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폭탄 피한 CJ올리브영...독과점 "맞다" vs "아니다"
“(독과점 판단 기준이 되는 시장 획정에 있어) CJ올리브영의 관련 시장을 '헬스앤뷰티(H&B) 오프라인 스토어'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시장을 확대해 보는 것은 맞지만) 어떻게 시장을 새롭게 획정할지는 미결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일 CJ올리브영에 내린 판단과 근거를 놓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CJ올리브영이 전국 1천3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둔 강력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시각과, 온라인 유통 시장까지 넓혀 보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 공정위는 이날 CJ올리브영에 과징금 약 19억원과 법인 고발 처분을 내렸는데, 당초 점쳐지던 최대 5천800억원 과징금을 한참 밑돌면서 업계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공정위, 납품업체 상대 '갑질'만 인정...새로운 시정 획정은 유보 공정위는 CJ올리브영에 ▲행사 독점 ▲납품가격 미환원 ▲정보처리비 부당수취 세 가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항을 지적했다. 과징금 18억9천600만원은 행사 독점, 정보처리비 부당수취에 대한 정액 과징금 각 5억원, 정상 납품가격 미환원 행위에 대한 정률 과징금 8억9천600만원이 부과돼 나온 수치다. 최대 5천800억원은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되면 부과될 것으로 점쳐지던 과징금 규모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독점 브랜드(EB) 정책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의하다가,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올리브영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을 'H&B 오프라인 스토어'로 획정할 수 없어 판단을 유보한 것. 공정위 김문식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 브랜드 숍이 성장했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로 하락했고, 그 이후 다시 H&B 스토어가 들어 오거나, 뷰티 편집숍 등 새로운 업태가 들어오며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도 등장, 성장, 쇠락이 꾸준히 관측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온라인 쪽에서 경쟁 압력이 또 세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들을 다 고려해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H&B 오프라인 스토어보다는 시장이 확대돼야 된다'고 결론을 냈고, 위원회가 확정적으로 새로이 어떻게 시장을 획정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쿠팡·컬리·SSG닷컴·무신사 등 뷰티 전문관 열어 경쟁 대열 합류 공정위가 시정 획정을 유보하게 된 사유처럼 국내 뷰티 시장은 새로운 경쟁 기업들이 속속 등장, 세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CJ올리브영 국내 전 점포는 1천336개다. 관련 시장을 헬스앤뷰티(H&B) 스토어로 한정시키면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온오프라인 전체 뷰티 시장으로 넓히면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떨어진다. CJ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CJ는 국내 뷰티시장 매출액 기준 올리브영 시장점유율이 2021년 10.5%, 2022년 12.2%, 올해 3분기 기준 14.5%라고 밝혔다. 올리브영의 경쟁자도 이전까지는 대표적으로 롯데 '롭스', GS리테일 '랄라블라' 정도로만 꼽혔으나, 현재는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가 뷰티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 상대가 늘어났다. 현재 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30% 수준이다. 올해 7월 쿠팡은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출시해 에스티로더∙맥∙바비브라운∙크리니크 등 한국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매입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쿠팡은 8월 성수동에 오프라인 팝업인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연 데 이어, 지난달 전국 8개 메가박스 지점에서도 메가뷰티쇼 어워즈 버추얼스토어를 열어 화장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출시 1년이 갓 지난 컬리의 '뷰티컬리'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뷰티컬리 월 매출은 국내 유명 백화점 주요 지점 뷰티 코너와 비슷한 수준이다. 뷰티컬리 출시 1년간 누적 구매자 수는 400만 명을 돌파했고, 주문 건수도 600만 건을 넘겼다. 뷰티 상품 수도 출시 당시보다 두 배 늘었으며, 컬리에서 '뷰티'만 구매한 고객 역시 늘어나고 있다. 또 뷰티컬리는 에스티로더, 바비브라운, 르네휘테르, 산타마리아노벨라, 라 메르 등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과 '컬리온리' 단독 기획 상품을 선보이며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의 뷰티 전문관 '먼데이문'은 올해 출시 3년만에 누적 판매자 수 1천700만 개를 기록했다. 먼데이문 소비자 재구매율은 40%에 달한다.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도 지난해 4월 '뷰티관'을 선보였다. 지그재그 뷰티관은 출시 1년만에 입점 브랜드를 200개에서 1천여개로 5배 확장했고, 구매자 수도 1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신사도 2021년 11월 뷰티 전문관을 출시했다.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무신사 뷰티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7% 증가했고, 이 기간 무신사 뷰티 월간 활성 사용자 수와 구매자 수도 2배 이상 늘었다. 이커머스 업체를 제외하고도 ▲백화점과 면세점 ▲원브랜드숍(이니스프리, 아리따움), ▲제조사(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OEM/ODM(코스맥스,한국콜마) ▲다이소 등 생활용품점까지 화장품 판매 채널이 다각화 돼있는 상황이다. 올리브영 두고 "절대 강자 맞다" vs "완전경쟁시장 됐다" 업계에서는 뷰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올리브영을 절대적 강자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과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 갈렸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판단했듯, 올리브영이 시장 내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온-오프라인 시장을 통틀어 봤을 때 절대적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현재 뷰티 시장은 채널, 상품간 대체 가능성이 높은 완전경쟁시장이다. 이번 공정위 입장으로 전장이 확대되며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도 "화장품 시장에서 올리브영이 강자는 맞다. 하지만 공정위 판단처럼, 온오프라인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단언하기엔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시장 획정을 하지 않은 이번 공정위 결정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뷰티 시장에서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여전히 강자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