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퇴출된 BJ, 틱톡·유튜브로…"동일 규제 장치 필요"
# 동료 인터넷 방송인(BJ)들과 음주 후 수위 높은 욕설·혐오표현을 방송으로 내보내던 한 BJ는 아프리카TV로부터 수차례 경고 끝에 '영구정지(방송금지)'를 당했다. BJ는 곧 다른 플랫폼으로 적을 옮겨 방송을 다시 진행했다.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상 자극적인 내용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마땅한 제재 수단 없이 사후 규제에 그쳐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플랫폼에서 정지 처분을 받아도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 방송을 이어가다보니 큰 사건·사고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두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가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해외 플랫폼이 도피처로 떠오르며, BJ들 사건·사고를 초래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1인 방송인은 아프리카TV를 통해 게임·육아·먹는방송(먹방)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자유롭게 생방송 콘텐츠를 만든다.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고 있는 BJ 수는 3만명가량으로 추산되며, 월 이용자수는 평균 200만명을 웃돈다. 유해 콘텐츠를 근절하고자 아프리카TV는 자체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방송 전 사전 대응책과 실시간 콘텐츠, 그리고 사후 조치 등 부적절한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대비 체제를 갖췄다. BJ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기 전 단계부터, 청결한 콘텐츠 조성을 위한 캠페인 진행 등 시스템을 갖췄다. 또 ▲모니터링팀 상시 운영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란물 차단 '태권S' ▲욕설 채팅을 제재하는 '태권A'로 유해 콘텐츠를 필터링하고 있다. 이용자 신고센터도 꾸려, 운영자가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아프리카TV에서 부적절한 콘텐츠를 배포한 BJ의 경우, 사안의 이슈와 수위, 내용 경중 등을 고려해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회사는 유해 콘텐츠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BJ에 대해서는 정기교육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 생방송이란 특성 탓에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외산 플랫폼이다. 아프리카TV에서 영구정지 당해도, 유튜브와 트위치, 틱톡 등에서 바로 실시간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튜브도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다. 유튜브에 따르면 ▲위급한 신체적 상해 위험이 있는 도전 ▲피해자가 위급하고 심각한 신체적 위험에 처했다고 믿게 만들거나 미성년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는 장난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기 위한 행위를 하는 방법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내용 ▲중독성 마약 흡입 또는 제조 ▲절도·속임수 방법 안내 등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 금지사항을 위반하면 대개 처음에는 채널 제한 조치 없이 방송인에게 주의만 준다. 수시로 제재 콘텐츠를 게재하면, 채널 경고 조치가 적용되며 90일 이내 경고를 3번 받게 될 경우 채널이 폐쇄된다. 트위치도 유튜브처럼 유해 콘텐츠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때 제재 조처한다. 트위치에서 임시 정지 조치를 받은 BJ는 최대 30일까지 계정을 이용할 수 없다. 임시 정지 기간이 지나면 다시 서비스를 이용이 가능하지만, 반복해서 임시 정지 처분을 받으면 무기한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틱톡도 음주 방송에 경고를, 이어 누적 시 후원 중단 규제를 가한다. 그러나 BJ들은 새 계정을 계속 만드는 방식 등으로 이용 원칙을 우회해 방송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튜브의 경우 실시간 방송되는 유해 콘텐츠도 제재한다고 하지만, 주로 시청자들 신고에 의한 사후 조치로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일어난 극단적인 선택을 한 BJ 방송도 스트리밍 종료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플랫폼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실시간 방송 후 BJ가 개별적으로 게재하는 영상물 관리는 회사 차원에서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실시간 방송은 동시다발적으로 서비스돼 불건전한 내용을 적발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은 전 세계적으로 방송이 뻗어나가 모니터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류에 전문가들은 해외 플랫폼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실시간 방송되는 유해 콘텐츠를 일정 시간 내 차단하거나, 이용자 신고가 일정 숫자 이상 누적되면 즉각 블라인드 조치를 취하는 등 실효성 있는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플랫폼만 엄격히 규제하는 것으로는 유해 콘텐츠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해외 플랫폼들도 실시간 콘텐츠 모니터링에 더해, 즉각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유롭게 플랫폼을 옮겨 수익을 얻을 수 있는 BJ 중심의 스트리밍 서비스 특성상 국내외 플랫폼에 동일한 제재안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아프리카TV가 사전 조치 방안을 구비한 데 반해, 유튜브나 트위치 등 해외 플랫폼은 방치하게 되면 미디어 플랫폼 산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도 엄중한 잣대로, 한국만의 특수성을 띤 법안을 마련해 바람직한 플랫폼 시장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BJ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모든 콘텐츠를 사전 모니터링 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도 “플랫폼 기업들이 실시간 방송에 따른 부작용을 인지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적극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국내 플랫폼 대비, 글로벌 기업들에 느슨한 제재를 가하는데, 이 역시 물리적인 규제 방법이 무엇인지 정치권에서 강경하게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