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헤디트] 헤리티지 기반 K-콘텐츠, 디지털 유산 한류
문화재가 계승과 활용, 미래를 중심축으로 하는 국가유산 체제로 대전환한다. 그 중심에 변화와 혁신에 대한 어젠다로 디지털이 부상하고 있다. K-컬처의 원형으로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헤리티지 기반 K-콘텐츠'다. 국가유산 콘텐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 7월부터 제2회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 경진대회가 진행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주최하고 한국전통문화대학교(총장 강경환)가 주관했다. 그동안 문화재청이 축적·개방해 온 국가유산 디지털 원천기록 데이터를 활용해 웹툰, 미디어아트, 디지털 재현이나 가상복원, 확장현실에 쓰이는 아바타, 솔루션을 경연하는 대국민 프로젝트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의 세계국가유산산업전(9월 14일~16일) 기간 중 15일 10시 주무대에서 시상식을 거행한다. 7~9월 한국전통문화대 인터랙티브 디지털 헤리티지 연구소(소장 유정민 부교수, 문화유산산업학과)와 위프코(사업총괄 김시로 부사장)가 사무국을 운영하며 경진대회 지원을 총괄했다.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 경진대회 심사위원회(위원장 박진호 고려대학교 버추얼 스마트시티 시각화시스템 융합교육연구단 연구교수)가 기획력, 창의성, 활용성, 대표성, 충실성을 1차(서면평가)와 2차(대면발표평가)에 걸쳐 종합해 응모작 82점 중 18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평가에는 박진호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류희상(인디고 이사), 문선균(유니티코리아 매니저) 송창환(젤리펀치 대표), 신광섭(에픽게임즈코리아 본부장), 안형기(한국고고환경연구소 실장), 이재욱(혜안미디어 대표), 정성혁(테라픽스 대표) 위원과 필자가 심사와 멘토링에 참여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유산의 미래가치 창출이다. 새로운 산업영역 개척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의 관광콘텐츠이자 미디어 예술작품 향유 등 국가유산 혁신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총 2개 분야 중 디지털 기획·콘텐츠 분야는 디지털 국가유산 활용 아이디어, 3D 모델링, 3D 프린팅 등이 접수됐으며, 메타버스 분야는 국가유산을 활용한 아바타 디자인, 오브젝트 모델링 등이 출품됐다. 분야별 학생부와 일반부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고, 출품된 82개의 작품은 최우수상 4점, 우수상 4점, 장려상 8점, 특별상 2점까지 총 18점을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작품은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멘토링을 진행해 수준을 한층 높였으며, 이번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특별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향후 유니티와 언리얼 플랫폼에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국가유산 원형기록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서도 개방된다. 15일 경주에서 열리는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수상, 전시로 공개되는 작품의 면면을 심사위원장으로 경진대회를 이끌었던 박진호 고려대 교수와 지난 13일 인터뷰를 통해 살펴봤다. 우선 학생부 디지털 기획‧콘텐츠 최우수상(문화재청상)은 '팔각보드게임'(구갈중학교 신예원)이 선정됐다. 전통문화로 디자인된 팔각의 카드에 문화재 설명을 연계해 놀이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학생부 국가유산 메타버스 최우수상은 '조선왕실의 생일잔치'(중앙기독초등학교 김서진, 김예준, 김서은)가 선정됐다. 조선왕실 의궤에 기록된 생일잔치(진찬연)를 소재로 네이버 제페토(ZEPETO)에 메타버스 월드를 구축하고 아바타를 제작했다. K-헤리티지 챗GPT와 인공지능 일반부 디지털 기획·콘텐츠 분야에서는 '생성 AI(챗GPT)를 활용한 K-헤리티지 GPT'(유메타랩 서승완, 채시은, 류동은)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AI가 국가유산 콘텐츠와 역사적 사실을 학습하여 이용자 맞춤형 국가유산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심사위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박진호 심사위원장은 “K-헤리티지 GPT는 역사문화유산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AI 시대에 걸맞게 새롭게 재해석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API 기반의 VR/AR 콘텐츠 형태로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여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를 넓히고자 의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전 세계적 챗GPT 열풍이 세계를 강타했던 때라 시의적절한 기술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 박진호 심사위원장은 “사실 챗GPT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유산 분야에도 챗GPT가 등장해 주었어야 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현재 미국의 거대 기업 구글의 거대생성 AI인 '바드'나 OPEN AI사(社)의 제품인 'Chat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에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데이터 어셋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게다가 특유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인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맥북을 던진 것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답변이 나오는 등 많은 이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남용될 소지가 있어 우려스러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 문화유산 특화 인공지능' 서비스가 무척이나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심사했던 필자도 K-헤리티지 GPT는 국내 문화유산 콘텐츠를 학습한 GPT 모델로, 역사적 사실과 문화유산 정보 바탕의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음을 파악했다. 최종적으로 K-헤리티지 GPT는 디지털 휴먼 아바타 생성 엔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았다. 박진호 심사위원장은 “K-헤리티지 전용 GPT 모델 개발을 통해 전통문화와 국가유산을 현대적이면서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AI 챗봇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메타버스와 결합하여 새로운 콘텐츠 제공 및 디지털 국가유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것은 인공지능(AI)을 문화유산 분야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사례로서, 향후 문화유산 관리 전반에 걸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K-헤리티지GPT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의미와 재미있는 스토리를 생성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습니다. 이런 문화유산 GPT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졌던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휴먼을 통한 역사인물 재현 일반부 국가유산 메타버스 최우수상은 'AI 기반 조선시대 초상화 디지털 휴먼'(이정하, 노한나, 이재원)이 선정됐다. 조선인이라는 타이틀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초상화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과거 인물의 모습을 예측하고 재현한 기술이다. 소실된 건축 유산들의 디지털 복원은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인물을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형체가 어느 정도 남아있거나 기록을 통해 디지털로 복원하는 것보다 난이도 높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진이나 영상 등 사료가 남아있지 않고, 일부 어진과 초상화 등 그림 그리고 용모에 대한 글 등 추상적인 기록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 인물을 실제에 가까운 형태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통해 실제 얼굴을 추상할 수 있는 얼굴 전문가나 역사 전문가들의 견해가 중요하다.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과정은 많은 시간을 소요하며,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역사인물의 디지털 복원 작업이 더뎌지는 상황이다. 여러 문화유산 중에서도 특히 역사적 인물에 대해 유골, 사진을 기반으로 디지털 휴먼으로의 복원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왔다. 예컨대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가로 이번 경진대회의 심사위원장인 박진호 고려대 교수가 재현한 '백제인의 얼굴(2013), 우리나라 AI기업 비빔블에서 만든 안중근 의사(2019), 백범 김구(2019), 윤봉길 열사(2019) 등이라 하겠다. 박진호 심사위원장은 “그동안 디지털 휴먼 복원은 대부분 전문가의 주관적인 해석에 기반하여 진행돼 왔습니다. 실제로 2021년 문화재청에서 발행한 '미래 문화재 정책과 행정서비스 혁신을 위한 문화재 디지털 대전환 계획'을 살펴보면, 전문가 중심의 주관적, 경험적 의사결정을 지적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객관성, 투명성, 합리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따라서 이번에 제출한 '조선인(朝鮮人)' 디지털 휴먼은 조선시대 초상화를 기반으로 디지털 휴먼 제작을 위한 파이브라인을 정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적이면서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그 실질적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출품됐습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복원의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는 선조의 모습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품질의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제작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과거의 사람들(태조 이성계, 고종황제, 화가 강이오, 독립운동가 최익현)을 고품질 디지털 휴먼으로 복원했습니다. 이 개발은 4K 이상의 텍스처맵들을 사용해 높은 퀄리티의 디지털 휴먼을 제작할 수 있었고, 비교적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필자 또한 언리얼의 메타 휴먼과 비교해서도 부족하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디지털 휴먼으로 제작된 각 인물은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과 목소리를 통해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발굴된 콘텐츠 우수상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상은 학생부 국가유산 기획·콘텐츠 분야에 간단한 미니게임과 에밀레종 설화를 학습하는 '엔트리 게임-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소리를 잡아라!'(흥덕중학교 이루미, 흥덕초등학교 이오름)와 국가유산 메타버스 분야에 신라 황룡사를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재현한 '삼국 메타버스 헤리티지로의 초대'(우신중학교 황찬우)가 선정됐다. '삼국 메타버스 헤리티지로의 초대'는 신라 황룡사, 백제 풍납토성과 해외에 있는 고구려 장군총을 직접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경험함으로써 한국의 숨겨진 문화유산을 우리 국민과 해외에 알릴 수 있도록 제작했다. 또 황룡사 9층 목탑에서 텔레포트를 이용해 여러 문화유산으로 이동하며 삼국시대의 역사적 공간을 메타버스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일반부 디지털 기획·콘텐츠 분야 우수상은 '허밋랜드(Hermit Land)'(한국전통문화대 권오양)가 수상했는데, 한국의 고대 문명과 보물을 찾아 나서는 흥미진진한 3D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게임에 참여한 접속자는 여러 유적과 유물들에 담긴 미션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다음 단계로 이어 나가는데, 고려시대 미륵대불을 게임맵 환경하에 고려 유물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다음 미션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구성했다. 일반부 국가유산 메타버스 분야 우수상에 고구려의 강서중묘를 3D모델로 복원한 '고개를 드니 강서중묘 - 고구려 고분벽화의 구조복원과 활용방안'이 선정됐다. 학생부 장려상에 '3D모델링을 통한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의 실용화', '재밌게 만드는 문화유산 3D 클레이 커터', '광화문', '거북선'이 선정됐고, 일반부에 '요괴들과의 숨 막히는 탐험: 제주목 관아의 비밀', '레이저 헤리티지',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 종묘', '수원화성 창룡문의 3D 모델링'이 각각 선정되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콘텐츠로 특별상에는 학생부에 '앙부일구(仰釜日晷)'(개운중학교 양윤수), 일반부에 '점자아트로 만나는 자연유산'(경희대학교 김재인, 이주은, 유은주)이 선정됐다. 박진호 심사위원장은 “일반부 국가유산 메타버스 장려상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 종묘“가 수상을 했는데 이것은 문화재청의 국가기록물 사업 결과물입니다. 종묘 영녕전 실측모델링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하여 가상현실 종묘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가상현실 종묘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유·무형의 유산을 시공간 제약 없이 체험할 방법을 제시했는데, 기존 메타버스나 게임을 활용한 콘텐츠는 강제적 진행이 단점이었습니다. 유니티 엔진을 통해 종묘 건축물의 자율성이 부여됐습니다.“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마지막으로 올해 작품들은 챗 GPT, 거대생성 AI, 확장현실(XR), AI 디지털 휴먼 등 전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를 잘 반영한 다양한 작품들이 접수되었습니다. '디지털 헤리티지' 분야가 특정 기관이나 연구자에 국한되지 않고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대중들에게 우리의 유산을 공감의 콘텐츠로 보급하고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전망했다. 문화재청 디지털문화유산팀의 최연규 전산사무관은 “디지털 콘텐츠로 국가유산을 향유하려는 국민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적극 대응하여 국가유산 체제에 최적화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보급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정책‧사업 발굴을 지속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헤리티지의 미래 내년 5월부터 문화재가 '국가유산'으로 확장된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이래 '국가유산 기본법'이 신설되며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를 역사‧정신까지 아우르는 명칭인 유산(HERITAGE)으로 공식 변경하게 된다. 국가유산법은 배현진 국회의원이 2022년 9월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문체위와 법사위 심사를 거쳐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요원한 숙제였던 국가유산법 제정은 5월 16일 공포됨으로써 우리 유산을 미래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산업화의 교두보로 보존관리‧활용에 변화의 물결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활용‧진흥에 관한 내용을 명기됐다는 점에서 시대가 담겼다. 제4장에 국민 복지 증진, 유산정보 관리, 교육-홍보, 산업 육성이 구체적 적시되면서 우리 유산의 디지털 보존과 첨단 복원, ICT 활용 솔루션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의 문화적 향유는 물론 콘텐츠, 관광 등 산업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나아가서는 유산을 통한 국부(國富) 창출, 문화경제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이 단순한 일상의 변화와 기술‧산업의 발전을 넘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혁신의 기본이 되는 새로운 체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또 한 번의 새로운 대변혁이고 과거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과 20세기 후반 미국의 정보화 혁명에 이은 '디지털 혁명'의 시점에 있다. 모두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시대인 만큼, 기술과 문화적 요소를 접목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가 미래산업이다. 올해 2회를 맞은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 경진대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양질의 디지털 문화유산 콘텐츠를 공모해 우수한 작품을 선별, 오늘의 시민들에게 누리도록 하고 미래산업의 데이터로 축적하는 시간이었다. 헤리티지와 아트, 디지털이 컬래보레이션한 국가유산의 성찬이다. 문화유산산업의 한류 확산 마중물로 새로운 희망 콘텐츠가 되길 응원한다. 정리 = 김한준 지디넷코리아 디지털플랫폼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