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넘치는데 재판부만 인정않는 흡연-폐암 인과관계...항소심은 바뀌나
담배 소송 항소심 결과가 15일 발표되는 가운데, 2심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1심 재판부는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주며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사실상 '부정'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이 지난 2014년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및 담배 제조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두 국내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담배회사들이다. 건보공단은 20갑년 이상, 즉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 되는 담배를 피웠던 폐암 환자 3천465명에게 지급한 건강보험 급여비 약 533억 원에 대해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소송을 시작했다. 1심 판결은 10년이 지난 작년 5월에서야 나왔다. 재판부는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와 표시상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을 직접 피해자로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건보공단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차이를 밝힌 연구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음에도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1심 최후변론 당시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가 아니면 폐암에 걸릴 수 없다는 증거도 확보했다”라며 “담배는 폐암을 일으킨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담배회사들은 자신들이 흡연 위험성을 부정하거나 은폐하지 않았고 폐암과는 상관관계일 뿐 법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흡연이 흡연자의 선택과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담배회사는 책임에서 자유롭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사실상 결론 내려진 것과 다름없다. 최근 국립암센터는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 폐암 발생 예측모형 분석 결과에서 담배소송 대상자의 폐암 발생위험 중 흡연이 차지하는 정도는 81.8%로 나타났다. 관련해 박소희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는 “선암 등을 포함한 모든 폐암에 대한 발생 위험을 추정한 모형이므로, 담배 소송 대상 암종인 소세포폐암, 편평세포폐암 발생 위험에서는 흡연이 81.8%보다 더 높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간접흡연만으로도 폐암 발생 비율이 상승한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질병관리청의 '담배폐해 기획보고서: 간접흡연'에 따르면, 간접흡연에 의한 폐암 발생 위험은 최대 약 1.4배 상승한다. 간접흡연 노출 기간이 길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도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흡연만으로도 폐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과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우울증 등의 발생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흡연에 따른 의료비 부담이 최근 10여 년간 40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세계은행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2014년~2024년 기간 동안 누적 의료비 지출액은 약 40조7천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흡연 관련 의료비는 약 4조6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 82.5%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 관련 의료비가 약 14조 원으로 전체의 35.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폐암이 약 7조9천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폐암 관련 의료비는 2014년 약 4천357억 원에서 2024년 약 9천985억 원으로 급증했다. 건보공단은 "이번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흡연 피해 예방과 건강보험 재정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