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취임 후 첫 메시지…"퓨처 빌더가 되자"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원자로(SMR), 해상풍력, 태양광 등 우리의 미래 사업도 우리가 해당 분야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하겠다." 지난주 승진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0일 '함께 힘 모아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됩시다'라는 제목의 사내 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내며 취임 일성을 밝혔다. 정 회장은 “우리 그룹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한 임직원들 덕분”이라며 “막중한 책임을 느끼지만, 여러분과 함께라면 모든 책임과 의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중 패권 경쟁,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 리스크를 거론하며 “현재의 경영환경은 매우 엄중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산업별 현황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정 회장은 세계 선박 발주 급감과 중국의 시장 잠식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주력 선종인 LNG선 글로벌 발주량이 작년 93척에서 올해 현재 37척으로 급감했고, 컨테이너·탱커 등 일반 상선은 중국과의 선가 차이가 10% 이상 벌어져 오랜 단골 선주들조차 더 이상 한국에 배를 주문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첨단 조선소(FOS) 등 디지털·AI 기반 조선소 전환으로 원가 경쟁력 차이를 줄이고, 친환경 신기술·신선형으로 연비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형 선주는 중국 대비 선가가 10% 이상 비싸도 연비가 10% 이상 뛰어나 우리 선박을 구매하겠다고 했다”며 돌파구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아울러 해외 야드 확보·발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으로 지정학적 기회를 활용한 신시장 개척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미국 관세와 초대형 경쟁사 시장 잠식, 원가 부담으로 인한 판매 어려움을 언급하며 “그룹 건설기계사 합산 글로벌 점유율이 최근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GMF를 구축하고, 공통 지원조직과 부품공급센터(PDC) 통합 등 효율화를 추진한다. 전자유압 등 최신 기술의 차세대 모델 출시, 울산 캠퍼스 완공으로 생산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영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영업 네트워크와 서비스 역량 강화를 약속했다. 인도·브라질·호주 등 신시장과 광산용 장비 시장 진출도 확대한다. 국내 정유4사 상반기 적자 등 업황 부진 속에서 정 회장은 해외시장 진출 가속, 순환·바이오·윤활유·발전 등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제시했다. 미국·호주 정유공장 폐쇄에 따른 수출 기회, 유럽의 친환경·순환 석화 원료 수요 증대도 언급했다. 그는 현장에서 안티-에이징(설비 노후화 방지) 프로젝트로 비상 가동정지 횟수가 줄며 운영 안정화가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생존 위기에 봉착한 석유화학 부문은 투입원료·운전조건·스팀·에너지 밸런스 최적화 등 전방위 원가 개선과 소프트 TPO 같은 고부가 제품 확대, 에탄 직도입과 권역별 석화단지 통합계획 적극 검토를 약속했다. 정 회장은 전력소비 증가로 호황을 맞은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해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 체력을 다지자”며, 배전사업 경쟁력 제고를 과제로 꼽았다. 청주 신공장 완공과 UL 인증 확보로 북미 시장 기반을 마련했고, 울산 고압차단기·변압기 증설,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 초고압직류송전(HVDC)·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성장 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제시했다.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SMR, 해상풍력, 태양광 등 미래 포트폴리오에 대해 “해당 분야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져달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리의 DNA가 새로운 미래 주역에게 전수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며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또 “언제 어디서든 만나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 현장을 찾아 현안을 듣겠다”고 했다. 이어 승진자 축하, 퇴임자 감사, 권오갑 명예회장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안전 최우선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 여러분의 안전과 가정의 행복이 회사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초”라며 “남은 한 해도 건강과 평안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