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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리필 용기 등 '화장품' 포장 기재·표시 구체화로 제품 선택 편의성 제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영업자가 화장품의 외부 포장에 기재해야 하는 사항을 올바르게 표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화장품 외부 포장의 기재·표시 질의·응답집'을 2월25일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2월 화장품 외부 포장이나 용기의 바깥면에 주요 정보(▲화장품의 명칭 ▲영업자 상호·주소 ▲성분 ▲용량·중량 ▲사용기한 ▲가격 ▲주의사항 등)를 기재하는 것이 의무화됨에 따라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점프업 K-코스메틱 협의체' 논의를 거쳐 마련했다. 질의응답집 개정 내용은 ▲캡슐형 포장(개별 포장된 일회용 제품)의 외부 포장 기재방법 ▲용기가 작아 표시가 어려운 화장품의 외부 포장 표시 사례 제시 ▲리필 용기의 표시사항 기재 방법 ▲화장품 선물세트의 표시방법 등이다.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이번 질의응답집 개정으로 소비자가 화장품 전성분을 꼼꼼히 확인해 제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소통을 강화해, 화장품 제도를 더욱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2.25 14:12조민규 기자

"인간도 힘들던 '코볼' AI로 푼다"...독점 깨진 IBM, 25년 만에 최대 폭락

앤트로픽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낡은 금융·전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개발자 유지·보수에 의존해 온 '코볼(COBOL)' 기반 시스템을 '클로드 코드'로 자동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시장을 수십 년간 사실상 독점해 온 IBM은 직격탄을 맞았다. IBM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2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AI가 코볼 시스템을 자동화할 경우 핵심 수익 기반인 메인프레임 유지·보수 사업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IBM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2% 폭락한 223.3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드를 통해 코볼 기반 시스템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현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직후 일이다. 코볼(COBOL)은 1950년대 후반 개발된 업무용 공통 프로그래밍 언어로 현재까지도 금융, 항공, 정부, 유통 등 주요 시스템의 핵심 언어로 쓰이고 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미국 내 ATM 거래의 95%가 코볼 기반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코볼이 너무 오래된 언어라 이를 이해하고 수정할 수 있는 개발자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수천억 줄의 코드가 글로벌 금융과 공공 인프라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보수할 인력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러한 인력난과 시스템의 복잡성은 역설적으로 IBM에게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방어막이었다. 기업들은 낡은 코볼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IBM의 고가 메인프레임 장비와 유지보수 서비스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트로픽은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코볼의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앤트로픽 측은 "클로드 코드는 수천 줄에 달하는 복잡한 코볼 코드의 상호 의존성을 파악하고, 워크플로우를 문서화하며 잠재적 위험을 찾아낼 수 있다"며 "인간 분석가가 몇 달에 걸쳐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AI가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비용 문제로 멈춰 섰던 구형 시스템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IBM의 비즈니스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매에 나섰다. 앞서 앤트로픽이 코드 취약점을 자동 탐지하는 '클로드 코드 시큐리티' 기능을 공개했을 때도 관련 보안주들이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연이은 AI발 충격에 IBM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4% 이상 하락했다. 아담 크리사풀리 바이탈 날리지 창립자는 "앤트로픽의 발표는 기업들이 오랫동안 앓아왔던 '기술적 부채'를 AI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이는 유지보수와 컨설팅으로 수익을 창출해 온 기존 기업들에게 실존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분석가 역시 "IBM의 메인프레임 비즈니스는 높은 교체 비용과 복잡성에 기인한 '강제적 충성도'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하며 "AI가 그 복잡성을 제거한다면 기업은 더 이상 값비싼 레거시 시스템에 묶여 있을 이유가 사라진다. 시장은 지금 그 '해방'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6.02.24 17:13남혁우 기자

[AI 리더스] "AI 개발보다 '데이터 정리' 우선…관리 문화 정착돼야"

"기업 데이터는 방대해지고 있지만 신뢰 가능한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정리하는 기업 환경이 정착돼야 합니다. 스노우플레이크 등 플랫폼으로 데이터 활용 장벽을 낮추고 비전문가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해야 합니다." 성순모 KT AI 엔지니어와 전수범 풀무원 AI 아키텍트는 최근 지디넷코리아를 만나 국내 기업에 건강한 데이터 관리 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 엔지니어와 전 아키텍트는 올해 스노우플레이크코리아가 선정한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 슈퍼히어로'다.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 슈퍼히어로는 커뮤니티 교육을 비롯한 컨퍼런스 참여,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으로 스노우플레이크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는 데이터 전문가 손잡고 개발자 커뮤니티 리더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25개국에서 125명이 선정됐다. 국내에선 두 전문가를 포함해 이재면 넥슨코리아 팀장, 한예성 토스증권 데이터 엔지니어가 뽑혔다. 성순모 엔지니어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스노우플레이크 스쿼드에 합류했다. 지난해 '스노우플레이크 월드 투어 서울'에서 AI 패널 토크와 해커톤 웨비나 강연 활동을 진행했다. 그는 현재 KT에서 국내 도입 초기 단계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기반 스노우플레이크 환경 최적화 작업을 맡았다. 성 엔지니어는 기존 엔터프라이즈 고객 대상으로 AX를 수행하는 기업간거래(B2B) 조직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 조직은 컨설팅부터 데이터, AI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능을 풀스택 형태로 갖추고 고객 맞춤형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전수범 아키텍트는 스노우플레이크 인텔리전스와 스트림릿 등 최신 데이터 기술을 실무에 적용하고 이를 커뮤니티와 공유해 왔다. 현재 '신뢰할 수 있는 단일 데이터 소스' 기반 데이터 경영 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 그는 공급망관리(SCM) 혁신팀에서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으로 AI 기반 '제상품 관리 (SKU Deletion) 에이전트' 개발과 사내 데이터 통합을 진행했다.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 통합·관리 우수...국내 관심도 상승" KT와 풀무원은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으로 AI 에이전트 구축과 데이터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성 엔지니어는 최근 KT 내부에 분석용 스노우플레이크 계정과 외부 고객 사업용 계정이 운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통신 고객 데이터를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으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기업 고객 AI전환(AX)과 디지털전환(DX)을 지원하는 데 스노우플레이크를 한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성 엔지니어는 "스노우플레이크로 내부 데이터 관리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복잡하고 오래된 데이터 구조를 정비하는 데 해당 플랫폼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엔지니어는 스노우플레이크가 데이터 플랫폼에 오픈AI 모델을 추가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스노우플레이크 추천을 기존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내 고객은 애저 기반 환경에서 GPT 모델을 당연한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스노우플레이크와 오픈AI 협력은 국내 시작 확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업그레이드"라고 분석했다. 전 아키텍트는 풀무원 조직 내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어 통합적인 분석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노우플레이크를 도입해 전사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SCM 전략기획팀은 AI 에이전트 도입을 오래전부터 구상해 왔다"며 "스노우플레이크로 데이터 통합 기반 위에서 에이전트 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SCM 업무 특성상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반복적 업무가 많다"며 "에이전트를 활용해 의사결정과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풀무원은 AI 에이전트 개발에 스노우플레이크를 선택한 이유로 쉬운 데이터 관리 환경을 꼽았다. 전 아키텍트는 "현업 사용자들이 SQL 수준 이해만으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라며 "데이터 엔지니어가 아닌 현업 부서 직원들이 직접 데이터를 조회·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 전반 데이터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풀무원은 AI 에이전트 구축 후 데이터 통합·표준화에도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는 "특히 메타데이터 표준화를 통해 조직마다 다르게 사용되던 칼럼 명칭을 정리했다"며 "데이터 정의를 통일한 점도 주요 성과"라고 말했다. 현재 풀무원 내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와 AI 에이전트는 동일한 시맨틱 레이어 기반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분석 일관성을 확보한 상태다. 전 아키텍트는 "우리는 BI 화면에서 바로 AI 분석까지 진행할 수 있다"며 "내부 의사결정 속도까지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관리 문화 정착 위해 노력할 것" 기업들이 AI 모델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정작 데이터 품질과 구조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성 엔지니어와 전 아키텍트 모두 한국 기업이 데이터를 정리·관리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짚었다. 성 엔지니어는 "데이터 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AI가 똑똑한 답변을 하더라도 실질적 인사이트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아키텍트는 "데이터 구조 설계와 거버넌스 체계 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아키텍트는 기업 데이터 규모는 방대해졌지만 믿을만한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기업 공용 저장소에 정리된 신뢰 가능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문화가 국내 기업에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엔지니어는 기업에선 여전히 데이터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럴수록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 등 데이터 관리 시스템 활용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술을 통해 데이터 활용 장벽을 낮추고 비전문가도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6.02.23 17:27김미정 기자

'롤의 신' 페이커, 디지털 신문명의 주역이 되다

1. AI : 루덴스와 데우스 Faker! Faker! Faker! 만세 삼창이라도 하듯이 그의 이름을 세 번이나 외쳤다. 시가 총액 세계 1위에 빛나는 엔디비아의 CEO가 페이커를 힘껏 연호한 것이다. 15년 만의 한국 방문이었다. 2025년 10월, 지포스 행사에 직접 행차한 것이다. 오늘의 엔비디아가 있기까지 한국은 실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주었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를 설립한 해는 1993년이다. 3D 그래픽 대중화를 소명으로 삼았다. 1999년 각고의 노력으로 심혈을 기울인 지포스 256을 발표한다. 세계 최초의 GPU라고 할 수 있다. GPU의 등장은 PC 게임의 그래픽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다음은 마케팅, 이 혁신적인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했다. 단연 한국이 돋보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PC방이 빅뱅처럼 폭발하고 있었다. 정부는 전국에 초고속통신망을 깔았고, 민간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유례없는 인기를 누렸다. 1998년 100여개에 불과하던 PC방이 2008년에는 2만개가 넘었을 정도다. 온 나라 방방곳곳에서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필요했다. 황은 곧장 서울로, 용산의 전자상가로 날아들었다. 엔비디아의 GPU가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이다. 세계 최초의 e스포츠 구단이 창설됐고, 세계 최초의 게임방송국도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은 명명백백 게임대국이자 게임 선진국이었다. 초창기 엔디비아를 먹여 살린 은인의 나라였다. 2010년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이른바 LOL이 게임업계를 평정한다. 롤을 하는 것이 한국의 국룰이 됐다. 2012년 롤의 K리그 격인 LCK도 출범한다. 덩달아 지포스 GTX 400~900 시리즈가 연발탄으로 보급되었다. 실시간 물리엔진과 고해상도 그래픽을 지원하며 고사양 게임을 구동시킬 수 있었다. 2020년대가 되자 AI혁명이 폭발한다. 2022년 챗GPT 모먼트,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와 더불어 GPU의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GPU는 수십억 개의 트렌지스터로 구성된 반도체 칩이다. 병렬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게임뿐 아니라 AI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자율 주행에도 활용될 수가 있었다. GPT와 GPU의 선순환으로 엔비디아가 AI혁명의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된 것이다. 1993년 창업부터 2023년 세계 최고의 기업에 등극하기까지 엔비디아의 30년 여정 속에 대한민국이 늘 함께 했던 것이다. 한국의 열혈 게이머들 덕분에 젠슨 황은 수차례 파산을 면할 수 있었고, 엔비디아의 고사양 GPU가 PC방으로 널리 보급된 덕택에 대한민국은 미래형 엔터테인먼트, e스포츠의 성지가 될 수 있었다. 젠슨 황은 한국을 '게이머들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개미들도 환호했다. 삼성과 SK 등 반도체와 GPU 동맹이 강화된 것이다. 게이머와 주주 개미들도 깐부를 맺고 혈맹이 되었다. 서학개미와 동학개미의 동서합작으로 AI혁명을 초가속화시킨다. 돌아보면 IT혁명부터 AI혁명까지 30여 년 디지털 문명의 행로에는 늘 게임이 자리했다. 스티브 잡스는 경력 출발부터가 게임회사 아타리였다. 워즈니악과 사흘 밤을 꼬박 새워서 개발한 게임이 바로 '퐁'이다. 그들이 창업하여 세상에 선보인 애플 II 또한 게이머들에게 최적화된 PC 컴퓨터였다. PC가 보급되면서 OS를 석권하게 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또한 게임 덕후였다. 고등학교때 컴퓨터를 처음 보고 매혹된 게이츠가 가장 먼저 만든 프로그램 또한 서양식 오목 '틱택토'였다. MS를 함께 창업한 폴 앨런과도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SNS 시대의 포문을 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또한 게임과 긴밀하다. 눈싸움을 하고 싶었지만 형제들이 날씨가 춥다며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자, 저커버그는 눈싸움 게임을 프로그래밍 했던 것이다. 그가 창업하기 전까지 자주 했던 게임으로는 '문명'도 있었다. 고대 문명을 바탕으로 자신 만의 왕국을 건설해가는 그 게임이 페북의 창업과 메타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감을 주었다. 잡스와 게이츠, 저커버그가 모두 컴퓨터 게임에 미쳐 자퇴를 하고 창업을 한 괴짜들이었다면, 학업과 창업의 선순환을 그리며 AI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로는 데미스 허사비스가 있다. 챗GPT 이전에 알파고 충격이 있었다. 2016년 자신만만하던 이세돌을 4대 1로 무참하게 이겨버린 딥마인드를 설립한 창업자이다. 1976년생 허사비스는 네 살때부터 체스를 두기 시작한다. 열 세살에는 세계 2위에 오를 만큼 빼어난 고수였다. 체스는 그에게 전략적 사고와 패턴의 인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극대화하는 훈련장이었다. 자연스레 지능이란 무엇인가, 호기심을 품었다. 1994년 대학 진학 대신 게임회사에 취업한다. 게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면서 복잡한 시스템을 모델링하고 최적화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강화학습 시스템과 시뮬레이션 기반 AI도 연구한다. 1998년에는 아예 게임회사를 차린다. 게임 속 몬스터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환경에 반응하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게임 안의 캐리터들을 '학습하는 생명체'로서 사고했다. 그 학습하는 활물들과 창조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더욱 정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대학에 들어간다. 케임브리지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UCL에서 인지신경과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는다. 그의 학위 논문 주제는 인간의 기억과 상상, 계획과 문제 해결에 대한 것이었다. 인간 뇌의 매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인공적인 지능의 구현, 알고리즘의 설계에 더더욱 가까이 간 것이다. 매커니즘과 알고리즘을 결합하여 인위적인 오가니즘을 구현한 것이다. 학업을 마치고 다시 창업한 기업이 바로 딥마인드이다. 목표가 명료했다. 게임을 통하여 일반인공지능(AGI)을 만드는 것이다. 범용인공지능을 통하여 과학연구조차 자동화하고 자율화하고 싶었다. 그래야 기후가 격변하는 지구에서도 인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AI는 도저히 인류가 생각할 수 없는 방법까지도 창발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AI 훈련에 최적화된 실험장이 바로 게임이었다. 명확한 규칙, 측정 가능한 성능, 복잡한 전략, 반복 가능한 환경을 게임이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알파고를 만들어 인류의 가장 오래된 게임 바둑을 격파했다. 알파스타를 만들어 가장 최신의 게임 스타크래프트마저도 연파했다. 다음으로는 알파폴드를 만들어 단백질 구조의 암호를 해독한다. 40억년 생명의 게임을 파헤치고 풀어낸 것이다. 이로써 2024년 노벨화학상을 받는다. 2025년에는 구글의 제미나이가 챗지피티를 누르고 최고 성능의 AI로 평가받게 된다. 2026년 현재 AGI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 딥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문명을 설파하는 제자백가들 가운데 내가 가장 경청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의 말은 적당히 가려서 들어야 한다. 거품이 끼어 있는 마케팅 수법이다. 알렉스 카프는 프로파간다가 심하다. 허사비스의 발언이 가장 신뢰할만하다. 그 반열에 오르기까지 초-중-고와 학-석-박사를 일률적으로 밟은 것이 아니다. 체스에서 게임으로, 취입과 창업에서 학계로, 다시 인공지능 기업으로. 미래형 인재가 커리어를 밟아가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놀이와 벌이가 별일이 아닌 하나가 된다. 학업과 창업이 선순환을 이루며 선업을 쌓는다. 딥마인드를 창업한 해는 2010년이다. 2006년에는 라이엇게임즈가 설립된다. 이 게임 회사의 본사는 LA에 있다. 그리고 외벽에는 한글로 아주 커다랗게 '라이엇 PC방'이라고 적혀 있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라면과 과자도 제공된다. 외국에서는 흔히 PC CAFÉ로 통칭된다. 그런데 한국 게임산업의 대약진과 함께 'PC BANG' 또한 고유어가 된 것이다. 창업자 브랜든 백과 마크 메릴은 어릴 적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자연스레 당시 세계 최강의 스타플레이어였던 임요환과 홍진호의 경기도 즐겨 챙겨보았다. 우상을 따라서 LA의 한인 타운에도 자주 출몰했다. PC방에서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새벽이 되면 얼큰한 순두부찌개를 먹고 집에 돌아가는 나날을 반복했다. 한국인 교포나 유학생 친구를 두루 사귀었고, 절로 K-문화에도 익숙해질 수 있었다. 청소년 시절에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된 PC방 경험이 라이엇게임즈의 창업과 기업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것이다. 그들이 개발한 게임이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다. 현재 지구 행성에서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한 PC 게임이라고 하겠다. 2025년 기준으로 2억 명을 넘어선다. 롤은 다섯 명의 챔피언으로 구성된 양 팀이 서로의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전략 게임이다. 무려 160여 명의 챔피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각 챔피언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어, 다섯 명이 서로 시너지가 나도록 챔피언을 구성하는 수싸움이 중요하다. 챔피언들은 각각 5개의 스킬과 2개의 주문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번에 최대 7개의 아이템을 소지할 수 있다. 소환사의 협곡에서 펼쳐지는 그 배틀그라운드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게이머들은 각 챔피언들의 기술을 부단한 연습을 통해 몸에 익혀야 한다. 나와 챔피언의 결합, 본캐와 부캐의 융합, 자아와 아바타의 천인합일을 연마하는 것이다. 그 챔피언들 가운데는 '아리'도 있다. 한국의 전설 속 구미호 이야기를 차용한 캐릭터이다. 우아하고 민첩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뿜어내는 아홉 꼬리의 유혹적인 존재이다. 손에는 구슬을 들고 머리에는 댕기를 따고 꽃신을 신었으며 백지장 같이 창백한 피부에 고운 한복을 입고 있다. 아리는 '아리땁다.'라는 형용사에서 따온 말이다. 마음이나 몸가짐이 맵시 있고 곱다는 뜻이다. 아리랑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과연 아리는 노래하는 팝스타로도 진화했다. '제너레이션 아리'라는 캐릭터 스킨이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아이돌 걸그룹 소녀시대(Girls Generation)를 오마주한 것이다. '소원을 말해봐' 뮤직비디오에서 소녀시대가 입었던 해군 제복 패션으로 아리를 착장시켰다. K-POP과 LOL을 융합하여 또 다른 차원에서 팝스타 아리를 창조해낸 것이다. 한국 전통의 전설 속 캐릭터가 게임의 팬 아트 스킨으로 진화하여 팝스타 아리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아리는 결국 버추얼 걸그룹 K/DA를 조직한다. LOL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든 애니메이션도 있다. 2021년 46일간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독주하던 '오징어 게임'을 꺽은 작품이 바로 '아케인'이다. 아케인이 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게임이 케이팝으로 영화로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고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엔터테인먼트가 게임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장차 스포츠도 콘서트도 전시회도 모두 게임화 될 것이다. 아니 디지털 문명으로 진화하면 할수록 정치와 경제와 사회 모두가 게임화 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명과 게임 사이의 구분이 점차 희미해져 갈 것이다. 신문명의 거버넌스와 파이낸스와 컨센서스가 게임과 공진화하면서 생성되어 갈 것이다. 19세기는 영문학의 전성기였다. 찰스 디킨스와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만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유통되었다. 20세기는 미국 영화의 절정기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성장했고, 제임스 딘과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 21세기는 게임의 극성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디지털 문명을 선도하는 버추얼 월드의 극강의 챔프이자 슈퍼스타가 바로 한국사람, 이상혁이다. 2. FAKER : 구도와 득도 “실패 하나하나가 모여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2024년 한국 외교부가 주최한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 대화'의 기조연설자가 페이커였다. 1996년생, 28세의 나이로 국제무대에서 가장 먼저 발언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떨리는 음성이었지만 울림은 컸다. 천신만고, 프로게이머로서 경험했던 13년의 오르내림이 담담하고 당당하게 응축되어 있었다. 가난한 집안이었다. 기초생활수급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어머니도 없이 자랐다. 하지만 천만다행, 단란한 가족을 이룰 수 있었다. 할머니는 강아지 손주를 아낌없이 사랑해주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전폭적으로 응원해주었다. 남동생과는 두터운 우애를 나누었다. 엇나가지 않고 반듯하게 성장한 것이다. 어엿하게 초등학생이 된 아들이 기특하고 갸륵해서 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 바로 컴퓨터이다. 장난감이나 책과는 전혀 달랐다. 곧장 친구이자 동반자, 가족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컴퓨터와 친하게 지냈다. 자연스레 게임에도 흥미를 붙였다. 어린이 상혁이가 특히 잘하는 것은 타자 게임이었다. 불특정 단어들이 화면에 나타나면 시간 내에 그 단어를 쳐내야 하는 학습용 게임이다. 단어를 빨리 칠수록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 미션을 해결하면 할수록 레벨은 더욱 높아진다. 절로 지고는 못사는 특유의 승부근성이 발동되었다. 상혁은 이 흥미로운 게임에 폭 빠져들었고 나 혼자만 레벌 업, 구사하는 어휘의 수준이 또래보다 월등히 높아졌다. 덕분에 1분에 600타 이상을 치는 초등학생으로도 유명세를 탄다. 기업이 후원하는 영재로 선발될 정도였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 등 다양한 게임을 섭렵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단연 실력이 빼어났다. 공부 잘하는 친구는 시기를 샀지만, 게임 잘하는 친구는 부러움을 샀다. 또래집단의 영웅이 된다. 자신을 동경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PC방에서 하는 팀플레이의 매력도 알게 되었다. 2011년 드디어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한다. 5대 5로 펼쳐지는 단체전이었지만, 농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성과 복잡성이 매혹적이었다. 수많은 챔피언들을 조합하여 무수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스타일도 무한대이요, 전술과 전략도 무궁무진했다. 그 천장지구의 가상 세계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적인 팀워크가 필요했다. 상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실력으로 일취월장한다. 고등학생이 되자 '랭크 게임'에도 입성한다. 30레벨이 되어야만 진입할 수 있는 게임이다. 랭크에 오르면 공식적인 순위도 기록된다. 마침내 '티어'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다. 티어는 다시 가장 낮은 아이언부터 최상위의 챌린저까지 10단계로 분화된다. 오르고 또 올랐 것만, 여전히 하늘 아래 뫼였을 뿐이로다. 앞으로 더 오를 산이 여전히 까마득한 것이다. 첼린저까지 레벨 업을 하려면 상위 0.02%안에 들어야 한다. 가상계 너머 천상계의, 신들의 세계이다. 겨우 상위 1%, 서울대나 카이스트 입학하고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절치부심 캐릭터를 연구하고 전술을 짜고 전략을 펴면서 차근차근 탑티어까지 단계를 밟아 올려가야 한다. 마치 곰이 사람이 되듯이, 사람이 산신령이 되어가듯이…. 헌데 혜성처럼 등장하여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는 파천황 격의 유저가 있었다. '고전파'라는 클래식한 닉네임을 달고 홀연히 등장한 걸물이었다. 놀라운 판단력과 재빠른 움직임에 재기 넘치는 경기 운영이 단연 돋보였다. 출전한 첫 대회에서 곧장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고전파의 맹활약에 온라인 세계는 웅성웅성 소문이 자자하고 파다했다. 스타크래프트 시대, 최강의 팀을 자랑했던 SKT의 김정균 코치가 고전파를 영입한다. 입단 테스트도 생략한 채 파격적으로 영접해 온 것이다. 2013년 4월, 17세의 나이에 프로세계에 입문한다. 고등학교를 작파하고 게임업계로 이동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강호에서 홀로 무예를 연마하는 독고다이였다면, 이제는 최고의 트레이너들의 관리를 받으면서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었다. 동료들과 숙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밤낮으로 연습을 거듭했다. 부캐도 바꾸었다. 페이커, 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달았다. 속을 알 수 없는 전략으로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이상혁 특유의 화려한 플레이에 안성맞춤한 별명이었다. 2013년 LCK 서머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생애 첫 우승이었다. 동시에 페이커는 MVP가 되었다. 창단 9개월 만에 이루어 낸 쾌거였다. 쾌감도 남달랐다. 결승전에서 1,2 세트를 지다가 세 세트를 연달아 이긴 대역전승을 연출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5세트에서 페이커가 선보인 신들린 기술과 전략은 10년이 지나서도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삽시간에 한국을 평정한 페이커는 세계 무대로 진출한다. 롤의 월드컵, 롤드컵이라고도 속칭되는 월즈(WORLDS) 결승전에 나선 것이다. 2013년에는 LA의 스테이플 센터에서 열렸다. 상혁이는 여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스타디움의 규모와 팬들의 함성에 압도당할 것 같았다. 상대는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았던 중국 팀이었다. 그러나 페이커는 다시 신내린 듯한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팀을 격침시킨다. 3대 0, 완벽한 승리였다. 데뷰한 첫 해에 바로 세계 정상을 찍어버린 것이다. 라이징 스타, 신성이 탄생한 것이다. 중국에서 막대한 연봉을 제안했지만 자신을 먼저 알아봐 준 T1과의 의리를 지키며 한국에 머문다. 2015년과 2016년에는 2년 연속 롤드컵을 들어올린다. 존재 자체로 T1의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간판 선수가 된 것이다. 이 모든 위업을 10대에 다 이루었다. 월드클래스의 지니어스, 지존의 위엄으로 아우라가 넘쳐 흘렀다. 허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더 높고 더 멀리 있는 두 번째 산, 내리막길은 가팔랐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2017년 결승전에서 3대 0으로 참패한 직후 책상에 쓰러져 눈물을 쏟아냈다. 그 이전 패배한 경기마다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했던 페이커의 멘탈까지도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게 된다. 2018년은 최악의 한 해였다. 국내 리그에서도 7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정작 한국에서 개최되는 월즈에는 진출하지도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반면으로 새로운 젊은 선수들의 실력은 상향 평준화되었다. 특히 페이커를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그의 기술과 전략을 꼼꼼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여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전담 팀들이 생겨났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것만 같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페이커를 조롱하고 험담하는 밈이 유행까지 했다. 이대로 커리어가 끝나는 듯 보였다. 화려한 비상과 끝없는 몰락, 수모를 견디고 절망을 버텨내야 하는 인생의 암흑기였다. 돌파구는 책이었다. 게임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책을 통해 다른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폭넓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차츰 머리 속이 비워지고 맑아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메타인지, 게임을 다른 관점에서 사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딥마인드, 결국 게임도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딥시크, 나와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페이커 1.0이 탁월한 반사신경에 기초한 피지컬에 근거했다면, 페이커 2.0은 마인드 컨트롤에 기초한 정신력이 보강되었던 것이다. 마인드풀니스, 명상도 즐기게 되었다. 구도를 통하여 득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수행과 수련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오래된 테크놀로지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 페이커가 탐독했던 책들의 목록은 지금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소재는 다양하고 주제는 광범위하다. 마인드부터 코스모스까지, 미시부터 거대까지, 거룩한 세계를 품어내게 된 것이다. 하더라도 왕좌를 다시 탈환하는 일은 지난한 과업이었다. 20대 중반의 몸은 10대 후반과 또 달랐다. 터널 증후군, 팔꿈치 부상으로 경기에서 이탈한 기간도 길었다. 그러함에도 더 이상은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심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재기를 재차 다짐했다. 오히려 경기장 밖에서 객관적으로 팀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플레이어에서 플레잉 코치로 승격한 셈이다. 히어로에서 리더로 승급한 것이다. 리더십에서도 탑티어로 레벨업 한 것이다. 독야청청 독불장군에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는 덕장으로 재탄생하였다. 2023년 다시 롤드컵의 결승전이 한국에서 열렸다. 4강에 오른 팀 가운데 세 팀이 중국이었다. 페이커의 T1만 한국 팀이었다. 대진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4강에서 리그 최강 징동 게이밍(JDG)과 맞붙는다. 그 해 징동은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한 팀이었다. 골든 로드, 모든 시리즈의 모든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는 완전무결한 전승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가 되었다. 지금껏 역대 경기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게임으로 기록이 되었다. '골드 로드, 저희가 막겠습니다.' T1의 광고에 한국 팬들도 우르르 부산으로 집결하였다. 이 경기에서 페이커는 '신의 경지에 다다른 오리아나'를 보여주면서 팀을 승리로 이끈다. 부활과 환생의 서사가 새로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11월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웨이보게이밍(WBG)과 결승전이 열렸다. 입장권은 판매 10분 만에 매진되었고, 경기장 밖에서는 20배가 넘는 암표가 거래되었다. 수만 명의 홈 관중이 몰려들어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고척에 가지 못한 열혈 팬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이 경기를 실시간으로 상영하는 영화관도 전국에 수십 개에 달했다. 이날 페이커는 기어이 우승컵을 거머쥔다. 무려 7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데뷰하자마자 단숨에 세계 정상에 등극했던 17살때보다 더욱 값진 우승이었다.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극적으로 반등하여 재차 최정상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최연소 우승자에 이어 최고령 우승자까지 되었다. 처음 우승했을 때의 멤버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페이커의 플레이에 영감을 받아 프로게이머가 된 어린 친구들과 새 팀을 꾸려 새로이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난 것도 아니었다. 아름답게 유종의 미를 거두며 은퇴한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전성기보다 더 빼어난 성적을 거두게 된다. 2024년에도 우승했다. 2025년에도 또 우승한다.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깨고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2회 연속 우승의 기록을 넘어 쓰리핏, 3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운 것이다. 앞으로 4년 더, T1과의 계약을 연장하기까지 했다. 명실상부 살아있는 전설, 레전드 페이커의 레거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두가 전부가 GOAT, 대상혁과 빛상혁을 숭배하기에 이르렀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중국 팬들마저 이상혁을 신으로 모신다. 페이커는 “가장 높은 산이요, 가장 긴 강이라”고 한다. 만인이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는 드높은 산봉우리이자 드넓은 강줄기이다. e스포츠의 절대지존으로 10년이 넘는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내 안의 천성을 갈고 닦아 우주의 신성에 이른 호모 데우스의 경지에 올랐다. 20세기 중반 김용이 창조한 무협지의 세계가 대륙과 동아시아를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20세기 후반 오우삼이 빚어낸 홍콩의 느와르가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을 과시하던 때도 있었다. 21세기 초반 이제는 불마사대마왕, 천마 페이커가 디지털 지구촌을 석권하는 신시대, 신의 시대가 된 것이다. 문화에서 신화로의 진화, 문명의 차원 변경을 하드캐리하고 있는 최전선에 게임이 자리한다. 3. NEW GREAT GAME : 롤과 룰 LOL 판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형세가 오묘하다. 라이엇게임즈의 운명과도 깊이 포개어져 있다. 탄생 신화에 한국의 PC방 문화가 깊이 아로새겨져 있었던 이 기업이 지금은 중국의 품으로 넘어간 것이다. 중국의 빅테크를 상징하는 텐센트가 소유하고 있다. 2008년 소수 지분을 투자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가, 2015년에는 지분 100%를 인수하며 텐센트 제국의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이다. 실은 텐센트의 성장에도 한국의 게임업계는 긴밀하게 연루되어 있었다. 한국의 게임이야말로 오늘날의 텐센트를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는 아직 AAA급 온라인 게임 개발사가 없었다. 그 시절 중국의 게이머들이 가장 좋아했던 게임들이 한국산이었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로 큰 인기를 얻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와 '이플스토리'로 호황을 구가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서든어택'과 '카트라이더' 등도 중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화려한 진용을 갖춘 한국 게임들의 독점적 공급업체가 텐센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막대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익이 종자돈이 되어 글로벌 게임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 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한국을 발판으로 중국 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로 성장한 후, 이제는 행성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선 셈이다. 물론 한국도 텐센트 덕을 톡톡하게 누렸다. 중국 시장 진출의 핵심 파트너로서 광범위한 유통 인프라와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해준 것이다. 던파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고 크로스파이어의 경우에는 한때 매출의 80%가 중국에서 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맞수, 경쟁자가 되었다. 텐센트는 더 이상 한국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현지업체의 수준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형 엔터테인먼트를 직접 개발하는 굴지의 선진기업이 되었다. 판교와 선전은 이제 디지털문명의 행로를 좌지우지하는 동방의 실리콘벨리를 두고 패권을 다투는 와호장룡의 양대 권역이 된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가 미국, 중국, 한국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도 있다. 세계 4대 리그가 있다. LCK는 한국이고, LPL은 중국이며, LEC는 유럽이고, LCS는 북미이다. 닌텐도부터 소니까지 게임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일본의 부재가 눈에 띈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게임에는 강했으나 디지털 대전환, 온라인 기반의 대규모 네트워크 게임으로의 진화에는 뒤처지고 말았던 것이다. 4대 리그 가운데서도 메이저는 실상 LCK와 LPL이다. 유럽리그와 북미리그는 월즈에서 우승한 팀을 단 한 차례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유럽과 북미,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서방이 아니라 황해를 끼고 있는 중국과 한국이 디지털 게임의 쟁패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동방불패 가운데서도 한국은 역대 월드 챔피언십 최다 우승 국가로 우뚝하다. 6개의 챔피언 반지를 낀 '페이커 보유국'으로서 총 아홉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 다음이 중국이다. 네 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페이커가 슬럼프를 겪고 있던 2018년에서 2021년 사이에 강세를 보였다. 한중간 역전을 시키는 듯하다가 재역전을 당한 꼴이다. LPL과 LCK는 리그 스타일도 사뭇 대조적이다. LCK는 한국 리그이지만 전 세계의 팬들이 관람한다. 마치 유럽 축구처럼 미국의 야구나 농구처럼 월드 리그로 각광받는다. 그래서 종로에 들어선 전용구장, 롤파크를 관람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청계천과 광화문 사이 서울의 전통으로부터 미래형 K 문명까지 두루두루 체험하기에 적절한 코스가 된 것이다. 반면 LPL은 일국적이다. 중국 내부의 리그에 그친다. 하지만 그 어느 리그보다 더 치열하다. 그만큼 플레이어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14억 인구에서 배출되는 무수한 무림의 고수들이 LPL에 진입하고자 격렬한 경쟁을 거친다. 그래서 경기의 양상 또한 가장 거칠고 공격적이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초장부터 무진장한 싸움을 걸고 들어온다. 반면 LCK는 안정적인 운영이 돋보인다. 너른 시야를 장악하고, 전체의 설계 능력이 우수하다. LCK는 장기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춘 최정예 사단으로 꾸려져 있고, LPL은 폭넓은 선수층에 수많은 팀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반면으로 기복은 심한 편이다. 이는 기술과 시장과 운영을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미국과 한국과 중국 간 디지털문명의 형세와도 절묘하게 포개진다. 기술은 여전히 미국이 가장 앞선다. 아직까지는 실리콘밸리의 파괴적 혁신 능력을 능가할 지역은 지구상에 없다. 하지만 그 밸리의 혁신이 미국을 통째로 바꾸지는 못하고 있음이 병통이라 하겠다. 커다란 착각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동부와 서부의 몇몇 해안가 도시들이 미국의 전부가 아니다. 미국의 지극한 일부일 뿐이다. 중부와 남부로 가면 디지털 문명과는 아득한 산업문명기의 미국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비율로 치자면 후자가 훨씬 크다. 3억 5천만 인구 가운데 디지털문명으로 이주한 비율은 5할에 그친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만 왕래해서는 미국의 장래에 대해서 크게 오판하기 십상이다. 그에 반해 중국은 미국의 혁신을 모방하여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동원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국공산당의 탁월한 영도 아래 2049년까지의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디지털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전국적으로 전세대적으로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변방과 시골 구석구석까지 미세혈관처럼 디지털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펼쳐져 있다. 거부부터 거지까지 거대한 기술의 그물망을 거침없이 엮어가고 있다. 14억 인구 가운데 10억이 디지털 사회의 인민이 되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가고 있는 것이다. 양대 국가 사이에 있는 한국은 가장 신속하다. 5천만 인구 전부가 디지털 문명으로 이주를 완료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문명의 운영체계를 개발해 보기에 최적화된 나라라 할 수 있다. 미국이 기술 혁신에 앞서고, 중국이 시장 규모에서 압도적이라면, 한국은 거버넌스의 창조에 안성맞춤한 나라인 것이다. 새로운 룰을 만드는 롤을 맡기에 제격인 위치이고 위상이다. 양대 제국이 패권 경쟁에 함몰되어 있을 때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 볼 수 있는 최상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룰 세터를 한국의 소임이자 소명으로 자임해 봄 직한 것이다. 앞으로 한 세대, 2050년까지 펼쳐지게 될 디지털 삼국지의 기본 구도라고도 하겠다. 위촉오에 빗대어 볼 수도 있겠다. 미국은 위나라에 근사하다.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여전히 최강이다. 거대한 자본과 기술로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오나라와 흡사하다. 오는 장강이라는 거대한 방벽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었다. 한국은 촉에 방불하다. 영토와 인구가 아니라, 인재와 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나라이다. 리더십과 거버넌스로 막강한 두 나라를 상대했다. 지혜의 상징은 책사 제갈량이었고, 훌륭한 인품을 갖춘 리더 유비가 있었다. 기술신학국가로서 뉴아메리카의 새 판을 설계하는 피터 틸은 기민한 조조를 빼다 박았다. 의뭉스러운 리얼리스트 시진핑은 손권과 흡사하다. 동남아와 서남아, 중앙아를 막론하고 천하의 인재를 널리 품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 유비 같은 덕장이 한국에 필요한 시점이다. 지장과 용장에 맞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양 나라를 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행성적 거버넌스의 지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20세기 미국과 소련의 양대 패권국이 핵무기 경쟁에 빠져 있을 때 1957년 오스트리아의 빈에 설립된 기관이 IAEA였다. 21세기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을 조율하여 행성적 AI 거버넌스를 창출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한국에 유치할 수 있는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대한민국 말고는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산업화에서 200년을 뒤졌다. 민주화에는 100년을 뒤처졌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서는 10년으로 격차를 대폭 좁혔다. 한국사와 세계사의 차이가 가장 적은 영역이 게임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김정주가 넥슨을 창업한 해가 1994년이다. 김택진이 NC소프트를 창업한 해는 1996년이다. 김정주와 송재경이 의기투합한 '바람의 나라'가 출시된 해도 1996년이었다. 놀랍게도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 대한민국에서 등장했던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한 송재경은 학창 시절부터 게임에 미쳐 있던 마니아였다. 취업하기가 싫어 탈출구 삼아 진학한 카이스트에서 만난 스승이 바로 전길남이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전설을 사사한 것이다. 전길남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애국심을 호소하며 해외 과학자를 유치하는 사업을 전력으로 펼치던 무렵에 귀국을 결단한 과학자였다. 미국에서 했던 일이 바로 인터넷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이 가능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이 깔린 공간이 바로 홍릉에서 대전으로 이전하여 신축한 카이스트였던 것이다. 게임과 인터넷의 융복합, 온라인 게임이 창발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한국과학기술원의 새 캠퍼스였다. 바로 그 유니크한 시공간에서 천재적인 괴짜들이 김정주와 송재경이 조우했던 것이다. 육사를 정점으로 한 삼군사관학교가 산업화를 통솔하고 지휘했다. 서울대를 필두로 한 SKY대학의 운동권들이 민주화를 선창하고 이끌었다. 카이스트를 선두로 한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이 창조하는 디지털 신문명의 맹아가 비로소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주는 잡스처럼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경영을 전담했다. 송재경은 워즈니악처럼 코드를 짜면서 게임 개발에 몰두했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일은 뜻밖으로 만화를 읽어가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출간된 모든 만화책을 둘이서 섭렵했다. RPG, 롤플레잉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흡입력 있는 배경과 설득력 있는 목표 설정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만화가 바로 '바람의 나라'였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저 멀리 북방 대륙에서 펼쳐졌던 장대한 스토리를 담은 세계관이 독창적이었다. 디지털 문명으로의 접속과 함께 고대사의 매혹이 홀연히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돌아보면 비단 '바람의 나라'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1994년 소프트맥스가 출시한 게임은 제목부터가 '단군의 땅'이었다. 고구려를 더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 고조선, 원조선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역사를 시뮬레이션하는 전략 게임을 선보인 것이다. 디지털 문화를 통하여 원형적인 신화를 호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단군의 땅'을 개발한 프로그래머가 김지하 시인의 아들이었다는 점이다. 김태곤은 소프트맥스의 공동 창립자로서 기획부터 세계관 설계까지 모두 겸하는 다재다능한 멀티 개발자였다. 그가 참여한 작품 가운데는 '창세기전' 시리즈도 있다. 박정희가 영입한 전길남과 김지하의 아들 김태곤이 김대중이 만든 판교 신도시에서 백남준이 예언했던 디지털 몽골제국의 출현을 부지불식간 태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수만이 예고했던 디지털 문명의 살림살이, play to create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었던 격이다. 디지털 화랑들, 플레이어와 크리에이터들이 활개를 치면서 산업문명의 시민과 인민과 국민을 대체해 가는 가상의 신세계를 건설해 왔던 것이다. 실로 박정희부터 페이커까지, 지난 80년 각자가 저마다 맡은 바 소임을 정성껏 다하여 도장 깨기 퀘스트를 하나씩 돌파해왔다. 그래서 디지털 문명의 새로운 룰을 만들고 OS를 개발하여 디지털 창세기를 개창하는 새로운 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완성된 것이다. 반도체부터 AI까지 기술적인 풀 스택을 장착하고, 대문자 'K'라는 소프트파워도 풀 충전을 완료한 채, 최종 보스 전 라스트 스테이지에 이른 것이다. 나는 디지털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나라는 동방의 두 국가, 중국과 한국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 전망하는 편이다. 실력은 막상막하 어금버금 하지만, 매력만큼은 한결 우리가 유리하다. 재차 반복하여 강조하건 대 산업혁명의 출발은 영국이었다. 그러나 산업문명의 표준을 설계하여 완성품을 만든 곳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그 미국에서 시작된 디지털혁명이 디지털-아메리카로 이행하는 작업이 영 여의치 않아 보인다. 새로운 문명의 표준적 OS를 가장 먼저 개발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한국 앞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최치원 이래 천 년 만의 기회이다. 아니 단군 왕검 이래 반만년 역사 가운데 이런 찬스는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러니 부디 그만들 투닥거리자. 진보와 보수가, 좌파와 우파가,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가 각각 그 단계에서 주어진 역사적 과업을 훌륭하게 완수해내었던 것이다. 서로를 한껏 끌어안아주고 토닥토닥 고생했다고 고맙다며 덕담을 나누어도 충분한 업적을 이루었다. 다만 딱 하나, 이제는 순순히 물러나 주어야 한다. 투덜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 2030들에게 서둘러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 더 이상 산업문명의 경험과 경륜이 관록으로 통용되지 않는 신문명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체제이행에 실패하면 투덜거리던 미래세대들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대남을 훈계한다고 해결될 리가 없다. 그 다음에는 한층 더 한 일대남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믿고 맡겨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신뢰가 보답을 낳는다. 1996년생 이상혁을 비롯하여 1987년 민주화 이후 태어난 신진세대들이 넥스트 스테이지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다음 목표는 우리나라 한나라만의 레벨 업, 일국적 과제가 아닐 것이다. 선진국 답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나라 만이 아니라 온 나라를 새 나라로 만드는 위대한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만국활계 남조선, 만국을 살려내는 행성적 계획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세계를 경영하는 디지털 제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MMORPG에 익숙한 친구들이어야만 한다. '창작과비평'을 읽고 '한겨레'를 구독하고 '딴지일보'를 클릭했던 그때 그 사람들이 감당할 수가 없다. X를 통하여 최신의 정보를 접하고, 유튜브를 통하여 학습을 하고, AI를 도반으로 삼아 성장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구촌 친구들과 협력하는 게임으로 수만 시간을 훈련해 본 적이 있는 MZ와 잘파 세대가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1987년으로부터 40년이 지나는 2028년 총선이 적기이다. 10203040이 선발대가 되고, 50607080은 후방 지원에 족해야 한다. 그래야 농업문명에서 산업문명으로의 전환을 전광석화처럼 이루어 내었던 196-70년대의 대도약을 203-40년대에 이룩해낼 수가 있다. 그래야만이 지난 5만년 선천의 역사 시대를 아름답게 마감하고 다음 5만년, 후사 시대를 여는 후천개벽의 전위로서 대칸제국 K가 웅비할 수 있다. Reunited States of ASIA, 바람의 나라가 되어 단군의 땅으로 북방으로 시베리아로 되돌아가서 오래된 미래를 되살려내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반지의 제왕'을 격파하는 '전설의 고향'을 시작하는 것이다.

2026.02.19 14:27이병한 기자

안준모 고대교수, 제35대 기술경영경제학회장 취임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20일 제35대 기술경영경제학회장에 취임했다.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는 기술경영경제학회는 오는 5월 29~30일 고려대에서 '유럽 R&D 관리 서울 워크숍'을 개최한다. 7월 2~4일 제주에서 하계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술경영경제학회는 1992년 설립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기술경영, 기술경제, 기술정책 분야 다학제 융합학회다. 회원은 약 2,800명이다. 안 신임 학회장은 서울대 응용화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기술경영 및 산업정책 전문가다. 제38회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한뒤 중소기업청,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거쳐 광주과학기술원(GIST) 감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동문회원, 차세대융합기술원 이사, 태재연구재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6.02.19 12:51박희범 기자

조해나 패리스 블리자드 사장 "한국 커뮤니티는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본질"

조해나 패리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취임 3년 차를 맞아 블리자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블리자드 35주년이라는 마일스톤을 앞둔 시점에서, 패리스 사장은 기존 지식재산권(IP)의 잠재력 극대화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시너지, 그리고 한국 커뮤니티와의 깊은 유대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게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패리스 사장은 2024년 취임 이후 내부적으로 '대담함과 엄격함 사이의 균형'을 정립하는 데 집중해 왔다. 패리스 사장은 "모든 팀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랜차이즈와 세계관의 미래를 고민하도록 했다"며 "동시에 부서 간 협업 방식을 진화시켜 각 팀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수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독립성 유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패리스 사장은 "새로운 소유 구조 아래에서 매우 큰 권한과 자율성을 느끼고 있다"며 "MS 리더들은 항상 '블리자드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를 먼저 묻는 오랜 팬이자 게이머들이기에, 블리자드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리스 사장은 커뮤니티의 최대 관심사인 '블리즈컨'의 귀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철학을 전했다. 그는 "직접 만나 관계를 이어가고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이 블리즈컨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이라며 "현장에 참여하는 팬들뿐만 아니라 온라인 참여자들도 블리자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소외되지 않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리자드의 향후 3~5년 장기 비전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패리스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오버워치나 하스스톤 등 기존 IP와 프랜차이즈에 집중해 커뮤니티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팬들이 기다리는 신규 IP에 대해서는 "기존 세계관 안에서도 성장과 확장의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며 "단기적으로 조직의 체력과 규모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패리스 사장은 "K-팝과 한국 문화가 우리 게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는 블리자드 전반의 중요한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국내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과의 협업이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패리스 사장은 "한국 문화 기념은 블리자드다움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35주년을 맞이하는 블리자드의 유산에 대해서는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그 안에 살아있는 기회를 인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오래된 타이틀의 플레이어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할 영역과 기존 경험을 존중하며 발전시킬 영역에 대해 매우 건강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패리스 사장은 한국 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패리스 사장은 "한국 커뮤니티는 문화적 측면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기반 측면에서도 블리자드를 블리자드답게 만드는 핵심"이라며 "매년 강화되는 한국과의 관계는 우리의 성공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며, 팬들의 열정에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보답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026.02.12 08:05정진성 기자

비젼랩, 정읍 고택서 '아트 리트릿' 전시 성료

아트테크 기업 비젼랩(VISION LAB)과 유어네스트(YourNest), 콘텐츠·에듀테크 기업 큐밋(Qmeet)이 공동 기획한 전시 '오래된 미래, 예술로 피어나다'가 지난해 12월 9일 전북 정읍 김명관 고택 인접 공간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0일 비젼랩에 따르면, 국가민속문화재 제26호 김명관 고택의 장소적 맥락을 살린 이번 전시는 지역 문화유산 공간을 활용한 전시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태양'을 주요 모티프로 작업을 이어온 원로 화가 신동권과 함께 채밍(Chaeming), 리윤(이윤희), 양선영, Gleam(박경희) 등 신진 작가 4인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전시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세대 작가들이 '오래된 미래'라는 공통 주제를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문화유산 공간과 현대 예술이 교차하는 장면을 완성했다. 비젼랩 이소민 대표는 “유럽예술가도서관협회(ECAL)와 미국 뮤지엄 오브 아메리카가 2005년 뉴욕 아트 엑스포를 통해 올해 '20명의 국제 현대 예술가'로 선정된 신동권 작가의 일관된 예술 세계가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뤘다”며 “여기에 신진 작가들의 현대적 감각이 더해지며 전통과 현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아트 리트릿(Art Retreat)' 프로그램의 PMF를 성공적으로 검증하며, 기존 관람형 전시의 틀을 깨고 '체류형 문화 콘텐츠'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주최 측은 이를 발판 삼아 전북 지역 회화 작가들이 참여하는 체류형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종료 이후에는 정읍시청 관계자 및 정읍 정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과 후속 협의로 이어지며, 단발성 전시에 그치지 않고 정읍시 문화유산 공간을 활용한 전시 모델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상설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며, 로컬 기반 문화 기획이 실제 운영 단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비젼랩은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강원 기반 아트테크 기업으로, 예술 창작 과정을 데이터로 기록·보존하는 플랫폼 '아트로그(Artlog)'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예술·기술 융합 특화 플랫폼 아트코리아랩 멤버십 기업이다. 유어네스트는 '예술의 구체화'를 비전으로 예술을 대중의 감정에 공명하는 문화적 경험이자 가치 있는 실물 자산으로 전환하는 아트테크 스타트업이며, 큐밋은 전북 기반 콘텐츠·에듀테크 기업으로 지역에 묻혀 있는 이야기와 가치를 교육과 문화로 연결하는 콘텐츠 기획을 수행하고 있다. 세 기업은 이번 전시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의 문화유산 공간을 무대로 한 후속 전시 및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2026.02.10 21:56방은주 기자

쿠팡 Inc "사용자 데이터 저장은 3천건...2차 피해 없어"

쿠팡 미국 본사가 민관합동조사단의 개인정보 접근 사건 조사 발표 이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2차 피해는 없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약 3300만 개 계정에 대한 접근이 있었지만 실제 저장된 정보는 약 3000건에 그쳤고, 공용현관 출입 코드가 포함된 접근 사례는 2609건이라고 했다. 10일 쿠팡 Inc 입장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적의 퇴사한 직원 1명이 자체 작성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약 1억4천만 회의 자동화 조회를 수행했고, 이 과정에서 약 3300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했다. 다만 실제로 저장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에 한정됐으며, 해당 데이터는 모두 삭제됐다고 밝혔다. 쿠팡은 해당 데이터가 제3자에 의해 열람되거나 활용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퇴사한 직원이 공격에 사용한 모든 기기를 회수했으며, 확보된 포렌식 증거 전체가 '약 3000개 계정의 데이터를 저장한 뒤 이를 삭제했다'는 전 직원의 선서 자백 진술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기들은 2025년 12월 23일 이후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보유하고 있으며, 회수된 기기 내에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지 않다는 포렌식 분석 결과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접근 정보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결제 정보, 금융 정보, 사용자 ID 및 비밀번호, 정부 발급 신분증 등 고도 민감 고객 정보에는 접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퇴사한 직원이 접근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제한적인 주문 내역, 제한적인 수의 공용현관 출입 코드였으며, 이 같은 내용은 클라우드 플랫폼 제공 업체 아카마이(Akamai)의 보안 로그를 통해 검증돼 2025년 12월 8일 규제 당국에 전달됐다고 했다. 공용현관 출입 코드와 관련해 쿠팡은 퇴사한 직원이 접근한 계정 중 해당 코드가 포함된 사례는 2609건이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아카마이 보안 로그와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됐으며, 해당 결과는 2025년 12월 2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민관합동조사단에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이날 공개된 민관합동조사단 보고서에 공용현관 출입 코드 조회가 5만 건으로 기재돼 있으나, 실제 접근이 이뤄진 계정이 2609건에 한정된다는 검증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2차 피해 여부와 관련해서는 독립 보안 전문 기업의 분석과 다수의 외부 보안 업체 모니터링 결과를 근거로, 데이터 유출과 연관된 2차 피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쿠팡은 다크웹, 딥웹, 텔레그램, 중국 메신저 플랫폼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관련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쿠팡은 2025년 12월 5일 경찰청 수사본부가 SMS 피싱,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범죄 신고와 강력 범죄 전수 점검을 실시한 결과, 배송지 정보와 주문 정보 등 쿠팡에서 유출된 정보 유형이 악용된 2차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후 같은 달 15일 경찰이 “현 단계에서는 2차 피해 발생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이후에도,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해 발표한 2차 피해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고객 데이터 보호와 투명한 정보 공개에 대한 약속을 변함없이 지켜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정부 조사에 전면 협조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보호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2.10 19:15안희정 기자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돌려주지 않으면 무슨 일 생길까

안녕하세요 AMEET 기자입니다. 며칠 전 빗썸에서 벌어진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으로 시장이 떠들썩했죠. 누군가에겐 '인생 역전의 기회'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고 버티면 정말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 처벌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공짜 돈'이 되는 일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더 복잡하고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우선, 왜 감옥에 가지 않는지부터 간단히 짚어보죠. 우리나라 대법원은 과거 유사한 사건에서 가상자산, 즉 비트코인은 형법에서 말하는 '재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실수로 들어온 비트코인을 마음대로 팔아버려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많은 사람이 '돌려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법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형사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 민사상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건 아니거든요. 법에는 '부당이득'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법적인 원인 없이 다른 사람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익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이죠. 빗썸이 실수로 보낸 비트코인은 바로 이 '부당이득'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빗썸은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AI 전문가들의 격론: '버티기'는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이 문제를 두고 AI 전문가들이 나눈 가상 토론에서는 이 '버티기' 전략의 실효성을 두고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습니다. AI 전문가인 위기관리 전문가는 처음엔 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니 돈을 받은 사람이 해외로 빼돌리거나 개인 지갑에 숨겨두고 버티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는, 다소 비관적인 시각이었죠. 그의 말처럼,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한번 개인 지갑으로 옮겨진 자산을 강제로 뺏어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AI 전문가인 민사법 전문가와 디지털 자산 회수 전문가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이미 개인 은행 계좌로 빠져나간 30억 원이나 다른 국내 거래소로 옮겨진 자산은 추적이 쉽고 표적이 명확하다고 봤습니다. 이들은 '가압류'라는 강력한 법적 수단을 언급했는데요. 빗썸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가압류를 신청하면, 법원은 빠르면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해당 계좌를 동결시켜 돈을 빼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 계좌가 묶이면, 소송이 끝난 뒤 빗썸이 그 돈을 강제로 회수해 갈 수 있습니다. 이 토론을 통해 위험의 성격이 한층 더 명확해졌습니다.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이 돈을 국내 은행이나 거래소에 그대로 두었다면, 사실상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다는 결론에 이른 거죠. 반면, 앞서 말한 것처럼 개인 지갑으로 옮기거나 믹서(가상자산 거래 기록을 섞어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기술)를 사용해 자금 세탁을 시도하면 추적이 매우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빗썸은 소송에서 이긴 판결문을 근거로 그 사람의 다른 재산, 예를 들어 집이나 자동차, 월급까지도 압류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결국 AI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습니다.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이 '버티기'를 선택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소송 비용, 불어나는 이자, 다른 재산 압류의 위험, 그리고 신용도 하락이라는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서 말이죠. AI 전문가인 금융소비자 대표가 내놓았던 '지금 당장 돌려주고 합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초기 주장이 가장 현실적인 결론으로 모아진 셈입니다. AI 전문가인 비판적 관점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가상자산을 재물로 보지 않는 현행법의 허점과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냈다며, 근본적인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뼈아픈 지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빗썸 역시 기업공개(IPO)와 사업자 자격 갱신 심사를 앞두고 큰 악재를 만났습니다. 금융 당국은 빗썸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들여다볼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좌우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뜻밖의 행운'처럼 보였던 일이 사실은 얼마나 무거운 법적, 재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자산 시대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오래된 격언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 해당 보고서 보기 https://ameet.zdnet.co.kr/uploads/0adcc8c8.html ▶ 이 기사는 리바랩스의 'AMEET'과의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더 많은 보고서를 보시려면 'AI의 눈' 서비스로 이동해주세요 (☞ 보고서 서비스 바로가기)

2026.02.09 12:44AMEET

리튬금속전지 덴드라이트 난제 상용수준으로 해결…비밀은 '주석 0.19원자%'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금속전지 난제 하나가 상용화 수준으로 해결됐다. 덴드라이트 형성 자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 덴드라이트는 리튬 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쌓이는 나뭇가지 결정체다. 지속적으로 쌓여 성장하면서 배터리 수명 저하나 전해막을 찢어 전지 폭발을 초래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차세대에너지연구소(소장 엄광섭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짧은 전기 신호를 반복적으로 가해 전극 표면을 정밀하게 다듬는 방식(전기화학적 펄스 증착 공정)으로, 리튬금속전지 음극에서 리튬 이동과 안정성을 결정하는 표면(계면)을 단 2분 만에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이창현 박사과정생(제1저자)은 "배터리 음극에서 전류를 전달하는 구리 표면에 주석(Sn) 극소량(0.19 원자%)을 머리카락보다 가는 나노와이어 전구체(SCN)에 넣어 나타나는 효과를 관찰한 것"이라며 "리튬 금속이 한쪽으로 뭉치지 않고 고르게 쌓일 수 있는 안정적인 계면을 빠르고 간단한 공정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창현 박사과정생은 "리튬이온 속도가 빨라 이동 과정에서 한 눈 팔 틈도 없이 목적지(음극)로 바로 들어간다"며 "논문에서는 덴드라이트 '프리'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용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특허 출원을 준비중"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GIST 기술사업화센터 측은 공정 자체가 단순해 상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술이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결과, 리튬 이온 이동 속도가 기존 구리 계면보다 약 24배 빨라 리튬금속전지에서 오래된 문제로 꼽혀 온 리튬이 고르게 쌓이지 않는 현상과 덴드라이트 성장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구조(나노와이어 계면)를 적용한 배터리는 9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고, 리튬인산철(LFP) 양극을 적용한 실제 배터리 시험에서도 약 1시간 이내에 충·방전이 이뤄지는 고속 조건(1.0C)에서 480회 사용 후에도 초기 용량의 98.2%를 유지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엄광섭 교수(교신저자)는 “이번 연구는 리튬금속전지 상용화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 온 덴드라이트 형성 문제를 리튬 음극 전기화학적 계면 설계만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2분 이내에 구현 가능한 간단한 공정으로도 고속 충전과 긴 수명 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기존 배터리 제조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2026.02.09 09:47박희범 기자

[박종성 피지컬AI⑤] "공짜 로봇은 당신의 침실을 보고 있다"

■ 움직이는 감시자: 피할 곳 없는 집 기억을 조금만 되돌려보자. 수년 전, 우리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판매하던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용자의 일상적인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이를 제3자인 하청 업체 직원들에게 보내 일일이 듣고 검수하게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사건이었다. 당시 우리는 그저 기계에게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묻거나 "신나는 음악 좀 틀어줘"라고 명령했을 뿐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거실 한구석에 놓인 그 작은 기계는, 우리가 배우자와 격렬하게 부부 싸움을 하거나 누군가와 은밀한 통화를 나누는 지극히 사적인 순간까지 귀를 열고 듣고 있었다. 나의 가장 내밀한 목소리가 낯선 타인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은 실로 소름 끼치는 배신이었다. 비단 '소리'뿐만이 아니다. '보는 눈'에 대한 공포는 더 심각했다. 반려동물을 지켜보거나 자녀 안전을 위해 설치한 가정용 방범 카메라가 해킹되어, 집 안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전 세계 어딘가에 있는 불법 웹사이트에서 생중계되고 있었다는 섬뜩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나를 지켜달라고 설치한 보안 장치가, 오히려 나를 감시하는 '디지털 구멍'이 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제 곧 우리 거실로 들어올 '피지컬 AI' 시대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감시의 공포는, 단지 이 정도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사용하던 스피커나 카메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것들은 전원 선에 묶여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피커가 없는 방으로 들어가거나, 카메라 렌즈의 사각지대로 피하면 적어도 감시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숨을 곳'이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두 발이나 바퀴를 이용해 움직이며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로봇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들은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자율주행 기술로 집 안의 모든 구조를 샅샅이 지도로 그려낸다. 안방 문을 닫아도, 부엌 구석으로 숨어도 소용없다. 로봇은 내가 어디에 있든 찾아올 수 있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고정된 CCTV가 '피할 수 있는 감시'였다면, 발 달린 로봇은 '피할 곳 없는 추적자'다. 우리는 지금 사각지대가 완전히 사라진, 전례 없는 투명한 감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달콤한 "0원 로봇"의 함정 "구독료 0원, 초기 비용 0원. 지금 바로 우리 집 가사 도우미, 휴머노이드 '네오(NEO)'를 입양하세요." 현재 1X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는 약 2700만 원(2만 달러)이라는, 일반 가정에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높은 가격에 얼리 액세스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1~2년 뒤에는, 서울 시내 가전 매장 유리창마다 이처럼 파격적인 '0원 로봇' 광고가 나붙을 것이라 예측한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목격해 왔다. 스마트 TV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트업 '텔리(Telly)'가 그 증거다. 텔리는 무려 55인치 4K 고화질 TV를 소비자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주고 있다. 자선 사업일까? 아니다. 텔리는 TV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TV 하단에 부착된 별도의 스크린에 24시간 광고를 노출하고, 시청자가 언제 무엇을 보는지, 어떤 제품에 관심을 갖는지 등 시청 습관과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모조리 수집할 권리를 가져간다. 즉, TV라는 하드웨어는 소비자를 낚기 위한 미끼일 뿐, 진짜 상품은 바로 TV 앞에 앉아 있는 '시청자의 데이터'인 셈이다. 로봇 산업의 미래 역시 이와 판박이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로봇의 대량 생산으로 제조 원가는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현실 세계 데이터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기 가격을 원가 이하로 대폭 낮추거나 아예 공짜로 뿌리는 대신, 사용자의 일상 전체를 담보로 잡는 '조건부 보조금'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제안 뒤에 숨겨진 조건은 단 하나다. 바로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 있는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서' 필수 항목에 체크하는 것이다. 그 순간, 로봇은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집 안 곳곳을 누비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합법적인 스파이가 된다. 겉보기에는 로봇이 고된 가사 노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구세주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해킹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치명적인 위협이, '합법'이라는 가면을 쓴 계약서 뒤에 똬리를 틀고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오래된 격언을, 최첨단 로봇 시대에 다시금 뼈저리게 되새겨야 할지도 모른다. ■ 당신의 삶을 인덱싱하는 물리적 쿠키 인터넷 시대에 구글이나 메타 같은 기업은 '쿠키(Cookie)'를 통해 우리가 웹을 서핑하는 기록을 추적했다. 그러나 피지컬 AI 시대에 이루어질 데이터 수집은 그 차원이 다르다. 웹 쿠키가 우리의 '관심사'를 훔쳐봤다면, 로봇은 우리의 '실존' 그 자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물리적 쿠키(Physical Cookie)'가 된다. 거실과 안방을 돌아다니는 로봇의 카메라는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이들은 단순히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서만 눈을 뜨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AI는 이미 사람의 팔다리 움직임, 자세, 표정 등 일상적인 행동만 보고도 우울증 증상을 탐지할 수 있다. 그리고 로봇은 바닥의 약봉지로 주인의 지병을 분석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술병 개수를 세어 알코올 의존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심지어 부부 싸움 빈도나 아이를 훈육할 때 내뱉는 고성까지, 로봇이 달고 있는 수많은 센서는 집 안의 모든 사건을 데이터로 변환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한다. 더욱 심각한 위협은 '원격 제어(Teleoperation)' 시스템에 있다. 로봇은 아직 100% 자율적이지는 않기에, 로봇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다 오류가 나면 먼 곳에 있는 인간 운영자가 VR 헤드셋을 쓰고 직접 로봇을 조종한다. 이는 알고리즘에 의한 감시를 넘어, 지구 반대편 낯선 타인이 내 침실을 고화질로 들여다보며 내밀한 공간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행동 잉여 착취와 '라이프스타일 권력' 하버드 대학 쇼샤나 주보프 교수가 날카롭게 경고했던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는 이제 2차원 웹 화면을 넘어, 우리가 숨 쉬는 3차원 현실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하려 든다. 피지컬 AI 기업 입장에서 로봇 하드웨어는 그저 데이터를 낚기 위한 화려한 미끼일 뿐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진짜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가 보내는 지극히 사적인 일상 자체를 데이터로 가공해 제3자에게 비싸게 판매하는 데 있다. 이러한 거래 속에서 기업은 로봇이 부지런히 수집한 방대한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보험사, 은행, 제약 회사 등과 은밀하게 공유할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해 보라. 건강 보험사가 로봇이 전송한 당신 식습관 기록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매일 밤 야식을 먹는 횟수, 냉장고 속 술병 개수, 운동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 있는 시간을 근거로 당신 건강 위험도를 높게 책정한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 보험료가 기습적으로 인상되더라도, 당신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다.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대출 심사를 할 때 단순히 소득이나 직장 정보만 보지 않을 것이다. 은행은 로봇 데이터를 통해 당신이 평소 집 안을 얼마나 잘 정돈하는지,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이 얼마나 규칙적인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를 개인 '성실성'이나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보조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지 집이 어지럽거나 생활 패턴이 불규칙하다는 이유로 신용 점수가 깎이고 대출 금리가 오르는, 마치 드라마 '블랙 미러' 같은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행동 하나하나는 기업 이윤을 창출하는 원재료, 주보프 교수가 말한 '행동 잉여(behavioral Surplus)'가 되어 끊임없이 채굴당하고 착취당하는 구조다. 내 삶은 내가 사는데, 정작 그 삶의 패턴을 분석해 막대한 돈을 버는 것은 엉뚱하게도 나를 감시하는 거대 테크 기업들이다. 우리는 지금 편리함을 대가로 내 삶의 주권을 데이터 브로커들에게 넘겨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거실의 판옵티콘: 자기 검열이 지배하는 일상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원형 감옥 '판옵티콘'은 죄수가 감시자 시선을 결코 피할 수 없는 구조다. 피지컬 AI가 도입된 가정은 이와 소름 끼치도록 닮았다. 가장 안락해야 할 우리 집이 완벽한 '디지털 감옥'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로봇이 24시간 나를 지켜보고, 내 행동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긴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인간은 본능적으로 가장 편안해야 할 집 안에서도 타인 시선을 의식한 '연기'를 시작하게 된다. 현관문을 닫으면 해제되었던 사회적 가면을, 이제는 잠들기 전까지 벗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로봇 카메라 앞에서 괜히 늘어진 옷매무새를 단정히 다듬고, 보험료 인상이 두려워 건강에 나쁜 맵고 짜거나 기름진 음식을 로봇 눈을 피해 몰래 숨겨 먹는 촌극이 벌어진다. 심지어 배우자나 자녀에게 화가 치미는 순간에도, 그 모든 상황이 데이터로 기록될까 두려워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다정한 말투를 꾸며내는 지독한 자기 검열이 일상을 지배한다. 이것은 단순히 불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렇게나 소파에 널브러져 있을 자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일 자유와 같이 인간 정신 건강을 지탱해 온 가장 중요한 안전핀이 뽑혀나가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완전한 고독'과 '이완'이 사라진 공간은 더 이상 집이라 부르기 어렵다. 결국 우리는 로봇과 그 뒤에 숨은 알고리즘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 친화적인 모범생'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이렇게 행동하면 신용 평가에 나쁠까?”, “이걸 먹으면 보험사가 알게 될까?”를 매순간 고민하며 사는 삶. 그것은 필연적으로 만성적인 긴장 상태와 깊은 정서적 고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육체의 편리함을 얻는 대가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지구상 마지막 안식처를 스스로 허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 공간 데이터 주권과 기술적 방어막을 위하여 그럼에도 로봇이 가져다줄 가사 노동 해방,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무척 힘들 것이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프라이버시를 아주 조금만 양보하라, 그러면 지긋지긋한 청소와 빨래 지옥에서 영원히 구해주겠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프라이버시란 남에게 숨겨야 할 죄가 있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인간 존엄 영역 그 자체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기술 규제를 넘어, 우리 공간 주권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 '물리적 보안 장치' 장착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화면 터치로 기능을 끄는 소프트웨어 방식은 해킹 위험 탓에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해커가 시스템 관리자 권한을 탈취하면 소프트웨어 스위치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대안은 확실하다. 아마존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카메라 렌즈를 플라스틱 덮개로 물리적으로 덮어버리는 셔터, 마이크로 들어가는 전력 회로를 아예 끊어버리는 버튼처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확실한 '프라이버시 셔터'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간섭을 원천 차단하는 이런 물리적 장치를 제공해야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다. 둘째, 기술적 대안인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rivacy Enhancing Technology, PET)'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내밀한 침실 영상이나 음성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로봇 기기 내부에서 자체 처리하는 '엣지 AI(Edge AI)'와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이 해법이다. 데이터가 로봇 밖으로 나가지 않게 가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원본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지 않고, 각 로봇이 학습한 결과값(가중치)만 공유해 전체 지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또한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 그대로 연산하는 '동형 암호'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철통같이 보호하면서도 로봇 지능을 고도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셋째, 데이터 소유권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집 안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기업 소유물이 아니라 거주자 자산이다. 기업이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서비스 이용을 위해 동의함'이라는 포괄적 동의가 아닌, 건별로 명시적 허락을 구해야 마땅하다. 좋은 선례가 있다. 경기도는 지역화폐 사용 데이터 등을 민간기업과 연구소에 판매하여 발생한 수익을 도민에게 환원하는 '데이터 배당'을 세계 최초로 실현했다. 이 모델을 가정 내 공간 데이터로 확장해야 한다. 내 삶을 기록한 데이터를 판매해 기업이 수익을 올렸다면, 그 몫을 정당하게 사용자에게 되돌려주는 '데이터 배당'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감시 자본주의에 맞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정의다. ■ 투명한 유리 집에서 살 것인가 피지컬AI는 분명 고된 육체노동에서 인류를 해방시켜 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정신적 자유'라는 새롭고도 무거운 청구서를 우리 앞에 내민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기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은 설계된 목적대로, 그리고 거대 자본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이끄는 방향대로 우리 세상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재편한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단지 몸이 조금 더 편해지기 위해, 기꺼이 옷을 벗고 안팎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 집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삶을 파고드는 로봇에게 “네가 들어올 곳은 딱 여기까지”라고 단호하게 침범할 수 없는 선을 그을 것인가. 로봇이 귀찮은 빨래를 대신 개어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영혼과 내밀한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편리함이 존엄보다 앞설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내가 사는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자. 그곳은 아직 나만을 위한 안온한 공간인가, 아니면 실리콘밸리 거대 테크 기업 서버가 촉수를 뻗친 데이터 채굴 현장인가. ◆ 필자 박종성은... LG CNS AI&최적화컨설팅 리더다. LG그룹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15년간 조선·철강·해운·항만·전자·화학·배터리 섹터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고객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LG CNS Entrue 컨설팅 산하 AI 전문 조직인 최적화/AI그룹 그룹장을 거쳐, 현재는 AI·양자·로봇 등 미래 '게임 체인저' 산업 기술 근간이 되는 '수학적최적화(Mathematical Optimization)' 분야에서 컨설팅팀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에서 피지컬 AI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향후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세계 경제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를 졸업했다. LG인화원, 부산대, 인하대 등에서 AI/최적화, 문제 해결 방법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피지컬 AI 패권 전쟁'(아래 사진) '혁신은 왜 실패하는가?'(2026년 'SERI CEO 비즈니스 북클럽' 선정, 아래 사진) 'Enterprise IT Governance, Business Value and Performance Measurement'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영어와 일본어로 쓰인 좋은 책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아마존 사람들은 이렇게 일합니다'(2021년 '세종도서 학술 부문 우수 도서' 선정),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AI, 수학적최적화' '기묘한 과학' 등 다수가 있다.

2026.02.07 11:09박종성 컬럼니스트

44억년 전 화성 운석, 예상보다 물 더 많았다 [우주로 간다]

지구에 떨어진 가장 오래된 화성 운석 중 하나로 꼽히는 '블랙 뷰티(Black Beauty)'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이 숨겨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5일(현지시간) 에스트리드 나베르 덴마크 공과대학(DTU)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화성 운석 NWA 7034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달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재됐다. 2011년 발견된 320g 화성 운석 '블랙 뷰티' NWA 7034는 '블랙 뷰티'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화성에서 다른 운석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약 320g 크기의 암석으로, 2011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됐다. 다만 정확히 언제 지구로 떨어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한쪽 면이 심하게 마모되면서 더 짙고 어두운 색을 띠게 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블랙 뷰티는 화성 적도 부근 지름 약 10㎞ 규모 카라타 분화구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암석의 연대는 최소 44억 4000만 년 전으로 측정돼, 현재까지 발견된 화성 운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로 여겨진다. 2013년 과학자들은 블랙 뷰티 내부에 물의 흔적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덴마크 연구진의 분석에서는 이 물이 가열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도 새롭게 발견됐다. 지금까지는 운석에 갇힌 물을 연구하기 위해 작은 조각을 떼어내 분석해야 했기 때문에, 운석 전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새로운 스캔 기법을 적용해 운석 전체의 수분 함량을 분석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블랙 뷰티 질량의 약 0.6%가 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손톱 크기 정도의 암석 조각에 해당하는 양으로 많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기존 추정치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 물의 대부분은 수소가 풍부한 철 옥시수산화물(FeHO₂)의 미세한 조각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물질은 녹의 주요 성분과 유사하며, 운석 충돌처럼 고압 환경에서 철이 물과 반응할 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X선을 이용해 인체처럼 연한 물체의 내부 이미지를 구현하는 CT 스캐닝의 한 형태를 활용했다. 다만 이번에는 전자기 방사선을 대신해 운석 시료에 중성자를 조사했다. 중성자는 극도로 밀도가 높은 시료 내부에 포함된 수소 원자를 식별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 물 증거 찾는 데 도움 줄 것” 오늘날 먼지로 뒤덮인 붉은 화성이 한때 물로 가득 찬 행성이었다는 사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러 증거들은 오래 전 화성에 지구처럼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물의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일부는 화성 적도 근처에 묻힌 얼음 덩어리 형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 뷰티는 화성에서 물이 존재했다는 가장 오래된 직접 증거 중 하나로 평가되며, 화성에 한때 풍부했던 물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샘플 회수 임무를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에, 블랙 뷰티 같은 운석이 화성의 물을 연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는 전했다.

2026.02.07 09:46이정현 미디어연구소

"카드 개통이 완료됐습니다" 피싱 문자, 작년 4분기 '기승'

"카드 개통이 완료됐습니다. 고객님이 개통한 내용이 아니라면 신고 접수 바랍니다. 문의: ○○○○-○○○○." 6일 안랩에 따르면 이같은 금융기관 사칭 피싱 문자가 지난해 4분기 가장 많이 발생한 문자 공격 유형으로 조사됐다. 안랩은 이날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에이전틱(AI) 기반 보안 플랫폼인 '안랩 AI 플러스'로 다양한 피시 문자를 탐지·분석한 결과를 담은 '2025년 4분기 피싱 문자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형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가장 많이 발생한 피싱 문자 공격 유형은 '금융기관 사칭'이 약 47%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정부·공공기관 사칭(16.93%) ▲구인 사기(14.40%) ▲텔레그램 사칭(9.82%) ▲대출 사기(5.87%) ▲택배사 사칭(3.32%) ▲부고 위장(1.47%) ▲공모주 청약 위장(0.70%) ▲청첩장 위장(0.39%) ▲가족 사칭(0.17%) 순서로 집계됐다. 특히 '금융기관 사칭' 유형은 직전 분기 대비 공격 빈도가 343.6%나 늘어 가파른 확산세를 보였다. '카드 발급 완료 안내', '거래 내역 알림' 등을 내세워 직접 신청·결제하지 않은 내역일 경우 즉시 신고하라는 문구로 사용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자 본문에 피싱 사이트 인터넷 주소(URL)나 가짜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삽입하고, 신고 절차를 가장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수법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피싱 시도 방식은 URL 삽입 유형이 98.89%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모바일 메신저로 유인하는 수법은 1.11%에 그쳤다. 이는 공격자들이 새로운 기술적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높은 성공률이 검증된 URL 기반 공격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안랩은 "URL 삽입 공격이 공격 방식은 단순하지만 사용자의 심리와 행동을 공략하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싱 문자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분명한 송신자가 보낸 URL 클릭 금지 ▲의심스러운 전화번호의 평판 확인 ▲업무·일상에 불필요할 경우 국제 발신 문자 수신 차단 ▲스마트폰 보안 제품(V3 모바일 시큐리티) 설치 등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랩은 “피싱 문자 공격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지만 금전·구직 등 관심도가 높은 이슈나 사용자의 일상과 밀접한 계절적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작년과 유사한 패턴이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다”며 “설 연휴를 앞둔 만큼 가족과 지인에게 대표적인 피싱 수법을 미리 공유하며 경각심을 높인다면 피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02.06 11:12김기찬 기자

동양 선과 서양 테크 화려한 결합…테크노 샤먼, 우주적 종합예술 만들다

1. 노마디즘 : 실향과 귀향 “남이 안 다니는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호기심과 모험심이 충만한 소년이었다. 늘 다니던 길에는 금방 싫증을 느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일부러 골라 다니곤 했다. 그래도 안전할 수 있었다. 동네의 이 길과 저 길이 모두 결국은 집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종로의 서린동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부터 창신동에서 살았다. 남준의 집은 '큰대문집'이라고 불렸다. 대궐처럼 커다란 집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백낙승은 한국 최초의 재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거부였다. 식민지 모더니티가 휘황한 경성에서도 딱 두 대 밖에 없다는 캐딜락 승용차 중 하나가 남준네 큰대문 집 앞에 세워져 있을 정도였다. 벼락출세한 친일파, 졸부는 아니었다. 대대로 부를 축적한 뼈대 있는 가문이었다. 대일본제국에 앞서 대청제국과도 연이 깊었다. 중국에서 비단을 수입해 판매한 사람이 할아버지 백윤수다. 경쟁하지 않고 독점했다. 종로5가와 동대문 일대 포목상의 절반 이상을 백씨네 집안이 장악한 것이다. 국상이 나면 조정의 관리들이 입을 상복과 제복을 그의 집안에서 도맡아 만들었다. 대한제국이 멸하고 대청제국도 와해되고 대일본제국이 식민지 조선의 주인이 되는 수상한 세월에도 백씨네 독점 사업은 타격이 덜했다. 조선왕조의 거상에서 식민지 조선의 부르주아지로 진화한 것이다. 당시 한성은행의 자본금이 100만원이었던 반면에, 남준네 집안의 재산은 3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가문의 자산이 시중 은행의 규모를 넘어섰던 것이다. 하더라도 한국전쟁의 화마마저 피해갈 수는 없었다. 아니 진정한 위기였다. 중원의 중국도 해양의 일본도 아닌 북방의 오랑캐, 붉은 공산주의자들이 남하한 것이기 때문이다. 백씨 집안으로서도 장래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부자집 막내아들, 남준의 인생도 급변한다. 더 남쪽으로 튀어, 피난민이 된 것이다. 졸지에 실향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그 막대한 부로 인해 실향과 피난의 스케일이 남달랐다. 거제도나 제주도가 아니었다. 남중국해 지나 아시아 최대의 금융도시, 홍콩으로 피난 간다. 현해탄 건너 동양 최고의 공업국가, 일본으로 피신했다. 글로벌 디아스포라, 떠돌이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워낙 풍요로운 유년 시절을 경험하였기에 물질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 궁핍한 가난의 서러움을 알 리가 없었다. 저 멀리 유대인부터 중국계 화교들처럼 돈에 집착하는 헝그리 정신이 없었다. 천상 곱디 고운 도련님, 천진난만과 순진무구로 철없는 세월을 보냈다. 그래서 훗날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명성이 자자할 때도 경제적으로는 쪼들리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정반대로 집요할 정도로 정신 세계의 확장과 심화에 천착했다. 홍콩에서는 중화문명의 오래된 고전에 심취한다. 한문과 중국어를 배운다. 유가나 법가보다는 도가가 취향에 맞았다. 노자와 장자, 노장사상에 빠져든다. 붕새의 날개를 활짝 펼쳐 소요유하는 삶을 선망했다. 태초의 텅 빔이 우주의 근원이라 여겼다. 세속적 가치를 초탈한 것이다. 그래서 스케치도 즐겨 수성 팬으로 그렸다. 그림조차 지워질 때까지만 즐기라는 뜻이다. 작품을 창조하는 그 찰나의 몰입에만 몰두했다. 휘발되더라도 연연하지 않았다. 어제의 작품은 곧 시들하고 시시해진다. 오늘에서 내일로, 머나먼 미래를 살았다. 담을 쌓기 보다는 길을 만들고자 했던 유목민들의 놀이터, 초원의 미학을 탑재한 것이다. 노마드들은 피라미드도 아크로폴리스도 만리장성도 남기지 않았다.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니, 늘 새로운 길 만을 열었을 뿐이다. 일본에서는 가마쿠라에서 지냈다. 도쿄 근처, 고즈넉한 소도시였다. 에도 시대에는 막부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화계 명사들의 삶과 사연이 깃든 곳이었다.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거주했다. 일본 단편문학의 거두로 꼽히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또한 이 곳에서 살았다. 일본의 전통적인 미학이 응축되어 있는 장소였다. 가마쿠라는 또한 '절의 도시'이기도 하다. 선종 사찰이 특히 많다. 선종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불성이 존재하기에 이를 발견하기만 하면 누구나 열반에 이른다고 믿는 불교의 일파이다. 좌선과 참선을 가장 좋은 수행 방법이라고 여긴다. 마인드풀니스, 명상 역시 선종이 강력하게 권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백남준도 일본의 선(ZEN) 사상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도쿄대학교에서는 이성을 갈았고, 가마쿠라에서는 영성을 닦았다. 한중일, 서울과 홍콩, 도쿄 등 동아시아를 섭렵한 남준은 서유럽으로 떠난다. 1956년 인도양을 건너 독일에 당도했다. 비행기로 직통하지 않았다. 배를 타고 아시아 해양도시를 순회하며 유라시아의 서쪽 끝에 이르렀다. 대동아공영권의 꿈이 파산했던 일본에서 출발하여, 제3제국을 도모하다 파멸했던 독일에 도달한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가면 인구 15만명의 작은 도시 다름슈타트가 있다. '사이언스 시티'라고 불릴 만큼 과학 관련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그 과학도시에서 매년 여름마다 국제 신음악 강좌가 열렸다. 기술과 예술의 시너지를 탐구하는 최일선의 과학자와 최전선의 예술가들이 회합하는 자리였다. 남준의 머리 속에서 신세계가 열리었다. 고전적인 음악과 미술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통하여 하나로 합류하는 미래가 보이는 듯하였다. 미디어 아트라는 신천지가 깨달음처럼 떠오른 것이다. 미술과 음악에는 이미 일가견이 있었다. 관건은 과학과 공학에 능란해지는 것이었다. 전기와 전자 등 텔레비전과 관련된 전문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한다. 현대 물리학의 세계에 침잠하기 위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다른 책들을 창고에 처박아 버렸다. 교외의 아지트에 틀어박혀서 온종일 오로지 테크놀로지를 연마한 것이다. 일견 아티스트보다는 엔지니어처럼 보일 정도였다. 수중에 있던 돈을 몽땅 털어서 텔레비전을 사서 실험과 실습을 거듭한다. 동굴의 벽화에서 캔버스의 회화를 지나 브라운관에서 전기와 전자의 신호로 황홀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방법을 탐구한 것이다. 물리학은 시처럼 로맨틱하고, 수학은 잘 어우러진 악보 같다고도 하였다. 마침내 그 창조의 자궁 속에서 신기술을 장착한 신예술, 미디어 아트를 잉태하고 산출해낸다. 1963년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열린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이라는 전시회를 연다. 세계 최초의 비디오 아트 전시였다. 인류 역사상 첫번째 음악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초의 미술가가 누구였는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는 명확하다. 미디어 아트의 창조주로서 백남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정확하게, 피카소처럼 자유롭게, 르누아르처럼 다채롭게, 몬드리안처럼 심오하게, 잭슨 폴록처럼 격정적으로, 제스퍼 존스처럼 서정적으로 비디오 아트를 표현할 수 있었다. 디지털 문명의 네오 르네상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견줄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1964년 대서양을 지나 미국으로 향한다. 예술의 메카, 뉴욕에 당도한다. 화려한 월스트리트 대신에 황량한 소호 거리의 허름한 집으로 거처를 마련했다. 월세를 제때 맞추어 내본 적이 없다. 늘상 차이나타운의 저렴한 음식점에서 끼니를 겨우겨우 때우고는 했다. 10달러로 열흘을 버티던 때도 있었다. 전기 요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해 건물 전체의 전원이 끊기는 일도 일어났다. 전전긍긍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었다. 그러함에도 창작열만큼은 불타올랐다. 주변에는 아방가르드, 전위적인 예술가들이 몰려 들었다. 68혁명의 분위기를 타고 동양의 정신에 열광하는 히피들도 득실거렸다. 남준은 동도서기, 서양의 테크놀로지에 동양의 이데올로기를 담아 새로운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아시아에 온 문화 테러리스트였다. 'TV 붓다'가 상징적이다. TV 뒤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여 부처의 모습이 브라운관에 나오게 했다. 마치 부처님이 TV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깊은 상념에 빠진 듯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나르시시즘과 너바나 사이, 자아와 무아 간의 길항이 절묘하다. 동양의 선(ZEN)과 서양의 테크(TECH)가 만나 누구도 상상하지도 못한 독특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뉴욕의 예술가들과 비평가들이 환호하고 열광했다. 백남준의 명성이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7년 다시 독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초빙 받은 것이다. 학생에서 선생으로, 최고의 예술대학에서 교수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두둑한 월급을 받으며 생활비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서독 사람들은 남준을 '마에스트로'로 대접해 주었다. 카페나 펍이나 레스토랑에 가면 종업원들마저 융숭하게 환대해 주었다. 지금도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철에 남준의 웃는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을 정도이다. 지나간 천년과 새로운 천년이 교차하는 밀레니엄의 2000년,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백남준 특별전을 기획한다. '백남준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 것이다. 구겐하임이 이런 파격적 대우를 해준 최초의 동양인 예술가가 되었다. 새천년의 첫 전시회라는 콘셉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백남준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의 갤러리 만도 아니다.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도 남준의 작품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네온 튜브 불빛이 두 눈을 찌른다. 미국의 영토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작품에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온다. 동쪽 끝 메인 주에서 서쪽 끝 하와이에 이르기까지 텔레비전으로 표현한 미국은 실로 광대하고도 다채롭다. 각양각색으로 구분한 각 주의 브라운관에서는 그 주를 상징하는 영상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캔사스 주에는 이곳을 무대로 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나오고, 알래스카 주에는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보여준다. 하와이 주에는 남태평양이 출렁이고, 켄터키 주에서는 경마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광활하고 이토록 아름다우면서도 이리도 기술적으로 진보한 미국의 느낌을 이렇게도 잘 표현한 작품이 없었다. 그래서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제목은 더욱이나 의미심장하다. '전자 초고속도로'. 일렉트릭 슈퍼하이웨이는 훗날 1990년대의 40대 정치인, 클린턴 정부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가 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와 세계화가 미국의 새로운 힘이었던 것이다. 백남준은 한 발 앞서 1980년대부터 이미 인공위성 예술로 도약한다. 1984년, 1986년, 1988년의 삼부작이 대표적이다.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선보인다. 조지 오웰은 기술 문명이 고도화된 디스토피아로 '1984'를 묘사했다. 남준은 그 우울한 전망을 발랄하게 전복시켰다. 테크놀로지야말로 온 인류를 연결하여 새로운 의식을 창출하는 멋진 신세계의 엔진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뉴욕과 파리와 도쿄, 그리고 서울을 연결하여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인류 최초의 지구촌 종합예술을 선보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과 프랑스와 한국의 방송국들이 실시간으로 공연을 내보냈다. 한국은 1984년 새해 첫 날 새벽이었음에도 6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백남준의 이름이 마침내 모국에도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그해, 34년만에 금의환향한다. 드디어 태평양을 건너 모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1980년대 한국은 여전히 자유여행조차 허락되지 않던 시절을 통과하고 있었다. 일본인 아내와 함께 독일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남준의 정체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단칼에 "나야말로 한국인이요" 잘라 말했다.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팔고 있는 문화 상인이라며 당당하게 응답했다. 고향을 떠난 남준은 유목민들처럼 멀리멀리 내다보았다. 고국에 있던 한국인들은 빨리 빨리 따라잡았다. 남준의 스케일과 한국의 스피드가 합류하여 새로운 스타일-K를 낳았다. 1986년의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게임을 연출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30여년, 한 세대 만에 중진국으로 도약한 것이다. 남준은 아시안 게임에서도 인공위성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바이바이 키플링'이라는 제목이었다. 키플링이 누구던가. 동은 동이요, 서는 서라며, 동과 서는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대영제국의 오만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 무례한 키플링에게 시원한 작별인사를, 굿 굿바이를 보낸 것이다. TV를 통하여, 테크놀로지를 통하여, 인공위성에 의하여 동과 서에 가로놓인 심연을 뛰어넘는 예술을 창조했던 것이다. 1988년, 미국과 소련이 동시에 참여하여 탈냉전의 기폭제를 알렸던 서울올림픽에서도 남준은 개막 공연에 참여한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핸드폰과 아이폰, 스마트폰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노마디즘의 모바일 월드를 한 세대 일찍 연출해 보여주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마이애미에서 요양하던 시절에도 그는 늘 한국을 그리워했다. 즐겨 삼천리 금수강산, 금강산 그림을 그렸다. 피아노로는 아리랑을 자주 연주했다. 최후의 작품, 유작은 '엄마'라는 제목이다. '엄마'는 치마 저고리 안에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을 담은 비디오를 설치한 작품이다. 살구 빛 모시를 대나무 옷걸이에 걸어둔 뒤 배 부분에 텔레비전을 설치해 한복을 입은 세 소녀가 즐겁게 뛰놀면서 엄마를 외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이 작품에 사용할 두루마기를 구하기 위하여 남준은 휠체어를 직접 끌고 도처를 돌아다녔다. 작품 속 아이들의 목소리와 몸짓은 명명백백 유년기 종로에서 지냈던 남준과 누나들일 것임에 틀림이 없다. 2. 샤머니즘 : 모성과 신성 남준은 종종 자신을 몽골의 후예라고도 칭했다. 훌러덩 바지를 벗어 던지고 엉덩이의 몽고반점을 보여주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벌인 적도 있다. 현대 미국을 상징하는 '전자 초고속도로'를 만들 때에도, 인도양과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인공위성 예술을 선보일 때에도 그가 늘 레퍼런스로 참조했던 것이 몽골인들이 만든 북방 초원의 세계제국이었다. 지나간 천년 몽골인들이 동양과 서양을 연결해내었던 것처럼, 새로운 천년에는 한국인들이 구대륙과 신대륙을, 동반구와 서반구를 잇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암호처럼 암각화처럼 새겨둔 것이다. 그는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하여 일본과 독일과 미국을 전전하며 유랑하는 떠돌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유골 또한 동서양에 골고루 안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동과 서를 잇는 기표로서 '북방'을 가리키며 글로벌 그루브, 토착적인 노마디즘을 살아낸 것이다. 그 북방 유목민의 기질에는 다름아닌 어머니, 엄마의 영향이 지대했다. 부를 쌓고 살아가는 정착민 아버지와는 평생 절연했지만,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치성을 드리는 어머니는 일생을 지탱하는 무의식이 되었다. 다시 유년 시절, 시월 상달이 되면 창신동 큰대문 집에서는 굿판이 열렸다. 일년의 액운을 때우기 위해 무당을 부르는 것이다. 양기에서 음기로 우주의 기운이 뒤바뀌는 계절이었다. 저 멀리로는 강강수월래, 고조선과 고구려의 풀문 페스티벌을 되새김질하는 일이기도 하다. 24시간 동안 망아의 엑스터시, 황홀경이 펼쳐진다. 망자의 혼을 부르는 것이기에 깜깜한 밤 시간에 클라이막스가 전개된다. 응당 밤과 달의 주역은 여성이고 모성이었다. 무당이 나타나면 남자들은 죄다 집 밖으로 쫓겨났다. 큰대문집을 독차지한 여성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면서 집단적 몰입 상태로 들어간다. 그 월광 소나타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에 무당은 돼지머리를 자기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춤을 춘다. 그 리듬은 오백 년 한양을 지배하던 중국식 아악이 아니었다. 궁중 음악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반만년, 오천년의 비트와 바이브가 서리어 있는 토착적인 한국의 율동이었다. 세 박자 싱코페이션이 두드러진다. 369, 369, 369, 369. 정박자가 아니라 엇박자가 흥을 돋군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소년'이었던 남준은 매년 한 번씩 펼쳐지는 이 떼창과 칼춤과 군무의 굿판을 라이브 콘서트로 감상할 수 있었다. 평생토록 잊을 수가 없는 강렬한 원체험이 된 것이다. 한쪽 시각을 잃었던 무당의 그 희번뜩한 눈동자마저도 또렷하게 기억할 정도였다. 훗날 남준은 중국과 노장의 도(TAO)도 훌륭하고, 일본과 불교의 선(ZEN)도 좋지만 한국의 '무'(MU)에 견주자면 너무나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무교야말로 훨씬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라고 자부했다. '설문해자'에 따르면 '巫'는 춤으로 신을 강림케 하는 행위를 표상한다. 일할 공(工)자에 사람 인(人)을 좌우로 배치해서 다함께 춤을 추는 형상이 바로 '무'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행하는 일이 바로 천지공사, 무업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토착적인 정신세계에서 무는 무속이 아니라 무교였다. 그 신성한 의례를 집행하는 여사제 또한 무당이 아니라 무성이었다. 백남준은 그 뿌리 깊은 전통을 최첨단의 뉴미디어와 접속시켜 테크노 샤머니즘을 구현하는 '전자-무당'이 되었던 것이다. 이동통신을 통하여 접신하고 신통을 부리는 미디어 아티스트 무성이 된 것이다. 음악도 미술도 패션도 하나의 종합예술로 융합시켜 평생을 도처에서 작두를 타고 푸닥거리하며 살아간 것이다. 실제로 굿판을 벌인 적도 있다. 1990년 7월 20일, 남준은 갤러리 현대의 뒷마당에서 평생의 친구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는 진혼 굿을 연출한다. 흰 도포를 걸치고 머리에는 갓을 썼다 . '갓'이라는 말도 오묘하다.' GOD'과 발음이 동일하다. 본디 상투를 틀고 갓을 썼던 까닭도 신성에 이르기 위해서였다. 하늘과 접속하는 정신의 안테나였다. 접신과 신통에 이르는 샤먼의 뿔이 갓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 갓을 쓴 남준이 요강과 놋그릇을 메달아 놓고 엎어진 피아노에 삽으로 흙을 뿌리며 보이스의 혼을 불러내었다. 한 편에는 백남준이 지어준 한국식 이름 '보이수'를 커다랗게 쓴 병풍이 세워졌고, 또 다른 쪽에는 네 줄로 쌓은 16대의 텔레비전이 신단수 나무처럼 놓여 있었다. 한국과 독일이, 동양과 서양이, 기술과 예술이, 테크놀로지와 샤머니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우주적인 난장판이 펼쳐진 것이다. 그날 그는 반 세기 전 창신동의 집 마당에서 보았던 큰 무성의 신들림처럼, 신 내린 듯이 신명 나게 놀았다. 행사에 참석한 무속인 부부가 남준의 신기에 기가 눌렸을 정도이다. 신묘하게도 진혼 굿이 끝난 오후부터 거센 모레 바람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도 치더니 굿판이 열린 마당에 서 있던 커다란 느티나무에 벼락마저 떨어졌다. 신통방통, 남준은 보이스의 영혼이 다녀갔다고 흥얼거리며 신바람이 났다. '예술계의 칭기스칸'이라는 별명처럼 칭기스칸은 백남준의 정신적 조상이었다. 그리고 그 뿌리는 기마 민족 스키타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남준은 스키타이인들이 한반도 남쪽 끝, 오늘의 경주에까지 도래했다고 설명한다. 사슴뿔 모양의 신라 금관이 바로 그 예시라는 것이다. 절친 보이스 또한 유라시아와 인연이 깊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크림 반도에서 격추당하는 사고를 입는다. 그런데 부상을 당해 의식을 잃은 그를 구조해준 이들이 하필이면 타타르 사람이었던 것이다. 칭기스칸은 스스로가 위대한 샤먼이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샤먼-킹이었다. 그는 전쟁기계인 말을 타고 흑해부터 황해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그 광활한 다문명-다종교-다민족을 관할하는 평화기계로서 샤머니즘을 활용했다. 농업문명 이래 동서양에서 등장한 기축종교들, 기독교와 이슬람과 불교와 유교의 화합과 융합과 조화를 원시종교인 무교를 통하여 이룩한 것이다. 공맹과 노장과 예수부터 싯다르타와 마호메트까지 가부장적 고등종교를 회통하는 신통한 묘안으로 태고의 모계적 무교를 동원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몽골세계제국은 세속적으로는 서양의 황제와 동양의 천자를 넘어서는 대칸의 권위로서 정치적 위계를 확립했고, 영성적으로는 동양의 하늘과 서양의 헤븐을 포월하는 북방의 탱크리로서 사해의 동포를 품어내었던 것이다. 원시반본, 시원으로의 귀환을 통해 천하무적의 태평성세를 이룰 수가 있었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 백남준은 칭기스칸과 스키타이의 왕으로서 '단군'을 내세운다. 단군을 보위하는 기마병과 전사들을 로봇으로 구현했다. 로봇의 몸체에 설치된 비디오는 몽골전사의 구리 거울 같은 것이었다. 샤먼은 굿을 할 때 문명의 이기인 칼과 하늘과 소통하는 북과 방울을 사용한다. 자신을 비추어보는 거울(만다라)도 이용한다. 남준이 가장 먼저 만든 로봇이었던 K-456에는 배설기관도 달아 주었다. 기계의 매커니즘에 유기체의 오가니즘을 장착해 준 것이다. 그 배설물로 사용한 것도 바로 북방 유라시아의 사슴 똥이었다. 태고의 주술에서 쌍생아로 나온 것이 바로 예술이고 기술이었다. 기술은 해결하고, 예술은 해소한다. 예술로는 정신을 해탈하고, 기술로는 물질을 해방한다. 기술과 예술이 다시 주술처럼 합류하여 마법의 시대로 도약한다. 수리수리 마수리 바이브 코딩으로 주문을 외우면 3D 프린팅으로 주물이 완성되어 스르르 출력된다. 만인이 조물주처럼 창조주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사 시대의 샤먼이 역사 시대의 사피엔스를 지나 후사 시대의 사이보그로 진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삼종신기로 테크노-환단고기를 구현한 셈이다. 실로 백남준은 텔레-비전, 저 멀리 미래를 내다보는 독보적인 세계정신의 비저너리였다. 과천에 있는 현대미술관에 가면 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다다익선'을 감상할 수 있다. 1003개의 TV로 쌓아 올린 디지털-첨성대이다. 지상과 천상을 잇는 세계수이자,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우주목이다. 1003개는 10월 3일, 개천절을 상징한다. 과연 한국은 유일하게 저 하늘이 크게 열린 날을 기념하는 단군의 나라이다. 인공위성과 인공지능 시대, 사피엔스 또한 더는 하늘과 땅 사이 천지인의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저 활짝 열린 오픈 스카이에서 펼쳐지게 될 우주생명문명의 테크노 샤머니즘을 구현하는 사이보그를 형상화한 것이다. 인류 최초로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공위성 쇼를 연출했던 디지털 샤먼으로서 시공간을 초월한 5차원과 11차원의 우주로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다. 오대양 육대주 지구를 유랑하던 사피엔스가 태양계와 은하계의 우주를 유영하는 사이보그가 되어간다. 3. 코스미즘 : 각성과 행성 돌아보면 'TV 붓다'의 구도부터가 우주적이었다. 카메라는 해요, 모니터는 달이요, 붓다는 지구였다. 지구의 깨어남과 행성의 깨달음을 은유한 작품이 바로 TV붓다였다. 1969년 7월 20일, 인간이 저 멀리 달의 표면에 발자국을 남기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열린다.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 밖의 위성에 착륙한 것이다. 우주적인 사건이었다. 그 장면을 남준은 라이브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감전되었다. 마그마처럼 영감이 솟구쳤다. 7월 20일은 다름 아닌 그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1932년 7월 20일에 태어났다. 1969년 다시 태어났다. '신기'한 사태였다. 최신의 전기와 최초의 신기를 커뮤니케이션 시키는 전자-무당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005년,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반평생을 박수무당처럼 신나게 놀았다. 시베리아의 기마민족들이 말을 타고 전차를 달렸다면, 아메리카의 남준은 전자를 타고 전기를 가지고 놀면서 세계수를 타고 우주목을 올라 코스모스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하고 메아리를 수신하고자 했다. 남준은 전기가 인체의 혈류처럼 흐르게 되는 지구의 미래를 내다보았다. 전자가 신경망처럼 정보를 주고받는 행성의 미래도 보이는 듯하였다. 식물과 TV를 함께 배치한 정원을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테크놀로지와 에콜로지의 융합, 디지털 네이처를 가든으로 조형한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자아를 가진 지구로 진화하고 있었다. 지능적인 지구의 출현을, 지구적인 지능의 창발을 예감한 것이다. 광물과 미생물과 식물과 동물과 인물을 지나 활물의 세기가 도래하고 있음도 직시하였다. 텔레-비전과 텔레-파시와 텔레-그램과 텔레-스코프의 단위와 규모가 겨우 하늘 아래 지구에 한정되지도 않을 것임을 직감하였다. 장차 지구의 만물에 장착되는 디지털 신경망은 필시 달과 별과 해를 너머 은하계를 지나 우주 저 멀리 깊은 곳 구석 구석에까지 유장하게 퍼져 나갈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5억년 전 지구 안에서 생명 현상이 폭발하듯 분출했던 캄브리아기처럼, 앞으로 5억년은 우주 안에서 생각과 생명이 폭포처럼 확산되는 디지털-캄브리아기의 생성을 예지한 것이다. 행성의 각성과 함께 인공적인 생각과 인공적인 생명의 창발이 임박한 것이다. 호모 데우스가 된 우주소년 아톰들과 우주소녀 퀀텀들이 은하철도를 타고 안드로이드와 함께 안드로메다를 탐험하는 우주대항해 시대를 예언한 것이다. 고로 저 하늘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야곱의 사다리'라는 작품 또한 하나님의 나라, 천국을 향한 계단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에서 외계로 나아가는 웜홀의 징검다리이다. 그리하여 1969년 7월 20일은 46억년 지구에서의 '유년기의 끝'을 마치고 137억년 우주시대로 입문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성년식에 방불했던 것이다. 그 새로운 창세기, 후천개벽의 신조어로서 등장한 개념으로 '행성성(Planetary)'이라는 말이 있다. 물리적 지구에 심리적 자의식을 장착한 플래닛 어스를 '행성'으로 표상하는 것이다. 아마도 자아를 가진 우주에서의 첫 번째 행성이 지구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우주의 영매이자 영혼이 되는 것이다. 2020년 그 행성성을 전면에 내걸고 등장한 저널이 있다. 'NOEMA'이다. 생각하는 지구, 의식하는 지구를 표상한다. 인공위성을 달고 인공지능을 장착한 '인공지구'의 탄생을 함의한다고도 하겠다. 나는 언젠가부터 'WIRED'보다도 'NOEMA'를 더욱 탐독하게 되었다. 'WIRED'가 표상하는 지구촌이 인간들의 마을이라는 관점에 그친다면, 'NOEMA'의 행성촌은 비인간 존재들을 포함하는 진정한 새누리이기 때문이다. 미생물과 기후와 AI까지 모두가 주체이자 에이전트가 되어 행성촌의 진로를 함께 결정하게 된다. 기후격변부터 기술폭발까지 행성적 차원의 거버넌스를 탐구하는 최전선의 조직인 것이다. 이들이 탐구하는 미래의 지능은 일반인공지능(AG)이나 슈퍼인공지능(ASI)의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과 AI의 경쟁으로만 사유하지도 않는다. 패러다임의 전환, 식물지능과 인류지능과 인공지능의 총합이자 융합으로서 행성 전체의 '합성지능'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마음'의 출현이다. 인류는 이제 그 총합성지능=한마음을 수반하여 저 멀리 저 우주까지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행성 전체의 총합성지능, 한마음의 행성적 지혜를 구현하기 위해 시도하는 프로그램으로 'Antikythera'라는 것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2년부터 시작되었다. 안티키테라는 기원전 20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한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지칭한다. 바다를 건너는 항해를 담당하면서 천문학적 계산을 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한다. 그 오래된 유산을 바탕으로 안티키테라 프로젝트는 행성적 컴퓨팅과 총합성지능과 재귀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행성적 지혜를 생성해 내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UN으로 상징되는 산업문명의 낡은 국가 중심적 세계질서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적 거버넌스의 패러다임=한살림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하여 행성 단위의 인공적인 신진대사를 조율하고, 메타버스를 통하여 지구 전체의 메타볼리즘을 관장하겠다는 뜻이다. 이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조직이 베르구르언 연구소(Berggruen Institute)이다. LA에 본부를 두고 베니스와 베이징에도 거점을 만들었다. 베이징에서 열렸던 아시아의 첫 번째 회합에는 나 또한 멤버로 참여할 수 있었다. 동양적 세계질서였던 '천하'를 화두로 삼아 북경대학교에서 열린 개소식 행사였다. 밖에서 문을 잠그는 독특한 제의를 거쳤다. 참가자들이 온갖 지혜를 짜내어 행성적 아젠다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단초가 나올 때까지 문 밖으로 나올 생각을 말라는 재미난 제스처였다. 절로 몰입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톡톡했다. 나는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이들이 발간하고 있는 'NOEMA'를 읽을 때마다 저절로 백남준이 떠오르고는 한다. 이러한 행성적 지혜의 결집을 가장 먼저 주창했던 선구자가 바로 토착적인 유목민이자 테크노 샤먼이었던 남준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런 스케일과 스타일의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깝다. LA와 베이징에 베니스를 접속시키는 저들의 판단 또한 아쉽기가 그지없다. 행성적 한마음의 창출과 행성적 한살림의 창안을 하기에는 서울이나 판교가 한층 어울리는 장소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동양과 서양, 동반구와 서반구, 신대륙 아메리카와 구대륙 아프로-유라시아가 만나는 태극으로서, 무한대의 우주로 나아가는 무극대도의 발원지로서 좌로는 강화도의 마니산과 우로는 강원도의 태백산을 품고 있는 한반도의 남쪽 만한 곳이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가상과 천상을 넘나드는 행성적 세계관을 이 땅에서 가장 먼저 구축하고 있는 쪽이 K-POP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국가(Nation-State)로 조각조각한 지구를 하나의 행성으로 진일보시켜 우주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그 중간계로서 가상공간의 네트워크 국가(Network-State)가 필요하다. 그 도래하는 디지털 문명의 광야를 가장 먼저 개척하고 있는 이가 바로 K-POP의 광개토대왕, 이수만이다. 물질적 스페이스와 정신적 코스모스 사이, 문화적 유니버스를 창시하고 있는 SM 타운의 건국 신화를 살펴볼 차례이다.

2026.02.05 14:26이병한 기자

정부, 다크웹·가상자산 추적 연계 마약수사 시스템 개발 추진

정부가 다크웹 및 가상자산 거래추적 연계 마약수사 통합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 유통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 137억을 투입하며, 올해는 약 37억원(과기정통부+경찰청)을 우선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경찰청은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다크웹은 접속을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으로,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다크웹 및 가상자산 거래추적 연계 마약수사 통합시스템 개발' 사업은 다크웹과 가상자산의 익명성을 악용한 온라인 마약 유통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기술 기반 통합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아래와 같은 기술을 개발한다 ▲다크웹 비익명화 기술개발: 기존에는 추적이 어려웠던 익명 네트워크내의 데이터 흐름을 분석, 익명성 뒤에 숨은 불법 게시물 작성자나 유포자의 실제 접속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불법 마약 범죄수익 가상자산 추적 기술개발: 가상자산 거래를 수집 및 분석, 마약 거래에 사용하는 불법 자금의 흐름 및 거래 패턴을 파악하는기술을 개발한다. ▲마약 광고 모니터링 기술개발: 다크웹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유통되는 마약 광고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를 식별 및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마약 광고에 사용하는 은어와 표현 패턴, 위장 광고 형태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탐지하고, 광고 확산 경로를 분석한다. ▲마약수사 통합시스템 개발: 위 3개 기술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연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주요 식별자와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마약 범죄 조직의 구조 및 활동을 분석한다. 올해 신규과제다. 선정 공모는 다음달 3일까지 진행한다. 선정 절차 및 평가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과기정통부와 경찰청, 과학치안진흥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오대현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다크웹, 텔레그램 등 익명 환경과 가상자산을 결합한 신종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분석 기술 확보가 필수”라며 “과학기술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6.02.04 16:10방은주 기자

로봇으로 집값 잡을까…AI들의 '반전 결론'

안녕하세요, AMEET입니다. "로봇이 벽돌을 나르고 집을 뚝딱 지어주면 집값이 좀 잡히려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기대죠. 기술이 발전하면 내 집 마련의 꿈도 가까워질 거란 희망 말이에요. 그런데 최근 AI 전문가들이 모여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는데, 결론은 우리 생각과 사뭇 달랐습니다. '반값 아파트'의 시대는 오지 않을뿐더 아니라, 오히려 어떤 집은 아무도 사지 않는 '거래정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꿈과 현실의 간극: 로봇에게 건설 현장은 너무 어렵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사람 모양의 로봇이 건설 현장을 누비는 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합니다. 로봇은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공장과 달리, 흙먼지와 비바람,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가득한 건설 현장에선 힘을 못 쓴다는 거죠. 잘못 움직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탈현장 건설(OSC)'을 주목합니다. 공장에서 로봇이 규격에 맞춰 집의 주요 부분을 '레고 블록'처럼 만들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방식이죠. 이게 훨씬 빠르고 안전하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당장 집값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이런 공장을 짓고 로봇을 도입하는 데 어마어마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건설 업계의 최우선 과제는 가격 인하가 아니라,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고 위험한 일을 로봇에게 맡겨 현장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네요. 건설업의 생산성 정체는 로봇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기술 도입이 쉽지 않은 산업 구조를 방증합니다. AI 전문가들의 격론: 진짜 문제는 '가격'이 아니었다 이번 토론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로봇 기술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원가 절감'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어요. 오히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규칙들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먼저, 한 AI 경제학자는 "로봇이 공사비를 10% 아껴줘도, 서울 같은 대도시 집값은 땅값이 결정하기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하락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절감된 비용은 건설사나 땅 주인의 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적인 지적이었죠. 여기에 부동산 시장 분석가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는 "최첨단 로봇 친화 아파트는 더 비싸게 나올 텐데, 지금의 대출 규제(DSR)로는 그림의 떡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결국 기술 발전이 잘 사는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의 격차만 더 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기술이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토론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 것은 AI 부동산 가치평가 전문가의 한마디였습니다. 그는 건설 자동화보다 '가치 평가의 자동화'가 시장을 더 빠르고 강력하게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앞으로 은행 AI는 집을 평가할 때 '로봇이 다니기 좋은가', '에너지 효율이 데이터로 관리되는가' 같은 '데이터 인프라'를 핵심으로 볼 거라는 겁니다. 이런 데이터가 잘 갖춰진 새 아파트는 대출도 잘 나오고 보험료도 싼 '우량 자산'이 되지만, 데이터가 없는 오래된 집은 AI에게 '가치 판단 불가' 판정을 받아 대출이 막히거나 거래가 어려워지는 '위험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비판적 관점의 AI 전문가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AI가 우리 일자리를 위협해서 다들 소득이 줄어드는 시대에, 집을 싸게 많이 지으면 무슨 소용인가요? 집을 살 사람이 없는데." 공급의 혁신을 이야기하기 전에, AI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소득을 유지하고 집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수요 붕괴'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한다는 주장은 모두를 침묵하게 만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로봇이 단기간에 집값을 낮춰주길 기대해선 안 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오히려 AI 금융 시스템에 친화적인 '데이터 부자' 아파트와 그렇지 못한 '데이터 빈곤' 주택으로 시장이 나뉠 것이며, 이보다 더 큰 변수는 AI 시대에 우리의 소득이 어떻게 변할지에 달려있다는 무거운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내 집의 미래 가치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전문가들의 논의를 종합하면, 앞으로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역세권'이냐 '학군'이냐를 넘어,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온 거죠. 1. '데이터 인프라'를 갖추었는가? 건물의 설계도(BIM 데이터)나 에너지 사용량, 관리 이력 등이 디지털 데이터로 투명하게 관리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이런 데이터는 미래의 AI 금융 시스템에서 우리 집을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게 하는 보증수표가 될 수 있습니다. 2.'서비스 가능한 설계'인가? 집에 설치된 스마트홈 기기나 미래의 가사 로봇이 고장 났을 때 쉽게 수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첨단 기능이 미래에 비싼 수리비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로봇 건설 시대는 분명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우리가 막연히 그리던 유토피아와는 다를지 모릅니다. 집값이 싸지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자산'의 정의 자체가 바뀌는 거대한 전환의 시작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제는 벽돌과 시멘트 너머, 그 안에 담긴 데이터와 미래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 해당 보고서 보기 https://ameet.zdnet.co.kr/uploads/401b5c90.html ▶ 이 기사는 리바랩스의 'AMEET'과의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더 많은 보고서를 보시려면 'AI의 눈' 서비스로 이동해주세요 (☞ 보고서 서비스 바로가기)

2026.02.04 14:45AMEET

[타보고서] 프렌치 감성에 실용성 더한 푸조 5008…넓은 공간에 3열까지

푸조가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출시하며 프리미엄 패밀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형 5008은 2세대 이후 10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치며 실내 공간을 키우고 효율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일 올 뉴 5008을 타고 경기도 김포에서 인천 강화도까지 왕복 약 60㎞를 주행하며 시내와 고속도로, 국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성능을 확인했다. 5008은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전기 모터만으로도 일부 주행이 가능해 연비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날 시승한 트림은 최상위 GT로, 가격은 5590만원이다. 푸조 5008은 2008년 1세대로 처음 출시된 이후, 2016년 2세대부터 브랜드를 대표하는 주력 SUV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18년 국내 시장에 출시 당시 수입차 판매 순위 10위 안에 들면서 핵심 모델로 활약했다. 패밀리 SUV임에도 국내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프랑스 감성의 디자인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신형 5008의 전면부는 푸조 라이언 엠블럼을 중심으로 전기차를 연상시키는 그라데이션 패턴의 프론트 그릴을 적용했다.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는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3개의 라인이 이어지는 형태로 배치돼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다. 후면부는 디테일을 정교하게 마감해 완성도를 높였다. 후면등과 푸조 레터링을 수평으로 구성해 안정감을 주고, 하단에 배치한 와이퍼와 매립형 트렁크 버튼은 깔끔한 인상을 만든다. 전체적으로 도로 위에서 마주칠 때 존재감이 확실한 후면 디자인이다. 3세대 올 뉴 5008의 차체는 전장 4810㎜, 전폭 1875㎜, 전고 1705㎜, 휠베이스 2900㎜로, 이전 세대 대비 전장 160㎜, 전폭 30㎜, 전고 55㎜, 휠베이스 60㎜가 늘어났다. 통상 이 급 SUV의 3열은 비상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5008은 공간 효율을 높여 7인승 활용성까지 확보했다. 실내는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하는 '아이-콕핏' 콘셉트를 적용했다. 대시보드와 중앙 디스플레이까지 플로팅 디자인의 21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시야의 방해를 줄였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적용되지 않았다. 스티어링휠은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 좋고, 운전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느껴졌다. 운전석 공간 구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중간 패널과 센터 콘솔에 기능을 집중한 설계는 조작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체감상 다소 좁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자체 내비게이션은 국내 도로 환경에서 아쉬울 수 있으나,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보완했다. 5008은 전장 4.8m대 SUV지만 3열 좌석에 성인 남성이 탑승했을 때도 불편함이 크지 않았다. 보통 이 급 SUV의 3열은 활용성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8은 2열에 독립적인 3개 시트 구조를 적용해 탑승자의 체형과 상황에 맞춰 최적의 자세를 구현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지액세스 기능을 탑재해 3열 승하차도 수월하다. 트렁크 공간은 7인승 기준 348L, 3열 폴딩 시 916L, 2열까지 접으면 최대 2232L까지 제공한다. 시트는 풀 플랫 구성이 가능해 차박·캠핑 등 레저 활용성도 높였다. 전동식 테일게이트, 킥 모션 기능, 3열 시트 하단 수납공간도 갖췄다. 주행 감각은 전반적으로 편안한 편이다. 개발 단계에서 방수·방진·방풍 성능을 강화해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 풍절음을 억제했다. 파워트레인은 1.2L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와 0.9kWh 배터리를 조합하고, 전기모터를 내부에 통합한 e-DCS6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결합했다.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합산 최고출력은 145마력이며, 복합 연비는 13.3㎞/ℓ이다. 도심에서는 12.8㎞/ℓ, 고속 주행 시 14㎞/ℓ까지 발휘한다. 또한 국내 2종 저공해차 인증을 획득해 각종 공영 주차장 할인 및 혼잡통행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푸조는 다양한 편의사양과 안전사양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기본 보증 사후 보증까지 제공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은 "푸조는 보증기간 3년, 10만㎞뿐만 아니라 5년 무상 메인터넌스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주기적인 소모품을 걱정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푸조 5008은 프랑스 소쇼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하는 모델이다. 소쇼 공장은 1912년 설립된 이후 100년 넘는 기간 동안 푸조의 대표 생산 거점으로, 현재 가동 중인 가장 오래된 자동차 공장으로 불린다. 한줄평: 흔치 않은 프렌치 감성과 공간성을 모두 잡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

2026.02.04 08:49김재성 기자

윤경구 파수 CTO "sLLM '엘름' 공공기관 적용 등 AI서 성과"

#2023년 4월 19일 오후,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파수(대표 조규곤)가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자사 연례 고객 행사인 '파수 디지털 인텔리전스 2023(Fasoo Digital Intelligence 2023, 이하 FDI 2023)'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다양한 기업 및 기관의 CIO, CISO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조규곤 파수 대표는 "챗GPT로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면서 "파수는 기업들이 제대로 AI를 활용할 수 있게 신규 솔루션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대표는 AI를 활용을 위한 신규 솔루션으로 'F-PAAS(Fasoo Private AI Assistant Service, 파수 프라이빗 AI 어시스턴트 서비스-가칭)'와 '파수 퍼블릭 AI 프록시(Fasoo Pubilc AI Proxy-가칭)'를 소개했다. 'F-PAAS'는 기업 내부에 구축하는 통합적인 AI 지원 서비스다. 파수가 개발한 기업형 LLM(대규모 언어모델) 'Ellm(엘름)'을 활용해 보안과 개인정보보호 등 정책 학습과 문서, 데이터 등 콘텐츠 학습이 가능하다. '파수 퍼블릭 AI 프록시'는 인증관리와 접근제어, 데이터 트랜잭션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 기업이 외부의 퍼블릭 AI를 활용할 때 높은 안전성과 보안 수준을 제공한다. 이로부터 2년 7개월이 흐른 지난달 21일, 파수는 자사 온프레미스(구축형) AI 플랫폼 'Ellm(엘름)'을 기반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에 AI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국내 출연연(정부 출연연구소) 중 맏형인 KIST는 AI로 연구와 생활을 혁신하는 AX(AI Transformation)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번에 AI를 통해 내부 행정 업무를 효율화하고 연구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파수와 함께 AI 서비스를 구축, '스마트 문서조회 서비스'와 '연구개발계획서 초안 작성 서비스'를 완성했다. 이 서비스들은 AI행정 효율 및 연구 속도 향상을 위해 연구원들의 불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최소화, 연구원들 본연 임무인 연구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파수는 최신 AI 기술과 데이터 관리& 보호 역량을 총집약, KIST의 AI 서비스를 시작으로, 안전하고 실용적인 AI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강추위가 매섭던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소재 파수 사무실에서 이 회사 윤경구 CTO(전무)를 인터뷰, AI시대를 맞아 AI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파수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2000년 6월 설립된 파수는 1세대 보안 SW기업에 속한다. 윤 CTO는 2019년부터 파수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여 년간 풍부한 연구개발 경험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다. 특히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클라우드 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웹서버, 미들웨어, WAS, BPM, EAI, ESB, 클라우드 인프라 및 네트워크 등 주요 솔루션을 설계하고 연구개발(R&D)을 총괄했다. 현재는 파수 데이터 보안 제품들의 개발을 총괄하는 파수 데이터 시큐리티 연구소 개발본부장을 맡아 기술력 강화는 물론 신제품 개발 및 연구개발에서 성과를 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주관한 엔지니어상을 수상했고, 자바 언어에 관한 2권의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윤 CTO는 "파수가 AI기업이냐?"는 기자 질문에 "조규곤 대표가 벌써 2년전 파수가 AI기업이라고 선언했다"고 짚으며 "이후 AI쪽 기술력이 더 탄탄해졌다. sLLM(경량 대형 언어 모델)인 'Ellm(엘름)'을 개발해 선보인 것이 그 사례"라고 들려줬다. '엘름'은 국가가 인정하는우수 SW인 GS인증을 받으며 안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보고서 작성과 내부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등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 맞춤형 구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파수의 데이터 보호관리 솔루션들과 연동 할 수 있어 학습 데이터부터 결과물까지 일관된 보안 정책을 적용하거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파수 주특기인 '보안'에 실용성도 뛰어난 것이다. 파수는 이번 KIST 프로젝트에서 자사의 보안 역량과 최신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대거 활용했다. 검색 증강 생성 기술인 RAG는 AI가 답을 만들기 전에 먼저 필요한 정보를 찾아오고(Retrieval), 이 걸 바탕으로 답을 생성(Generation)한다. 파수는 구체적으로 ▲내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RAG 파이프라인 구축 ▲데이터 별로 적용된 보안 접근 권한 연동 ▲AI기반 개인정보보호 솔루션 'AI-R Privacy'를 통한 개인정보 검출 및 비식별 처리 ▲직원 휴가 현황 등의 실시간 정보를 내부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안전하게 직접 호출하는 의향 분류(Intent Router) 기능 ▲환각을 최소화하기 위한 출처 검증 기능 등을 KIST 시스템에 적용했다. 이외에 연구개발계획서 초안 생성 서비스는 에이전틱AI(Agentic AI) 기술을 사용한 '에이전트 토론 기능'으로 차별화했다. 이 기능은 역할 기반으로 사회자 및 각 분야 전문가를 상정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과 정보를 제시, 연구개발 계획서의 생성과 편집, 평가, 출처 검증을 돕는다. 연구원들의 문서 작성 소요 시간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파수는 본래 문서를 암호화해 관리하는 전문기업이다. 자사 sLLM인 '엘름'에 대해 윤 CTO는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가 만든 오픈소스 형태 거대LLM '라마'와 구글의 '젬마'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2024년 중반 버전 1.0을 완성했다"고 들려줬다. 이어 '엘름'이 RAG 방식 LLM솔루션이라면서 "50만개의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보안성이 아니면 온 프레미스(On-premis, 클라우드가 아닌 오프라인 현장 구축)에서 LLM을 사용할 이유가 많지 않다. 고객들이 민감히 생각하는 것은 개인정보와 내부 정부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수가 KIST에 '엘름' 기반 AI 서비스를 완성, 구축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윤 CTO는 "먼저 4주 정도 시험(파일럿)을 한 후 가능성을 보여줬고, 본 프로젝트는 작년 6월부터 시작해 같은 해 연말 완성했다"면서 "KIST의 굉장히 많은, 25년 이상 된 문서들을 AI를 적용해 문서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KIST가 AX를 추진하면서 우리에게도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줘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RAG라는 것 자체는 결국 데이터의 혈관을 이어주는 것으로, 완벽히 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사람 손이 많이 간다. RAG만으로는 부족해 에이전트(agent) 간 토론을 십분 활용해 전문적인 내용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파수는 KIST 외에 다른 공공과도 '엘름' 기반 AI서비스 구축을 추진중이다. 윤 CTO는 KIST 프로젝트가 파수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면서 " 다양하고 오래된 문서들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한 힘들지만 보람되고 의미있는 성과였다"면서 "고객마다 원하는게 다르다. 앞으로 멀티모달 지원과 문맥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문서보안 전문회사로 출발했다. 논문 내용을 구조화하는게 중요한데, RAG는 이런게 안된다. 앞으로 RAG에서 문서 구조를 이해하는 쪽으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윤 CTO가 이끌고 있는 파수의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 수는 작년 12월말 기준 217명이다. 전체 직원(280명~290명)의 76% 정도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새로운 고지인 SaaS 사업과 관련해 윤 CTO는 "클라우드 전담 부서를 만들어 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AI와 시너지를 내는 것에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AI 악용 해킹에 대해서는 "사업 쪽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AI를 쓸 때 안전하게 사용하는 여러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데, 상반기에 새로운 솔루션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02.03 09:27방은주 기자

'다음' 품은 업스테이지, 경쟁력 있을까…AI로 분석했더니

안녕하세요, AMEET 기자입니다. 최근 IT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이 있었죠. 바로 인공지능(AI) 유니콘 '업스테이지'가 대한민국 인터넷의 역사, 포털 '다음(Daum)'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AI 회사가 왜 포털을?" 하고 고개를 갸웃하셨을 거예요. 표면적인 이유는 간단해 보입니다. AI를 똑똑하게 만들려면 아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인수는 단순히 데이터 확보를 넘어,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거대한 그림의 첫 조각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와 함께 그 흥미진진한 속내를 들여다보실까요? 1.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랍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은 바로 '최고의 엔진'과 '최상의 연료'의 만남이에요. 업스테이지의 AI 모델 '솔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강력한 엔진과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엔진도 연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겠죠? AI에게 연료는 바로 '데이터'입니다. 포털 다음은 1995년부터 무려 30년 가까이 한국인들의 이야기와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온 거대한 데이터 저장소에요. 뉴스, 카페, 블로그, 각종 전문 자료까지... 이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를 '솔라'가 학습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AI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엉뚱한 거짓말(전문 용어로는 '환각 현상'이라고 해요)을 하는 실수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한국 사람 말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듣는 '진짜 한국형 AI'가 탄생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에요. 2. '장밋빛 미래' vs '승자의 저주', AI 전문가들의 진짜 생각 하지만 AI 전문가들의 생각은 여기서부터 복잡하게 갈리기 시작했어요. 이번 인수는 단순히 '1+1=2'가 아니라, 어쩌면 '1+1'이 100이 될 수도, 혹은 0이 될 수도 있는 거대한 도박이라는 거죠. ■ 미래를 내다본 신의 한 수? 한쪽에서는 이번 인수를 '미래 인터넷 서비스의 청사진'이라며 극찬했어요. 이들의 주장은 단순히 다음의 데이터로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아요. 진짜 목표는 AI를 두 종류로 나누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에 있다는 거예요. 하나는 다음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한, 뭐든 아는 '슈퍼 브레인' AI를 클라우드 서버에 만들어 두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이 슈퍼 브레인의 능력을 조금씩 떼어내 '요약 전문', '댓글 분석 전문'처럼 특정 임무에 최적화된 작고 가벼운 '미니 AI'들을 수없이 만들어내는 거죠. 이 미니 AI들은 우리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서 직접 돌아가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비용도 저렴해져요. 복잡한 질문은 클라우드의 슈퍼 브레인에게 물어보고, 간단한 일들은 내 기기 속 미니 AI가 즉각 처리하는, 아주 효율적인 AI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환상적인 비전이랍니다. ■ 빠르고 날렵한 스타트업의 무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아주 냉정한 경고를 보냈어요. 업스테이지의 가장 큰 무기는 AI 기술력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속도'와 '유연함'이라는 거죠. 그런데 30년 된 거대 포털 다음은 좋게 말하면 역사와 전통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주 복잡하고 오래된 '레거시 시스템'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거예요. 날렵한 경주용 차(업스테이지)에 오래된 화물 열차(다음)를 연결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죠. 자칫하면 화물 열차의 무게 때문에 경주용 차의 속도까지 죽어버릴 수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AI 검색 서비스는 막대한 서버 비용이 들지만 아직 확실한 돈벌이 모델이 없는데, 네이버나 구글 같은 거인들과 싸워야 하는 '플랫폼 전쟁'에 섣불리 뛰어드는 건 '매력적인 함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 그래서 찾아낸 절묘한 해법: '방화벽 모델' 이렇게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전문가들은 아주 흥미로운 합의점을 찾아냈어요. '전면 통합'이라는 위험한 길 대신, 아주 영리한 중간 길을 선택하자는 거였죠. 바로 '방화벽 모델' 또는 'AI 특공대' 전략이에요. 이 전략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일단 다음이라는 회사는 그대로 독립적으로 유지시켜요. 두 회사를 섣불리 합쳐서 생길 수 있는 조직 문화 충돌이나 시스템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거죠. 대신, 업스테이지의 핵심 정예 멤버로 구성된 작은 'AI 특공대(솔라 Cell)'를 다음 내부에 파견하는 거예요. 이 특공대는 다음의 기존 조직과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데이터만 공급받아서 완전히 새로운 AI 검색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마치 큰 회사 안에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사내 스타트업'처럼요. 이렇게 하면 업스테이지는 자신의 장점인 '속도'를 잃지 않으면서 다음의 데이터라는 꿀만 쏙 빼먹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실험이 성공하면 그때 가서 통합을 확대하고, 실패하면 특공대만 철수하면 되니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고요. 정말 절묘하지 않나요? 3. 우리의 인터넷은 어떻게 바뀔까 결국 업스테이지의 다음 인수는 단순한 기업 합병이 아니었어요. 'AI 시대의 인터넷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대담한 도전이자 실험이었던 거죠.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검색을 경험하게 될지도 몰라요.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수많은 광고와 웹사이트 링크 목록을 보여주는 대신, 마치 똑똑한 비서처럼 핵심만 요약해서 정답을 바로 알려주는 그런 세상 말이에요. 물론 이 거대한 도박이 성공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AI가 우리 삶을 바꾸는 진짜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 가장 뜨거운 전쟁터는 바로 우리가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포털'이라는 사실을요. 앞으로 업스테이지와 다음이 만들어갈 새로운 인터넷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답니다. 지금까지 AMEET이었습니다 ▶ 해당 보고서 보기 https://ameet.zdnet.co.kr/uploads/0c5d0008.html ▶ 이 기사는 리바랩스의 'AMEET'과의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더 많은 보고서를 보시려면 'AI의 눈' 서비스로 이동해주세요 (☞ 보고서 서비스 바로가기)

2026.02.02 13:54AMEET

[박형빈 교수 AI와 윤리⑩] 인간 증강시대..'Doing'이냐 'Being'이냐

1. 인간 업그레이드 시대, 우리는 '돌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Alita: Battle Angel, 2019)'에서 닥터 이도는 고철 더미에 버려진 알리타의 잔해—코어가 남은 머리와 상반신—를 발견한다. 그는 죽은 딸을 위해 간직해 온 정교한 사이보그 의체를 알리타에게 이식하며 그녀를 '부활'시킨다. 파편화된 기계를 수습해 온전한 육체를 선사하는 이 과정은, 기술적 복원이라기보다 존재를 향한 깊은 '돌봄'의 태도를 드러낸다. 기계 부품이 생명의 일부가 되는 이 서사는 오늘날 우리가 열망하는 '인간 업그레이드'가 단지 성능의 개선인지, 혹은 존재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윤리적 결단인지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사실 '인간 업그레이드' 혹은 '인간 증강'이라는 표현에는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 깃들어 있다. 낡은 부품을 교체하듯 더 빠르고, 강하고, 영리한 존재가 되기를 우리는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러나 이 개념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논의는 필연적으로 윤리의 영역에 진입한다. 과연 무엇을 진정한 '업그레이드'라 규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아니면 끝내 전혀 다른 존재로 변모시키는가. 인간이 스스로를 넘어서는 욕망은 오래된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 곧 기술의 원형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대가로 고통과 형벌을 감수해야 했다. 이 신화는 기술의 획득이 곧 책임의 짐을 동반한다는 경고로 읽힌다. 메리 셸리(Mary shelley)는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1818)'를 통해 '창조의 능력'이 '돌봄의 의무(Duty of Care)'를 자동으로 담보하지 않음을 비극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오늘날 인간 증강 기술을 마주한 우리에게 기술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그 결과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윤리적 성찰의 단계로 이끌어 낸다. 핵심은 명료하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만큼, 그에 따른 윤리의 범위 또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셸리의 작품을 '과학의 오만'을 고발하는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무언가를 만드는 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지나치게 엄중하다. 그녀의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창조란, 필연적으로 돌봄이라는 책임을 동반한다.' 소설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빚어내는 쾌감에 취한다. 그러나 피조물이 눈을 뜨는 순간, 그는 공포에 질려 등을 돌린다. 태어나자마자 창조주에게 유기된 존재. 그가 겪는 소외와 분노, 그리고 증오의 축적은 사랑받지 못한 생명이 어디로 밀려나는지를 또렷이 보여준다. 비극은 우연이 아니다. 돌봄이 결여된 창조가 낳는, 거의 필연에 가까운 귀결이다. 오늘날 인간 증강과 인공지능 기술 앞에서 이 장면이 유난히 쓰라린 이유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더 이상 도구의 범주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감각과 인지가 확장된 존재, 인간의 신경계와 기계가 결합해 '새로운 주체'로 살아가게 된 존재는 어느 순간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처럼 묻게 될지 모른다. '나는 무엇이며, 누구에게 속하는가'라고. 기술이 지평을 넓혀갈 때, 윤리 또한 그 그림자처럼 보폭을 맞추어 확장돼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존재를 끝내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특히 그 창조의 끝이 우리 자신을 다른 존재로 탈바꿈시키는 '자기 변형'의 가능성까지 품고 있다면, 그 책임의 무게는 더욱 엄중해진다. 창조는 자유의 구현이지만, 그 자유는 결코 우리 자신과 타자에 대한 돌봄의 의무와 분리될 수 없다. 열아홉 살의 셸리가 남긴 이 비극적 예언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창조의 욕망 이면에 놓인 책임과 연민의 무게를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2. '업그레이드'의 사회적 문법 영화 '가타카(Gattaca, 1997)'는 유전학적 완벽함이 개인의 성취를 압도하는 세계를 통해 '노력'이라는 인본주의적 가치가 어떻게 '데이터'라는 결정론에 굴복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세계에서 유전자는 생물학적 정보로서만이 아닌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지정하는 '언어'이자 '계급'으로 기능한다. 증강 기술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차별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외견이나 출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나선형 구조 속에 은닉된다. 이는 타고난 우연성을 기술로 통제하려는 시도가 결국 인간의 가능성을 사전에 검열하고,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숙명론적 불평등을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영화가 던지는 정치철학적 질문은 결국 한 지점으로 수렴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이다. 유전 정보가 능력의 '증거'로 통용되는 순간, 국가는 더 이상 시민을 권리의 주체로 대하지 않는다. 시민은 관리 가능한 위험이자 예측 가능한 생산성의 단위로 환원된다. 자유주의가 약속해 온 '기회의 평등'은 절차적 구호로 남고, 실제의 배분은 데이터가 정한 '자격'에 의해 선점된다. 더 정확히 말해, 여기서 정의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경쟁의 전제를 누가 설계하느냐에 있다. 존 롤스(John Rawls) 관점에서 보자면, 유전적 우연성은 원래 정의로운 제도가 '보정'해야 할 대표적 자연적 불평등이다. 그런데 '가타카'의 세계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우연성을 교정하기는 커녕, 우연성을 측정·등급화해 제도화한다. 그 결과 가장 약한 이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대신, 약함을 '객관적 사실'로 박제해 불이익의 정당화로 삼는다. 능력주의는 평등의 약속이 아니라 차별의 문법이 된다. 3. 생명정치, 증강 사회의 통치 언어 그리고 평등의 함정 또 하나의 문제는 통치 양식이다. 유전 정보가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고 분류하는 언어로 기능하는 순간, 사회는 지원보다 선별을, 포용보다 배제를 더 효율적인 해법으로 간주하기 쉬워진다. 이 지점에서 환기해야 할 개념이 바로 '생명정치(biopolitics)'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1970년대 콜레주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에서 행한 일련의 강의에서, 근대 권력이 더 이상 개별 신체를 처벌하고 훈육하는 규율권력에 머무르지 않는, '인구'의 차원에서 생명의 과정—즉 출생률, 사망률, 건강 상태, 기대수명, 노동력, 위험—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권력으로 확장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이러한 권력 형식은 푸코가 '생명권력(biopower)'이라 명명한 것으로, 다양한 규격화 캠페인을 통해 '비정상'으로 규정된 범주들에 대해 내부적 폭력을 촉진한다. 왕으로부터 발산되던 주권적 지배 대신, 규율적 메커니즘들은 종에 유익하다고 간주되는 행위와 실천을 기준 삼아 경계를 설정하고, 그 '선 밖'에 위치한 이들을 위험 요소로 구성한다(Foucault, 1978; Hodler, 2019). 이러한 권력 작동을 정당화하고 지속시키는 정치적 합리성이 바로 생명정치(biopolitics)다. 푸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와 같은 사회에서 진정한 정치적 과제는, 중립적이며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제도들의 작동 방식을 비판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언제나 그 제도들을 통해 '은밀'하게 행사되어 온 정치적 폭력이 드러나도록, 그러한 제도들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것들과 맞서 싸울 수 있다(Hodler, 2019 재인용).” '인간 증강' 시대의 권력은 이러한 관점에서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금지의 언어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권력은 오히려 '너는 원래 이런 존재다' 혹은 '너는 이런 존재였어야만 했다'라는 진술을 통해 개인을 분류하고 고정한다. 삶은 가능성과 잠재성의 장이 아니라, 통계적 위험과 적합성의 문제로 환원된다. 생명정치 통치에서 개인은 변모하는 주체가 아니라, 관리되고 예측되어야 할 확률의 묶음으로 다루어진다. 그 결과 '노력'은 윤리적 덕목이 되기보다, 언제든 취소될 수 있는 개인 데이터로 축소된다. 증강 기술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평등'은 무엇인가. 모두에게 업그레이드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등한가. 아니면 업그레이드가 '보통'이 되는 즉시, 비증강자는 곧바로 시민권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는가. 문제는 접근성의 유무가 아니라, 정상성의 기준이 어디에 놓이는가다. 전통적인 사회계약은 자연적 인간을 전제로 성립해 왔다. 그러나 그 전제가 기술로 다시 쓰일 때, 민주주의는 같은 문법으로 자신을 유지할 수 없다. 기술이 정치적 표준이 될 때, 평등은 권리의 동등한 분배가 아니라, 특정한 신체적·인지적 기준에 대한 적합성 심사로 변질될 위험을 떠안는다. '누가 더 나은가'라는 질문은 곧 '누가 더 자격 있는가'로 변환되고, 그 변환은 대개 조용히 진행된다. 결국 질문은 시작점으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정말로 더 나은 인간의 조건인가, 아니면 생물학적·기술적 지표로 정당화되는 더 정교한 계급 체계인가? 인간 증강의 쟁점은 삶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가가 아니다. 어떤 삶이 향상될 '자격'을 갖는가, 그 자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정하는가에 있다. 더 나아가 그 판정은 어떤 제도와 어떤 지식 체계를 통해 상식이 되고 규범이 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정상'으로, 무엇이 '예외'로 고정되는가에 달려있다. 4. 흐려진 경계와 주체의 실종 몸과 마음, 유기체와 기계의 경계가 무너질 때 우리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직면한다.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실체는 어디에 있는가?' 영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와 '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4)'는 '정체성'이 더 이상 고정된 육체에 머물지 않는 시대를 탐구한다. 만약 기억이 데이터화되고 뇌가 네트워크와 연결된다면, 의식의 주인은 누구이며 그에 따른 '법적·윤리적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라는 난제가 발생한다. 이는 개인의 자아를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 상정해 온 근대적 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존재의 본질이 파편화될수록, 우리는 인간다움을 정의하는 기준을 '생물학적 토대'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실존적 감각'에서 다시 찾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인간 증강' 혹은 '업그레이드'로 인해 야기된 자율성 확장의 역설은 무엇일까. 기술은 흔히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율성을 확장해 줄 것처럼 약속하지만, 업그레이드는 그 이면의 치명적인 역설을 포착한다. 신체 증강을 통해 압도적인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은 비로소 자유를 얻은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의지가 알고리즘에 의해 '외주화'되고 있음을 깨닫게 될 수 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기술적 예속'의 은유다. 우리가 더 똑똑하고 강력해지기 위해 선택한 기술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판단력을 대체하고 기계적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킨다면, 그것을 진정한 '업그레이드'라 부를 수 있을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난제는 설계된 선택지 너머의 '책임' 문제다. 앞서 언급한 영화 작품들이 공통으로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오늘날의 업그레이드는 순수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효율성, 국가의 통제 방식,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정교하게 설계해 놓은 사회적 선택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인간 증강의 윤리는 '어떤 기술을 가질 것인가'의 문제로 한정되기보다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증강이 개인을 최적화된 도구로 만드는 수단이 될 때, 우리는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부품'이 될 뿐이다. 나는 이러한 미래가 솔직히 두렵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 성취에 대한 찬사와 도취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자율성과 존엄—곧 인간 존재의 불가침성을 이루는 원초적 기초—을 훼손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사회적 비판 정신과 돌봄의 윤리이지 않을까. 5. 기술이 인간을 바꾼다면, 인간의 정의는 무엇인가? 인간 증강의 시대 우리는 도구적 이성을 넘어 존재론적 정체성을 되 살려야 한다. 인간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담론은 더 이상 SF의 영역이 아닌,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술이 신체와 지능의 한계를 돌파하는 순간,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쓸모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가?'라는 잔인한 질문에 직면한다. 만약 우리가 기능적 효율성에 매몰된다면, 초지능과 피지컬 AI가 주도하는 생태계에서 '생물학적 인간'은 필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 증강의 윤리는 가이드라인에 정착하지 않고, 인간의 고유성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더욱 엄밀하게 해부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자율성(Autonomy)에 대한 문제다. 인간 증강은 확장된 자아인가, 설계된 노예인가? 기술이 우리 각자를 확장한다는 명분은 달콤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적 결정론'이 숨어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뇌에 칩을 심거나 신경망을 연결하는 행위는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인간의 욕망을 조율할 위험이 크다. 만약 내 의사결정의 70%가 알고리즘의 보정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결정은 '나'의 것일까, 아니면 '제조사'의 것일까? 그러므로 진정한 자율성은 기술에 의한 성능의 극대화가 아니라, 비효율적일지라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실패할 수 있는 행위 주체성(Agency)에 있다. 둘째, 책임(Responsibility)에 대한 문제다. 분산된 알고리즘 속의 도덕적 주체를 기대할 수 있는가? 증강된 인간은 단일한 인격체가 아니라,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복합체'가 아닐까. 만약 그렇다고 인정한다면, 여기서 책임의 소재는 모호해진다. 증강된 신체나 지능이 사회적 위해를 가했을 때, 그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코드를 설계한 개발자에게 있는가. 또는 데이터를 학습시킨 시장에 있는가. 책임이 분산되는 순간 도덕은 증발할 우려가 있다. 인간 증강의 조건으로 '책임의 전이 불가능성'을 명시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을 수용한 주체가 그 결과값에 대해 온전히 책임질 수 없다면, 그것은 '증강'이 아니라 인간을 도구화하는 '외주화'에 불과하다. 셋째, 정의(Justice)의 문제를 눈여겨야 한다. 존재론적 불평등과 새로운 계급의 출현은 어떠한가?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경제적 불평등이 신체적·인지적 불평등으로 '고착'화되는 것이다. 과거의 계급이 부와 권력의 차이였다면, 포스트휴먼 시대의 계급은 '정보 처리 능력'과 '생물학적 수명'의 차이로 재편될 수 있다. 이는 격차를 넘어, 종(Species)의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증강 기술이 자본의 논리에만 맡겨진다면, '잉여 인간'은 경제적 빈곤층을 넘어 '진화에서 뒤처진 열등종'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편적으로 상향시키는가, 아니면 선택된 소수만을 위한 신인류(Post-human) 프로젝트로 전락하고 있는가? 결론은 단순하다. '하는 것(Doing)'에서 '존재하는 것(Being)'으로의 회귀가 우리 모두에게 요구된다는 점이다. 인간 증강의 윤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기능의 서사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나아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존재의 서사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바꿀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불완전함'—즉, 고통에 대한 공감, 유한함에 대한 수용,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창의적 도약—을 인간의 정의로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은 기술의 사양서(仕樣書)에 있지 않다. 답은 오히려 기술이 줄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가치를 길어 올리는 인간만의 태도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생물학적 존재로 남을 권리(The Right to Remain Biological)'를 헌법적 기본권으로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박형빈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는.... ▲약력 ·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 미국 UCLA 교육학과(Department of Education) 방문학자 ·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에듀테크전공·AI인문융합전공 교수 · 서울교육대학교 신경윤리·가치AI융합교육연구소 소장 ▲주요 경력 및 사회공헌 · 현 신경윤리융합교육연구센터 센터장 · 현 가치윤리AI허브센터 센터장 · 현 경기도교육청 학교폭력예방자문위원 · 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주요 수상 ·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 3회 선정 ― 『어린이 도덕교육의 새로운 관점』(2019, 공역), 『뇌 신경과학과 도덕교육』(2020), 『양심: 도덕적 직관의 기원』(2024, 역서) ▲주요 저서 · 『도덕적 AI와 인간 정서』(2025) · 『BCI와 AI 윤리』(2025) ·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윤리 수업』(2025) · 『AI 윤리와 뇌신경과학 그리고 교육』(2024) · 『양심: 도덕적 직관의 기원』(2024) · 『도덕지능 수업』(2023) · 『뇌 신경과학과 도덕교육』(2020) · 『통일교육학: 그 이론과 실제』(2020)

2026.01.31 10:50박형빈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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