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법 반대?...오픈넷 설문조사 왜곡 편향 논란
사단법인 오픈넷이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반대 의견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응답자에게 편향된 가정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왜곡된 응답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일 오픈넷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엿새 동안 온라인 패널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반대한다 43.7%, 찬성한다 30.1%,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26.2%로 조사됐다는 결과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오픈넷은 전국 만 19세 이상 만 59세 이하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응답률은 17.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의 경우 ±3.10%p라고 밝혔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사실상 구글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익단체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편향된 설문으로 특정 응답을 유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왜곡된 설문...후원기업 입맛에 맞는 답변 유도 여론조사 설문에는 “인터넷 사업자(ISP)들이 인터넷망 유지비용을 부담시킨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접속비용 외의 별도의 추가 요금 징수를 요구해왔다”고 전제했다. 설문에서 제시한 내용과 달리 망 사용료는 별도의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다. 특히 구글과 같은 회사들이 국내 ISP에 지불하는 비용은 없는 반면 설문조사는 별도 요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허위 주장을 펼쳤다. 설문은 또 “망 사용료법이 통과돼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국내 인터넷 사업자와 접속하는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 해외 콘텐츠 사업자는 화질을 낮추거나 이용요금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시했다. 이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특정 기업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해 반대 답변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트위치는 화질을 낮춰 논란이 일자 망 사용료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해 논란을 빚었다. 유사하게 망 이용계약을 맺고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애플tv, 디즈니+를 비롯해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화질을 낮추거나 이용요금을 높이지 않았다. 반면, 망 사용료를 내지 못하겠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를 통해 망 이용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넷플릭스는 이와 무관하게 지난해 11월 최대 17.2%의 월 이용료를 인상했다. 역시 망 이용계약 체결을 맺지 않고 있는 구글 역시 유튜브 프리미엄 월 이용료를 지난 2020년 일시에 20.3%나 인상했다. 설문에서 망 사용료 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법안 자체가 망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주장까지 실었으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계약 관련 소송 1심에서 망 이용대가는 망 중립성과 무관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즉, 이 사안에 대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단체가 국내 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설문 문항을 꾸려 후원기업의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불리한 설문조사 결과는 쏙 빼버린 보도자료 이처럼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망 사용료 법을 반대하는 기업의 입맛에 맞도록 설문을 설계했지만 모든 조사 결과가 이들 기업 입장에 우호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총 11개 문항의 설문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를 두고 입맛에 맞는 결과만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왜곡된 설문으로 인한 답변 유도에 이어 이같은 행위는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해외 콘텐츠 사업자(CP)가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다”는 설문에 51.6%의 응답률을 기록하고, “해외 CP가 국내 ISP에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는 35%가 응답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구글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은 역차별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이들이 아니라고 응답한 이들보다 많았지만, 오픈넷의 보도자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구글, 넷플릭스의 추가 비용을 납부하지 않는 게 잘못됐다고 응답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픈넷이 강조한 망 사용료법에 반대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 CP의 캐시서버 이용을 두고 “해외 CP가 대가마저 내지 않는 것은 인기를 바탕으로 한 갑질”에 응답한 이가 44.8%, “해외CP와 국내 ISP 간 윈윈”에 응답한 이는 41.8%다. 설문조사에서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CP의 갑질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더 많이 나왔지만 오픈넷의 보도자료에서는 빠져있다. 긴급 이사회 열리는 날 불거진 왜곡 논란 오픈넷의 행태를 두고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픈넷은 이날 저녁 기부금의 불투명한 운영 논란을 두고 이를 점검하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비영리 법인은 기부금을 회원의 이익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오픈넷의 A 이사가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에 약 1억800만원을 지출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오픈넷 이사회는 이를 긴급 점검키로 했다. 공익법인설치운영법 위반 사례로 법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고, 오픈넷의 정관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다루는 안건은 총 3가지다. 기부금을 통한 공익소송비용 외에도 넷플릭스 연구용역 수주 명목으로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출장 지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랭킹디지털라이트(RDR)가 발행하는 빅테크 기업 조사보고서에 오픈넷이 참여하는데 조사 대상인 국내 기업 카카오에서 기부를 받은 것도 적절한지 논의될 예정이다. 모든 안건에 A 이사가 관여됐으며, 오픈넷 이사회는 문제 소지가 있는 점에 대해 적정성 여부를 따진다는 방침이다. 황성기 오픈넷 이사장(한양대 법학대학원 교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행이사가 사실상 사무국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모든 안건에 연루됐다”면서 “이사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내부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런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픈넷 측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1. 오픈넷의 공익소송비용 1억여원이 이사가 고문으로 있는 1개의 로펌에 지급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오픈넷은 세법상 공익법인으로서 매년 국세청에 법인의 운영과 재정에 대해 공시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세무보고를 할 때 세무사의 조언을 들어 공익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인 오픈넷 직원들의 급여를 공익소송사업비에 포함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의 경우 공익소송사업비 108,432,587원 중 소송을 대리하는 로펌에 집행된 실제 금액은 5백 5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억여원은 모두 변호사 직원들의 급여입니다. 공시자료에서는 각 사업별 “대표 지급처” 한 곳만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며, 공익소송사업비로 지출한 내역 중 위 법무법인을 대표로 기재한 것입니다. 즉, 이 기사는 공익소송비용 전체 금액의 지급처가 아닌 지급처 중의 하나를 기재한 것을 오독한 것입니다. 자료에 수혜인원 수가 10명으로 되어 있는 것만 보았어도 한 곳에 총액이 지급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 악의적인 오독입니다. 이 비용 마저도 오픈넷의 일반예산을 쓴 것이 아니라 이 소송의 당사자인 국제기구 위민온웹 재단이 오픈넷에 세미나 등의 소송활동 지원을 위해 입금한 금액을 지출한 것입니다. 참고로 위 소송은 저소득층 및 임신중단 금지국 여성들에게 약물에 의한 임신중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위민온웹 재단의 웹사이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한 것에 대한 소송입니다. 이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은 10여년 전 소위 '미네르바' 형사재판과 관련 법률인 허위사실유포죄 위헌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세월호 사태 관련 정부비판 글을 쓴 사람의 형사재판 변론 등 무료소송을 담당해오면서 관련 오픈넷 박경신 이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박경신 이사는 해당 법무법인과 무보수의 고문관계를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2. RDR 연구 참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또 오픈넷의 과거 RDR 사업 참여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보도도 있습니다. RDR은 New America라는 해외 재단이 수행하는 세계 IT 기업의 인권 보장 수준을 평가하는 연구사업입니다. RDR팀은 '평가를 받는 곳이나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재단이 자신의 연구사업 운영에 있어 내부적으로 수립하고 있는 원칙이지 오픈넷과 같은 외부단체에 적용하는 원칙이 아닙니다. 오픈넷은 당시 단체로서 RDR 사업에 참여한 것도 아니며, 오픈넷의 직원들이 개인 연구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참가한 오픈넷 직원들은 RDR이 요구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소속 기관(오픈넷)이 평가대상 기업인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구글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RDR팀에 사전에 신고하고 RDR팀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였습니다. RDR팀은 2022년도에는 위와 같은 독자적 사업을 한국 내에서 시행해줄 것을 오픈넷에 요청했습니다. RDR팀은 오픈넷이 평가 대상 국내외 IT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단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먼저 오픈넷 측에 본 연구사업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오픈넷은 이러한 요청에 따라 본 연구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며 위의 가이드라인 및 이해상충 저감조치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내외부의 규정 위반이나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평가대상 기업의 후원 사실은 독자들의 오픈넷의 평가보고서에 대한 신뢰도 판단에서 감수될 부분에 불과하다고 할 것입니다. 3. MWC 출장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마지막으로 넷플릭스 후원과 MWC입니다. 오픈넷은 기업으로부터도 기부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픈넷은 후원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대가성 기부도 받지 않으며, 기부금 사용에 대하여 후원자들로부터 일체의 간섭이나 개입을 받지 않습니다. 단체의 독립성, 중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이 설립 원칙은 10년간 꾸준히 유지되어 왔습니다. 오픈넷이 넷플릭스로부터도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며, 유럽 망사용료법 논의 동향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금도 있습니다. 이 후원금 중 일부를 MWC 출장에 이용한 것은 오픈넷이 해당 연구 및 단체의 망중립성 이슈 관련 활동에 필요하다는 자율재량적 판단에 기한 것이며, 넷플릭스가 MWC 출장을 조건으로 후원한 사실은 없습니다. 이번 MWC 출장과 관련한 활동, 연구 역시 어디까지나 오픈넷이 2013년 설립 당시부터 일관적인 목소리를 내어온 망중립성 이슈 관련 활동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입니다. 4. 이사장 해임에 대해 위 의혹들은 지난 3월 13일에 오픈넷의 이사장이 오픈넷 내부에서 제기한 이후에 기사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픈넷 이사회는 아래와 같이 이사장이 단체의 존립을 위험하게 하는 여러 위해행위를 하여 이사장 선임의 전제인 법인과의 신뢰관계가 상실되었고, 무엇보다 이사장이 스스로 제기한 문제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개선해 나갈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과반수의 찬성 표결로 이사장을 해임하였습니다. 1) 위 의혹에 대한 이사장의 문제제기가 합리적 의심을 넘어 위법에 대한 예단이 지나친 나머지 2) 당사자가 내부절차를 통해 수차례 거듭하여 충분한 해명을 했음에도 오히려 위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서 “회계부정” “공익법인 취소”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의 사실과 동떨어진 기사들이 연이어 발행된 점 3) 과반수 이사가 목적을 제안하여 정관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소집된 긴급이사회 안건을 이사장 본인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더 나아가 다른 이사들의 동의도 없이 이사회 일정과 안건을 언론에 사전 공개하여 동료 이사간 자유롭고 합리적인 대화를 저해하려 한 점 4) 이사회에서 세무대리를 직접 담당한 세무사 및 담당 직원의 확인서 및 진술 등을 통해 과반수 이상의 이사가 위법으로 볼 여지가 전혀 없다는 판단에도 본인의 고압적 문제제기로 인한 조직 와해에 대해 어떠한 사과의 의사도 표명하지 않은 점 5) 이사장 해임에 앞서 본인이 제기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개선해 나갈 직무대행에 의한 문제해결이라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이 같은 의사결정을 한 동료 이사들에게 오히려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등 동료 이사와의 신뢰를 스스로 파탄낸 점 6) 이사장의 임기가 1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가 희박한 의혹들을 이유로 돌연 사무국 업무중단 및 기결정된 예산 집행 정지를 요구하고 법인직인, 금융공인인증서 및 관련 비밀번호, 회계자료 일체의 제출 등의 업무에 부담을 주고 외부유출이 염려되는 요구를 하고, 동료 직원들에게 공식석상에서 반말, 모욕, 협박성 발언을 일삼은 오픈넷 직원에 대한 동료 직원의 징계요청을 묵살하는 등 사무국 및 사무국 직원에 대한 공정한 관리 능력을 상실한 점 5. 추후조치 오픈넷은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정수 이사를 필두로 해당 제기된 의혹들 외에도 세법상 공익법인으로서의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외부회계감사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