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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섭 AI 진테제] 영화 '오디세이'를 통해 본 AI

겉보기 마법의 시대..."In a time of Apparent Magic." 극장이 어두워지고 가장 먼저 뜬 것은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한 줄의 자막이었다. "In a time of Apparent Magic." 겉보기 마법의 시대. 나는 이 여섯 단어가 현재 화제를 모으고 상영중인 영화 오디세이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관객에게 건넨 해석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마법의 시대가 아니라 '겉보기' 마법의 시대. 앞으로 등장할 외눈박이 거인과 마녀와 세이렌과 망자들의 해변과 바다의 소용돌이는 실재가 아니라 명명이라는 선언이다. 한 시대가 이해하지 못한 힘에 붙인 이름이라는 선언. 그리고 영화의 처음과 끝, 크레딧에는 짧은 시구가 반복된다. 하나의 얼굴에서 시작해 함대로, 전쟁으로, 한 남자로, 하나의 생각으로, 하나의 '속임수'로 이어지다가, 그 속임수가 트로이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도시를 불태우는 데서 끝나는 시다. 얼굴, 함대, 전쟁, 남자, 생각, 속임수. 이 여섯 단어가 이 영화의 지도다. 그런데 시는 트로이가 불타는 장면에서 멈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정확히 그 다음의 이야기다. 속임수 이후의 이야기. 말하자면, 계산서의 서사다. 이 글은 그 지도를 따라간다. 전반부는 시가 말하는 것, 한 시대를 끝낸 속임수의 해부학이다. 후반부는 시가 말하지 않는 것, 그 속임수의 값을 치르는 십 년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3천 년 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굴: 우리 시대 헬레네는?...'AGI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서사 개봉 전 이 영화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헬레네 캐스팅이었다. 트로이 전쟁은 헬레네의 미모 때문에 일어났는데, 왜 우리가 기대한 인종과 외모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논란 자체가 영화의 논지를 증명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 신화를 믿고 있다. 천 척의 배를 띄운 것이 한 여자의 얼굴이라는 신화 말이다. 놀란의 답은 명료하다. 이 전쟁은 얼굴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다. 영화에서 아가멤논이 원한 것은 헬레네가 아니라 트로이가 쥐고 있던 무역로다. 트로이는 흑해로 들어가는 해협의 관문에 앉아 통행의 값을 받던 도시였고, 그 길목을 원하던 권력에게 필요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구실이었다. 헬레네는 개전의 여신이 아니라 개전의 보도자료였던 셈이다. 크레딧의 시가 그녀를 '얼굴 하나'로만 부르는 것은 그래서 정확하다. 서사가 소비한 이미지. 실제의 그녀는 얼굴에 흉터를 지닌 채 등장하는데, 그 흉터를 어떻게 읽을지는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 전쟁에서 그녀의 외모는 단 한 번도 중요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헬레네는 스파르타를 떠나는 텔레마코스를 안으며 속삭인다. 내 이름으로 자행된 모든 전쟁에 대해 사과한다고. 그 속삭임은 화면 속 청년이 아니라 객석을 향해 있는 것처럼 들렸다. 이 문장은 잠시 접어두자. 글의 끝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 시대의 헬레네는 무엇일까. 나는 'AGI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서사를 떠올린다. 천 척의 배를, 그러니까 수천억 달러의 자본을 띄우는 공식 명분. 그 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것은 해협의 쟁탈전이다. 데이터라는 항로, 전력이라는 항로, HBM과 파운드리라는 항로. 전환기의 전쟁은 언제나 항로를 놓고 벌어지고, 언제나 로맨스로 서사화된다. 함대, 그리고 전쟁..."모두가 원해 경주에 뛰어든 건 아냐" 함대를 띄우기 위해 아가멤논은 자기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쳤다. 명분의 전쟁은 남의 것을 태우기 전에 자기 것부터 태운다. 그리고 이타카처럼 전쟁을 원치 않던 작은 왕국들도 결국 배를 띄웠다. 영화 속 이타카는 참전을 바라지 않았지만 아가멤논의 정치적 압박 앞에서 선택지가 없었다. 명분이 거대해질수록 참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다. 오늘의 언어로 옮기면, 모두가 원해서 이 경주에 뛰어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쟁의 결말도 기록해두자. 아가멤논은 승자로 귀향했으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손에 죽는다. 딸을 제물로 바친 자에게 돌아온, 명분이 있는 죽음이었다. 나는 이 대목을 지금의 기득권을 향한 경고로 읽었다. 제국은 바다 건너의 적에게 무너지지 않는다. 자신이 제물로 바친 것들에 의해, 집 안에서 무너진다. 성장을 위해 창작 생태계를 제물로 바친 플랫폼과, 트래픽을 위해 저널리즘을 제물로 바친 미디어를 떠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계산서는 언제나 집으로 온다. 남자, 생각, 속임수: 목마는 물리력이 아니라 신뢰를 착취...폭탄보다 해킹에 가까워 십 년의 공성전이 뚫지 못한 성벽을 뚫은 것은 청동도 철도 아니었다. 나무에 담긴 하나의 생각이었다. 크레딧의 시가 함대와 전쟁 다음에 '한 남자, 하나의 생각'을 놓는 순서는 그래서 정확하다. 청동기의 성벽이라는 하드웨어를 무너뜨린 것은 더 강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였다. 해외 평단은 일찌감치 이 영화를 '오펜하이머'의 청동기 버전으로 읽었다. 자신의 발명이 세계를 끝냈다고 두려워하는 창조자의 이야기. 틀린 독해는 아니지만 절반짜리라고 생각한다. 폭탄은 물리력이다. 목마는 물리력이 아니라 신뢰를 착취했다. 폭탄보다는 해킹에 가깝다. 목마가 작동한 원리를 보자. 영화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제우스의 율법'은 그리스인들이 크세니아(xenia)라고 부른 것이다. 놀란 스스로 내한 인터뷰에서 낯선 이를 존중하고 환대하라는 이 고대의 규범에 주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님과 주인은 서로를 해치지 않는다. 선물과 봉헌물은 존중한다. 낯선 자를 환대하라, 누구든 변장한 신일 수 있으니. 법전도 경찰도 국제기구도 없던 청동기 지중해에서 교역과 외교와 여행을 가능하게 한 운영체제가 이것이었다. 강제력은 없다. 모두가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유일한 담보다. 이 율법의 세계에서 폴리페모스가 괴물인 이유는 외눈 때문이 아니다. 손님을 잡아먹는 주인이기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은 이 율법의 위반으로 시작됐다. 손님으로 머물던 파리스가 주인 아내를 데리고 떠났다. 그리고 이 율법 위반으로 끝났다. 그리스군은 아테나에게 바치는 봉헌물 형식으로 목마를 남겼고, 트로이는 봉헌물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약에 따라 그것을 성 안으로 들였다. 목마는 성벽 취약점을 공략한 무기가 아니다. '봉헌물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프로토콜 취약점을 공략한 착취다. 인류 최초의 소셜 엔지니어링. 컴퓨터 보안이 신뢰를 가장해 침투하는 공격에 지금도 '트로이 목마'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스에게 이것은 지략이다. 트로이에게 이것은 신성모독이다. 그리고 놀란의 오디세우스는 불타는 트로이에서 병사들이 저지르는 일들을 지켜보며, 자신이 무엇을 풀어놓았는지 깨닫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시는 여기서 끝난다. 계산서는 여기서 시작된다. 분노한 바다: 30년간 오픈웹을 지탱한 건 법이 아니라 robots.txt라는 명예 규약 이제 3천 년을 건너뛰어보자. 오픈웹에도 제우스의 율법이 있다. 1994년에 만들어진 robots.txt라는 작은 텍스트 파일이다. robots.txt는 웹사이트의 검색엔진 크롤러(로봇)가 어떤 페이지를 수집해도 되는지 알려주는 안내 파일이다. 쉽게 말하면, 검색엔진에게 우리 사이트의 출입 규칙을 알려주는 파일이다. 웹사이트가 크롤러에게 건네는 안내문으로 여기까지는 들어와도 좋고, 저 방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법적 강제력은 없다. 2022년에야 정식 인터넷 표준이 됐지만 그마저 준수는 자율이다. 30년 동안 오픈웹을 지탱한 것은 법이 아니라 이 명예 규약이었다. 서로의 문턱을 존중한다는 믿음. 바로 디지털 크세니아다. 지난 몇 년간 AI산업이 한 일을 트로이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환대의 규약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가, 성을 지탱하던 것을 가지고 나왔다. robots.txt를 우회하는 크롤러, 이용약관을 스치듯 지나가는 학습, 모델에서 모델로 이어지는 증류. 산업의 언어로는 스케일링이고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웹의 언어로는 신전 방화다. 같은 행위가 승자의 서사에서는 지략이 되고, 성벽 안쪽의 서사에서는 율법의 위반이 된다. 목마가 그랬듯이. 그 사이에서 새로운 감수성도 자라났다. 규약을 지키는 쪽이 고루해 보이고, 우회하는 쪽이 혁신이라 불리는 감수성. 혁신은 파괴에서 온다는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나머지 절반은, 현대 사회가 법치 위에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포세이돈이 분노한다. 호메로스에게 오디세우스의 십 년 표류는 신의 저주였지만, 우리의 버전에서 그것은 커먼즈의 반격이다. 페이월이 올라가고, AI 크롤러는 기본값으로 차단되고, 소송이 쌓이고, 어제까지 공짜였던 데이터에 가격표가 붙는다. 세계 최고의 함대, 그러니까 자본과 컴퓨트와 변호사를 가진 산업이 정당성이라는 항구에 닿지 못한 채 표류하는 중이다.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AI가 도달해야 할 집, 즉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사회적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에이전트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웹으로 가려면 반드시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그 바다가 정확히, 자신이 분노하게 만든 바로 그 바다다. 에이전트의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이 저주는 무거워진다. 웹을 읽고 클릭하고 결제해야 하는 에이전트에게, 문을 닫아건 웹은 항해할 수 없는 바다다. "무역로를 차지하려던 전쟁이 무역로 자체를 죽여" 영화 내내 인물들은 '바다 건너의 존재'를 두려워한다. 메넬라오스도, 이타카의 원로들도, 정착지를 닥치는 대로 불태운다는 해양 민족의 소문을 입에 올린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다가오는 새로운 문명, 그러니까 철기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라이스트리고네스 같은 무지막지한 존재들도 그 상징으로 읽었다. 그런데 영화의 답은 더 어둡다. 해양 민족의 실체는 트로이에서 돌아가는 그리스 병사들 자신이다. 전쟁이 풀어놓은 폭력이 지중해를 떠돌며 도시들을 태운다. 문명을 끝내는 것은 바다 건너의 야만이 아니라, 지난 전쟁의 승자들이다. 이것은 실제 역사와 공명한다. 기원전 1200년 무렵, 미케네와 히타이트와 우가리트가 반세기도 안 되는 사이에 무너진 후기 청동기 붕괴가 있었다. 이집트의 기록에 '바다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정체불명의 침입자들이 그 시기를 휩쓸었다. 그리고 그 폐허 위에서 철기가 시작된다. 왜 하필 철이었을까. 청동은 네트워크의 금속이다. 구리와 주석이 각각 먼 곳에서 와야 하고, 그래서 청동기 문명은 곧 원거리 교역망의 문명이었다. 철은 로컬의 금속이다. 어디에나 있는 광석. 교역망이 끊기자 청동은 만들 수 없는 금속이 되었고, 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서 이 이야기의 가장 서늘한 문장이 나온다. 무역로를 차지하려던 전쟁이 무역로 자체를 죽였고, 그것이 청동기의 종말이었다. 승자가 손에 넣은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항로였다. 데이터를 차지하려는 전쟁이 오픈웹을, 그러니까 그 데이터가 자라나는 커먼즈를 죽인다면 우리는 같은 구조 안에 있는 것이다. 모두가 퍼가기만 하고 아무도 쓰지 않는 웹, 합성 데이터가 합성 데이터를 학습하는 웹은 항로가 끊긴 바다다. 노래만 남고, 400년간 문자없는 시대 살아..."우린 무얼 잃고 무엇이 노래로 남을까" 영화에서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에게 말한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이 사라질 테니, 우리의 이야기는 노래로만 남을 것이라고. 이것은 시적 과장이 아니라 고고학이다. 실재로 붕괴 이후 그리스는 선형문자 B를 잃었고, 약 400년 동안 문자 없는 시대를 살았다.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구전으로 태어난 이유가 그것이다. '오디세이아'는 한 세계를 끝낸 전쟁의 이야기를, 그 세계가 끝난 뒤의 사람들이 기억만으로 이어 부른 노래다. 영화가 자기 원작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극중 대사로 예언하는 셈이니, 놀란다운 구조적 농담이기도 하다. 이 대사에서 나는 플라톤의 '파이드로스'를 떠올렸다.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파이드로스에서 문자의 신 테우트는 이집트의 왕 타무스에게 문자를 바치며 말한다. 이것은 기억과 지혜를 위한 약이라고. 왕은 답한다. 이것은 오히려 망각을 낳을 것이다. 사람들은 밖에 적힌 기호를 믿고 안의 기억을 놓을 것이며, 지혜가 아니라 지혜의 겉모습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겉모습. 영화의 첫 자막이 다시 떠오르는 대목이다. 겉보기 마법의 시대. 그리고 나는 우리가 매일 쓰는 두 글자의 약자를 다시 읽게 된다. Artificial Intelligence가 아니라 Apparent Intelligence. 겉보기 지능의 시대. 타무스의 경고 이후로 모든 인지 기술은 같은 재판을 받아왔다. 문자가, 인쇄술이, 검색엔진이 차례로 피고석에 앉았다. 그때마다 인류는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냈고, 그 대가로 다른 것을 얻었다. 문제는 교환 자체가 아니다. 무엇을 내보냈는지 잊는 것이다. 붕괴가 온다면, 그것이 신뢰의 붕괴든 웹의 붕괴든 그저 어느 날의 서비스 종료든, 우리의 선형문자 B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이 노래로 남을까. 로터스, 편안한 망각... 우리가 AI와 맺고 있는 관계의 한 단면 놀란의 각색 가운데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로터스와 칼립소의 결합이다. 원전에서 로터스를 먹는 자들의 섬과 칼립소의 섬은 별개의 에피소드다. 놀란은 둘을 하나로 묶었다. 내한 당시 박찬욱 감독과의 대담에서도 언급된 각색이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로터스 꽃을 먹여 기억을 지우고 칠 년을 곁에 붙잡아둔다. 전쟁도, 죄책감도, 페넬로페도,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은 채로. 그 섬의 생활은, 굳이 말하자면 편안하다. 로터스는 편안한 망각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인공지능과 맺고 있는 관계의 한 단면을 보았다. 결과물은 즉시 오고, 충분히 그럴듯하고,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인지적으로 편안한 일이다. 전작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에서 짚었던 바로 그 지점이다. 생각을 맡기는 편안함은 공짜가 아니다. 로터스의 무서움은 고통이 아니라 달콤함에 있다. 오디세우스가 잃은 것은 항해술이 아니라, 항해해야 할 이유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칼립소가 출구의 조건을 일러준다. 네가 저지른 모든 죄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구하면, 그토록 원하던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망각의 낙원에서 나가는 문의 비밀번호는 고백이다. 함대로는 집에 못가..."더 큰 모델, 더 많은 GPU는 더 큰 함대일 뿐"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급진적'인 장면이 온다. 훌륭한 배와 충성스러운 선원들을 데리고도 십 년을 표류하던 남자가, 죄를 받아들이고 바다에 자신을 맡긴 뒤에는 얇은 판자 하나로 수일 만에 이타카에 닿는다. 함대로 못 간 집을 판자로 간다. 이 역설을 산업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정당성은 톤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산에서 나온다. 더 큰 모델, 더 많은 GPU, 더 강한 로펌은 결국 더 큰 함대일 뿐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다른 쪽에 있다. 가져온 것의 값을 치르는 것.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 동의의 표준, 출처의 표시, 크롤러의 에티켓, 커먼즈로의 환류. 실제로 바다가 조금씩 열리는 곳들을 보라. 소송이 벌어진 항구가 아니라 계약이 체결된 항구들이다. 개인의 버전도 같다. 판자는 반기술이 아니다. 오디세우스는 바다를 거부해서 집에 간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서 갔다. 판자는 최소한의 도구와 회복된 항해술의 조합이다. 도구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도구 위에서 잠들지 말라는 것이다. 로터스를 끊는다는 것은 AI를 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맡기지 않을지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일이다. 서쪽으로...AI 시대의 아이네이스는 누가 쓰게 될까 영화의 마지막에서 오디세우스는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페넬로페와 함께 묻어주지 못한 이들을 기리는 항해를 떠난다. 서쪽으로. 처음에 나는 그 서쪽이 이탈리아나 이베리아일까, 로마의 예고일까 생각했다. 지금은 단테가 먼저 떠오른다. '신곡' 지옥편 스물여섯 번째 노래에서 단테는 오디세우스를 기만의 조언자들 사이에 세워뒀다. 죄목의 첫머리가 트로이 목마다. 그리고 단테의 오디세우스는 헤라클레스 기둥 너머 서쪽으로 항해하다 소용돌이에 삼켜진다. 놀란 스크린에서 본 그 소용돌이가 겹쳐 보이는 대목이다. 서구 문명은 이 속임수를 한 번도 만장일치로 사면한 적이 없다. 승자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와, 트로이 유민이 세운 로마의 서사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사이에서 목마는 3천 년째 재판 중이다. 다음 질서의 법과 서사는 종종 패자의 상속자들이 쓴다. AI 시대의 아이네이스는 누가 쓰게 될까. 그러나 놀란의 결말은 지옥이 아니다. 왕관을 쓴 텔레마코스가 있고, 문명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며 우리는 견뎌낼 것이라고 말하는 페넬로페가 있다. 전환기의 서사는 파국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속으로 끝난다. 다음 세대는 전쟁이 아니라 전쟁 이후를 물려받는다. 그리고 나는 헬레네의 속삭임으로 돌아온다. 내 이름으로 자행된 모든 전쟁에 대한 사과. 그 말은 텔레마코스가 아니라 우리를 향해 있었다. 언젠가 우리가 만든 지능도 같은 문장을 말하게 될까. "제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들에 대해 사과합니다" 라고. 칼립소의 조건이 옳다면, 그러니까 집으로 가는 길이 고백을 지나간다면, 그 문장을 기계가 배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겉보기 마법의 시대에 진짜 마법은 아마 그것일 테니까.

2026.08.16 12:04안광섭 컬럼니스트

[영화 속 AI윤리] 디지털 불멸과 자아의 연속성

1. 기(起): 나비의 꿈과 성진의 꿈-깨어난 자는 누구인가? 장주는 꿈속에서 나비가 돼 훨훨 날아다니며 즐거워했고, 자신이 장주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보니 그는 장주였다. 그러나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장자' '제물론'의 마지막에 놓인 호접몽은 꿈과 현실, 서로 다른 존재 상태와 관점의 관계를 묻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원문은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반드시 구별이 있다 (周與胡蝶,則必有分矣)'고 한 뒤 '이를 물화라 한다(此之謂物化)'고 끝맺는다. '물화(物化)'는 통상 사물 또는 만물의 변화로 옮기지만, 그 철학적 의미에는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따라서 호접몽은 어느 한쪽만을 참된 현실로 확정하기보다 서로 구별되는 존재 상태의 전환을 통해 고정된 자아와 관점의 경계를 성찰하게 하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우리 고전문학에도 꿈과 각성을 중심에 둔 작품이 있다. 김만중의 '구운몽'에서 성진은 팔선녀를 만난 뒤 속세의 부귀공명을 욕망하고, 꿈속에서 양소유로 태어나 여덟 여성과 인연을 맺으며 높은 관직과 부귀를 누린다. 말년의 양소유는 역대 영웅들의 황폐한 무덤을 보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어 한 호승과 문답하다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육관대사 앞의 성진임을 알게 된다. '구운몽'은 이처럼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환몽 구조의 대표적 고전소설이다. 그러나 이를 '인생은 한바탕 꿈'이라는 교훈으로만 압축할 수 있을까. 양소유의 삶이 꿈의 층위에 속한다고 해서 그 안에서 겪은 욕망과 사랑, 만남과 이별까지 무의미했다고 할 수 있을까. 꿈에서 깨어난 성진은 과연 꿈을 꾸기 전과 완전히 같은 존재인가. 양소유의 경험이 성진의 깨달음을 이끌었다면, 그 꿈은 성진의 일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구운몽'이 우리에게 묻는 것은 꿈과 현실 가운데 어느 쪽이 참인가가 아니라, 한 존재가 겪은 경험은 어디까지 그 사람의 일부가 되는가라는 물음이 아닐까. 2. 승(承): 죽은 목소리의 귀환-컴퓨터 서버에서 되살아난 오래된 질문 이 유구한 철학적 물음이 이제 생성형 AI의 서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깨어나고 있다. 고인이 남긴 문자, 이메일, SNS 게시물, 저술, 음성 및 영상 자료 등을 활용해 고인의 말투와 성격을 모사하는 시스템은 '그리프봇(griefbot)', '데드봇(deadbot)', '타나봇(thanabot)', '사후 아바타(postmortem avatar)'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기술은 더 이상 공상과학적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 서비스가 등장했고, 디지털 사후 산업과 AI 윤리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Hollanek & Nowaczyk-Basińska, 2024). 이들 시스템은 고인이 생전에 남긴 문장을 단순히 검색하거나 재생하는 장치와도 다르다. 대규모 언어모델에 기반한 타나봇은 고인의 실제 발언이나 정보를 활용할 뿐 아니라 고인이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그 사람이라면 말했을 법한 새로운 문장도 생성할 수 있다(Campbell, Liu, & Nyholm, 2025). 고인의 목소리와 외모까지 결합하면 이용자는 망자와 다시 대면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작고한 할아버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AI에게 '할아버지라면 제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실까요?'라고 물은 뒤, 익숙한 음성과 어휘로 답을 듣는 순간 우리는 누구와 대화하는 것인가. 그 답은 할아버지가 생전에 남긴 말도 아니고, 실제로 내린 새로운 판단도 아니다. 그것은 고인의 과거 자료와 일반적인 언어 패턴을 토대로 시스템이 산출한 문장이다. 기술적으로는 정교한 모사이지만, 철학적·윤리적으로는 모사의 정교함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3. 전(轉): 닮음의 극한에서 갈라지는 존재-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과 '아카이브' 존 로크는 '인간지성론'(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제2권 제27장에서 이른바 '왕자와 구두수선공' 사고실험을 제시한다. 그는 왕자의 과거 삶에 대한 의식을 지닌 왕자의 영혼이 본래의 영혼이 떠난 구두수선공의 몸에 들어간 경우를 상정한다. 로크에 따르면 그 존재는 왕자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왕자와 동일한 인격(person)이다. 그러나 신체와 생명의 조직적 연속성을 기준으로 인간(man)의 동일성을 판단한다면, 그는 여전히 구두수선공과 동일한 인간이다. 이 사고실험은 로크가 동일한 사고하는 실체 또는 영혼, 동일한 인간, 동일한 인격을 구별했음을 보여준다. 로크는 인격의 동일성이 동일한 신체나 동일한 영혼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과거의 생각과 행위에까지 확장되는 범위와 관련된다고 보았다(Locke, Nidditch ed., 1975). 이 논리를 피상적으로 확장하면 디지털 부활에도 낙관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고인의 기억과 성격, 언어 습관과 가치판단을 충분히 재현한다면 그 사람도 계속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고인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에 관한 문장을 생성하는 것과, 그 기억을 자신의 과거 경험으로 의식하는 것은 동일하지 않다. 로크에게 인격동일성은 정보의 외형적 일치나 심리적 유사성만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의식이 과거의 생각과 행위에까지 이어지는 범위와 관련된다. 따라서 현존하는 디지털 시스템이 고인의 언어와 기억을 정교하게 모사한다는 사실만으로 고인의 인격이 그 시스템 안에서 여전히 존재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데릭 파핏은 '이성과 인격'(Reasons and Persons)에서 여러 사고실험을 통해 개인동일성의 문제를 검토한다. 단순 텔레트랜스포테이션 사례에서 지구의 장치는 한 사람의 신체와 뇌를 파괴하면서 각 세포의 정확한 상태를 기록하고, 화성의 장치는 새로운 물질을 사용해 원래 사람과 신체 구조 및 심리 상태가 질적으로 동일한 재현체(Replica)를 만든다. 이어지는 분기선 사례(Branch-Line Case)에서는 새로운 스캐너가 지구에 있는 원래 사람의 신체를 파괴하지 않지만 그의 심장계를 손상시킨다. 원래 사람은 며칠 뒤 죽게 되며, 그동안 스캔 시점까지 자신의 기억과 성격을 공유하는 화성의 재현체와 동시에 존재하고 대화한다. 파핏은 또한 자신을 포함한 일란성 세쌍둥이 중 두 형제의 신체에 자신의 뇌 반구를 각각 이식하는 나의 분열(My Division) 사례를 검토한다. 이 사고실험에서는 자신의 신체가 치명상을 입고 두 형제의 뇌도 회복할 수 없게 손상된다. 수술로 생겨난 두 사람은 모두 원래 사람의 삶을 기억하는 듯하고 그의 성격을 지니며, 그와 심리적으로 연속된다. 파핏은 이러한 분열의 경우 수적 개인동일성은 성립하지 않지만 심리적 연결성과 연속성은 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관계 R(Relation R)'이라고 부르는 것은 심리적 연결성 및 심리적 연속성이다. 파핏의 핵심 주장은 생존에서 중요한 것이 수적 개인동일성 자체라기보다 관계 R일 수 있다는 것이다(Parfit, 1984). 이 간극을 섬세하게 포착한 영화가 마이클 알메레이다의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Marjorie Prime, 2017)이다. 기억이 쇠퇴해 가는 노년의 마조리 앞에 젊은 시절의 남편 월터를 본뜬 홀로그램 '월터 프라임'이 나타난다. 그러나 프라임은 실제 월터의 내면을 보존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마조리와 가족이 들려주는 기억을 입력받아 그 이야기를 다시 전달한다. 가족이 고통스러운 과거를 누락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보태거나 윤색할수록 월터 프라임은 실존했던 월터보다 가족이 기억하고 싶어 하는 월터의 편집본에 가까워진다. 개빈 로더리의 '아카이브'(Archive, 2020)는 죽었다고 여겨지는 배우자의 의식을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AI에 구현하려는 시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고인의 기억과 성격을 재현한 존재가 고인이 사랑했던 사람을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그것을 정교한 모방이 아닌 당사자의 귀환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영화는 결말의 반전을 통해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에 관한 관객의 전제를 뒤집으며, 저장된 의식의 재현과 원래 인물의 동일성이 과연 같은 것인지 다시 묻는다. 두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기술적 재현의 실패라기보다 재현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원본과의 존재론적 간격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철학 연구도 이 구별 앞에서 신중하다. 예컨대 타나봇과 새로 맺는 관계는 고인과 맺었던 관계의 진정한 연속일 수 없다는 논증이 제시된 바 있다(Campbell, Liu, & Nyholm, 2025). 타나봇은 고인과 동일한 개체가 아니며 언어모델이 맥락에 맞고 그럴듯한 문장을 생성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것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고인의 정신 상태를 이어받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타나봇과의 상호작용이 유족이 고인과 유지하는 심리적·상징적 관계, 즉 지속되는 유대를 지지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문제는 개인동일성의 차원을 넘어 동의, 사후 프라이버시, 인간 존엄과 이용자 복지의 문제로 확장된다. 특히 고인의 자료를 제공하는 사람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모두의 의미 있는 동의, AI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는 투명성, 성인 이용자로의 제한, 관계를 끝낼 수 있는 선택권, 사용하지 않는 데드봇을 존중을 갖춘 방식으로 폐기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디지털 부활은 생성의 기술만이 아니라 종료의 윤리까지 필요로 한다. 4. 결(結): 돌아온 목소리와 돌아오지 않은 사람 여기서 디지털 불멸의 역설이 모습을 드러낸다. 재현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우리는 고인을 더 많이 되찾았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고인과 그를 모사한 시스템 사이의 경계를 분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나 인간은 생전에 남긴 기록의 총합이 아니다. 우리는 기억한 것뿐 아니라 망각한 것, 발화한 것뿐 아니라 끝내 말하지 않은 것, 한때 확신했지만 훗날 철회한 것까지 품고 살아간다. 데이터는 이미 일어난 삶의 흔적을 압축할 수 있다. 반면 살아 있는 인격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과 관계 속에서 판단을 바꾸고, 자신을 반성하며, 때로는 과거의 자기와 결별한다. 고인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AI에는 바로 이 미완의 미래가 없다. 따라서 디지털 불멸의 핵심 질문은 'AI가 고인을 얼마나 완벽하게 모사할 수 있는가'에 머물 수 없다. 그것은 기술적 성능의 문제다. 더 어려운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한 사람의 '계속됨'으로 인정할 것인가이다. 한 사람의 동일성인가, 심리적 연속성인가, 남겨진 이들과의 관계인가, 아니면 기억을 보존하는 사회적 실천인가. 이 서로 다른 의미를 구별하지 않는 순간, 기억의 보존은 존재의 부활로 오인된다. 장주의 나비와 성진의 양소유가 현실과 꿈, 변화와 자아의 경계를 물었다면, AI 시대의 호접몽은 기억과 존재의 경계를 묻는다. 화면 속 존재가 나만 아는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익숙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고인이 했을 법한 위로를 건넨다고 해도 그것을 곧 고인의 귀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는 돌아온 사람이 아니라 고인이 남긴 데이터와 남겨진 이들의 기억, 상실과 욕망이 함께 빚어낸 새로운 타자일 수 있다. 기술은 죽은 이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줄 수 있다. 그러나 목소리가 돌아오는 것과 그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같은 사건이 아니다.

2026.08.16 10:57박형빈 컬럼니스트

"첫 실패가 진짜 자산"…샌디플로어, 인디 게임 시장 '패자부활전' 이끈다

인디 게임 시장에서 첫 프로젝트의 실패는 대개 개발팀의 해체로 이어진다. "첫 게임이 안 됐는데 두 번째 게임이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뒤따르는 탓에 재도전의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내 인디 게임 스튜디오 샌디플로어가 자체 개발을 넘어 퍼블리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6일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2026' 현장에서 만난 이종창 샌디플로어 대표는 "첫 작품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도 후속 기회를 얻지 못해 유능한 개발자들이 업계를 떠나기도 한다"며 "실패를 겪어본 개발자야말로 업계의 핵심 자산이며,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는 퍼블리셔로 자리 잡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첫 실패 경험으로 완성한 두 번째 개발작 '펭퐁' 샌디플로어 역시 첫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대표는 "가장 많이 배운 것도 첫 실패 때였다"며 "무엇을 실패했는지 복기했기 때문에 두 번째 게임을 더 잘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두 번째 작품이 이번 BIC 출품작 '펭퐁'이다. 지난해 지스타 인디 어워즈에서 최고의 게임상과 관람객 투표 부문을 함께 받은 바 있다. 스팀 찜하기(위시리스트)는 2만3000여건으로 4~5000건에 그친 첫 작품의 5배에 달한다. 이러한 성과는 모바일 개발 방법론을 PC·스팀 플랫폼에 이식한 '3단계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 체계 덕분이다. 1차는 핵심 재미가 의도대로 전달되는지, 2차는 개선 후 종합 평점이 올랐는지, 3차는 출시 수준의 완성도인지를 본다. 실제로 '펭퐁'은 세 차례의 FGT를 거치며 테스트 회차마다 이용자 평가 점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인디 개발자 개인은 취향에 맞춰 게임을 낼 수 있지만, 회사는 상업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우리는 체계적인 검증 프로세스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로 입증된 실행력은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샌디플로어는 최근 코나벤처파트너스의 후속 참여와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신규 합류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했다. ▲전작의 실패를 후속작 지표로 반등시킨 점 ▲내부 라이브러리화를 통한 개발 기간 단축 ▲퍼블리싱을 통한 매출 안정화 등이 핵심 투자 요인으로 작용했다. "음악 기획사처럼"…연간 3개작 집중하는 '큐레이터형' 퍼블리싱 샌디플로어의 퍼블리싱 전략은 단순 물량 확대가 아닌 '큐레이터형' 퍼블리싱을 지향한다. 연간 타이틀을 3개 안팎으로 제한해 완성도와 브랜딩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대형 게임사 주도의 단순 게임 소싱을 넘어 해외 유명 인디 레이블처럼 뚜렷한 색깔을 가진 퍼블리싱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싱 기준은 '아!', '오~" 두 가지다. 그는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완성도(아!)와 해당 작품만의 뚜렷한 차별점(오)을 갖춘 프로젝트를 선별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세에 업계에 입문해 올해로 11년차를 맞은 이 대표는 "첫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팀에게 배급, 투자, 개발 노하우를 공유해 실질적인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샌디플로어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덧붙였다.

2026.08.16 10:55진성우 기자

다쏘시스템, '융합형 엔지니어' 키운다…주요 성과는

다쏘시스템이 실제 산업 과제를 시뮬레이션에서 해결하는 교육을 지원하며 융합형 엔지니어링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은 설계·유체역학·구조해석·재료공학을 넘나들며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다. 16일 다쏘시스템은 미국 일리노이주 마미온아카데미의 컴퓨테이셔널 프로토타이핑 및 연구센터(CPARC)에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활용한 엔지니어링 교육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공개했다. 참여 학생들은 첨단 시뮬레이션 연구부터 복잡한 제조 과제까지 산업계가 제시한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다쏘시스템 '시뮬리아'를 활용해 전산유체역학과 유한요소해석 등 시스템 단위의 물리적 거동을 분석한다. '바이오비아'로는 재료의 특성을 분자 수준에서 살펴본다. CPARC는 설계와 유체역학, 구조해석, 재료공학을 각각 분리해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분자 수준에서 확인한 재료의 특성을 대규모 설계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며 각 분야가 시스템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수강생들은 시뮬레이션 결과 바탕으로 설계 과정에서 활용한 가정을 검증할 수도 있다.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찾아낸 뒤 이를 토대로 설계를 평가하고 다음 연구 과제를 설정하는 식이다. 다쏘시스템은 시뮬레이션 도구뿐 아니라 전문가 기술 지도도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다쏘시스템과 연계된 기계공학자가 학생 유동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한 뒤 원격 지도를 시작했으며, 이후 여러 고위급 관계자가 학생들의 프로젝트 수행을 도왔다. CPARC는 빅터 핑크스 2세 설립자 겸 책임자의 컴퓨터과학·분자 시뮬레이션 연구 경험과 지역 산업계가 제시한 엔지니어링 문제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핑크스 책임자는 시뮬레이션 도구의 접근성이 높아지자 고등학생도 전문적인 계산 모델링 기법을 실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핑크스 책임자는 지역 다쏘시스템 리셀러에 협력을 요청했고 2013년 학교 공식 승인을 받아 CPARC를 설립했다. 이후 다쏘시스템 기술은 센터의 연구와 교육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으로 활용됐다. 학생들은 연구 결과를 기업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질문에 대응하는 방법도 배운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동료 학생을 이끌며 산업계와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기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키운다. 다쏘시스템은 이런 교육 성과는 학생 진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상어 피부 구조를 항공기 표면에 적용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학생은 항공우주·방위 기술 기업에 취업했다. 또 다른 학생인 헨리 메더낵은 졸업 전 유급 인턴십을 거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엔지니어링 부문의 정규직 입사 제안을 받았다. 빅터 핑크스 2세 CPARC 설립자 겸 책임자는 "현대 엔지니어링은 서로 분리된 학문 집합으로 가르칠 수 없다"며 "3DX 플랫폼은 이 모든 도구를 하나로 통합해 엔지니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길러준다"고 밝혔다.

2026.08.16 10:44김미정 기자

"내수 판매 주춤, 유가도 부담"…자동차업계, '보유비용' 깎는다

국산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유가 부담까지 이어지면서 자동차업계의 판촉 경쟁이 차량 가격을 넘어 금융비용과 유류비, 정비·보증, 잔존가치 등 차량 보유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KGM)·한국GM·르노코리아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총 10만7797대로 집계됐다. 전월 12만826대보다 10.8%, 지난해 같은 달 11만926대보다 2.8% 감소한 규모다.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도 76만85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만6756대보다 3.5%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완성차 5사의 국내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데 이어 7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업체별 실적은 엇갈렸다. 5개사 가운데 7월 국내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증가한 곳은 기아뿐이었다. 기아는 7월 국내에서 5만4604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보다 21.3%, 전월보다 0.2% 증가했다. 현대차는 4만8113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4%, 전월 대비 17.4% 감소했다. KGM은 2610대로 전년 동월보다 41.4%, GM 한국사업장은 766대로 37.5%, 르노코리아는 1704대로 57.4% 감소했다. 누적 판매에서는 기아와 KGM이 성장했다. 기아의 1~7월 국내 판매량은 35만3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고 KGM도 2만4416대로 7.2% 늘었다. 반면 현대차는 36만4826대로 11.3%, GM 한국사업장은 6037대로 35.4%, 르노코리아는 2만2891대로 28.6% 감소했다. 수입차 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를 포함한 7월 수입차 판매량은 3만976대로 전년 동월보다 14.3% 늘었고, 1~7월 누계도 21만5008대로 30.1% 증가했다. 다만 테슬라를 제외한 누적 판매는 14만8632대로 증가율이 7.3%에 그쳤다. 수입차 시장의 외형 성장을 테슬라가 상당 부분 견인한 셈이다. 국내 기름값도 차량 유지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63.05원, 자동차용 경유는 1845.99원으로 모두 1800원대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가 둔화하고 연료비 부담까지 이어지면서 자동차업계의 판촉 경쟁도 차량 가격에서 금융·유류비·정비·보증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제네시스는 '썸머 페스타' 적용 차종을 기존 7개에서 12개로 확대했다. 아이오닉 9은 최대 550만원, 싼타페와 아이오닉 5·6, 코나 일렉트릭은 최대 300만원 할인한다. 팰리세이드와 그랜저, 스타리아에도 최대 2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미니는 내연기관 전 모델에 차량 가격의 50%를 선납하면 나머지 금액을 36개월 무이자로 나눠 낼 수 있도록 했다. 일부 리스·렌트 상품에는 월 납입금 지원도 제공한다. 르노코리아는 아르카나에 36개월 무이자 또는 유류비 200만원을 제공하고,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에는 구매 후 3개월간 납입금이 없는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류비를 직접 지원하는 업체도 늘었다. 쉐보레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에 저금리 할부와 유류비 50만원을 함께 제공한다. 마세라티는 그레칼레 전 트림에 차량 가격의 5%에 해당하는 유류비를 지원한다. 트로페오 기준 혜택은 최대 841만원이다. 판촉 경쟁은 차량을 구매하는 순간을 넘어 보유기간과 중고차 매각 단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ID.4와 ID.5에 제조사 보증 종료 후 2년을 추가해 최장 5년·15만㎞까지 보증하고 주요 소모품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폴스타는 기본 보증 이후 최대 2년·4만㎞를 추가하고 차량을 매각해도 남은 보증을 다음 소유자가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에 '5년 걱정-제로 바이백'을 운영한다. 5년 뒤 잔존가치 보장과 함께 정비 서비스, 5년·10만㎞ 연장 보증 등을 묶은 상품이다. 그랑 콜레오스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차량 구매 후 60일 이내 반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신차 효과만으로 내수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판촉 경쟁도 단순한 가격 할인에서 차량 구매·보유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할부 이자와 연료비, 정비·수리비, 중고차 가치까지 따지면서 제조사들의 경쟁 영역도 총보유비용 전반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2026.08.16 10:00김재성 기자

인텔 "DDR4 지원 LGA 1700 프로세서 공급 지속"

인텔이 데스크톱 CPU 플랫폼인 LGA 1700 기반 프로세서를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수급 불안과 DDR5 가격 상승으로 DDR4 메모리를 활용할 수 있는 PC 플랫폼 수요가 늘어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할록 인텔 클라이언트 AI 및 기술 마케팅 총괄은 14일(현지시간)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와 인터뷰에서 "인텔 7 공정 기반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랩터레이크 리프레시)가 향후 수 년간 인텔 제품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LGA 1700 플랫폼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DDR4 메모리를 쓰려는 소비자가 있는 만큼 관련 제품을 지속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LGA 1700은 2021년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엘더레이크)부터 적용돼 13세대/14세대 코어 프로세서까지 지원한다. 인텔이 DDR5로 메모리 규격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DDR4와 DDR5를 모두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후속 플랫폼으로 2024년 10월 코어 울트라 200S(애로우레이크)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LGA 1851을 내놨다. 그러나 DDR5 메모리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최근과 같은 메모리 가격 환경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다. PC용 DDR5 메모리 모듈 가격은 작년 9월을 전후해 급상승했다. 14일 기준 커넥트웨이브 가격비교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DDR5-5600MHz 16GB 모듈 평균가는 35만원 초반으로 작년 8월 7만원대 대비 5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DDR4-3200MHz 16GB 모듈 평균가는 20만원 전후으로 DDR5 대비 더 저렴하다. 같은 용량 메모리 모듈 두 개를 꽂아 PC를 구성할 경우 40% 가량 저렴해진다. 현재 상황에서는 DDR4 기반 PC를 갖춘 소비자가 CPU와 메인보드 교체시 DDR4 메모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LGA 1700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인텔의 LGA 1700 전략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메모리 가격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책에 가깝다. DDR4 메모리는 같은 용량이라도 DDR5 메모리 대비 대역폭이 낮아 최신 게임에서는 성능 차이가 발생한다. 또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DDR4 생산을 축소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DDR4 메모리 가격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인텔의 생산 여력 등에도 변수가 있다. LGA 1700 기반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인텔 7 공정을 사용한다. 인텔은 현재 최신 제품에 인텔 4·3 및 인텔 18A 등 미세 공정을 적용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구형인 인텔 7 공정의 생산능력을 얼마나 장기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LGA 1700 소켓을 유지하면서 후속 공정 기반 제품을 투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새로운 제품 설계와 검증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는 않다.

2026.08.16 09:06권봉석 기자

가상자산 투자금 700조원 해외로…규제 공백에 韓 시장만 뒤처져

최근 5년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무기한선물, 파생상품, 실물연계자산(RWA) 등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타이거리서치에 에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유출된 자금은 약 700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에만 약 168조원이 유출됐으며 올해 유출액은 약 7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적인 유출액만 보면 최근 자금 유출세가 둔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이거리서치는 “분석 결과 절대 유출액은 감소하고 있지만 순유출 강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해외로 이동한 투자 수요는 해외 사업자의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타이거리서치가 자체 방법론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서 지불한 거래 수수료는 지난해 약 5조원, 올해 상반기에만 약 1조 4000억원에 달했다. 자금뿐 아니라 기술과 사업 역량이 함께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타이거리서치는 “국내 투자자 거래와 서비스 이용이 해외에서 이뤄질수록 고객 접점과 거래 데이터 역시 해외 사업자에 축적된다”며 “이를 기반으로 투자자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새로운 상품을 설계, 운영하는 역량까지 쌓을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투자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주요 배경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투자상품이 꼽힌다. 온체인 분석 결과 202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투자자로 식별된 지갑이 하이퍼리퀴드와 라이터 등 3개 탈중앙화거래소(DEX)에 입금한 누적 금액은 2조 4000억원에 달했다. 이들 플랫폼으로 유입된 자금은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더 큰 거래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한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 약 1200개의 거래대금은 7조 4000억원에 달했다. 거래 대상도 가상자산에서 전통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하이퍼리퀴드에서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의 상위 거래 종목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원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포함됐다.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고 정규 거래시간 밖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시장은 무기한선물과 토큰화주식 등의 상품, 서비스를 뒷받침할 제도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현물 거래에 집중돼 있다. 투자 수요가 많지만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국내 사업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려면 개별 상품과 서비스의 허용 여부를 일일이 판단하기보다 포괄적인 제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러한 수요를 국내 시장에서 받아내기 위해서는 특정 상품의 허용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도 안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만들어진 수요가 해외에서 먼저 시장으로 형성되는 구조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사업 경험과 경쟁력도 국내에 남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8.16 08:55홍하나 기자

'제4이통' 6년 됐는데…日라쿠텐, KDDI 통신망 계속 빌려쓴다

일본 제4이동통신사 라쿠텐모바일이 여전히 경쟁사인 KDDI의 로밍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9월 KDDI와의 기존 로밍 계약 종료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로밍을 계속 이용하기 위한 새로운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RCR와이어리스에 따르면 라쿠텐모바일은 오는 10월 이후에도 자체 통신망 구축에 시간이 필요한 지역에서 KDDI 네트워크를 계속 이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라쿠텐과 KDDI는 2018년 로밍 계약을 체결했다. 라쿠텐모바일은 2020년 일본의 네 번째 이동통신사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자체 기지국만으로 전국 통신망을 확보하기 어려워 KDDI의 'au' 네트워크를 빌려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시장 진입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로밍을 완전히 종료하지 못하는 셈이다. 사실상 제4이통이란 표현보다 알뜰폰에 가깝다는 평가다. 현행 로밍 계약은 오는 9월 말 종료된다. KDDI는 일부 지방에 한해 일정 기간 로밍을 연장하는 방안을 라쿠텐과 논의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대상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그룹 CEO도 최근 실적발표에서 KDDI와 로밍 연장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라쿠텐모바일이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한 초기부터 KDDI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라쿠텐은 뒤늦게 자체망 구축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라쿠텐모바일의 기지국 구축 투자 계획은 2000억엔으로, 올해 6월 말까지 655억엔을 집행했다. 투자는 700MHz와 1.7GHz, 3.7GHz, 28GHz 대역 기지국 구축에 집중되고 있다.

2026.08.16 08:42박수형 기자

"병원 급여·청구·심사 업무 간편히"...크립토랩, '클릭' 선보여

동형암호 기술기업 크립토랩(대표 천정희)이 병원의 급여·청구·심사 업무를 지원하는 AI 서비스 'CLIC(클릭)'을 공개했다. 첫 서비스 'CLIC-Off-Label(클릭 오프라벨)'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했다.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병원 및 의료산업 분야 국내 최대 규모 B2B 헬스테크 박람회' KHF 2026'에서 'CLIC'을 처음 선보인다. 14일 회사에 따르면, 항암 치료 현장에서 특정 약제의 보험 급여 여부나 허가 범위를 벗어난 사용 기준을 확인하는 일은 필수적이지만 쉽지 않다. 관련 기준이 여러 공고와 목록으로 나눠져 있고 PDF•엑셀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조항을 찾기 어렵다. 일반적인 생성형 AI 역시 해당 자료의 원문 근거를 정확히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출시하는 'CLIC-Off-Label'은 공개된 급여 관련 자료에서 필요한 기준을 찾아 공고 번호와 원문 근거를 함께 보여주는 의료 실무자용 AI 서비스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 내용을 찾아 제시하고, 정보가 부족할 경우 암종이나 투여 차수 등 추가 조건을 확인한다. 특정 환자의 급여 여부를 판정하거나 의료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고, 공개 기준을 확인하기 위한 업무 참고용 정보 제공 서비스로 설계했다. 또한, 별도의 병원시스템 연동없이 앱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환자 이름이나 차트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게 보안성을 확보했다. 크립토랩은 향후 'CLIC'을 병원 내부 데이터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된 상태로 데이터를 검색•분석할 수 있는 자사의 동형암호 기반 기술 'enVector(인벡터)'를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으로 활용한다. 크립토랩은 KHF 2026 B15 부스에서 CLIC-Off-Label의 실제 사용 과정을 시연하고, 향후 병원 내부 시스템과 연계될 경우의 활용 방식도 데모로 소개한다. 크립토랩 김정우 CTO는 “의료 현장에서 급여 기준을 확인하는 일은 아직도 사람이 여러 문서를 일일이 대조해야 하는 영역이다. CLIC이 앞으로 복잡하게 흩어진 근거들을 원문 그대로 찾아 제시해 의료진과 심사 담당자의 판단을 도울 것"이라며 이어 “크립토랩이 쌓아온 동형암호 원천기술은 앞으로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루는 병원 AI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크립토랩은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천정희 교수가 2017년 설립한 동형암호 기술 기업이다. 4세대 동형암호 알고리즘 'CKKS'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동형암호 라이브러리 'HEaaN'과 벡터 검색 엔진 'enVector' 등을 개발했다. 최근 가트너 개인정보보호강화기술(PET) 분야 글로벌 샘플벤더로 선정됐다. enVector의 구글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 출시와 KT•LG유플러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금융•의료•통신 분야에서 프라이빗AI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다.

2026.08.15 17:28방은주 기자

[신간]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학교폭력·교권침해 해법 담아

교폭력과 교권침해로 흔들리는 교육 현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교실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신간이 나왔다.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이라는 이 책은 공일영·노영규·황정환이 공동 집필했다.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에서 학교폭력 및 교육활동 보호 업무를 담당해 온 현장 전문가 3인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세 저자의 관련 현장 경력을 합치면 40년에 달한다. 특히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 과정에서 자주 제기되는 질문을 정리한 '필수 Q&A 100선'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손수호 변호사가 추천사를 썼다. "법이 들어온 자리에 교육음 멈춰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책은 '법이 들어온 자리에 교육은 멈춰 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과거 학교폭력이 눈에 보이는 신체적 충돌을 중심으로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은밀한 따돌림과 가스라이팅, 허위 사실 유포, 단체 채팅방 내 괴롭힘, 딥페이크를 악용한 성범죄 등 교사가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 진단이다. 학교 현장에 법률적 대응이 확대되면서 교실의 갈등 해결 방식도 달라졌다. 사과와 화해보다는 증거를 수집하고 신고하는 절차가 앞서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 간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거리를 두게 되고, 그 피해는 다시 학생과 교실 공동체에 돌아간다고 책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학교폭력과 교권침해가 서로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학교폭력 원인을 가해자와 피해자 개인의 심리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고, 가정환경과 학교문화,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구조까지 폭넓게 분석한다. 아울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교권보호 제도 등 현행 법률과 정책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도 한계와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사이버폭력 징후 발견 등 현장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대응 방안 담아 책은 비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담았다. 학교폭력 발생 시 교사가 취해야 할 초기 대응 절차, 사이버폭력 징후를 발견하는 방법, 사안 조사와 상담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줄이는 방법, 갈등 조정과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 방안 등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또 처벌 중심 대응을 넘어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피해자의 치유를 돕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와 함께 인성교육과 공감 능력 향상, 또래 관계 및 공동체 의식 형성, 디지털 시민교육, 교사의 심리적 소진을 예방하기 위한 지원체계, 가정·학교·지역사회·국가의 협력 방안 등을 폭넓게 다룬다. 저자들은 교육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학생 역시 보호받으며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학교를 대립 관계가 아닌 교육공동체의 동반자로 바라봐야 무너진 교실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총 4부로 구성...Q&A 100개와 관련 상담·지원 기관 정보도 제시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은 총 4부로 구성됐다. 학교폭력 개념과 발생원인을 진단하는 데서 시작해 현행 법률 문제점과 개선 방향, 교육학적 예방 및 개입 방법, 교사 지원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 방안을 차례로 살핀다. 부록에는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필수 Q&A 100개와 관련 상담·지원 기관 정보가 담겼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와 학부모, 학교 관리자, 교육 관계자들에게 교육 현장을 이해하고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실무 안내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 공일영은 학교폭력 업무 담당 교사와 학교폭력 전문 장학사를 거쳐 교육지원청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노영규는 학교폭력 책임교사와 학생부장, 장학사로 근무하며 학교폭력 사안 처리와 회복적 갈등 해결 경험을 쌓았다. 황정환은 19년간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에서 학교폭력, 교권보호, 아동학대 대응 및 생활교육 업무를 맡아왔다. 신간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은 148×210㎜ 판형, 256쪽으로 구성됐다. 도서출판나란과 에듀클라우드닷컴(주)이 함께 펴냈다. 정가는 1만9000원이다.

2026.08.15 15:30방은주 기자

초계국수부터 레몬커피까지…커피전문점, '이색 메뉴'로 승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초계국수와 컵치킨부터 레몬을 넣은 커피까지 이색 메뉴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커피와 디저트 중심이던 메뉴 구성을 간편식과 색다른 조합의 음료로 넓혀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더벤티는 여름철 말복 시즌을 겨냥해 간편식 카테고리 '더벤티네 키친'의 신메뉴 '별미 냉초계국수'를 출시했다. 해당 신제품은 당진 지역 닭요리 전문점 '길몽가온'과 협업한 제품으로, 초계 육수에 살얼음과 닭고기를 넣어 컵국수 형태로 구성했다. 지역 맛집에서 판매하던 별미를 카페에서도 간편하게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더벤티는 지난 6월 '더벤티네 키친'을 선보인 이후 떡볶이와 소보로밥 등으로 간편식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음료를 사러 방문하는 공간을 넘어 간단한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메뉴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가MGC커피도 복날을 맞아 지난 봄 선보였던 'MGC네 양념 컵치킨'을 다시 내놨다. 닭다리살 순살 치킨에 매콤달콤한 양념과 떡을 더해 컵 형태로 구성한 제품으로, 말복 기간인 지난 13일부터 오는 17일까지 한정 판매한다. 여름 시즌 음료와 함께 구매하면 300원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음료와 푸드 메뉴의 동반 구매도 유도하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김치볶음밥 등 식사 대용 메뉴도 판매하며 푸드 상품군을 확대해 왔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식사 메뉴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크림 퐁듀 김치볶음밥과 현미 소불고기볶음밥, 저당 떡볶이 등을 선보였다. 컴포즈커피가 올해 2월 출시한 '쫄깃 분모자 떡볶이'는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14만개를 넘기기도 했다. 컵이나 간편 용기에 담긴 메뉴는 별도의 대규모 조리시설 없이 기존 카페 매장에서도 판매하기 쉽고 포장·배달에도 적합하다. 음료와 함께 판매할 경우 고객 1인당 구매 금액을 높이고, 점심·저녁 등 기존 커피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대까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식사 메뉴뿐 아니라 기존 커피에 새로운 재료를 조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14일부터 '레몬 커피'와 '레몬 카페 라떼'를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에스프레소에 레몬 조각을 곁들이는 이탈리아식 커피 '카페 로마노'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레몬 커피'는 아메리카노에 레몬의 산미와 향을 더했고, '레몬 카페 라떼'는 우유가 들어간 라떼에 레몬 풍미를 조합했다. 두 제품 모두 여름철을 겨냥한 아이스 전용 메뉴다. 그동안 커피 프랜차이즈의 여름 신제품 경쟁이 빙수나 과일 음료 등 계절성 디저트·음료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국수와 볶음밥, 치킨 같은 식사 메뉴부터 기존 커피의 조합을 비튼 제품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가격이나 원두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메뉴 자체의 화제성과 선택지를 늘리려는 시도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음료 가격이나 신제품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식사 대용 메뉴나 기존에 없던 조합의 음료를 통해 고객의 방문 목적을 넓히고, 객단가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26.08.15 13:55류승현 기자

누군가 내 글에 "AI 돌렸나봐요"라고 묻는다면

수개월전, AI 이미지 제작 교육을 들으러 간 적이 있다. 최신 프롬프트나 새 툴 모델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AI가 만든 티를 덜 내는 법'이었다. 얼굴은 완벽한 좌우 대칭이면 안 됐다. 피부도 매끈하면 곤란하다. 모공을 살리고, 잔주름을 그려주고, 머리카락 몇 올은 일부러 흐트러뜨려야 했다. 지금도 유명 이미지 프롬프트 상당수에 'AI 느낌 제거', '사람이 촬영한 것처럼', '과도한 보정 금지' 같은 문장이 들어가는 이유다. 완벽을 만드는 건 AI인데, 그 완벽을 다시 깨뜨리는 건 사람 몫이라니. 여기엔 '불쾌한 골짜기'와 비슷한 심리가 숨어 있다. 완벽에 가까울수록 편안해지다가,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거부감을 느낀다. AI 티가 나는 이미지 앞에서 느끼는 불편함도 그 골짜기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불편함의 정체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별로 없다. 이미지는 그렇다 쳐도, 같은 논리를 글에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게 맞는 걸까. 상투적인 표현을 다듬는 거야 필요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용을 좋게 만드는 일보다 흔적을 지우는 일이 목적이 돼버린 것 같다. 단톡방에서 찔린 한마디 얼마 전 업무로 얽힌 한 단체방에서 어느 글로벌 기업의 경영 인사이트를 다룬 한 시간 반짜리 영상이 화제였다. 지금 몸담고 있는 업계에도 적용할 만한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휴대폰 음성 입력을 켜고 떠오르는 생각을 오랫동안 말로 남겼다. '이 부분은 우리 업계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이 사례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AI는 그 음성을 문장으로 조리 있게 정리했다. 영상을 멈추고 다시 보고, 내 기억과 경험을 붙이고, 업계 관점에서 판단을 내린 건 전부 내 몫이었다. 우리 업계와 맞닿는 장면도 하나씩 캡처해 인사이트와 함께 붙였다. 한 시간 반짜리 영상에서 우리 업계가 가져가야 할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결국 여덟 장의 이미지로 추려냈다. 그렇게 도출한 인사이트를 글과 이미지로 정리해 단체방에 올렸다. "AI 돌리셨나 봐요?" 가장 먼저 달린 댓글은 뜻밖이었다. 공들인 건 AI 사용 여부가 아니었다. 한 시간 반짜리 영상을 끝까지 보고, 우리 업계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골라내고, 우리 일에 맞게 연결한 과정이었다. AI는 그걸 정리해준 도구다. 정작 사람들 눈에 들어온 건 하나, AI를 썼는지 여부였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지금 쓰는 보고서, 기획서, 기사에 AI 도움이 정말 한 줄도 없었나. 맞춤법 검사기는, 자동 번역기는, 음성 받아쓰기는, 검색 AI는 어떤가. 결국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이미 AI 없이 일하지 않는다. 더 뾰족하게 물어보자. AI 활용 비중이 20%면 양심적인 콘텐츠고, 80%면 성의 없는 글인가. 더이상 비중이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 내 경험과 판단이 살아 있으면 가치 있는 글이고, 없으면 비율과 무관하게 빈 글이다. 사람들이 세고 있는 건 AI의 지분율이지만, 실제로 갈리는 건 사람의 지분율이다. 하나의 토론회가 열 개의 콘텐츠로 얼마 전 대통령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하나의 토론회가 전혀 다른 얼굴로 쏟아졌다. 기사가 나오고, 카카오톡으로 공유용 요약본이 돌았다. 발표 내용을 한 장에 정리한 인포그래픽이 만들어지고, 이를 내러티브화한 웹툰 스타일이 등장했다. 방송 화면을 시간순으로 캡처한 큐레이션 이미지가 퍼지고, 숏폼과 SNS 스레드가 동시에 쏟아졌다. 같은 원본에서 나왔지만 각기 다른 콘텐츠였다. 긴 기사를 읽는 사람도, 카드뉴스만 보는 사람도, 인포그래픽 한 장으로 핵심만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의 원천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얼마나 빠르게 변환하고 유통하느냐가 경쟁력이다. 홍보인의 역할도 '작성자'에서 '생산자', '큐레이터', '번역가', '유통자'로 넓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AI로 만들었나요'라는 질문에 매몰돼 있다. 생산자의 노력을 깎아내리려는 건지, 정말 몰라서 확인이 필요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질문이 겨누는 지점이 빗나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AI는 우리 생각을 증폭시킨다. '만들어 봐야지' 하고 결심하지 않고, 최종 콘텐츠를 판단하지 않는다. 안목을 만들지도 않는다. 이미 있는 안목에 스피커를 대줄 뿐이다. 무엇을 남기고 버릴지, 무얼 정보로 삼을지, 숏폼으로 자르고 무엇을 인포그래픽으로 옮길지 결정하는 눈. 도구는 평준화된다. 오늘의 최신 AI는 내일이면 '모두의 기본값'이다. 그 눈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경험과 관찰, 시행착오가 쌓여야 만들어지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남는 건 무엇으로 썼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담아냈는가다.

2026.08.15 12:00문지형 컬럼니스트

MS, 소비자·기업용 '코파일럿' 통합 개시…'슈퍼 앱' 전략 본격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비자용과 기업용 '코파일럿' 앱 통합에 착수했다. 15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코파일럿' 앱과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앱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묶어 연내 출시를 예고한 '코파일럿' '슈퍼 앱' 전략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슈퍼 앱은 전략 채팅과 검색, 문서 작업, 일정, 파일, 이미지 생성, 협업 기능을 하나의 앱 안에 통합하는 구상이다. 코파일럿을 개인용 AI 비서이면서 동시에 업무용 생산성 허브로 키워 이용자가 여러 서비스를 오가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새 통합 앱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명칭을 유지하되, 새로운 아이콘과 개편된 사용자 경험(UI/UX)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개인용 계정과 업무용 계정 사용자는 하나의 앱 안에서 각기 다른 '코파일럿' 환경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윈도우 작업표시줄이나 시스템 트레이에 중복으로 나타나던 '코파일럿' 아이콘도 하나로 정리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데이트 공지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의 업데이트 앱은 '코파일럿' 채팅과 이미지 생성 기능, 그리고 업무를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생산성을 결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앱 정리가 아니라, 향후 '코파일럿' 제품군 전반을 하나의 경험으로 수렴시키기 위한 기술적 전환점이라는 의미가 크다. 배포 일정도 윤곽이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및 웹 앱에 대한 글로벌 롤아웃을 8월 중순부터 시작하고, 윈도우와 맥 앱은 9월 중순부터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모바일 사용자는 새 '코파일럿' 앱 다운로드 안내를 받게 되며, 일부 윈도우 인사이더에게는 이번 주부터 관련 업데이트가 먼저 제공된다. 이번 변화는 기존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사용자는 지금까지의 대화 기록과 콘텐츠를 그대로 보존한 채 새 앱으로 이전된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사용자 역시 큰 틀의 기능 변화보다는 소폭의 내비게이션 수정, 새 아이콘 적용, '코파일럿' 채팅 기능 추가 정도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두 앱을 모두 사용해온 이용자는 단일 '코파일럿' 앱으로 통합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마이크로소프트' 계정과 업무·학교용 '마이크로소프트 엔트라 ID' 계정의 데이터, 대화, 콘텐츠는 계속 분리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보안, 규정 준수, 정부용 통제 체계 역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기능이 통합 앱으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팟캐스트'와 '딥 리서치' 기능을 종료하며 해당 기능은 18일 이후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 '그룹 채팅'의 스레드와 메시지, 관련 콘텐츠 역시 같은 날짜 이후 새 앱 환경으로 이관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코파일럿 헬스' 등 일부 기능은 마이그레이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당초 영향 가능성이 거론됐던 '쇼핑' 기능은 중단 대상이 아니라고 회사 측은 정정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전략이 소비자용 AI 비서에서 업무 중심 AI 플랫폼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최근 소비자용과 상업용 '코파일럿' 조직을 함께 아우르는 체제로 재정비한 바 있으며, 이번 앱 통합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특히 2024년 이후 선보였던 비교적 독자적인 소비자형 '코파일럿' 디자인에서 벗어나, '마이크로소프트 365' 생산성 경험과 더 밀접하게 연결된 상업용 인터페이스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개인과 업무 환경을 한 앱 안에서 다루되 계정과 데이터 경계를 분명히 유지하는 구조는, 향후 '슈퍼 앱' 전략의 핵심 골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코파일럿을 더욱 간편하고 일관된 사용자 경험으로 개선하기 위해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사용하는 계정과 기기에 따라 코파일럿 앱의 외관 및 기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26.08.15 09:10남혁우 기자

"피 뽑을 필요 없다"…땀으로 콜레스테롤 측정하는 패치 나왔다

땀에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부착형 패치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IT매체 디지털트렌드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웨이 가오 교수 연구팀이 혈액 대신 땀을 이용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패치를 개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센서스(Nature Sensors)'에 발표됐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병원에서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다. 연구팀은 이런 혈액 검사 없이 땀을 통해 혈중 지질 수치를 추정할 수 있도록 물리적 센서와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했다. 머신러닝 모델에는 체질량지수(BMI), 성별, 땀 분비량 등 땀의 성분과 측정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반영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땀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혈중 지질 수치를 비침습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가오 교수는 "땀 측정과 인과관계 기반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하면 혈중 농도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땀을 이용해 콜레스테롤을 측정하는 과정에는 화학적인 문제도 있었다. 땀 속 콜레스테롤의 상당 부분이 센서가 직접 감지하기 어려운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센서가 감지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기 위해 두 단계의 화학 반응 과정을 개발했다. 중성지방 측정에도 별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중성지방을 감지하는 반응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 삼인산)가 꾸준히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패치 내부에 ATP를 저장했다가 일정한 속도로 서서히 방출하는 특수 폴리머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센서에 ATP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으며, 측정이 수분 만에 중단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20시간 이상 중성지방 수치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땀을 건강 모니터링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국 공군도 열악한 환경에서 수분 섭취량과 스트레스 수준 등을 추적하기 위해 유사한 땀 감지 패치를 시험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연구팀은 2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패치를 테스트했으며, 실제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디지털트렌드는 이 기술이 향후 발전한다면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도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관련 기술이 고도화될 경우 향후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사용자의 땀을 분석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6.08.15 08:52이정현 미디어연구소

[카드뉴스] AI, 문 열어줘야 할까

안녕하세요, AMEET 기자입니다. 요즘 AI 로봇 친구가 플랫폼 문 앞에 서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어줄지 막을지를 두고 플랫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정작 AI패널 5명에게 물어보니 5명 전원이 "문을 열자"는 같은 답을 내놨다고 해요.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두 대형 회사는 여전히 문을 꽁꽁 잠가둔 상태라고 하네요. 이 '문'의 역사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흐름이 보이는데요, 처음엔 활짝 열려 있다가 한때 꽁꽁 닫혔고, 지금은 다시 조금씩 열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여는 방법은 없을까요? AI패널들은 이름표 확인(등록)→허락(권한)→기록→삭제까지 4단계를 거치면 안전하게 문을 열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문을 닫는다고 완벽히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외톨이'가 될 뿐이라는 점도 짚어줬어요. 문을 열었을 때는 친구가 늘어나지만, 닫았을 때는 혼자 남는다고 하네요. 결국 AI 시대에는 문을 꽁꽁 닫는 것보다 똑똑하게 여는 쪽이 이긴다는 메시지를 주는데요, AMEET과 함께 AI시대에 더 슬기롭게 대처해보도록 해요. 더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확인해보세요! ▶ 해당 보고서 보기 https://ameet.zdnet.co.kr/uploads/0753c6af.html ▶ 지디넷코리아가 리바랩스 'AMEET'과 공동 제공하는 AI 활용 기사입니다. 더 많은 보고서를 보시려면 'AI의 눈' 서비스로 이동해주세요. (☞ 보고서 서비스 바로가기)

2026.08.14 19:48AMEET

방미통위, 공익채널·장애인복지채널 선정 절차 착수

방미통위는 14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대상으로 2027~2028년도 공익채널 선정 및 장애인복지채널 인정 신청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공익채널과 장애인복지채널은 방송의 공익성과 사회적 필요성 등을 고려해 방미통위가 2년마다 선정·인정한다. 신청을 희망하는 PP는 오는 9월30일까지 신청서와 운영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방미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 선정·인정되는 채널의 유효기간은 2027년 4월1일부터 2029년 3월31일까지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사업자,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사업자 등 유료방송사업자는 분야별로 1개 이상의 공익채널과 장애인복지채널을 의무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공익채널은 ▲사회·복지 ▲과학·문화 진흥 ▲교육 및 지역 등 3개 분야로 구분된다. 신청 사업자는 이 가운데 1개 분야를 선택해 신청해야 한다. 방미통위는 신청 서류 작성 방법과 세부 지침 등을 안내하기 위해 오는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 신청 접수가 끝나면 분야별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익채널 선정과 장애인복지채널 인정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대호 방미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방송의 공익성을 제고하고 다양성을 확대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6.08.14 17:38박수형 기자

방미통위,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대립…"무효·취소"vs"추가 확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유진이엔티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처분을 놓고 '무효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원 판결과 수사·감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2인 체제 의결과 기피신청 처리, 심사 과정 등에 중대한 위법성이 있다는 주장과 현 단계에서 직권취소에 나서기에는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방미통위는 1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이엔티에 대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처분 하자 여부에 따른 후속 행정처분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는 고민수 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 사안을 두고 방미통위는 지난 4월부터 관련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5~6월 법률자문단 회의를 5차례 열었고, 7월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위원 간담회를 7차례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유진이엔티와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YTN 우리사주조합 등의 의견도 청취했다. 위원별로는 고민수 상임위원과 윤성옥 비상임위원이 무효와 처분 취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최수영, 이상근 비상임위원은 확정판결과 수사 감사 결과 등을 추가로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류신환 비상임위원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핵심 쟁점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추천 2인 위원 체제에서 유진이엔티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승인한 처분에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다. 절차적으로는 합의제 행정기구에서 2인 체제로 변경승인을 의결한 점과 이동관 당시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당사자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각하한 점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심사 과정의 적절성도 도마에 올랐다. 구 방통위는 2023년 11월 심사위원회 심사 이후 승인을 한 차례 보류하고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이후 유진이엔티가 추가 자료를 제출했지만 별도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자문 절차 등을 거쳐 2024년 2월 변경승인을 의결했다. 내용상으로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지분 통합매각 과정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발언 등이 쟁점이 됐다. 유진이엔티가 추가 제출한 자료에 사장추천위원회와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등 기존 단체협약과 충돌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변경승인이 이뤄진 것이 적절했는지도 검토됐다. 고민수 상임위원은 변경승인 처분이 “무효이거나 적어도 취소돼야 한다”며 가장 강한 입장을 보였다. 5인 합의제 기관에서 과반수에 미달하는 2인이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합의제 기관의 본질에 반하는 중대한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고 위원은 기피신청 대상자가 자신의 기피신청 처리에 참여한 점과 심사위원회 이후 추가 자료를 받아 별도 심사위 없이 승인한 점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윤성옥 비상임위원 역시 행정기본법 제18조에 따라 변경승인 처분을 직권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은 2인 의결과 기피신청 처리뿐 아니라 심사 절차와 YTN 지분 공동매각 과정 등에서 복수의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한 단체협약 및 재승인 조건과 충돌하는 내용을 토대로 변경승인이 이뤄졌다면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과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윤 위원은 유진이엔티의 귀책사유 등을 청문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차기 전체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해 청문 절차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반면 최수영 비상임위원은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변경승인을 직권취소할 법적 요건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인 의결에 대해 1심 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인정했지만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고, 당시 위원회 구성이나 의결 방식을 유진이엔티가 결정한 것도 아니라는 이유다. 최 위원은 변경승인이 취소될 경우 유진이엔티가 보유한 지분과 의결권, YTN 이사회와 경영체계, 후속 승인 절차 등에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와 감사 등을 통해 유진이엔티의 실제 지시·개입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이상근 비상임위원 역시 확정판결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법원 판단은 1심인 만큼 향후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위원회가 먼저 직권취소할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이나 손해배상 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류신환 비상임위원은 2인 체제 의결과 기피신청 처리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즉각적인 취소 결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부실심사 여부와 통합매각 과정, 자문단 운영, 변경승인 조건 부여 과정 등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향후 절차를 두고도 위원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윤성옥 위원은 차기 회의에서 불이익 처분 여부를 논의한 뒤 청문 절차에 들어가자고 제안한 반면, 최수영·이상근 위원은 법원 판결과 수사·감사 결과 등이 나오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신환 위원은 추가 숙고가 필요하다고 봤다. 고민수 상임위원은 위원들의 입장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숙의가 지나치게 장기화될 필요는 없다며 조속한 의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기 회의 안건 상정 여부는 위원장 직무대행인 자신이 결정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2026.08.14 17:14박수형 기자

낙동강 상류 오염 책임 두고 충돌…석포 주민단체 성명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상류 오염 책임을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봉화·태백·석포 지역 단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공동대책위원회'가 제기한 환경오염 주장에 대해 조사 결과의 한계를 외면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환경단체 측은 이날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상류와 안동댐 퇴적물 오염에 영향을 줬는데도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고발했다. 공동투쟁위는 환경단체 명칭에 '제련소 주변'과 '주민건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외부에서 지역 주민이 만든 단체로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단체 구성원 가운데 석포에 거주하는 주민이 없다며 주민을 대변하는 듯한 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단체의 구체적인 구성과 이에 대한 환경단체 측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양측은 2022년 당시 환경부가 발표한 낙동강 상류 수질·퇴적물 조사 결과를 두고도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당시 안동댐 상류 퇴적물의 카드뮴 오염에 미친 석포제련소의 기여도를 제련소 인근에서 77~95.2%, 40㎞ 하류에서 67~89.8%로 추정했다. 다만 과거 오염원을 현재 시점에서 추적하는 연구인 만큼 난도가 높고 결과가 추정치라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투쟁위는 환경단체가 이 같은 조사 방법의 한계는 제외한 채 추정 결과만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 측은 조사에서 제련소의 오염 기여도가 높게 추정된 만큼 정부가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동투쟁위는 국가 수질측정망에서 낙동강 상류의 카드뮴 농도가 2019년 하반기부터 수질환경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제련소 인근 측정망에서도 카드뮴과 납, 비소, 수은, 구리 등 주요 중금속이 정량한계 미만으로 측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러한 변화가 제련소의 폐수 무방류시스템과 공장 차수막 설치 등 환경개선 작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석포 주변 대기질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으며 수달과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도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석포 지역의 중금속 농도가 울산 온산공단 주변보다 낮다며 환경단체가 석포만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성명서에는 지역별 농도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측정 시점과 세부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공동투쟁위는 환경단체에 주민을 사칭하는 활동과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이용한 주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주민생존권 사수 봉화군협의회와 태백시현안대책위원회, 석포면현안대책위원회가 참여했다.

2026.08.14 17:12류은주 기자

노타, AI 인프라·에이전트 사업 '시동'…수주잔고 116억원 확보

노타가 인공지능(AI) 모델 경량화에 집중했던 최적화 사업을 AI 인프라와 에이전트 운영 영역으로 확대했다. 노타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4억 1000만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고객과의 계약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약 60%를 차지했으며 상반기 말 수주잔고는 116억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수주잔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신규 프로젝트와 기존 고객의 후속 계약이 이어지면서 반복 가능한 매출 기반도 강화돼서다. 노타는 AI 에이전트 기반 기업 인공지능 전환(AX)ㅊ 시장에도 진출했다. AI 컨택센터 기업 메타엠과 차세대 AI 상담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타의 기업 AX 시장 확대 전략을 적용한 첫 상용 사례다. 노타는 AI 에이전트를 구동하는 공통 AI 엔진과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시스템에 자체 최적화 기술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 운영에 필요한 연산량과 메모리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향후 제조와 금융 및 공공 분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노타는 AI 모델 경량화·최적화 플랫폼 '넷츠프레소' 적용 범위를 모바일과 엣지에서 데이터센터로 넓혔다. 삼성전자 중심 모바일·엣지 AI 사업 경험 바탕으로 Arm과 퓨리오사AI, 모빌린트 등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 비전언어모델(VLM) 기반 영상 관제 솔루션 '노타 비전 에이전트'는 제조와 산업안전 및 교통·조선·자동차·모빌리티 분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은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로 넓히고 솔루션 사업은 기업 AX 시장을 공략하는 구조다. 노타는 거대언어모델(LLM) 최적화에도 나섰다. 업스테이지 '솔라 오픈 2'와 문샷AI '키미 K3'로 최적화 범위를 확대했다. 노타는 매개변수가 2조 8000억개 이르는 키미 K3 구동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를 기존 8장에서 4장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는 AI 인프라 효율화 기술과 차세대 AI 최적화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했다. 채명수 노타 대표는 "올 상반기는 단순한 매출 성장보다 우리가 AI 모델 최적화를 넘어 AI 인프라 최적화로 사업을 확장한 전환점이었다"며 "기존 고객 기반으로 반복 매출 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플랫폼은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로 솔루션은 엔터프라이즈 AX 시장으로 확장해 AI 모델 최적화를 넘어 AI 에이전트 운영 최적화라는 새로운 성장축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2026.08.14 16:55김미정 기자

게임 IP의 확장, 캐릭터가 전부 아니다…"개발사도 IP가 되는 시대"

최근 게임 산업에서 하나의 히트작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대형 서브컬처 게임과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게임 IP 본질과 생존 전략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단순히 특정 캐릭터나 에셋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개발사(스튜디오) 고유의 브랜딩'이 차기작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IP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2026' 패널 토크 세션에는 김용하 넥슨게임즈(블루 아카이브 개발사) IO본부장, 유승현 원더포션(산나비 개발사) 대표, 권중규 싱크홀스튜디오(오구와 비밀의 숲 개발사) 대표가 참석해 '한국 인디 게임과 IP'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좌장은 BIC 심사위원장인 이정엽 순천향대 교수가 맡았다. 이날 패널들은 IP가 개발사 의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했다. 유승현 대표는 "인기 IP는 개발사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유저들이 규정해 주는 것"이라며 "인디 게임이 보편적인 의미의 IP를 억지로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고유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 대체 불가능한 콘셉트나 독특한 내러티브 등 타사가 따라 하기 힘든 차별화된 요소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권중규 대표 역시 "에셋이나 스크립트 자체가 IP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유저가 '이 팀은 이런 게임을 참 잘 만든다'고 느끼는 기대감이 IP 역할로도 작용한다. 적어도 스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정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이기 보다 개발사 자체의 인지도를 각인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형 라이브 게임을 이끄는 김용하 본부장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김 본부장은 "넥슨게임즈 내에서도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하던 MX스튜디오를 넘어 'IO본부'를 신설한 이유가 바로 개발 조직의 브랜딩 때문"이라며 "게임 자체의 IP가 직접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특정 장르의 핵심 맛을 충실히 구현하는 개발진'이라는 정체성이 브랜딩된다면 이것이 차기작으로 연결되는 강력한 IP 파워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개발진들은 외부 트렌드에 무작정 휩쓸리기보다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과 '팬들이 기대하는 가치'를 지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청중 질문에 김 본부장은 "게임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AI로 만들어진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만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유저들이 기대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스토리와 아트워크 영역에는 AI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김 본부장은 "현재 AI가 이미 많은 작업을 소화해주고 있기 때문에, 향후 출시되는 게임은 AI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르이자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와 유 대표 또한 개발팀의 취향과 시장성 사이의 조율에 대해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개발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취향을 날카롭게 갈고닦아 개발사만의 뚜렷한 색깔을 입증하는 것 역시 훌륭한 전략"이라며 개발사의 확고한 정체성 확립을 거듭 강조했다.

2026.08.14 16:46진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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