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상반기 실적 주춤...이커머스 개편·멤버십 전쟁 주목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는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온·오프라인 모두 타격을 입었다. 백화점과 홈쇼핑, 이커머스 모두 성장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역성장하는 곳도 있었다. 엔데믹으로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미 닫힌 지갑은 잘 열리지 않았다. 하반기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 속에, 소비자심리지수가 차츰 회복되고, 금리도 하락세를 보여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엔데믹 효과 못 본 백화점, 홈쇼핑은 '위기'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의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2분기 매출이 1조7천억원, 영업이익은 1천500억원으로 예상돼 지난해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매출 1조2천억원, 영업이익 700억원대로 매출은 소폭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이 포함된 롯데쇼핑의 경우 매출액은 3조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870억원으로 약 1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에서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백화점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업태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오프라인 중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줄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구매건수와 구매단가 모두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계속 인상하면서 명품 매출은 하반기에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소비심리가 차츰 회복되면서 상반기보다는 여행 관련 전체적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면세점 사업에서도 손실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쇼핑도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1분기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CJ온스타일의 매출액은 1조원대로 전년 동기대비 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급감했다. 팬데믹 장기화로 오프라인 소비자를 끌어모아 한 때 특수를 누렸던 홈쇼핑 업계는 앤데믹의 타격을 세게 받았다. 송출 수수료 부담도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 2월부터 하루 6시간씩 새벽방송 송출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하반기에는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전체적인 취급고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홈쇼핑 또한 8월 1일부터 방송을 재개하면서 2분기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기대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늦춰진 IPO...M&A·멤버십 격돌로 '분주' 이커머스 업계는 올해 인수합병(M&A), 멤버십 경쟁 등으로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경색된 글로벌증시 상황으로 인해 컬리와 오아시스마켓, SSG닷컴 등이 기업공개(IPO) 추진을 중단했다. 반면 쿠팡은 올해 1분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역량을 입증했다.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은 지난해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위메프, 인터파크쇼핑까지 차례로 품었다. 급기야 최근 큐텐은 11번가 인수까지 노리며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네이버, 쿠팡에 이커머스 선두 자리를 내어준 이들 기업이 모기업을 큐텐으로 맞이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 중이다. 지난해부터 IPO를 추진해 온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올해 초 상장 철회를 공표하면서 올해도 이커머스 기업 상장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오아시스마켓은 2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원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자, 상장 계획을 미뤘다. 컬리 역시 1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재추진 의사를 밝힌 뒤, 상장 관련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SSG닷컴도 2021년 미래에셋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지난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해 왔으나, 현재는 상장 절차를 밟기에 앞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다수 이커머스 기업이 적자 폭을 줄인 정도에 만족했던 1분기였지만 쿠팡은 3분기 연속 흑자를 거듭하며 계획된 적자 전략을 다시 입증했다. 올해 1분기 쿠팡 매출은 7조3천9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천36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천37억원), 4분기(1천133억원)에 이어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흑자까지는 아니지만, 컬리도 1분기 매출 5천96억원, 영업손실 3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손실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급여와 포장비, 광고선전비 등 판매 관리 비용을 줄인 덕이다. SSG닷컴도 지난해부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세 곳, 전국 100여 곳 피킹앤패킹 센터를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패션·뷰티·명품 등 고마진 상품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 1분기 순매출액 4천21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비 101억원 개선한 -156억원을 기록했다.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한 멤버십 강화도 상반기 유통 업계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신세계 그룹은 연회비 3만원에 이마트·지마켓·SSG닷컴·스타벅스·백화점·면세점 6개 사를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출시했다. 신세계는 최근 토스와도 멤버십 파트너십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팡도 올해 들어 와우 멤버십 서비스에 쿠팡이츠 주문시 10% 할인을 제공하고, 지난달 쿠팡플레이 존윅4 공개, 이달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초청 경기를 개최하는 등 멤버십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컬리는 최근 기존 유료 구독 서비스 컬리패스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연내 새로운 유료 멤버십 서비스 '베네핏'을 정규 출시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이커머스 업계는 네이버, 쿠팡, 신세계(SSG닷컴·지마켓), 큐텐 중심으로 시장이 한 차례 재편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멤버십과 특화 서비스를 앞세운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