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미디어아트 2.0' 막 오른다…전국 12곳 수놓을 '빛의 향연'
국가유산을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하는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행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오는 14일 진주성에서 열리는 '가온누리 진주성도'를 시작으로 전국 12개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해당 행사는 단순한 야간 영상 투사를 넘어, 국가유산의 역사와 장소성을 예술적으로 해석한 복합문화 콘텐츠다. 영상, 음악, 프로젝션 매핑, 증강현실(AR), 인터랙티브 기술 등을 융합해 관람객에게 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다. 이달 말 군산을 거쳐 9월에는 익산 미륵사지, 경주 대릉원, 부여 정림사지, 강화 고려궁지, 철원 노동당사, 아산 이충무공 유허, 통영 삼도수군통제영으로 무대가 확장된다. 이후 양산 통도사와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을 지나 11월 여수 진남관에서 올해 일정을 마무리한다. 각 지역은 왕도, 전쟁, 평화, 불교문화 등 고유의 역사와 기억을 콘텐츠로 풀어낼 예정이다. 시각적 화려함을 넘어 국가유산의 이야기를 지역만의 경험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것이 올해 사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미디어아트 2.0' 국가유산청은 2026년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지역 대표유산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야간 특화 콘텐츠 방향성을 '미디어아트 2.0'으로 제시했다. 내·외국인의 지역 체류를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다만 세부 목표와 추진체계, 콘텐츠 자산화 및 사후 활용 등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는 완성된 정책 집행보다는 전국 현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2.0의 실질적 내용을 채워가는 출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을 주관하는 국가유산청 교육활용과는 지역별 성과를 다음 연도 정책과 예산에 환류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관람객 수, 국가유산 인식 변화, 지역 소비, 콘텐츠 아카이빙 성과 등을 공통 지표로 축적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장 제안, 지역 정책연구로 확장 이창근 헤리티지랩 소장은 앞서 기술과 장비의 양적 확대를 넘어 유산 경험과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미디어아트 2.0의 구체적 방향을 제안한 바 있다. 지역 제작 콘텐츠와 디지털 에셋을 단년도 행사로 소진하지 않고 지식재산권(IP)으로 축적해 원소스멀티유즈(OSMU)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소장은 “유산이 지닌 시간과 이야기를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롭게 감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며 “콘텐츠 저작권, 지역경제 파급, 사후 활용 실적을 공통 기준으로 관리하고 다음 공모와 예산에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역 정책연구로도 이어졌다. 박정숙 청주시정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4월 발간한 이슈브리프를 통해 청주 고유의 서사와 지역 예술자원, 야간관광을 결합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청주시립예술단과 연계한 융복합 공연, 육거리 야시장 등 기존 자원의 연계, 콘텐츠 디지털 자산화와 OSMU 전략 등을 주요 과제로 짚었다. 2027년 공모, 미디어아트 2.0 정책화는 과제로 국가유산청은 올해 행사와 함께 2027년 개최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27년 공모계획의 평가항목과 배점 등 큰 틀은 사실상 2026년과 동일하게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츠 지속 활용과 지역사회 기여라는 포괄적 기준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제안된 IP·OSMU나 디지털 자산화 전략 등이 2027년 공모의 독립적인 평가항목으로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업 규모와 행정관리 기준에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미디어아트는 지자체 사업 등 총 13건(전체 국비 109억 700만원)으로 추진되나, 2027년 공모계획에는 선정 지자체 6곳 내외, 전체 국비 54억 원 규모가 제시됐다. 동일 국가유산 중복 신청 금지 등 관리 기준도 강화됐다. 업계에서는 국가유산청이 제시한 미디어아트 2.0을 실질적 정책 전환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성과관리 체계의 후속 개편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전국 12개 현장은 미디어아트 2.0의 실제 내용을 채우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장의 성과가 객관적인 데이터로 축적되어 다음 공모와 중장기 육성정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제도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