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의 AI세상] 구글, AI조직 혁신···어떤 '작품' 나올까
"챗GPT 꼼짝마!" 구글이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라는 새 병기를 선보였습니다. 챗GPT 등장으로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빼앗긴데 따른 대응책입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존 구글 내 '브레인(Brain)'팀과 영국 소재 회사 딥마인드(Deepmind)를 통합한 조직입니다. 딥마인드는 구글이 2014년 1월 5억 달러에 인수한 회사입니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했던 알파고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기업입니다. 구글 '브레인'팀은 AI연구조직인 리서치 산하로 2011년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구글은 다음달 10일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 I/O 2023'을 여는데요, 이 행사를 20여일 앞두고 구글은 이 같은 AI조직 혁신을 발표했습니다. 통합 조직인 '구글 딥마인드' 리더는 딥마인드 대표이자 '체스 천재'로 불리는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입니다. 하사비스는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두뇌 게임을 종목으로 하는 올림픽)'에서 다섯 번이나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라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꼬마(8살)'때 처음으로 체스 토너먼트 우승을 했고 이 상금으로 컴퓨터를 샀다죠. 2010년 딥마인드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주로 런던에 거주하는 그가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AI인재를 어떻게 지휘, 어떠한 '작품'을 만들어 낼지 궁금합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두 개의 세계 수준 AI팀을 결합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Bringing together two world-class AI teams)'라는 제목의 CEO 메시지를 통해 '구글 딥마인드' 탄생을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이 서한에서 피차이는 "이번 통합은 우리의 AI진보에 의미심장한 가속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주목받는 건 두 회사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3월 우리나라에 AI쇼크를 불러온 알파고(AlphaGo)를 비롯해 알파폴드(AlphaFold), 트랜스포머( Transformer), 텐서플로(TensorFlow), 웨이브넷(WaveNet),워드2벡(Word2vec) 등 세계 AI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기술(알고리즘)들을 두 회사가 개발했습니다. 영국에 자리잡고 있는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이어 2018년엔 바이오 분야 신기원을 연 AI '알파폴드'를 내놓으면서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 파악 AI입니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어하는 신약 개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 12일 열린 '단백질 구조 예측을 위한 기술 중요성 평가(CASP)' 학회에서 '알파폴드'는 단백질 43개 중 25개 구조를 정확히 예측, 98곳 연구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2위를 차지한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3개밖에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트랜스포머'도 언어AI에서 한 획을 그은 알고리즘입니다. 구글이 2017년 발표했는데요, 세계를 강타한 챗GPT 역시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어쩜 구글은 적의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셈이네요. '트랜스포머'에 앞서 구글은 2013년 자연어처리 AI기술인 '워드2벡'를, 또 2015년에는 오픈소스 기계학습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를, 2016년 9월에는 딥러닝 기반 음성AI 기술인 '웨이브넷' 논문을 각각 발표했습니다. ■ 2016년 AI퍼스트 표방후 검색·유튜브·메일·휴대폰 등에 AI 활발하게 적용 구글이 'AI 퍼스트'를 표방한게 2016년입니다. 이후 구글은 검색, 유튜브, 지메일, 픽셀폰 등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며 세계 AI 기술계를 리드해왔습니다. 이런 구글이 작년 11월 나온 챗GPT에 이어 올 3월 나온 GPT4로 일격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는데요, 이번 '구글 딥마인드' 설립은 이를 만회할 회심의 카드인셈입니다. 잠시 복기하면, 작년 11월 챗GPT가 나오자 구글 직원 일부는 회사의 느린 AI대응에 불만을 품고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구글은 오픈AI와 생성AI 대표적 스타트업인 스태빌러티AI(Stability AI) 등에 비해 걸음이 느렸습니다. 이들 스타트업이 발빠르게 AI 제품을 상용화한 것과 달리, 구글은 자사의 가장 강력한 이미지와 텍스트 AI모델을 한정된 그룹의 테스터들에게만 공개했습니다. 이는 빅테크 기업이다보니 스타트업처럼 함부로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소위 '유명세 위험(Reputation risk)'이 있었고, 또 예전에 AI윤리 문제로 곤혹을 치른 바도 있어 제품 출시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여기에 현재 구글은 미국 사법당국과 검색 및 광고 독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1만2000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원을 감원하는 등 여러모로 몸을 낮추는 '로키(low key)' 전략이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즉, 구글에 비해 잃을 게 없는 오픈AI는 완성도가 100%가 아니더라도 일단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결함을 보완하면 되지만 구글같은 거대기업은 그랬다가는 큰 코 다치겠죠.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여서 오는 7월 초거대 AI언어모델을 내놓을 네이버도 노심초사하며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챗GPT에 대응해 '바드' '매자이' 등 선보여 챗GPT에 놀란 구글이 AI 분야 주도권을 다시 찾기 위해 바로 내놓은 제품이 지난 2월 선보인 제품이 '바드(Bard)'라는 AI챗봇인데요, 당시 '바드'는 시연에서 오답을 내놓는 바람에 모기업 알파벳 주가가 7%넘게 폭락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어 구글은 지난 3월 AI를 활용해 이용자 업무를 돕는 구글 워크스페이스용 AI 기능을 공개했고, 다음 달에는 개발자 행사에서 검색엔진에 파워풀한 AI 기능을 적용한 '매자이(Magi)'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MS의 '빙'과 정면대결하겠다는 거죠. '메자이'는 현재의 구글 검색보다 훨씬 뛰어난 개인 특화 정보를 알려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대화 기능이 현저히 좋아질 전망입니다. 챗GPT처럼 코드를 짜주는 기능도 갖출 것으로 보이는데요, 뉴욕타임즈는 160명 이상 구글 엔지니어들이 '메자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구글은 '매자이' 기능을 처음에는 1백만명에게 공개했다 추후 3000만명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메자이' 외에도 구글은 지난 2월 큰 코를 다친 '바드'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내놓을 예정인데, 기반인 언어모델을 변경합니다. 기존에는 람다(LaMDA, 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였는데 이를 PaLM(Pathways Language Mode)으로 바꿔 내놓을 예정입니다. PaLM은 구글이 지난해 4월 공개한 언어모델로 5400억 개 매개변수를 지닌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입니다. '바드'는 지난 19일 한국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 하사비스는 부상하고 제프 딘은 물러나고...새 리더십 주목 하사비스가 통합 조직인 '구글 딥마인드'를 맡으면서 구글 '브레인'팀을 이끌었던 제프 딘(Jeff Dean)은 매니징(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그는 수석 과학자로 일하며 피차이 CEO에게 직접 보고합니다. 하사비스는 인지신경과학자로 2010년 무스타파 슐레이만 등 두명과 함께 2010년 런던에서 딥마인드를 설립했습니다. 1976년 런던에서 그리스계 아버지와 싱가포르계 어머니 사이에서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13세 때 세계 유소년 체스 2위에 오르며 체스 영재로 주목받았습니다. 17세에는 수백만 개가 팔린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 파크(Theme Park)'를 개발했습니다. 1997년 22세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고, 1998년에는 비디오게임 회사 엘릭서 스튜디오(Elixir Studios)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듬해인 2010년에 딥마인드를 창업했습니다. 영국왕립예술협회 특별회원이며 2014년에는 '뮬라드상(Mullard Award)'을 받았는데, 이 상은 자연과학과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 등에서 영국의 번영에 중요한 학술적 성과를 낸 사람에게 영국왕립협회가 매년 수여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딥마인드는 오픈AI처럼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요, 회사 홈페이지에 “미래 인간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학적인 난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AI를 개발한다"는 '멋진' 문구를 걸어놓고 있습니다. 특히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에 인수된 후 '독자성'을 계속 추진해왔는데요, 구글에 비영리기업 같은 조직 체계를 수년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제프 딘(Jeff Dean)은 구글의 핵심 AI인력입니다. 1968년생인 딘은 하와이에서 출생했고 미네소타 대학에서 컴퓨터과학(CS)으로 학사를, 또 워싱턴대학에서 컴퓨터과학/엔지니어링으로 석사, 1996년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구글에 들어왔는데 구글에 합류하기 전에는 DEC/컴팩(DEC/Compaq)의 웨스턴리서치 연구소에서 일했습니다. 구글에 온 딘은 여러 업적을 남겼습니다. 확장성이 뛰어난 데이터베이스인 '스패너(Spanner)'와 대규모 반(半) 구조 저장시스템인 '빅테이블(Bigtable)', 대규모 데이터 처리 애플리케이션용 시스템'맵레듀스(MapReduce)', 오픈소스형태 온디스크 키 밸류 스토어 '레블DB(LevelDB)', 오픈소스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텐서플로(TensorFlow)' 등이 그의 리더십하에 구글에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딘은 구글 AI 연구원이었던 '팀닛 게브루(Timnit Gebru) 사건'으로 구설에도 오르기도 했습니다. 게브루는 구글 AI윤리연구소 공동 기술리더로 재직했는데 지난해 12월 사내 그룹 메일로 구글의 인종·성별 편향성 문제를 제기했고, 이것이 문제가돼 해고됐습니다. 에디오피아에서 태어나 미국 비자를 거부하다 정치 망명이 인정돼 미국에 정착한 그녀는 세계적 AI학자인 페이 페이 리에게서 박사 지도를 받았고 '구글 윤리 사건'으로 세계 위대한 50인 리더 중 한명으로 선정됐으며, 네이처의 2021년 과학계를 바꾼 10명 중 한명에, 또 타임은 그녀를 2022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4년간 재직하며 구글에 기여한 바가 큰 딘은 매니징 영역에서 벗어나 최고과학자로 있으며 구글의 중요한 AI 기술 및 전략에 계속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