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갖춘 스마트공장, 사람 역량 더 필요한 이유
식품업계가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설비를 앞세워 스마트공장 구축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람의 역할은 오히려 품질 관리와 설비 운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반복 작업은 기계가 맡고 작업자는 생산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식품은 원재료와 외부 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특성상 자동화만으로 모든 공정을 통제하기 어려워, 스마트공장의 경쟁력도 결국 사람의 판단과 운영 역량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과 CJ제일제당, 하림, 오리온, 투썸플레이스 등 식품·외식 기업들은 두부와 라면, 가정간편식(HMR), 닭고기, 커피 등 다양한 생산시설에 자동화 설비와 디지털 생산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스마트공장을 통해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른 품질 편차와 단순 실수를 줄이고, 반복적이거나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해진 규격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제품 종류가 자주 바뀌는 공장에서는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설비 오류와 유지보수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단점도 뒤따른다. 두부부터 라면·닭고기까지…생산조건·품질 편차 줄인다 이미 다수 기업들은 원료 선별, 배합, 포장, 검사 등 생산 전반에 자동화 설비를 적용하고 있다. 공정별 온도와 습도, 가동시간, 원료 배합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제품마다 발생할 수 있는 품질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다. 식품은 같은 원료와 제조법을 사용해도 원재료의 크기와 수분 함량, 보관 상태, 외부 온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기업들은 현장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생산 기준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원료 상태에 따라 공정 시간과 온도를 조정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는 원료를 대량으로 투입하거나 완성된 제품을 포장·적재하는 작업에도 활용된다. 제품 중량과 포장 상태, 소비기한 표시 등은 카메라와 센서가 확인한다. 금속검출기와 엑스레이 설비, 색채선별기 등을 여러 단계로 배치해 이물질과 외관 이상을 걸러내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면 공정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순 오류를 줄일 수 있다”며 “다만 실제 제품의 품질을 판단하고 설비 이상에 대응하는 일은 전문인력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는 데도 활용된다. 원료 투입부터 제조와 포장까지 기록을 확인해 이상이 생긴 지점을 찾아내고 생산 조건을 다시 조정하는 식이다. 일부 업체는 핵심 공정에 예비 설비를 두거나 여러 설비를 교차 운영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구성했다. 특정 장비에 이상이 생겨도 전체 생산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식품공장 자동화는 사람을 생산현장에서 완전히 빼는 작업이 아니다”며 “기계가 반복 작업을 맡는 동안 작업자는 생산 데이터와 설비 상태를 확인하는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만으로 완벽 못 해…오류·다품종 대응은 과제 자동화 설비만으로 제품의 품질을 완벽하게 관리하기는 어렵다. 식품은 원재료 상태가 매번 다르고 맛과 향, 식감처럼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요소도 많아 최종 품질을 확인하는 데는 숙련자의 경험이 필요하다. 설비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도입 초기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센서와 부품에 이상이 생기거나 공정 간 연동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를 맡을 인력이 필요한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는 설치 이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고 생산 차질을 줄일 수 있는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품 종류와 규격이 자주 바뀌는 식품공장에서는 설비 운용에도 제약이 생긴다.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할 때는 효율적이지만 중량이나 포장 형태가 달라지면 생산라인을 멈추고 설비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업체들은 모든 공정을 한꺼번에 무인화하기보다 반복적이고 작업 부담이 큰 공정부터 자동화하고 있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데이터를 쌓은 뒤 다른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현장 인력의 업무도 바뀌고 있다. 원료를 옮기고 제품을 포장하던 인력이 로봇을 제어하거나 생산 데이터를 확인하고 설비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들은 자동화 설비 도입과 함께 현장 인력을 대상으로 한 설비 운영과 유지보수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계가 반복 작업과 생산조건 관리를 맡으면 사람은 품질 판단과 공정 개선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자동화 설비와 현장 인력을 함께 고도화해야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