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엘지 law 인사이트] 지분율, 투자자와 창업자가 다르게 이해할 수 있어
스타트업 투자 협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지분율'이다. 투자자는 투자 후 몇 퍼센트를 갖게 되는지 묻고, 창업자는 이번 투자로 자신의 지분이 얼마나 희석되는지 계산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 지분율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같은 회사, 같은 투자금, 같은 기업가치를 두고도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지분율과 창업자의 희석률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실무에서 지분율이라고 하면 대체로 현재 발행된 주식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등기부와 주주명부에 적힌 발행주식총수를 분모로 놓고,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를 나누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발행한 주식이 10만주이고 창업자가 6만주, 기존 투자자가 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창업자의 지분율은 60%, 투자자의 지분율은 40%가 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발행주식 기준, 즉 아웃스탠딩 주식(Outstanding Shares) 기준이다. 이 기준은 현재 법률상 주주가 누구인지, 의결권과 배당권을 누가 행사하는지 확인하는 데에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 주주명부도 기본적으로 현재 발행된 주식과 그 주주를 중심으로 작성된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지분 구조를 이해할 때 이 방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는 이미 발행된 보통주나 우선주 외에도 아직 행사되지 않은 스톡옵션, 앞으로 부여할 옵션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미래에 주식으로 전환받을 권리를 약속하는 계약), Convertible Note(전환사채형 투자) 등 장래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행사될 수 있는 권리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벤처투자 실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준은 이와 다르다. 미국 VC가 보는 캡테이블은 대체로 완전희석(Fully Diluted Shares) 기준에 가깝다. 이는 현재 발행된 주식 뿐 아니라 장래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모두 행사됐다고 가정하고 지분율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주주명부에 몇 퍼센트가 적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옵션과 전환증권이 모두 반영된 뒤 최종적으로 몇 퍼센트를 갖게 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면 차이는 더 분명하다. 어떤 회사의 현재 발행주식이 10만주이고, 창업자가 6만주, 투자자가 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발행주식 기준으로는 창업자 60%, 투자자 40%다. 그런데 미행사 스톡옵션 3만주와 전환사채 전환분 2만주가 추가로 존재한다면 완전희석 기준 총 주식 수는 15만주가 된다. 이 경우 창업자의 6만주는 40%, 기존 투자자의 4만주는 약 26.7%로 계산된다. 같은 6만주, 같은 4만주인데 기준을 달리하면 지분율은 완전히 달라진다. 문제는 투자계약서에서 이 기준을 명확히 쓰지 않을 때 발생한다. 계약서에 “투자 완료 후 투자자는 회사 지분의 20%를 보유한다”고만 적혀 있다면, 그 20%가 현재 발행주식 기준인지, 완전희석 기준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한국 회사는 발행주식 기준 20%라고 이해했는데, 미국 투자자는 옵션풀과 전환증권을 모두 반영한 완전희석 기준 20%라고 이해했다면 협상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진다. 특히 옵션풀이 들어가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옵션풀은 앞으로 임직원이나 핵심 인재에게 부여할 주식보상의 몫을 미리 확보해 두는 개념이다. 미국 투자계약에서는 “투자 완료 시점 기준 완전희석 기준 10% 또는 15%의 옵션풀을 확보한다”는 방식의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단순히 스톡옵션을 언젠가 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번 투자 가격과 지분율 산정에 옵션풀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와 직결된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투자전 가치(Pre-money) 옵션풀과 투자후 가치(Post-money) 옵션풀이다. 옵션풀을 투자 전 가치에 반영한다는 것은, 신규 투자자가 들어오기 전에 기존 주주들이 먼저 희석을 부담해 옵션풀을 만들어 둔다는 의미에 가깝다. 반대로 투자 후 가치 기준으로 옵션풀을 계산하면, 신규 투자자도 옵션풀로 인한 희석을 일정 부분 함께 부담하게 된다. 똑같이 “옵션풀 10%”라고 적혀 있어도, 그것이 투자 전 기준인지 투자 후 기준인지에 따라 창업자의 최종 지분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 회사가 미국 VC와 투자 협상을 할 때 이 지점에서 오해가 자주 생긴다. 한국에서는 스톡옵션 한도를 상법이나 벤처기업 관련 법령에 따라 발행주식총수의 일정 비율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비상장 주식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10% 범위 내에서, 벤처기업은 발행주식총수의 50% 범위 내에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회사들은 정관에 “발행주식총수의 10% 이내” 또는 “발행주식총수의 50% 이내”와 같은 방식으로 스톡옵션 한도를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식 옵션풀은 법정 한도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가격 산정과 희석 부담 배분을 위한 계약상 계산 개념에 가깝다. 즉 “법적으로 스톡옵션을 몇 퍼센트까지 부여할 수 있느냐”와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옵션풀을 누구의 희석 부담으로 몇 퍼센트 확보할 것이냐”는 서로 다른 문제다. 전자는 회사법과 정관의 문제이고, 후자는 투자계약과 밸류에이션 협상의 문제다. 따라서 한국 회사가 글로벌 투자자와 협상할 때에는 지분율이라는 표현을 쓰기 전에 먼저 기준을 정해야 한다. 발행주식 기준인지, 완전희석 기준인지, 완전희석 기준이라면 어떤 증권과 권리까지 포함할 것인지, 옵션풀은 투자 전 기준인지 투자 후 기준인지, 이미 부여된 스톡옵션과 미부여 옵션풀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가 모두 명확해야 한다. 지분율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주주명부를 보여주는 숫자일 수도 있고, 장래 희석을 반영한 경제적 귀속을 보여주는 숫자일 수도 있다. 특히 SAFE, 전환사채, 스톡옵션, 옵션풀이 함께 존재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지분율을 계산하느냐가 투자자의 보호 범위, 창업자의 희석 부담, 후속 투자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몇 퍼센트냐”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한 몇 퍼센트냐”다. 계약서에 지분율을 적을 때에는 Outstanding 기준인지 Fully Diluted 기준인지, 옵션풀은 Pre-money 기준인지 Post-money 기준인지, 한국 법상 스톡옵션 한도와 계약상 옵션풀 개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분율 협상에서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