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밴드, 미국·일본서 통했다…"10년 도전 결실"
네이버 그룹형 소셜 미디어 서비스 '밴드'가 미국에서 월활성이용자수(MAU)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진출 10년만에 성과를 거뒀다. 12일 네이버에 따르면, 밴드는 일본에서도 MAU 100만명을 목전에 뒀다. 이런 성과는 해외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소셜 미디어 1세대인 밴드가 한국을 넘어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은 국내 소셜 미디어 업계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 밴드는 2012년 모바일 사용성 중심으로 출시됐다. 네이버는 밴드 서비스 출시 2년 만인 2014년에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밴드는 2015년 글로벌 5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글로벌 서비스로 발돋움했다. 현재 밴드는 전 세계 178개국 8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과 일본(10월 기준 각각 505만, 91만 MAU)이다. 해당 국가에서 밴드는 최근 7년 연속 사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MAU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성장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밴드, 이젠 글로벌 시장서 빅테크와 경쟁 밴드는 2010년대 치열한 그룹형 소셜 미디어 서비스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서비스다. 밴드 출시와 같은 해인 2012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출시한 '캠프'는 2014년 8월에 서비스 2년 3개월 만에 종료했으며, 2014년에는 지인 기반 폐쇄형 소셜 미디어 '쏠그룹'을 다시 출시했으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2013년 폐쇄형 소셜 미디어 '데이비'를 선보여 밴드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출시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카오는 2013년에 밴드와 유사한 '카카오그룹'을 출시했으나 낮은 점유율·인지도를 면치 못하고 2018년에 결국 서비스가 종료됐다. 당시 국내 수많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이 해외 빅테크와의 경쟁에 밀려 줄줄이 쇠락의 길을 걸었으며, 국내 1세대 그룹형 소셜 미디어 중 밴드만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모바일 소셜 미디어 서비스 분야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애플은 '아이메시지', 구글은 '구글 플러스 허들', 페이스북(현 메타)은 '페이스북 메신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룹미(GroupMe) 등 채팅 서비스를 출시했고, 스포츠팀, 학교 커뮤니케이션 등 버티컬 시장을 공략하는 미국 앱 서비스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해외에서는 네이버와 밴드 브랜드 인지도도 낮아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 더욱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밴드는 현지 사용자 맞춤형 기능으로 이용자 선택을 받았다는 평가다. 버티컬 앱 서비스들은 특정 기능에 집중된 것에 반해, 밴드는 그룹 활동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현지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기민하게 출시해 편의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페이스북,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초대형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은 수많은 국내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이 연이어 종료하는 가운데, 국내 1세대 소셜 미디어 서비스 밴드가 해외 사용자를 공략해 글로벌 시장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서비스 현지화로 글로벌 진출 전략 차별화해 사용자 만족도 끌어올려 미국과 일본에서 밴드 성장을 견인한 그룹은 학교·방과후 활동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고등학교 방과후클럽 활동이 활발한 국가로, 해당 국가의 학생들은 학교 수업 이후에 스포츠, 댄스, 음악 등 다양한 분야 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밴드는 이러한 클럽을 관리하고 멤버 간 소통하는 공식 채널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리더 초대에 의한 신규 사용자 가입율이 한국 대비 2배 이상 높다. 또한 공지사항, 일정 관리, 파일 첨부 등 관리자 입장에서 그룹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편의기능들도 한국 대비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미국과 일본 지역의 밴드 리더들이 더욱 편리하게 그룹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 현지화를 진행 서비스 만족도를 향상시켰다. 일례로, 초대장(RSVP) 문화가 만연한 미국에서는 캘린더를 활용해 초대를 보내고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사용성이 월등히 높다. 이를 감안해 밴드는 초대에 대한 대답 옵션을 다양화하고 동행인을 등록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해 캘린더 활용폭을 확대했다. '메이와쿠(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배려하는 문화)' 문화가 만연한 일본에서는 그룹 활동에서 일정 준수 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일정, 공지, 리마인드, 댓글 기능의 활용도가 높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특정 이벤트 RSVP에서 참여, 미참여, 미정 외에도 다양한 이유를 항목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밴드는 일정 참여 여부의 응답 내용을 멤버 전원이 아니라, 작성자와 리더만 볼 수 있도록 '응답 멤버 공개' 설정을 추가해 다른 멤버들에게 공개되는 부담을 줄였다. 서비스 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와 성향에 맞는 진출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일본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IT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도 장벽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네이버는 밴드에 신규 기능이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용자가 최대한 앱 사용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세부적인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등 사용자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 또 온라인 자료보다 인쇄 자료를 더 신뢰하는 문화를 고려해 밴드 사용법 등 자료를 인쇄물로도 배포하고 있다. 일본은 사용 주변에서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실제 사례가 서비스 홍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네이버는 300명 이상의일본 사용자를 직접 만나 다양한 밴드 사용 사례를 모으고, 해당 사례를 밴드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밴드 사용자가 확장됨에 따라 밴드 활용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방과후 활동으로 참여한 부모님들이 직장에서도 밴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학교 외에도 스포츠, 댄스·퍼포먼스, 교회, 취미, 걸스카우트, 비영리 단체, 회사, 식당 등에서도 밴드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학교와 방과후활동 외에도 학원, 가족, 직장에서 밴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성장성이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일본 전역에서 시설을 운영 중인 대형 호텔 체인 '호텔 루트인', 대형 서점 체인 츠타야의 쿠마모토 지역 운영을 담당하는 회사 '뉴코원'에서도 업무 연락을 위한 수단으로 밴드를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메타, 틱톡,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해서 국내 IT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며 국내 소셜 미디어 업계에서 고무적인 성취라고 볼 수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500만 MAU를 돌파한 것은 밴드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로 나아가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