리, 콘텐츠 등 제품은 물론 AI·3D·XR 등 첨단기술을 국가유산에 접목한 사례를 소개했다. 위프코는 행사 기간 메인 전시장에 배리어프리(Barrier-free)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정밀 3D 스캔 및 고해상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촉각 모형'을 공개해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고령자·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의 생활을 가로막는 물리적 장애물과 심리적 장벽을 없애자는 운동이자 정책을 뜻한다. 위프코가 이번에 선보인 '촉각 모형'은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관람객은 손끝으로 유물의 형태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마련했으며, 첨단 기술이 사회적 약자의 문화 향유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되고 있다. 이번 위프코의 배리어프리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특별 전시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시로 위프코 대표는 행사 기간 '헤리티지 미래포럼'의 '오픈 토크: 현장에서 마주한 AI의 경계' 세션의 패널로 참석해 디지털 아카이빙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융합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향후 과제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포럼에서는 AI 전환 시대에 문화유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위프코 측은 "시공간과 장애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디지털 문화유산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라며 "산업전 현장에서 위프코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2026.09.13 18:27이도원 기자

'어번AI 아시아' 출범..."아시아 AI도시 모델 만들어 세계와 공유"

아시아의 AI도시 연구와 정책,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어번AI 아시아(Urban AI Asia)'가 7일 출범했다. 이날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정보대학원은 학교 새천년관에서 글로벌 싱크탱크인 '어번 AI(Urban AI)'와 공동으로 심포지엄(어번AI 심포지엄 연세)을 개최했다.'어번AI 심포지엄 연세(Urban AI Symposium Yonsei)'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시 혁신과 정책 및 거버넌스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행사에서 한국 IT서비스학회(회장 박승범) 산하 어번AI 연구위원회와 Urban AI는 '어번AI 아시아(Urban AI Asia)'를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Urban AI는 AI와 도시의 접점에서 새로운 도시 혁신 모델을 연구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다. 약 200명의 전문가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도시의 사회·문화·제도적 특성과 AI를 결합해 윤리적인 AI 거버넌스와 지속가능한 도시 AI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장은 환영사에서 “최근 피지컬AI와 에이전틱AI 발전으로 AI가 도시 공간과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융복합적 R&D 혁신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심포지엄 개최 의미를 설명했다. 송영종 연세대 교학부총장은 축사에서 “이번 어번AI 심포지엄은 K-AI 시티 방향을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밝혔다. 이어 송혜자 대통령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지역특별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미래 모빌리티와 K-AI 시티 실현을 위해 도시 인프라와 운영체계 전반에 AI를 접목, 안전하고 효율적인 미래형 도시 구현을 위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AI 도시 모델 만든다”… Korea Chapter 추진 심포지엄은 총 3개 세션으로 열렸다. ▲한국형 AI도시를 위한 정책 및 거버넌스 방향과 스마트시티 경험을 바탕으로 한 AI 도시 모델 ▲어번AI의 글로벌 비전과 도시 간 협력 ▲세계 주요 도시의 AI 전환과 K-AI 시티 정책 방향을 다뤘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이정훈 어번AI Asia 추진위원장(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발표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두 번째 세션에는 어번AI 창립자 위베르 베로슈(Hubert Beroche)의 발표가 이어졌다. 글로벌 패널 세션에는 MIT, 블룸버그 어소시에이츠(Bloomberg Associates), UN 해비타트(UN-Habitat), 노스이스턴 유니버시티 런던(Northeastern University London)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국 IT서비스학회 연세대 중심의 글로벌 Urban AI 혁신생태계 구축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한국 IT서비스학회와 연세대는 어번AI, MIT, Bloomberg Associates, UN-Habitat 등과 국제 공동연구, 교육, 도시 실증을 연결하는 협력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어번 AI 아시아와 한국챕터(Korea Chapter)를 중심으로 국내외 도시를 연결하고 AI 도시 정책·거버넌스 연구, 글로벌 공동연구, 인재양성, 도시 실증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정훈 추진위원장은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틱AI와 피지컬AI가 본격화하면서 AI는 더 이상 하나의 도시 서비스에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도시의 의사결정과 운영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한국이 축적해 온 스마트시티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사람 중심의 AI 도시 모델을 만들어 세계 도시들과 공유하는 것이 '어번AI 아시아' 설립 취지다. 코리아 챕터가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연세대가 아시아의 어번AI 연구와 정책을 연결하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주요 대학과 국제기구, 도시 및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어번AI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연세대 정보대학원을 비롯해 한국 IT서비스학회 어번AI 연구위원회, DTTM(디지털전환기술경영센터), 초연결 지능도시 R&D 사업단, 전환적 기후 연구교육사업단 등이 공동 주최했다.

2026.09.11 21:47방은주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빈 공간의 시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사람이 떠난 뒤에도 장소에는 시간이 남는다. 학교가 문을 닫아도 그곳에서 배우고 뛰놀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차가 멈춘 철교에는 사람들이 오가던 흔적이 남고, 한 작가가 오래 살며 글을 쓴 마을에는 작품 밖의 삶이 쌓여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선정한 '2026 지역수요맞춤지원 사업'을 다시 들여다봤다. 15개 사업 가운데 홍천 폐교와 안동 폐철교, 정선 민둥산역 일원처럼 쓰임이 줄거나 멈춘 공간을 다시 지역의 생활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 눈에 들어왔다. 국토부도 올해는 기반시설 건설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실제로 이용하는 사업과 유휴자산 활용을 중점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 사업들은 계획을 구체화한 뒤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공간의 성격과 쓰임을 먼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 무엇을 넣을 것인가에 앞서 한 번쯤 물어야 한다. 그곳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가. 비어 있어도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휴공간 사업에서는 면적과 구조, 접근성, 사업비, 필요한 시설을 먼저 살핀다.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공간의 다음 쓰임을 정하려면 그곳이 지나온 시간도 함께 살펴야 한다. 누가 이곳을 사용했는지, 사람들은 어디로 드나들었는지, 주민들은 무엇을 기억하는지, 주변 마을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봐야 한다. 안동철교는 장기간 방치된 폐철교를 보행공간과 쉼터로 바꿔 단절된 생활권을 잇는 사업이다. 철교는 원래 사람과 물자가 건너던 시설이다. 철도는 멈췄지만 다시 사람이 걷는 길이 된다. 용도는 달라져도 '건너고 잇는 곳'이라는 장소의 성격은 남는다. 홍천에서는 폐교를 어린이·가족 중심의 예술·기술 융합 창작문화 플랫폼 'NEST'로 바꿀 계획이다. 어린이와 가족이 예술과 기술을 체험하고 창작하는 문화공간으로 폐교를 다시 쓰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도 무엇을 설치할 것인가만큼 학교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교실과 복도, 운동장은 오랫동안 배움과 놀이가 일어나던 공간이다. 그 기억을 모두 지우고 새로운 문화시설을 만드는 것과, 일부를 남겨 새로운 창작 경험으로 이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든다. 유휴공간은 쓰임을 잃었을 뿐, 시간이 비어 있는 곳은 아니다. 새 기능에는 그 장소의 이유가 필요하다 유휴공간을 바꿀 때 카페와 전시장, 책방, 체험공간, 미디어아트 같은 기능이 자주 등장한다. 필요하면 넣을 수 있다. 다만 왜 그것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능은 옮길 수 있지만 장소는 옮길 수 없다. 정선 민둥산역 일원 사업은 유휴시설을 활용해 역과 마을, 민둥산을 잇는 사계절 관광거점과 주민 커뮤니티 허브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서 눈여겨볼 것은 건물 하나보다 그 사이의 길이다. 역에서 내린 사람이 어느 길로 마을에 들어가고, 어디에서 쉬고, 어떻게 민둥산으로 향하는지에 따라 지역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장흥 안양 율산에서는 한승원 작가의 창작자산을 바탕으로 복합문화공간과 문학공원, 교육·문학 프로그램을 조성한다. 문화자원은 오래된 건축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보고 듣고 쓰며 살아온 시간도 장소를 설명하는 자산이 된다. 책방과 문학공원을 만드는 데서 끝날 일도 아니다. 어떤 풍경을 보며 걷게 할 것인지, 작품과 마을을 어디에서 만나게 할 것인지,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시설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재생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장소를 읽고 무엇을 남길지 정한 뒤 필요한 기능을 찾는 편이 낫다. 사람의 동선과 콘텐츠, 운영도 이때부터 함께 봐야 한다. 건축이 끝난 뒤 이야기를 끼워 넣으면 공간과 콘텐츠가 따로 놀기 쉽다. 다시 쓰이는 장소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새 공간의 개장식보다 더 궁금한 것은 그다음의 평일이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주민이 그 길을 걷는지,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는지, 지역 사람들이 공간을 쓰고 프로그램을 이어가는지를 봐야 한다. 공간의 쓰임은 문을 여는 순간보다 그 이후의 일상에서 드러난다. 국토부가 이번 사업에서 주민의 실제 이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과 주민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목표일 필요가 없다. 외지인에게는 찾아갈 이유가 있고, 지역 사람에게는 계속 사용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함께할 때 공간은 지역 안에 자리를 잡는다. 운영도 준공 뒤에 생각할 일은 아니다. 누가 공간을 맡을지, 어떤 프로그램을 지속할지, 주민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를 미리 살피면 공간설계도 달라진다. 결국 공간을 오래 움직이게 하는 것은 시설 자체보다 그곳을 계속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내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지금의 구상은 설계와 공사를 거쳐 실제 장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모습을 모두 남길 필요는 없다. 다만 폐교에는 학교였던 시간이 있고, 철교에는 사람들이 건너던 시간이 있다. 역에는 오고 간 시간이 있으며, 문학의 장소에는 한 사람이 보고 듣고 쓰며 살아온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빈 공간에도 시간이 남아 있다. 좋은 재생은 그 시간을 지우고 새것으로 채우는 일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오늘의 쓰임과 이어주는 일이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9.11 09:01이창근 컬럼니스트

액셀리스, 한국 평택에 신규 제조 시설 건설

베벌리, 매사추세츠, 2026년 9월 8일 /PRNewswire/ -- 반도체 산업용 핵심 이온 주입 솔루션의 선도적인 공급업체인 액셀리스 테크놀로지스(Axcelis Technologies, Inc.)(Nasdaq: ACLS)는 오늘 한국 경기도 평택에 신규 이온 주입 장비 제조시설을 건설해 글로벌 제조 인프라에 미화 35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Robert Mahoney, Axcelis' EVP of Global Operations, with Kim Jeong-kwan, Minister of Trade, Industry and Energy, at the recent U.S. Investment Filing Ceremony and Roundtable event held in Washington, D.C. 액셀리스의 러셀 로우(Russell Low)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대량생산 제조 인프라를 강화하고 전 세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확대하려는 액셀리스의 지속적인 의지를 반영한다. 이온 주입기는 반도체 전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다. 한국에서 이미 구축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평택 신규 시설은 증가하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당사의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택 부지는 총 연면적 약 20만 제곱피트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제조센터는 약 50년에 걸친 반도체 장비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린 생산(lean production) 환경을 구현하도록 설계된다. 평택 시설에는 물류창고, 클래스 1000 및 클래스 10000 클린룸, 교육센터가 통합되어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글로벌 제조 역량 확대의 일환으로 액셀리스의 로버트 마호니(Robert Mahoney) 글로벌 운영 총괄 수석 부사장은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산업통상자원부(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Resources, MOTIR)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 KOTRA) 관계자들과 함께 투자신고식에 참석했다. 착공식은 2026년 10월 20일 개최될 예정이다. 신규 제조 시설의 생산 개시는 2028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액셀리스 소개매사추세츠주 베벌리에 본사를 둔 액셀리스(Nasdaq: ACLS)는 약 5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혁신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액셀리스는 IC 제조 공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정 중 하나인 이온 주입 시스템의 설계, 제조 및 전체 수명주기 지원을 통해 핵심 공정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액셀리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www.axcel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면책 조항:본 보도자료에 포함된 내용 중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 진술은 미래예측진술이며, 1995년 사적증권소송개혁법(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Reform Act of 1995)에 따라 마련된 면책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이러한 진술은 경영진의 현재 예상에 근거한 것으로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진술에는 다양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수반되며, 이로 인해 실제 결과가 미래예측진술에서 제시된 내용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는 당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에 제출하거나 제공한 문서에 기술된 위험 및 불확실성이 포함되며, 특히 당사의 가장 최근 Form 10-K 연차보고서와 이후 SEC에 제출한 기타 문서에 기술된 위험요인이 포함된다. 회사는 본 보도자료에 포함된 정보 또는 진술을 업데이트할 어떠한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문의처: 투자자 관계 문의:데이비드 리직(David Ryzhik)수석부사장 겸 임시 최고재무책임자(CFO)전화: (978) 787-2352이메일: David.Ryzhik@axcelis.com 언론/미디어 관계 문의:모린 하트(Maureen Hart)기업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수석 이사전화: (978) 787-4266이메일: Maureen.Hart@axcelis.com

2026.09.08 22:10글로벌뉴스

[이창근의 헤디트]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의 다음 단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오는 9월 10일 경주에서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이 개막한다.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올해 주제는 '유산에서 산업으로, 10년의 도약'이다. 보존과 수리·정비를 중심으로 해온 국가유산 산업에 3D와 XR, AI가 들어왔고 콘텐츠와 경험산업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리는 '헤리테크 2026'의 프로그램에 눈이 간다. 주제는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의 확산과 미래 전략'이다. 오전에는 '국가유산 디지털 정책 방향'(이태호·국가유산청)에 이어 '신라왕경 디지털 프로젝트의 구축 성과와 후속 활용 방향'(김지교·문화유산기술연구소)이 발표된다. 세계유산 증강현실 기술 적용과 역사도시의 디지털 헤리티지를 거쳐 '디지털 기억에서 살아있는 유산으로: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과 Living Archive'(김상현·상명대학교)로 논의가 이어진다. 오후에는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의 공간·체험과 해외 확산, 건축유산의 디지털 재건, 공간 기반 XR에서 소셜VR과 대화형 AI, 생성형 AI, 미디어아트와 AI 영상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하루의 발표 순서를 따라가면 질문의 이동이 선명하다.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의 구축 성과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해, 재현된 자산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공간과 관객의 경험으로 번역하며 다른 콘텐츠와 산업으로 이어갈 것인가로 논의가 넓어진다. 결국 헤리테크가 향하는 곳은 재현 그 자체보다 재현 이후다. 필자가 이번 헤리테크에서 보고 싶은 것도 그 변화다. 디지털 재현 이후에는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신라왕경, 재현 이후를 설계하다 신라왕경의 디지털 재현은 실물을 당장 다시 세우기 어려운 고대 도시의 공간과 건축을 발굴과 기록, 학술연구와 고증을 토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하나의 도시지만 그 안에는 오랜 조사와 연구, 해석의 시간이 겹쳐 있다. 그래서 어느 시대와 자료를 기준으로 했는지, 확인된 사실과 추정한 부분은 무엇인지, 새로운 조사와 연구가 나왔을 때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디지털 재현은 사라진 공간을 보여주는 일이면서 그 장소를 둘러싼 연구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신라왕경 프로젝트의 구축 성과를 짚은 뒤 세계유산의 증강현실과 역사도시의 디지털 헤리티지를 살피고, 다시 리빙아카이브로 논의가 이동하는 프로그램의 순서가 흥미롭다. 특히 '디지털 기억에서 살아있는 유산으로: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과 Living Archive'(김상현·상명대학교)라는 발표에는 이번 헤리테크의 한 축이 압축돼 있다. 리빙아카이브를 자료를 모아놓는 저장소로만 이해하면 부족하다. 디지털 재현이 계속 연구와 콘텐츠의 기반으로 쓰이려면 원천자료와 재현 근거, 데이터 버전, 고증과 검수, 제작·가공 이력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발굴과 연구에 따라 재현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그 변화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만든 왕경의 모습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와 해석의 변화에 대응하는 디지털자산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그래야 재현 결과도 다음 연구와 콘텐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XR·AI, 재현을 경험으로 바꾸다 오후로 가면 질문은 공간과 경험으로 이동한다. '가상융합기술 기반 건축유산 디지털 재건과 콘텐츠 활용 방안'(유정민·한국전통문화대학교), '공간 기반 XR 헤리티지 개발 사례와 콘텐츠 적용 시사점: 「이순신, 한산의 바다」를 중심으로'(전우열·벤타엑스)가 이어진다. 여기에서 살펴볼 것은 기술의 이름보다 디지털자산이 실제 경험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정교한 3D 모델이 있다고 XR 콘텐츠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관객이 어디를 바라보고 어떻게 움직일지, 무엇과 상호작용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할지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전시와 관광이라면 동선과 장면, 빛과 소리, 관람시간과 운영환경도 콘텐츠의 일부다. 이어지는 '디지털 복원에서 문화유산 해석으로: 소셜 VR과 대화형 AI를 활용한 참여형 문화유산 경험 디자인'(권오양·한국전통문화대학교)은 질문을 '해석'과 '참여형 경험'으로 옮긴다. 기술의 초점이 결과물을 만드는 데서 관객이 유산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것인가로 이동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오래된 장소는 형태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곳에 쌓인 시간과 사람의 흔적, 이야기가 전달될 때 장소는 경험이 된다. 신라왕경 역시 건축물을 다시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당시 도시와 장소의 의미를 오늘의 관객이 어떻게 읽게 할 것인지까지 이어져야 콘텐츠가 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전승 문화유산의 디지털 재현·아카이빙'(김인경·국립문화유산연구원)을 비롯해 문화유산 이미지의 재감각화와 미디어아트, KBS 역사스페셜의 AI 재현 사례, 헤리티지 AI 시네마에 관한 발표도 예정돼 있다. 여기에서는 기술적 새로움만큼 고증과 창작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자료를 근거로 만들었는지, 확인된 사실과 추정은 어디에서 갈리는지, 창작적 해석은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화면이 그럴듯해질수록 이미지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해석을 거쳤는지를 설명하는 정보도 중요해진다. 기술은 유산을 대신하지 않는다. 같은 3D와 XR, AI를 사용하더라도 유산을 어떤 시선으로 읽고 어떤 장면과 경험으로 만들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기술의 완성도가 관객의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해석과 콘텐츠 설계가 있어야 한다. '확산'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이번 헤리테크의 제목에는 '확산과 미래 전략'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한국 디지털 헤리티지와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 모델의 해외 확산 가능성-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김시은·아세안랩)는 재현 기술과 자산이 다른 국가와 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을 다룬다. 확산은 디지털 재현물을 해외에서 한 번 보여주거나 콘텐츠 하나를 수출하는 것으로 끝나기 어렵다. 다른 도시와 기관, 제작사가 자산을 사용하고 현지 환경에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며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의 규격과 이용조건, 고증 정보와 제작이력, 유통방식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올해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원천자원 사업에서도 산업 수요를 먼저 확인하고 실제 제작환경의 요구를 구축 대상과 품질, 포맷에 반영하려는 변화가 보인다. 앞서 필자가 국가유산 3D 원천자원을 두고 '누가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면, 이제는 그 쓰임이 다음 제작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까지 봐야 할 시점이다. 세계국가유산산업전에는 국내외 바이어 상담회도 마련된다. 개별 전시에서도 기록과 데이터의 범위를 콘텐츠와 이용자 경험으로 넓히려는 시도가 보인다. 참가기업 위프코는 국가유산 원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에셋 콘텐츠와 생성형 AI 서비스, 베리어프리 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번 쓰이고 한 번 거래되는 것으로 산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수요에 맞는 기술과 콘텐츠가 제작되고 유통과 시장을 거쳐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한다. 연구자와 기술기업, 콘텐츠 제작자와 공간 운영자, 수요기관이 다시 만나는 구조가 필요하다. 헤리테크의 프로그램을 따라가면 디지털 헤리티지의 다음 과제도 보인다. 신라왕경을 더 정교하게 재현하는 기술은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산을 살아있는 아카이브로 관리하고, 공간과 관객의 경험으로 바꾸며,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는 일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연구와 고증, 기술과 창작, 공간과 관객, 제작과 유통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은 사흘이고 헤리테크는 하루다. 그 자리에서 제시된 논의와 기술이 다음 콘텐츠와 공간,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질 때 '유산에서 산업으로'라는 올해 산업전의 주제도 비로소 구체적인 경로를 갖게 된다. 디지털 재현의 다음 장면은 더 정교한 화면이 아니라, 재현된 유산이 오늘의 공간과 사람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방식이어야 한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9.08 10:00이창근 컬럼니스트

한국피지컬AI협회, 내년 9월 송도서 '피지컬 AI 엑스포' 개최

한국피지컬AI협회(협회장 유태준)는 전시 전문기업 서울메쎄(대표 박병호), 인공지능 전문 미디어 인공지능신문을 발행하는 인터프레스(대표 전유준)와 '피지컬AI 엑스포 코리아(피지컬AI EXPO KOREA)'의 성공적인 공동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7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마음AI 본사에서 진행됐다. 한국피지컬AI협회 유태준 협회장(회장사 마음AI), 서울메쎄 박병호 대표, 인공지능신문 전유준 대표 등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피지컬AI 엑스포 코리아'는 인공지능이 로봇, 모빌리티, 제조 장비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과 산업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문 전시회다. 내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매년 정례 개최를 추진, 국내외 피지컬 AI 산업을 대표하는 전문 전시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첫 전시회는 내년 9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컨벤시아 4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세 기관은 전시회 기획과 운영을 비롯해 국내외 피지컬 AI 관련 기업과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협회·단체 등의 참여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 또 국제 콘퍼런스와 세미나, 기술 경진대회, 바이어·투자 매칭 데이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해 피지컬 AI 분야의 기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실질적인 사업 협력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 한국피지컬AI협회는 정부·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의 대외 협력, 회원사 및 참가기업 유치, 세미나·경진대회 등 부대행사의 기획과 개최를 담당한다.서울메쎄는 개최 장소 확보 및 계약, 참가기업 유치, 전시장 조성과 현장 운영, 홍보물 및 홈페이지 제작·관리 등 전시회 운영 전반을 맡는다. 인공지능신문은 전시 관련 보도자료 배포와 주요 기업 섭외, 홍보·광고 활동 등을 통해 전시회의 인지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 기관은 각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시회의 국제화·대형화·전문화를 추진하고, 국내 피지컬 AI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대표적인 산업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유태준 한국피지컬AI협회장은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디지털 환경을 넘어 산업과 일상의 물리적 공간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핵심 기술”이라며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피지컬 AI 기술과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고, 새로운 사업과 협력 기회를 만들어내는 전문적인 산업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호 서울메쎄 대표는 “서울메쎄가 보유한 전시 기획 및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피지컬AI EXPO KOREA'를 국내외 피지컬 AI 산업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대표 전문 전시회로 성장시키겠다”며 “참가기업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피지컬AI협회는 피지컬 AI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기업·기관 간 협력, 정책 제안, 기술 교류 및 산업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2026.09.07 19:36방은주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갈라진 시선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로봇은 움직이다 멈췄다. 무용수의 몸은 철제 구조 사이에서 늘어나고 비틀렸으며, 기울어진 화면은 그 몸을 여러 조각으로 나눴다. 장면은 두 무대에서 동시에 흘렀다. 한쪽을 보는 동안 다른 쪽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지난 8월 30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의 'BUILD UP'을 봤다. 202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창작산실 선정작으로, 백연이 예술감독과 안무·연출을 맡았다. 여덟 명의 무용수와 건축, 영상, 로봇은 완전한 몸을 만들려는 인간의 욕망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췄다. 프로그램북에 따르면 공연의 세 개 플롯은 두 무대에서 다른 순서로 전개됐다. 관객이 어느 공간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작품의 순서와 기억도 달라졌다. 'BUILD UP'의 독자성은 몸과 로봇의 움직임뿐 아니라 관객의 시선까지 안무한 데서 선명해졌다. 로봇이 멈춘 자리 공연 초반 인간은 자꾸 멈추는 로봇에게 이유를 묻는다. 로봇은 균형을 잡기 위해 멈춘다. 인간은 원하는 동작에 도달하기 위해 손상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몸을 움직인다. 멈추는 기계와 멈추지 못하는 인간이 마주 서자 로봇은 미래의 완전한 신체보다 인간의 욕망을 비추는 또 하나의 몸으로 다가왔다. 프로그램북에서 백연은 중학생 때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고 보조기를 착용했다고 밝혔다. 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발레는 약 35년 동안 몸을 늘이고 비틀고 누르고 접는 훈련으로 이어졌다. 곧게 선 몸은 처음부터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오랜 훈련이 만든 결과였다. 그 과정에는 성취와 손상이 함께 남았다. 발레 의상인 튀튀와 토슈즈는 발레가 추구해온 균형과 직선을 환기했다. 탄성 밴드는 몸을 당기고 지지하면서, 반복되는 훈련이 손상의 감각을 어떻게 가리는지도 드러냈다. 이 작품에서 헤리티지는 발레의 정형보다 한 사람의 몸에 축적된 훈련의 시간에 가까웠다. 몸의 흔적은 지워야 할 결함으로만 남지 않고, 그 몸이 무엇을 욕망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됐다. 장치가 몸과 시선을 움직였다 완성되지 않은 건물을 연상시키는 철제 구조는 배경이 아니었다. 무용수가 기대고 통과하며 넘어야 할 물리적 조건이었다. 기울어진 영상면은 몸의 이미지를 분절했고, 서로 다른 로봇은 인간과 다른 속도와 움직임으로 공간을 차지했다. 이원석의 건축설계와 장주희의 영상디자인, 서상봉·홍지현이 맡은 로봇 운용은 작품의 질문을 무대 환경으로 확장했다. 장치들이 제대로 맞물린 순간에는 몸의 흔들림과 기계의 멈춤, 영상 속 왜곡이 한 장면 안에서 서로를 설명했다. 기술은 미래의 신체를 과시하기보다 지금 여기 있는 인간의 취약성을 비추는 매체로 작동했다. 그 관계가 항상 고르게 유지된 것은 아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구조물의 규모와 로봇의 낯섦이 무용수의 세밀한 움직임보다 먼저 들어왔다. 관객의 주의가 여러 매체로 분산되면서 정작 몸의 호흡을 따라가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융합의 완성도는 기술의 수보다 관객의 주의를 어떻게 배치했는가에서 갈린다. 어느 순간에 몸이 중심이 되고, 언제 영상과 로봇이 앞으로 나서며, 언제 다시 물러날지를 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BUILD UP'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면 장면 전환과 매체 사이의 관계를 더욱 세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몸과 기술의 관계도 한층 선명해질 것이다. 두 무대 사이의 시선 두 무대의 장면은 동시에 진행됐다. 관객이 한쪽을 바라보는 동안 다른 쪽의 움직임은 시야 밖으로 지나갔다. 같은 공연을 보더라도 좌석과 시선의 방향에 따라 접한 장면의 순서와 비중은 달라졌다. 이는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라기보다 두 무대라는 형식이 만든 관람 조건에 가까웠다. 그 조건은 작품이 다룬 불완전한 몸과 겹쳐 보였다. 무용수가 몸의 균형과 한계를 마주했듯 관객도 공연 전체를 한눈에 소유하지 못한 채 일부를 보고 나머지를 놓쳤다. 몸에 관한 질문을 관객의 시선과 경험까지 이어간 점은 'BUILD UP'의 성취였다. 다만 두 무대의 관계가 모든 순간 선명하게 전달된 것은 아니다. 공간 사이의 연결이 약해지는 장면에서는 관객의 시선이 선택됐다기보다 분산됐고, 보지 못한 장면도 의도된 여백보다 정보의 손실로 남을 수 있었다. 양쪽의 장면을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다. 다른 무대에서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감각을 소리와 빛, 장면 전환의 리듬으로 유지한다면 두 공간의 관계는 더 또렷해질 것이다. 이 구조는 공연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과제도 남긴다. 한 방향에서 촬영한 영상은 어느 한쪽을 중심에 두는 순간 다른 무대의 흐름을 주변으로 밀어낸다. 두 공간을 각각 기록하면서 동시성과 시선의 이동까지 보여줄 수 있는 화면 구성이 필요하다. 멀티뷰나 분할 화면은 그 방법 가운데 하나다. 기록은 공연 후의 홍보자료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공간 구조를 보존하는 아카이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이번 시도가 재공연과 연구, 후속 유통에서도 제대로 읽힐 수 있다. 'BUILD UP'이 남긴 질문은 인간과 로봇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완전한가보다 흔들리고 멈추는 존재가 어떻게 다시 움직이는가에 가까웠다. 관객 또한 모든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본 장면과 놓친 움직임 사이에서 작품을 기억하게 됐다. 다음 무대의 과제는 장치를 더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몸과 기술의 비중, 두 공간을 잇는 신호, 관객의 시선이 움직이는 시점을 더욱 세밀하게 조율하는 일이다. 몸이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기술이 관객의 감각을 넓힐 때, 두 무대는 작품의 형식으로 더 강한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9.07 09:57이창근 컬럼니스트

[이창근의 헤디트] 게임도 국가유산이 되는가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1996년 4월 5일, 넥슨의 '바람의나라'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슨이 공개한 30주년 기록에 따르면 서비스 첫날 접속자는 단 한 명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컴퓨터와 인터넷 환경이 바뀌었고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방식도 여러 번 달라졌다. 수많은 온라인게임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바람의나라'는 지금도 접속할 수 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보다 그 30년이 지금 어디에 남아 있는가다. 처음의 화면과 캐릭터, 맵과 음악, 개발자의 기획과 기술, 수없이 이어진 업데이트,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놀았던 시간은 얼마나 기록돼 있을까. 마침 국가유산 정책도 오래된 것만 바라보지 않기 시작했다. 국가유산청은 2025년 제작·형성된 지 50년 미만인 '우리시대' 유산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히면서 '디지털·정보화 유산'을 중점 분야로 제시했다. 그 예시에는 PC통신과 한글 워드, 온라인게임도 들어 있다. 2026년 주요업무계획에서도 50년 미만 '우리시대' 유산을 선제적으로 발굴·관리한다는 방향은 이어졌다. 이와 별도로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제작·형성된 지 50년 미만인 근현대 유산을 미리 찾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기도 전에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다만 첫 공모는 회화와 공예품, 문서와 서적, 생활용품, 기계와 도구 같은 동산유물을 중심으로 출발했다. 중요한 것은 당장 어느 게임이 국가유산이 될지를 정하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50년을 기다리는 동안 무엇이 사라질 수 있는가. 게임의 원형은 무엇인가 온라인게임을 유산의 눈으로 바라보면 곧 난감한 문제가 생긴다. 무엇을 남겨야 할까. 최초 클라이언트인가. 서버와 데이터인가. 캐릭터와 맵, 원화와 음악인가. 기획서와 개발 기록인가. 30년 동안 쌓인 업데이트와 패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24년 예비문화유산 첫 공모의 세부 기준에는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와 함께 '원형유지 및 희소성'이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게임의 원형은 간단하지 않다. 1996년의 '바람의나라'와 2026년의 '바람의나라'는 같은 게임이지만 같은 모습은 아니다. 그래픽과 시스템이 바뀌었고 새로운 지역과 이야기가 더해졌다. 접속환경도 사람들이 게임 안에서 움직이고 관계 맺는 방식도 달라졌다. 처음 버전만 남기면 그 뒤의 30년이 빠진다. 현재 버전만 남기면 시작점과 그 사이의 시간이 사라진다. 나는 온라인게임의 원형을 어느 한순간의 화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변해온 시간을 함께 기록해야 한 게임의 역사가 보인다. '바람의나라'에는 이미 흥미로운 전례가 있다. NXC와 넥슨컴퓨터박물관(현 넥슨뮤지엄)은 2014년 '바람의나라 1996'을 복원해 공개했다. 1996년 클라이언트 버전을 당시 개발환경에 맞춰 되살리고 그래픽과 사운드, 명령어를 입력하던 텍스트 머드 기반 게임방식까지 구현했다. 당시 NXC는 이 복원을 온라인게임의 역사적 보존과 연구를 위한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으로 설명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이 복원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과거 게임의 스크린샷과 영상을 보관하는 것과 실제로 다시 작동시키는 것은 다른 일이다. 무엇을 원형으로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훗날 다시 실행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까지 간다. 국가유산 정책이 온라인게임까지 시야를 넓힌 만큼 기록 방법에 대한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동산유물을 중심으로 출발한 기존의 방식만으로 서버에서 움직이고 계속 업데이트되는 게임을 온전히 기록하기는 어렵다. 어느 버전을 남길지, 실행환경과 변화의 이력을 어떤 단위로 기록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게임이 '우리시대 유산'의 시야에 들어왔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게임에 맞는 기록의 방법이다. 게임의 역사는 플레이의 역사다 게임의 역사는 개발사가 만든 프로그램 안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이 접속하고 캐릭터를 키웠다. 길드를 만들고 친구를 만났다. 그들만의 말과 놀이법도 생겼다. '바람의나라'의 오래된 일화 하나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05년 무료화 이후 이용자가 크게 늘자 초보 사냥터에서는 몬스터인 다람쥐를 잡기도 어려워졌다. 이용자들은 채팅창에서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를 외쳤고, 이 말은 오랫동안 기억되는 게임 속 유행어가 됐다. 프로그램 파일만 들여다봐서는 알기 어려운 역사다. 온라인게임의 역사는 개발의 역사인 동시에 플레이의 역사라는 부분을 기억해야한다. 올해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넥슨뮤지엄으로 개편되면서 공개한 전시 구성도 이 점에서 눈에 띈다. PC 패키지와 매뉴얼, 게임잡지 같은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바람의나라' 원화와 2014년 복원 프로젝트 자료를 전시에 담았다. 관람객이 자신의 넥슨 계정을 연동하면 과거 플레이 이력이 관람 경험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넥슨뮤지엄은 기업이 구축한 아카이브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럼에도 게임을 만든 기록에서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의 기억으로 시선을 넓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게임의 문화사는 개발실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의나라'가 게임 밖에서 다른 문화와 만나온 시간도 있다. OST는 국악으로 다시 연주됐고, 넥슨재단의 '보더리스-Craft판'에서는 '바람의나라'를 비롯한 게임 IP가 무형유산 전승자와 현대공예가의 작업으로 옮겨졌다. 올해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함께 '바람의나라' 30주년을 계기로 신진 전통공예 예술가의 창작을 지원했고, 9월 9일부터는 그 흐름을 잇는 《이립의 바람, 전통을 잇다》 전시가 경복궁 계조당에서 열린다. 이 흐름을 거꾸로 바라보면 흥미롭다. 오래된 전통을 게임의 언어로 불러왔다면, 이제 오래 살아온 게임의 시간도 문화의 기록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게임사가 무엇을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 세계에서 어떻게 놀았고 무엇을 기억하는지도 함께 남겨야 하는 이유다. 오늘의 게임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국가유산 정책에서는 반대 방향의 흐름도 진행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의 원형데이터와 3D 에셋을 축적하고 이를 게임·드라마·OTT 등 문화콘텐츠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지난 8월 이 지면에서 「국가유산 3D, 누가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 얼마나 많이 구축했느냐보다 창작자와 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꺼내 쓰고 어떤 콘텐츠와 서비스로 이어가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그 방향을 반대로 돌려본다. 어제의 유산이 오늘의 게임을 만들고, 오늘의 게임은 내일의 유산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을 남기는 일도 파일을 보관하는 것으로 끝날 수 없다. 수십 년 뒤 '바람의나라'의 이미지를 보는 것과 초기 버전을 직접 열어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어떤 음악이 흘렀는지, 화면은 어떤 속도로 움직였는지, 다른 이용자를 어떻게 만났는지는 작동하는 게임 안에서 더 잘 드러난다. 초기 클라이언트와 주요 버전, 개발기록과 패치 이력, 실행환경을 남기는 일에 플레이어의 기억과 커뮤니티 기록도 더해져야 한다. 기업의 지식재산과 영업정보,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저작권을 어디까지 보존하고 공개할지도 풀어야 한다. 국가가 모든 자료를 직접 가져와 보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사와 박물관, 연구자와 공공기관이 무엇을 남길지 기준을 만들고, 자료가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바람의나라 1996' 복원은 민간에서 이미 시작된 하나의 사례다. 넥슨뮤지엄이 플레이어의 기록까지 전시의 언어로 가져온 것은 그다음 장면이다. 그리고 국가유산청은 이제 온라인게임을 '우리시대 유산'의 발굴 분야로 제시하고 있다. 나는 '바람의나라'의 서른 살을 한국 온라인게임이 이제 산업의 성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본다. 매출과 이용자 수, 기술적 성취가 산업사를 기록한다면 사람들이 그 세계에서 만나고 놀고 기억한 시간은 문화사를 만든다. 게임산업은 늘 다음 업데이트와 다음 작품을 향해 달려왔다. 그 속도가 한국 게임산업을 키웠다. 이제 지나온 시간도 챙길 때다. 오래됐다고 모두 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시대의 기억은 남겨놓지 않으면 훗날 그 가치를 판단할 기회조차 없다. '바람의나라'의 서른 살은 그 질문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9.03 11:01이창근 컬럼니스트

파일럿을 넘어…AI 에이전트를 안착시키는 세 가지 조건

기업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도입'에서 '운영'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스템 통합, 통제 가능한 자율성, 측정 가능한 성과가 AI 에이전트의 현장 안착을 좌우한다.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성공적인 파일럿을 구현하는 일은 빠르게 쉬워지고 있다. 진짜 난관은 그다음이다. AI 에이전트를 실제 시스템과 데이터,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문제다. 앞으로 기업 간 격차는 AI를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실험을 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간 AI 코파일럿과 사내 어시스턴트, 업무 특화형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고객 서비스, 지식관리, 비즈니스 운영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도입 건수와 운영 성숙도는 같은 말이 아니다. 샌드박스에서는 업무 범위와 데이터, 예외 조건을 통제할 수 있어 에이전트가 비교적 좋은 성능을 낸다. 실제 현장은 다르다. 레거시 시스템과 연동해야 하고, 여러 곳에 흩어진 민감 데이터를 다뤄야 하며, 이미 굳어진 업무 절차 안에서 일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며 확인한 과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기존 시스템과 워크플로의 통합, 명확한 거버넌스와 보안 경계, 기술 역량을 경영 성과로 전환하는 측정 체계다. 이 세 축이 바로 'AI 운영 준비도(AI operational readiness)'의 기반이다. 통합 | 에이전트 경쟁력은 모델보다 '연결'에서 갈린다 첫 번째 조건은 통합이다. AI 에이전트가 답변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운영 워크플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업무가 이뤄지는 시스템과 단절돼 있다면 활용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제조업에서 이 문제는 더욱 선명하다. AI 에이전트는 생산계획, 예지정비, 품질관리, 장애 원인 분석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려면 제조실행시스템(MES),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설비와 센서 등 IT·OT 환경에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야 한다. 데이터가 레거시 플랫폼과 개별 설비에 갇혀 있다면 에이전트는 공정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더 어렵다. 국내 스마트팩토리 도입 제조기업 113개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시스템 통합의 활용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스마트팩토리를 먼저 도입한 기업조차 새로운 기술을 기존 제조 환경과 연결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참고: Applied Sciences, 'Smart Factory Adoption and Its Impact') 제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유통 분야의 에이전트가 정교한 상품 추천을 만들더라도 이를 구매와 배송으로 이어가려면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이커머스, 고객관계관리(CRM), 재고·물류 시스템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결국 에이전트의 가치는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실제로 일해야 하는 환경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가에 달려 있다. 거버넌스 | 자율성이 커질수록 통제선은 선명해야 한다 두 번째 조건은 거버넌스다. 에이전트가 더 많은 시스템에 연결될수록 실행할 수 있는 업무도 늘어난다. 이때 기업은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와 함께 '어디까지 스스로 수행하도록 허용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기술적 가능성과 운영상 허용 범위를 분리하지 않으면 자율성은 곧 리스크가 된다. 금융 서비스처럼 민감한 데이터와 고객 거래, 리스크 판단이 얽힌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업은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독립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행동, 사람의 승인이 필요한 의사결정, 행동 기록과 감사 방식, 사고 발생 시 대응 절차를 사전에 정해야 한다. 배포 이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 규칙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확장이 어렵다. 거버넌스와 보안, 사람의 감독, 감사 가능성은 AI 활용을 막는 제동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확신을 갖고 활용 범위를 넓히게 하는 안전장치다. 에이전트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할수록 통제 경계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통제된 자율성'이야말로 에이전트형 AI 운영의 핵심 원칙이다. 성과 | 기술 지표를 경영 성과로 번역하라 세 번째 조건은 측정이다. 지금까지 많은 AI 파일럿은 모델 정확도와 응답 품질, 업무 완료율, 처리 속도 같은 기술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됐다. 물론 필요한 지표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AI가 실제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기업이 물어야 할 질문은 더 단순하고도 까다롭다. '이 에이전트로 인해 비즈니스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다. 제조기업이라면 설비 중단 시간 단축, 근본 원인 분석 속도 향상, 생산 처리량 증가로 답해야 한다. 유통기업이라면 전환율과 재고 회전, 고객 경험의 개선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서비스기업은 해결 시간 단축, 수작업 감소, 팀 생산성 향상으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지표는 업무마다 달라도 원칙은 같다. 에이전트가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줬는지가 아니라, 처음 정의한 사업 목표를 실제로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파일럿 시작 단계에서 기준선과 목표 지표, 측정 기간, 책임 조직을 함께 정해야 한다. 측정 설계가 뒤로 밀리면 그럴듯한 데모는 쌓이지만 투자 판단에 필요한 근거는 남지 않는다. 기술 성능을 경영 언어로 번역하는 체계가 있어야 파일럿을 중단할지, 개선할지, 전사로 확산할지 판단할 수 있다. AI 운영 준비도가 기업의 실질 경쟁력 AI 운영 준비도는 결국 세 가지 기반으로 정리된다. 연결된 시스템과 워크플로, 거버넌스와 보안에 기반한 통제된 자율성, 그리고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다. 이 기반을 갖춘 기업은 하나의 성공 사례를 다음 업무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필요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통제력을 유지하고, 기존 업무를 흔들지 않으면서 에이전트를 프로세스 안에 녹여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별 성공을 일회성 실험으로 끝내지 않고 반복 가능한 운영 역량으로 축적하는 일이다. 에이전트가 행동을 추천하는 도구에서 직접 실행에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할수록 이러한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앞으로의 승부는 더 많은 에이전트를 배포한 기업이 아니라, 에이전트를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일하게' 만드는 기업에서 갈릴 것이다. 응우옌 득 끄엉(Nguyen Duc Cuong)은 VTI 그룹의 자회사 VTI KOREA의 CEO다. VTI KOREA는 기업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 운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VTI KOREA는 '기업 AI 에이전트 도입·운영 전략: 보안부터 비즈니스 성과까지' 세미나에서 AI 운영 준비도와 관련한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2026.09.01 15:51응우옌 득 끄엉 컬럼니스트

[이창근의 헤디트] 미술이 도시를 움직이려면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8월 31일 저녁 7시 서울아트위크가 을지로에서 첫 오프닝나잇으로 문을 연다. 오래된 공구상가와 산업·노동의 시간이 남아 있는 을지로에서 20개 시각예술공간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전시와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를 이어간다. 9월 6일까지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와 대안·신생공간에서 전시와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같은 주 코엑스에서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도 열린다. 미술이 전시장 밖으로 이어지면 관람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날까. 작품 앞에 서는 순간뿐 아니라 작품을 만나러 가는 길,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 그 사이 마주치는 골목과 건물의 표정까지 관람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번 서울아트위크에서 눈여겨보고 싶은 것도 전시의 숫자보다 미술을 따라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미술을 보러 가는 길도 관람이다 미술을 보러 갈 때는 대개 목적지가 분명하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도착해 전시장을 돌고 작품을 본 뒤 건물을 나온다. 관람의 시작과 끝도 자연스럽게 전시장 안에 놓인다. 그러나 미술이 도시 곳곳으로 이어지면 작품을 만나기 전과 후의 시간까지 관람의 경계 안으로 들어온다. 서울아트위크의 레지던시 투어가 흥미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관람객은 코엑스에서 출발해 서서울미술관을 거쳐 금천예술공장으로 이동하고, 다른 날에는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작가 작업공간을 찾아간다. 완성된 작품을 보는 시간과 작품이 만들어지는 장소를 만나는 시간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큰 행사에 사람을 모으는 것과 그 사람을 다시 도시 안의 다른 문화공간으로 보내는 일은 경험의 구조가 다르다. 후자에서는 목적지 사이의 시간도 의미를 갖는다. 어디에서 내려 어떤 거리를 걷는지, 어떤 동네를 지나 어떤 건물의 문을 여는지가 작품과 함께 기억된다. 도시에서 펼쳐지는 미술행사라면 공간을 많이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에게 다음 장소로 움직일 이유를 만들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좋은 동선은 가장 짧은 길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음 장소가 궁금해지는 길일 수도 있다. 미술을 보러 가는 길도 이미 관람의 일부다. 도시를 움직이려면 때로 멈춰야 한다 첫날 뉴스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의 제목은 꽤 길다. 《장시간 정체 구간을 주행 중입니다. 안전을 위해 가까운 휴게소에서 쉬어가세요.》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 '쉼'과 '멈춤'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 전시가 을지로에서 열리는 점도 흥미롭다. 오래된 산업과 노동의 흔적, 계속되는 도시의 변화, 사람들의 기억과 새롭게 자리 잡은 미술공간이 한 동네 안에 함께 존재한다. 빠르게 지나칠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을 잠시 멈춰 섰을 때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전시의 문제의식은 을지로라는 장소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문화행사는 사람을 움직인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게 하고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한다. 그러나 예술은 사람의 걸음을 늦추는 방식으로도 도시를 다르게 보게 한다. 매일 지나던 골목에서 잠시 멈추고, 오래된 건물의 표면을 다시 바라보게 할 수 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던 작은 공간의 문을 처음 열게 할 수도 있다. 문화가 도시를 움직이는 방식에는 이동뿐 아니라 멈춤도 있다. 무엇을 더 많이 보여줄 것인가만큼 어디에서 사람의 걸음을 늦추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잠시 멈춘 순간에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장소가 비로소 하나의 장면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장소가 달라지면 미술의 기억도 달라진다 을지로에는 을지로의 시간이 있고, 신당과 금천에도 저마다 다른 도시의 표정이 있다. 미술관의 화이트큐브에서 작품을 만나는 경험과 오래된 골목을 걷다가 작은 전시공간의 문을 열고 작품을 만나는 경험은 같지 않다. 우리는 작품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까지 걸었던 길과 건물의 표정, 사람들이 오가던 풍경, 우연히 들었던 소리와 잠시 머물렀던 시간도 함께 기억된다. 작품을 만나기 전과 작품을 보고 난 뒤의 시간까지 관람 경험에 들어온다. 서울아트위크가 오프닝 당일 을지로 일대를 순환하는 버스를 운영하고, 갤러리와 함께 독립서점·카페 등의 정보를 담은 '을지美지도'를 마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하나의 전시공간만 가리키기보다 그 주변을 함께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는 장치다. 도시는 문화행사의 배경이 아니라 관람 경험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작품을 어디에 놓는지만큼 사람이 그곳에 어떻게 도착하고, 무엇을 지나며, 어디에서 멈추는지도 중요하다. 장소가 작품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작품을 본 기억에는 그날 걸었던 도시의 시간도 함께 남는다. 서울아트위크가 어떤 성과를 남길지는 일주일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다만 이번 기획에서 지켜볼 것은 미술의 공간을 넓히는 것만큼 그 공간 사이를 걷는 사람의 경험이다. 처음 가본 골목 하나, 다시 들어가 보고 싶은 작은 공간 하나, 우연히 알게 된 작가 한 사람, 잠시 멈춰 바라본 풍경 하나가 남는다면 그것 역시 아트위크가 만든 변화로 남을 수 있다. 도시의 문화적 매력은 모든 것을 한곳에 모은다고 생기지 않는다. 평소와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잠시 멈춰 서게 하며, 늘 보던 도시에서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게 하는 경험이 쌓일 때 그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미술이 도시를 움직이려면, 먼저 사람이 도시를 이전과 다르게 걷게 해야 한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8.31 09:33이창근 컬럼니스트

국정원, 사이버보안 행사 'CSK 2026' 다음달 16~18일 개최

국가정보원이 다음달 16~18일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 사이버 안보 행사 '사이버 서밋 코리아(Cyber Summit Korea, CSK 2026)'를 개최한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국보연)과 공동으로 연다. 신청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CSK(Cyber Summit Korea)는 '국제사회와 함께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취지 아래 2024년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연결된 세상, 함께하는 보안'을 주제로 열린다. △국제정보교류회의 △컨퍼런스 △국제사이버훈련 △사이버공격방어대회 △대학(원)생 논문 발표회 △청소년 화이트해커 아카데미 △전시 및 홍보 부스 운영 △국정원 채용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음달 17일 열리는 개회식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엑토르 카사스 아르헨티나 연방사이버정보청장 등 해외 정보기관장이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17~18일 양일간 열리는 컨퍼런스에서는 △신기술 보안&신뢰 △국제 전략&협력 △사이버안보 정책&동향 등 3가지 테마로 국내외 사이버안보 전문가의 강연과 토론이 이어진다. 또 다음달 16~18일간 개최하는 국제사이버훈련(APEX)에는 24개국이 참여하는 가운데 특히 올해는 국정원 주도로 민관군이 함께 구축한 'AI 방어팀'도 참가, 실시간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역량을 점검한다. 다음달 17일에는 국내 공공, 일반, 청소년 부문별 예선을 통과한 총 50개팀이 사이버공격방어대회(Cyber Conflict Excercise) 본선을 치룬다. 총 10개 우수팀을 선정해 시상한다. 총 상금은 1억 원이다. 이어 18일에는 카트리오나 로빈슨 뉴질랜드 사이버안보센터장 연설과 사이버공격방어대회 시상식과 내년(CSK 2027) 행사 소개로 3일간의 행사를 마무리한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고성능AI 등장으로 자율형 AI 해킹은 이미 현실적인 위협이 됐다”며 “'CSK 2026'이 급변하는 사이버 환경 속에서 국민의 일상을 지키고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6.08.26 20:14방은주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밤은 빛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야간경관을 보러 가면 사람들은 먼저 빛을 본다. 수목을 비추는 경관조명, 길 위의 빛 조형물, 건축과 자연에 투사되는 영상이 낮과 다른 풍경을 만든다. 그런데 오래 기억되는 밤에는 소리도 함께 남는다.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가 걸음을 이끌고, 등 뒤에서 번지는 낮은 울림이 몸을 돌리게 한다. 어느 지점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리면 사람은 잠시 멈춘다. 음악이 사라진 뒤 다시 들려오는 바람과 발걸음도 그날의 장면이 된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시선을 돌리고, 걸음을 움직이며, 공간의 크기와 거리를 느끼게 한다. 빛이 밤의 모습을 만든다면 소리는 그 장면에 방향과 움직임, 호흡을 더한다. 사운드는 그래서 영상 뒤에 붙이는 배경음악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과 동선, 머무는 시간을 함께 설계하는 연출 요소에 가깝다. 야간경관은 결국 무엇을 얼마나 밝힐 것인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보게 하고, 어디로 걷게 하며,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장면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까지 함께 설계할 때 비로소 하나의 경험이 된다 소리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움직인다 빛이 시선을 붙잡는다면, 소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 곳으로도 사람을 이끌 수 있다. 길의 입구에서 멀리 하나의 소리가 들리고, 걸음을 옮길수록 조금씩 가까워진다고 생각해보자. 한 장면을 지나면 그 소리는 등 뒤로 멀어지고, 다음 공간에서는 새로운 소리가 앞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소리의 방향과 거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이동한다. 공간음향은 바로 이런 관계를 다룬다. 단순히 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시작되고, 얼마나 가까이 느껴지며,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언제 사라질지를 설계한다. 입체음향과 이머시브 사운드는 앞뒤와 좌우, 높이와 거리까지 활용해 소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공간 안에서 몸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사운드의 기능은 분명하다. 시선을 돌리고, 걸음을 재촉하거나 늦추며, 특정 지점에 머물게 한다. 서로 떨어진 장면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영상이 장면을 보여준다면 공간음향은 그 장면 사이를 걷게 한다. 말하자면 사운드로 동선을 쓰는 것이다. 장소특정적 야간경관이라면 공간음향 역시 콘텐츠가 거의 완성된 뒤 덧붙이는 요소가 아니라, 장면과 관람 동선을 정하는 단계부터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좋은 소리는 장소를 먼저 듣는 데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야외 공간에 더 많은 음악과 효과음을 넣자는 뜻은 아니다. 좋은 사운드 연출은 무엇을 새로 들려줄지 정하기 전에, 지금 이 장소에서 무엇이 들리는지부터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수변에는 물과 바람이 있고, 숲에는 나뭇잎과 풀벌레, 사람의 발걸음이 있다. 오래된 철길에는 한때 오가던 기적과 레일의 마찰음이 기억으로 남아 있고, 옛 포구에는 물결과 배, 사람들의 삶이 남긴 소리가 있다. 건축물과 지형이 만들어내는 울림도 장소마다 다르다. 이런 소리환경을 '사운드스케이프'라고 한다. 하지만 용어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들리는 소리, 그 장소의 기억 속에 남은 소리, 오늘 새롭게 만든 소리를 어떻게 관계 맺게 할 것인가다. 특히 역사문화공간에서는 실제 기록에 근거한 소리인지, 당시의 정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인지, 오늘의 창작자가 새로 만든 것인지도 구분돼야 한다. 장소의 시간을 다룰수록 사실과 해석, 창작의 경계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어떤 수변에서는 별도의 음악보다 빛과 실제 물소리만으로 장면이 완성될 수 있다. 다른 장소에서는 빛 조형물에 가까워질수록 멀리 있던 소리가 다가오고, 프로젝션 영상이 끝난 뒤 인공적인 사운드가 사라지면서 실제 바람과 물소리가 다음 장면을 이어갈 수도 있다. 사운드는 공간을 채우는 장식이 아니다. 장소가 가진 시간과 기억, 사람의 움직임을 서로 이어주는 연출의 언어다. 빛과 소리가 한 호흡이 될 때 작품으로 다가온다 야간경관 현장에서는 경관조명과 빛 조형물, 미디어콘텐츠와 음향이 서로 다른 기술과 공정으로 나뉜다. 하지만 그 공간을 걷는 사람에게는 따로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다. 결국 하나의 밤으로 경험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기술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서로 언제 만나고, 언제 물러날지를 정하는 일이다. 빛이 먼저 시선을 열고 소리가 그곳으로 사람을 이끈다. 빛과 영상이 하나의 장면을 만들면 소리가 거리와 깊이를 더한다.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때는 빛과 소리가 함께 호흡을 낮추고 다시 새로운 장면을 준비한다. 나는 이것을 빛과 소리의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본다. 서로 다른 기술을 나란히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 되도록 조율하는 일이다. 장비와 기술이 의식되지 않고 장면만 남을 때 야간경관은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을 빛과 소리로 채울 필요는 없다. 야외에는 이미 어둠이 있고 바람과 물, 사람과 자연의 소리가 있다. 어느 순간에는 빛이 낮아지고 소리도 멎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장소가 들린다. 빛에는 어둠이 필요하고 소리에는 침묵이 필요하다. 그 대비와 여백이 있어야 다음 장면의 빛과 소리가 다시 살아난다. 결국 연출은 무엇을 더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야간경관은 빛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은 밤을 눈으로만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빛이 장면을 만들고 소리가 거리와 방향, 움직임과 호흡을 더할 때 관람객에게 남는 것은 장비가 아니라 경험이다. 좋은 사운드 연출의 끝에는 스피커가 아니라 장소가 남아야 한다. 빛과 소리가 한 호흡으로 움직이고 기술이 뒤로 물러난 뒤에도 그날의 밤이 기억에 남는다면, 야간경관은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된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8.26 10:52이창근 컬럼니스트

[기고] LG디스플레이는 왜 '플립'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9일 부산에서 열린 IMID에서 세계 최초로 8.5세대(2200x2500mm) 라인에서 생산한 '마스크리스'(mask-less) 2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전시했다. '세계 최초로 8.5세대 유리원장(full glass)에서 만든 제품'(World's 1st FMM-less with G8.5 Full Glass)이란 표현은 의지 표출이 아닐까 싶다. 비전옥스 V5는 8.7세대 풀 사이즈가 아니라 하프 사이즈로 공정을 진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6(8세대 IT OLED)에 투자하기 전에, 파인메탈마스크(FMM) 방식을 먼저 검토했던 것은 LG디스플레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일본 캐논토키와 국내 선익시스템에 증착기 개발을 요청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8세대 IT OLED에 투자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투자를 보류했다. 초기 기판 사이즈도 8.6세대(2250x2600mm)를 검토했으나 BOE가 최초로 8.7세대(2290x2620mm)로 지정한 뒤 삼성디스플레이도 동참하면서 조금 더 큰 8.7세대가 시장 기준이 됐다.(필자는 늘 8.6세대와 8.7세대를 구분해 말하고 있다.) "LGD 8.5세대 플립, P8 공장 LCD 설비 활용 최대화 목적" 8세대 IT OLED는 패널 업체별로 3가지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A6와 BOE B16은 FMM 방식으로 양산 중이다. 비전옥스 V5는 LG디스플레이와 비슷한 마스크리스 방식을 택했고, 올해 4월부터 설비를 반입 중이다. CSOT T8은 적녹청(RGB) 잉크젯 OLED 방식이고, 올해 10월부터 설비를 반입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LG디스플레이는 왜 마스크리스 방식을 선택해야 했을까? 우선 기술 부분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다.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 RGB 잉크젯을 가장 먼저 도입하려고 했다. 실제 지금은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잉크젯 설비로 만드는 OLED TV를 검토한 바 있다. FMM 방식은 이미 검토했지만, 투자비 부담으로 재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남은 선택지 중 하나가 마스크리스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플립'(FMM-Less Innovation Pixel Patterning) 상표도 출원(신청)했다. LG디스플레이는 경쟁 패널사와 달리 '8.5세대' 기판 사이즈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파주 P8 공장의 액정표시장치(LCD)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화소를 형성하는 전공정(frontplane)의 증착기나 봉지 공정, 포토, 건식 식각(dry etch) 등은 신규 설비가 필요하지만, 박막트랜지스터(TFT) 역할을 하는 백플레인은 일부 개조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LGD, '플립' 증착기로 야스 장비 검토" LG디스플레이가 마스크리스 방식을 도입했을 때 고려할 사항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전시회에서 27인치를 8.5세대 풀 사이즈 기준으로 24매 생산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단순히 8.5세대와 8.7세대 면취율을 비교하면 8.7세대가 유리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 풀 사이즈로 증착하기 때문에 8.7세대 하프 사이즈와 비교해 면취율 제약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JDI는 'e립'(eLEAP)이란 기술을 개발할 때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특허를 사용했다. AMAT은 비전옥스의 6세대, 8.7세대 라인에 증착기를 납품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5.5세대 팹에도 개발기가 들어가 있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대안으로 국내 야스 장비를 검토하고 있다. 야스는 대형 기술인 화이트(W)-OLED의 오픈메탈마스크 및 CSOT T8의 RGB 잉크젯 OLED의 공통층 증착기를 담당하고 있다. 야스도 오랜기간 축적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제조상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AMAT 특허'란 리스크를 회피할 방법을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리스는 증착 시 메탈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개구율이 좋아 휘도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RGB OLED 형성을 위해 '노광-식각-증착-봉지' 공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과정에서 패턴 형상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이 많아 수율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마스크리스, 초기 투자비 저렴...LGD, 옥사이드 TFT 기술 강점" 그렇다면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과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보통 마스크리스는 FMM에 비해 설비투자비가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FMM 증착기가 워낙 고가이고, 모델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FMM이 필요하며, 메탈마스크 인장기, 마스크 세정기 등도 부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비해 마스크리스는 말 그대로 마스크 없이 증착하기 때문에 증착기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부대설비도 필요 없다. 하지만 노광으로 패턴 구현 후 식각(에칭)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므로 이에 따르는 설비들이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패널사가 TFT 기술로 저온다결정실리콘(LTPS)이나 저온다결정산화물(LTPO)을 사용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옥사이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시절부터 애플의 고이동도 패널을 양산한 노하우가 있고, 옥사이드 기술력과 이해도가 높다. 따라서 가변주사율을 활용하기 위해선 LTPO나 옥사이드를 고려해야 하는데 P8 설비 활용, 그리고 초기 투자비가 낮은 옥사이드가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2027년 말이면 경쟁 패널사들의 8.7세대 OLED 라인 생산능력 합계는 월 7만 5000장(75K)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확보하긴 힘들 것이다. OLED IT 기기 시장은 점진적으로 확장되겠지만, LG디스플레이가 투자를 확정해서 양산까지 이르려면 2030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양산 중인 경쟁사와 4년 격차가 있겠지만, LCD IT 제품을 계속 생산 중인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LCD에서 OLED로 전환을 도모하면 된다. 시장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벤치마킹할 상황도 많을 것이다. 남은 기간 기술 난제 해결과 원가 경쟁력, 수익 창출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면 준비한 만큼 좋은 제품으로 경쟁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호 연구위원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약 20년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05년부터는 리소그래피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도적 광원·장비 기업 우시오코리아(Ushio Korea)에 재직했다. 이 기간 동안 포토 및 증착 공정, 평판디스플레이(FPD) 기판 세정 공정에 사용하는 광원 및 관련 장비를 담당했다. 이후 DSCC에서 디스플레이 장비 및 소재 부문 디렉터를 맡았다. 현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서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장비투자(Capex),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를 이끌고 있다.

2026.08.25 19:08이재호 컬럼니스트

아크릴 "엔비디아 GPU·국산 NPU 하나로"...소버린 AX 전략 공개

“AI 주권은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인프라·모델·운영 전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크릴은 세 계층을 연결하는 기술과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소버린 AX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습니다." 인공지능 전환(AX) 인프라 전문기업 아크릴의 박외진 대표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OCP 코리아 테크 데이(OCP Korea Tech Day)'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 같이 밝혔다. 'OCP 코리아 테크 데이'는 글로벌 오픈 컴퓨팅 생태계인 OCP 재단과 OCP코리아 커뮤니티가 개최한 AI·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문 컨퍼런스다. 이날 아크릴은 기조강연과 기술세션 발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투자 효율과 운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소버린 AX(Sovereign AX) 전략'을 발표, 시선을 모았다. 강연에서 박 대표는 AI 인프라 경쟁력을 단순히 GPU 확보 규모가 아닌 실제 가동 효율과 운영 구조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계의 평균 GPU 실가동률은 50~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고가 GPU를 확보하더라도 자원 배분과 운영 효율에 따라 실제 활용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신규 장비 증설과 함께 기존 인프라의 실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AI 데이터센터의 투자 효율을 높이는 핵심이다. 아크릴이 제시한 소버린 AX는 인프라·모델·운영 등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각 계층을 개방형 인터페이스로 연결하고 특정 벤더에 대한 종속성을 낮추는 전략이다. 외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나 개별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기업과 기관이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자체 환경에 맞춰 유연히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크릴은 소버린 AX 전략을 구현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독자 개발한 GPU 클러스터 최적화 플랫폼 'GPUBASE'를 제시했다. 'GPUBASE'는 자체 실증 기준 GPU 실효 가동률 93%, 네트워크 경로 활용률 98%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엔비디아 H100 100장 규모 클러스터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21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PU나 스위치 추가 구매, 학습 코드 변경 없이 기존 서버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GPUBASE'는 다양한 AI 가속기도 하나의 자원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다. 엔비디아 A100부터 B200까지 세대가 다른 GPU는 물론 AMD, 구글 TPU, 리벨리온 ATOM, 퓨리오사AI RNGD 등을 하나의 스케줄러·쿼터·정산 체계로 관리한다. 기존 엔비디아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국산 AI 반도체를 단계적으로 편입할 수 있어 전면적인 시스템 교체 없이 인프라를 확장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전력·데이터센터 공간·예산 등의 제약으로 AI 가속기를 지속 증설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자원의 실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 "증설 결정 이전에 실가동률부터 계측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 대표가 언급한 관련 기술은 국내외 다양한 환경에서 이미 검증했다. 아크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에서 각각 500장 이상,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200장 이상 GPU를 활용한 대규모 실증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설계·조달·시공(EPC) 기업 폐쇄망과 정부부처·지자체 망분리 환경에서 다년간 시스템을 운영했다. 지난 7월 모듈형 데이터센터 사업 1·2차 공급도 진행했다. 상급종합병원 11곳을 포함한 18개 의료기관, 누적 1만 병상 이상의 폐쇄망 환경에서도 AI 스택을 운영해왔다. 아크릴은 또 이번 행사의 기술세션에 염익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Beyond GPU Management : GPUBASE를 통한 GPU 클러스터 네트워크 최적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GPU 가동률 저하의 원인 중 하나인 노드 간 통신 대기와 네트워크 경로 편중 문제를 짚고 GPUBASE를 통한 네트워크 최적화 방안을 소개했다. 염 CTO는 “네트워크는 성능 문제가 아니라 비용 문제”라며 “통신 대기를 줄이면 같은 장비에서 더 많은 GPU가 일하고, 그만큼 증설 예산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관련 기술은 'USENIX ATC 2024'와 'IEEE Access 2021' 논문으로 검증됐다. 아크릴은 GPUBASE 관련 특허 22건을 포함해 총 83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OCP 코리아 테크 데이'는 국내외 관련 기업과 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해 개방형 AI 인프라 기술과 산업 방향을 공유한 행사다. 아크릴은 행사 기간 중 5번 전시 부스를 운영하며 GPU 실가동률과 통신 대기 비중을 계측하는 무상 진단 프로그램도 함께 안내했다.

2026.08.24 10:25방은주 기자

소버린 AI 시대, 금융권 AI 코딩 에이전트 활용 전망과 대응

1. AI 소버린 트렌드 2026년 들어 전 세계적으로 '소버린 AI(Sovereign AI)'가 국가 차원의 디지털 주권 확보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35%가 독립적인 맥락 데이터를 활용하는 소버린 AI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약 5% 수준에서 2년 만에 7배 성장하는 셈으로, 보안과 신뢰가 핵심인 금융·공공 부문에서 특히 외부 클라우드 의존을 줄이고 자국 내 인프라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 흐름의 대표 사례가 한국은행의 'BOKI(Bank Of Korea Intelligence)'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21일 네이버와의 민관 협력으로 구축한 금융·경제 특화 소버린 AI 'BOKI'를 공개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내부망(온프레미스)에 탑재돼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한 이 플랫폼은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자체 AI를 실제 운영 단계까지 끌어올린 첫 사례로, '망분리 환경에서는 AI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인식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인프라 주권을 확보한 것과, 그 위에서 개발 조직이 AI를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인프라와 모델을 통제 아래 두었다 해도, 그 안에서 개발자들이 AI를 어떻게 쓰고 산출물을 어떻게 관리·검증할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2. 금융시스템 개발팀의 고민 — AI 활용 시 고려사항 AI가 개발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그동안 개발자 개인의 머릿속과 손끝에 있던 통제력 — 일관성, 이력, 책임, 그리고 특정 인물에 의존하지 않는 조직 역량 — 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 실제 개발 조직에서 나온 고민들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된다. ① 결과물 편차 — 결과물의 일관성 문제 개발자마다 AI에게 지시하는 방식이 달라 산출물이 제각각으로 나온다. 요구사항이 구현되어 테스트를 통과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변경 요구사항에 대해 코드 레벨의 결과물이 서로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 규제가 엄격한 금융권에서는 이런 일관성 결여 자체가 실질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② 이력 비대화 — 추적성과 관리 부담의 충돌 AI 제안 반영 시, 수정 이력, 변경에 대한 판단 근거, 대체 방안 등을 문서로 남기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력 자체가 방대해져 관리가 힘들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 이력은 운영 이슈 발생 시 근본 원인과 책임 소재를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줄일 수도 없는 딜레마다. ③ 책임 — AI가 고친 코드는 누구의 책임인가 AI가 수정한 코드의 책임을 개발자에게 둘 수 있을까? 운영 중 치명적 버그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근본 원인(Root Cause)을 분석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개발 효율성과 운영 용이성 사이의 딜레마다. 실제로 AI 수정 사항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과 책임을 설계자나 PM에게 명확히 부여함으로써, 이 딜레마를 조직 차원에서 풀어가는 사례도 있다. ④ 통제 체계의 부재 — 실무 적용 불안과 전문가 의존 탈피의 위험 이제 막 AI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AI 프롬프트(Prompt)의 규칙을 개인·팀·부서 어느 레벨에서 공유하는 것이 맞는지, AI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해도 되는지, 시니어의 검수를 AI 검토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불안이 크다. 그 근저에는 결국 수십 년 경험을 쌓은 전문가의 역량에 기대지 않고도 회사 차원에서 수용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이 고민의 뿌리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 업무 컨텍스트(Context)가 개인의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어, 조직 차원에서 공유되거나 문서화되거나 강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방은 이 컨텍스트를 외부화해 시스템 차원에서 공유·명시·강제하는 것이며, AI 기술도 성공적 적용을 위해서는 AI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더구나 금융권은 망분리 규제로 인해 외부 SaaS형 AI 도구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고, 이 컨텍스트 외부화 장치 자체를 내부망 안에 서비스 형태로 직접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 — 작업 유형별로 반복 가능한 루프를 설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산출물만 제안하며, 팀의 암묵지를 재사용 가능한 컨텍스트로 저장하고, 이력과 책임을 자동으로 남기는 기능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 통합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3. AI 코딩 에이전트(AI Coding Agent)에 필요한 기능 이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AI 코딩 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다음과 같은 기능이 필요하다. ① 기능별로 설계된 루프 엔지니어링 — '결과물 편차' 문제의 해법 개발자가 매번 좋은 프롬프트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커서 위치의 코드를 분석한 맥락(Context) 기반 액션(Action)이나 미리 정의된 명령(Command)이 실행되면, 코드 분석 → 프롬프트 구성 → 응답 생성 → 결과 검증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처리 루프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이때 루프의 실행 공정 자체는 결정론적으로 동작하고, 그 안에서 응답을 만들어내는 AI는 비결정론적으로 동작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라는 점이 핵심이다. 잘 짜인 프롬프트 한 줄이 아니라, 코드 리팩토링이나 테스트 코드 작성처럼 같은 유형의 작업마다 항상 동일한 순서로 반복되는 검증된 루프가 결과를 만들어내므로, 개발자 개인의 지시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편차를 원천적으로 줄인다. ② 신뢰 가능한 빠른 수정(Quick Fix) — '실무 적용 불안'의 해법 이러한 플랫폼은 단순히 수정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실제로 제대로 고칠 수 있는 케이스를 미리 테스트하고 검증해, 개발자가 "신뢰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정 제안만 내놓는다. 예를 들어 비효율적인 문자열 처리나 잘못된 예외 처리처럼 이미 검증된 패턴에 한해서만 AI가 직접 코드를 교체하도록 범위를 좁혀, "AI 코드도 사람 코드와 동일하게 취급"하되 그 신뢰 범위를 시스템이 먼저 검증해 주는 구조다. ③ 검색 증강 생성(RAG) 기반 표준 코드 지원과 맥락 확장 — 컨텍스트의 외부화 고객사·팀별 표준 코드, 개발 가이드, 거래코드, 에러코드, 자주 묻는 질문(FAQ)을 벡터 데이터베이스(Vector DB)에 적재해두고, 개발자는 특정 키워드로 이 적재된 데이터 중 원하는 참조 대상을 명시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컨텍스트가 개인 머릿속에만 있다"는 근본 원인을 그대로 겨냥한 기능으로, 시니어 개발자의 암묵지를 팀 전체가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외부화한다. ④ 커밋 메시지 자동 생성과 채팅 이력(Chat History) — '이력 비대화'의 해법 변경 전후를 분석해 커밋 메시지를 자동 생성한다. 또한 채팅 이력을 통해 멀티턴 컨텍스트(Multi-turn Context)를 유지함으로써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흐름을 이해한다. 문서에 하나씩 더해가며 기록하던 것과 달리, 형상관리 시스템과 연동된 구조화된 커밋 메시지 및 대화 이력으로 추적성을 확보하므로, 이력이 무한히 불어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조회 가능한 형태로 관리된다. ⑤ AI 코딩 에이전트를 통제하는 관리 포털 — '책임'과 '인물 비의존'의 해법 사내에서 AI 활용을 위해 거쳐야 하는 통제 창구로서, 관리 포털에서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 Role-Based Access Control) 기반으로 Role별 메뉴와 기능을 설정하고, 어떤 사용자가 어떤 리소스를 수정했는지 감사 로그로 남긴다. 권한 체계를 '조직(워크스페이스)'과 '업무'라는 2개 계층으로 나누면, 팀과 업무별로 접근 범위를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다. 그 결과 특정 인물의 관행에 의존하지 않고도 조직 차원에서 책임 소재와 접근 범위를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 시스템 자원과 서비스 현황, 사용자별 이용 이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링이 더해지면 운영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4. 자체 AI 코딩 에이전트 활용의 흐름 이러한 기능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흐름은, 개발자의 질의가 여러 단계의 에이전트 처리를 거쳐 신뢰 가능한 결과로 돌아오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1.준비 단계 — 로그인하면 사용자와 개발 도구, 기능에 맞는 프롬프트를 미리 불러온다. 2.요청 — 개발자가 코드 제안을 요청하면, 미리 지정된 기능이면 바로 해당 프롬프트로 처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질의 분석 및 라우팅을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넘겨받는다. 3.분석 — 이 에이전트가 질의 내용을 파악해 가장 알맞은 프롬프트를 골라낸다. 4.자료 준비 — 선택된 프롬프트에 맞춰 필요한 컨텍스트를 찾아 함께 담는다. 5.답변 생성 — 프롬프트와 자료를 거대언어모델(LLM)에 전달해 답변을 만들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자연어 요청 하나로 여러 산출물을 잇달아 만들어내는 자동 생성 흐름이다. 개발자가 채팅창에서 자연어로 SQL 생성을 요청하면서 참조할 테이블을 지정하면, 생성된 SQL을 확인·실행한 뒤 그 실행 결과(컬럼 구조와 데이터 형태)를 기준으로 데이터 접근 코드와 관련 비즈니스 로직까지 연쇄적으로 자동 생성되고, 개발자는 그 결과를 검토해 코드에 반영할 수 있다. 즉 AI가 한 번의 응답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개발 툴과 통합된 여러 단계의 작업을 이어서 처리하는 것이 자체 AI 코딩 에이전트 활용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개발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여전히 사람이 코드를 일일이 검토해야 하는 과도기인데, 문제는 AI가 그보다 훨씬 빠르게 코드를 쏟아낸다는 데 있다 — 코드 레벨 검토를 따라잡지 못하는 순간, 통제의 축은 상위 레벨의 전반적(Overall) 거버넌스로 옮겨간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인간의 역할마저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AI의 일터 환경을 조성하고(Platform Engineer), 현장의 맥락을 전달하며(Context Engineer), 최종 승인을 내리는(Gatekeeper) 시스템 관리의 역할은 이제 기본값이다. 나아가 인간은 단순한 관리를 넘어,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는 목적을 정의하고(Domain Architect), 사람 간의 신뢰를 구축하며(Trust Architect), 결과에 온전히 책임을 지는(Accountable Owner) 주체로서 새로이 자리매김해야 한다. 결국, 소버린 AI 시대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통제하고 책임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권 AI 코딩 에이전트가 가야 할 길도 결국 '더 빠른 개발'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개발'을 만드는 것이다.

2026.08.21 10:35이나경 컬럼니스트

삼양식품, 문체부와 K푸드 알린다…태국 'Love Korea 2026' 참가

삼양식품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태국에서 K푸드를 앞세워 K관광 알리기에 나선다. 삼양식품은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 태국 방콕 센트럴월드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관광 페스티벌 'Love Korea 2026'에 참가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참가는 지난달 31일 문체부와 체결한 방한객 유치 확대 및 한국 관광 해외 홍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의 일환이다. 'Love Korea 2026'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행사로, 이틀간 약 1만명의 현지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은 행사 기간 불닭, 맵(MEP), 탱글 등 주요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부스를 운영한다. 현장에서는 각 브랜드의 주요 제품을 맛볼 수 있는 시식 프로그램을 비롯해 브랜드 특성을 살린 참여형 콘텐츠도 함께 선보인다. 부스에서는 불닭의 매운맛을 단계별로 이겨내는 'Buldak Don't Make a Zeed!' 챌린지, 취향에 맞게 불닭소스를 조합하는 'Sauce Lab', 맵(MEP)을 활용한 참여형 게임 'Crave Out' 등을 진행한다. SNS 참여자에게는 페포(PEPPO) 종이 왕관 등 다양한 굿즈도 제공한다. 삼양식품은 이번 행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불닭뿐 아니라 맵과 탱글의 현지 인지도를 높이고 K-푸드에 대한 관심을 한국 문화와 관광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글로벌 소비자들이 불닭을 비롯한 삼양식품의 다양한 브랜드를 직접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K푸드를 매개로 한국 문화와 관광의 매력을 함께 알릴 수 있도록 폭넓은 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8.21 09:49김민아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AI영화보다 '영화의 AI화'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영화는 언제부터 영화가 되는가. 카메라로 촬영하고 배우가 직접 연기해야 영화일까. 아니면 이미지가 움직이고 이야기가 흐르며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순간 영화가 되는 것일까.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영화 제작방식을 바꾸면서 이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이제 몇 줄의 문장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과 사라진 도시,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까지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AI영화는 영화제와 극장으로 들어왔고 제작사와 VFX 기업들도 제작공정에 AI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질문은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AI'라는 이름을 떼어내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인가. 기존 영화와 다른 자기만의 영상문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AI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작은 쉬워졌지만 영화까지 쉬워진 것은 아니다 AI가 가져온 가장 분명한 변화는 비용과 시간의 장벽을 낮춘 것이다. 과거라면 많은 인력과 자본이 필요했던 장면을 작은 제작팀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이미지의 희소성은 낮아진다. 만드는 능력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힘이 중요해진다.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AI영화를 제작해온 박진호 카이스트(KAIST) 김재철AI대학원 초빙교수의 작업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박 교수는 올해 1월 서울 강남에서 열린 K헤리티지산업포럼 신년 세미나에서 자신의 작업영역을 '헤리티지 AI영화'로 제시하고 '걸리버 율도국 여행기' 등 역사와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소개했다. AI는 정답을 내놓기보다 수많은 가능성을 빠르게 제시한다. 그래서 감독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다. 무엇을 만들고 버릴지, 어떤 장면과 감정을 남길지 결정해야 한다. 프롬프트를 다루는 능력만으로 감독의 역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창작에는 선택과 편집, 리듬 그리고 작품 전체를 책임지는 판단이 있다. 지난해 국립공주박물관이 제작한 단편영화 '한성 475'를 보며 이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생각했다. 475년 한성 함락을 다뤘지만 전쟁의 규모보다 인간의 마음을 따라갔다. 배우의 눈빛과 호흡, 침묵이 스펙터클보다 오래 남았다. 그때 주목한 것은 실사 자체가 아니었다. 기술을 얼마나 사용했느냐보다 서사가 사람에게 어떻게 도달했느냐였다. 나는 콘트라스트와 미장센을 감독의 시선과 철학이 화면에 남는 방식이라고 본다. 무엇을 밝히고 무엇을 어둠에 남길지, 인물과 공간을 어떻게 관계 맺게 할지. 그 선택이 장면의 감정과 의미를 만든다. AI영화도 다르지 않다. 화려한 이미지를 많이 생성했다고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는 생성할 수 있지만 장면의 의미는 연출해야 한다. AI는 제작비를 낮출 수 있지만 취향과 안목, 서사와 세계관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비용의 민주화'가 '완성도의 민주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상업성 역시 기술이 아니라 관객이 증명한다. AI영화보다 먼저 오는 영화의 AI화 실제 상업영화 제작현장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100% AI영화'보다 기존 영화 제작공정의 AI화다. 실사 배우와 촬영을 유지하면서 프리비주얼과 VFX, 배경 확장, 합성, 특수효과와 후반작업에 AI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향은 더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좋은 CG를 보면서 관객이 CG를 계속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AI도 결국 굳이 AI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제작기술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AI영화의 미래'만큼 '영화의 AI화'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먼저 AI영화를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AI를 이용해 더 좋은 영화를 만들었느냐로 옮겨갈 것이다. 그렇다고 AI영화의 장르 가능성을 닫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만으로 예술사조나 장르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반복되는 작품과 고유한 미학, 이를 공유하는 창작자와 관객의 감각이 축적될 때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기술은 출발점을 만들 수 있지만 하나의 사조와 장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작품의 축적과 시대의 선택이다. 그런 점에서 AI영화는 아직 새로운 영상문법을 시험하는 과정에 가깝다. 생성형 AI 특유의 이미지 변형과 공간의 유동성,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표현이 고유한 미학과 서사로 축적된다면 새로운 영상예술의 흐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AI만이 만들 수 있는 영상문법은 무엇인가.' 이 가운데 '헤리티지 AI영화(Heritage AI Cinema)'의 다른 가능성도 엿봤다. 단순히 문화유산을 소재로 AI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록과 고증을 바탕으로 사라진 시간과 공간을 다시 시각화하고, 이를 오늘의 관객이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서사로 전환하는 영역이다. 특히 역사와 문화유산은 AI가 표현의 한계를 넓힐 수 있는 분야다. 박진호 교수도 당시 발표에서 고려 개성 만월대에 도착한 마르코 폴로처럼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역사적 상황을 AI로 연출한 사례를 소개했다. AI의 의미는 기록으로 남은 시간과 장소를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성 475'와 헤리티지 AI영화는 서로 반대편에 있지 않다. 하나는 배우의 실연과 고증으로 인간의 감정을 되살리고, 다른 하나는 사라진 공간과 사건을 새롭게 시각화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종류가 아니라 역사의 기록을 오늘의 경험과 기억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다. 다만 헤리티지를 다룰수록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복원과 추정, 예술적 상상은 구분돼야 한다. 무엇이 기록에 근거했고 어디까지가 학술적 추정이며 어디서부터 창작자의 상상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생성형 AI가 아무리 사실적인 장면을 만들어도 그것만으로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는 사라진 과거를 상상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상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주는 기술은 아니다. 결국 영화가 남기는 것은 감정과 기억이다 지난해 '한성 475'를 보며 나는 역사문화 콘텐츠의 미래를 '감정의 복원'에서 찾았다. 그 생각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AI가 영화를 만드는 지금 더 중요해졌다. 관객은 픽셀의 정확성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한 인물의 눈빛과 선택, 한 장면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작품이 끝난 뒤 남은 감정을 기억한다. AI는 영화의 목적이 아니라 창작수단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질문은 더 중요해진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왜 AI를 사용하는가. 그리고 작품이 끝난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 'AI로 만들 수 있다'는 것과 'AI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영화라면 이야기가 살아 있고 관객의 감정을 붙잡아야 한다. 동시에 AI만이 만들 수 있는 영상문법과 미학도 찾아야 한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AI로 만들었다'고 설명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AI를 잘 사용하는 좋은 영화일 것이다. 기술은 가능성을 만든다. 서사는 그 가능성에 이유를 만들고 미장센은 이야기를 장면으로 조직한다. 콘트라스트는 감정의 깊이를 만들고 그 감정은 기억으로 남는다. 결국 영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AI라는 이름이 아니다. 사람에게 남는 이야기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8.21 08:48이창근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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