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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한국, 피지컬 AI 잠재력 충분"...리더십·인프라·인재가 관건

한국이 제조·로보틱스·반도체 등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분야를 이끌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AI 도입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려면 경영진 주도의 전략과 장기적 AI 인프라, 이를 활용해 혁신 역량을 함께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AWS코리아 오피스에서 '2026년 한국의 AI 잠재력 발현(Unlocking South Korea's AI Potential 2026)' 리포트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리포트는 AWS가 글로벌 자문기업 스트랜드 파트너스(Strand Partners)에 의뢰해 한국 기업의 AI 도입 현황과 과제를 조사한 결과다. 국내 피지컬 AI 잠재력 충분하고도 넘쳐 닉 본스토우 스트랜드 파트너스 디렉터는 한국의 제조·로보틱스·반도체 산업 기반과 높은 AI 경쟁력 인식을 피지컬 AI의 강점으로 꼽았다.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의 78%는 한국이 AI·혁신 분야의 글로벌 허브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교육 수준과 숙련된 인력(52%), 스타트업 생태계(50%), 첨단 디지털 인프라(48%)도 주요 강점으로 제시됐다. 본스토우 디렉터는 "전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한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피지컬 AI를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순영 AWS 수석 솔루션즈 아키텍트는 AI가 실제 업무와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AWS와 함께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 기반 고객 서비스 챗봇을 구축해 92.5~97.9%의 정확도로 5초 이내 응답을 구현했다. 추론 비용은 기존의 18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AWS는 설명했다. 오 아키텍트는 "신한은행은 피지컬 AI 사례는 아니지만 기업이 AI를 실제 고객 서비스와 업무 프로세스에 연결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AWS는 피지컬 AI 확산을 위해 지역 산업 및 인재 양성 측면의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의 산업 프로젝트에 클라우드 인프라와 기술 역량을 제공하고, 지역 대학과 협력해 AI 교육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오 아키텍트는 "지역 대학이 중소·중견기업과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연결고리로 삼아,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시스템 구축과 현장 적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 기존 산업 고객, 대학 등 지역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절반 이상 여전히 AI도입 '기초 단계' 다만 국내 기업의 AI 관심과 도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활용 수준은 아직 기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1년 전 48%에서 58%로 올랐다. 지난 1년간 약 62만4천개 기업이 새로 AI를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챗봇·기성 솔루션 활용에 머무는 '기초 단계' 기업은 54%였고, 여러 모델을 결합하거나 자율 AI를 운영하는 '고급 단계' 기업은 26%에 그쳤다. 피지컬 AI는 더욱 초기 단계였다. 전면 도입 기업은 6%, 파일럿 진행 기업은 22%였으며, 39%는 도입을 계획하고 있었다. 가장 유망한 활용 분야로는 자율 로봇이 54%로 꼽혔다. AI를 중요한 전략 과제로 본 기업은 67%였지만, 공식 AI 전략을 보유한 곳은 27%에 불과했다. AI 투자 성과를 측정할 신뢰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응답도 47%였다.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도입에 충분히 준비됐다고 답한 기업은 24%에 그쳤다. 본스토우 디렉터는 AI 활용이 단순한 도입 단계를 넘어 사업 성과로 이어지려면 전략·데이터·성과 측정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번째는 탄탄한 기반"이라며 "리더십 차원에서 시작되는 명확한 AI 전략과 데이터 기반, AI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아키텍트는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단순한 모델 도입보다 기업 데이터와 기존 업무 시스템을 안전하게 연결하고 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 이라며 "AWS는 기업들이 이 같은 전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서비스와 함께 기술 교육, 전문가 지원, 산업별 활용 사례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AI, 리더십·인프라·인재 확보 최우선 본스토우 디렉터는 한국이 AI 도입 모멘텀을 실제 성과와 피지컬 AI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리더십·인프라·인재라는 세 가지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리더십은 AI가 개별 업무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전사 혁신으로 확산하기 위한 조건이다. 경영진이 주도하는 명확한 전략과 데이터 기반, 성과 측정 체계가 있어야 어느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투자 효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는 AI의 안정적·장기적 운영을 위한 기반이다. 특히 대규모 연산과 현장 장비가 결합하는 피지컬 AI는 충분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설문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꼽은 응답은 74%,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꼽은 응답은 63%였다. 기업들은 전력망·재생에너지 같은 물리적 기반과 함께 책임과 의무를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환경도 필요하다고 봤다. 인재는 AI를 도입한 뒤 현장 업무에 맞게 운영·개선할 주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향후 3년간 AI 역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78%, 지속적인 재교육이 필수라는 응답은 76%였다. 반면 자사 인력이 뛰어난 디지털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한 기업은 22%에 머물렀다. AWS 측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서비스 제공에 더해 기업·개발자 대상 교육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지원해 이 같은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AI를 단순 도입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 적용할 전략과 전력·데이터 기반, 운용 인력을 함께 갖춰야 피지컬 AI를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스토우 디렉터는 "AI 전략과 데이터 기반, 성과 측정 틀을 갖추는 일이 첫 단계"라며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접근성, 규제 명확성 등 더 폭넓은 인프라를 마련하고, AI 기술 역량과 인간 중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순영 AWS 수석 솔루션즈 아키텍트는 "많은 대기업도 AI 에이전트를 어디서부터 적용해야 할지 접근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려면 기존 시스템과 업무, 데이터를 연결하는 준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검증된 성공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만큼 기업이 명확한 활용 사례를 찾고 투자 대비 효과(ROI)를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6.09.14 09:39남혁우 기자

[인터뷰] "더 잘해줘"만 반복하는 아이들…AI 시대 필요한 건 '사고 근육'

아이들의 사고력이 충분히 자라기 전부터 인공지능(AI)이 답을 대신해도 되는지를 두고 학교와 학부모가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섰다. 미국 뉴욕시는 2026~2027학년도부터 유아 과정인 2-K부터 8학년까지 학생이 직접 사용하는 생성형 AI를 1년간 중단했다. 고등학생은 학교가 검증한 AI 프로그램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린 학생에게는 직접 읽고 쓰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보장하고, 고등학생부터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취지다.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생성형 AI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김봉제 서울교대 AI가치판단디자인센터장(윤리교육과 교수)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AI 활용을 허용할지 금지할지 두 가지로만 나눠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고하는 힘을 길러야 할 시기에는 AI와 거리를 두고 발달 단계에 맞춰 활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답은 빨라졌지만 판단은 별개…'지식 없는 감독자' 생성형 AI가 들어오면서 학생이 지식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답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내놓은 결과를 고르고 수정하고 사실인지 확인하는 일이 늘었다. 학생의 역할도 직접 답을 찾는 데서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살피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역할이 바뀌었다고 그에 필요한 판단력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김 센터장은 "학생들이 AI의 답을 편집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면 실제로 그 답이 맞는지 판단할 역량도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지식을 쉽게 얻는 것과 그 지식을 판단하는 능력은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인지적 부채'로 설명하고, 아이들이 길러야 할 판단력을 '사고 근육'에 비유했다. 당장은 AI의 도움으로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틀리고 다시 풀어보는 경험이 줄면 나중에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연구진도 지난해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정에서 '인지적 부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참가자 54명을 거대언어모델(LLM)·검색엔진·별도 도구 없이 글을 쓰는 세 집단으로 나눠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LLM 이용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뇌 연결성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는 학생이 AI를 지시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금 더 잘해줘"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근거를 더 넣어야 하는지 짚으려면 먼저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이런 상태를 '지식 없는 감독자'에 비유했다. 그는 "AI를 지시하고 감독하는 위치에는 올라섰는데 정작 지시에 필요한 역량이 없는 것"이라며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더 잘해달라는 요구만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도 '언제부터'가 중요…연령별 사용 기준 필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생성형 AI는 언제부터 허용해야 할까. 김 센터장은 나이만으로 선을 긋기보다 사고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맞춰 사용 범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등학생은 생성형 AI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중학교 초반까지는 교사나 부모가 살펴보는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편이 좋다"며 "고등학교부터는 활용 범위를 점차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숫자로 나이를 나누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읽고 쓰고 기억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시기를 보호하는 데 있다. AI가 이 과정까지 건너뛰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센터장의 판단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생성형 AI를 접하는 것을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너무 빨리 노출되는 것과 비슷하게 봤다. 성장기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을 키우듯, AI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막아도 AI는 집으로 따라온다.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생성형 AI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어린 학생일수록 AI를 혼자 쓰게 두기보다 부모가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이가 무엇을 묻고 어떤 답을 받았는지 살펴보면서,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생각해보는 습관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답 주는 AI보다 '생각하게 하는 AI' 생성형 AI를 교육에서 빼는 것만으로 문제를 풀기도 어렵다. 같은 AI라도 학생 대신 답을 내놓는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지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튀르키예 고등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학 학습 실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적인 GPT를 사용한 학생들은 AI를 이용하는 동안 대조군보다 48% 높은 성과를 냈지만 AI 없이 시험을 치르자 대조군보다 17%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정답을 곧바로 알려주지 않고 힌트와 질문으로 풀이를 유도하도록 설계한 'GPT 튜터'를 이용한 학생들은 연습 과정에서 대조군보다 127% 높은 성과를 냈다.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AI라도 어떻게 쓰게 했느냐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졌다. 김 센터장은 "AI를 그냥 쓰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답을 바로 주기보다 학생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되묻거나 힌트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가 맡을 역할은 과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수학이나 물리처럼 개념과 풀이 과정이 비교적 명확한 분야에서는 학생이 어느 부분에서 막혔는지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시하는 개인교사 역할을 AI가 일부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 영역은 사정이 다르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학생이 살아온 경험과 관심에 따라 질문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이나 물리에서는 학생 수준에 맞춰 좋은 질문을 던지는 개인교사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면서도 "인문·사회 영역에서는 인간의 경험과 영감에서 나오는 다양한 질문까지 대신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AI가 정답을 찾는 일을 더 많이 맡을수록 교사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교사는 답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기보다 학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질문을 만들었는지,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떤 근거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했는지를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만 바꿔선 부족…"무엇을 가르칠지부터 달라져야" 생성형 AI가 학교에 들어오면서 숙제와 수행평가, 시험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평가 방식보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지를 먼저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가는 가르친 내용을 학생이 얼마나 익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면 그보다 먼저 교육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을 많이 기억한 학생을 가려내는 교육에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고 봤다. 저출생도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하는 배경으로 들었다. 출생아가 100만명에 육박하던 때에는 많은 학생을 경쟁시켜 일부를 선발하는 교육 구조가 가능했다. 지금처럼 출생아 수가 30만명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에서는 각자의 역량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는 100만명 가운데 30만명을 뽑아 쓰는 체제였다면 이제는 30만명이 100만명의 힘을 내게 해야 한다"며 "입시와 같은 경쟁으로 사람을 가려내는 것보다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만드는 힘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가 지식 검색과 정리를 상당 부분 맡는 변화도 교육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많이 기억하고 빠르게 답을 찾는 능력만으로는 이전과 같은 차이를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학교에서 더 길러야 할 역량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는 힘을 꼽았다. 그는 "예전 지식사회에서는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제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AI가 지원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09.14 09:36김동원 기자

AI 속도 조절하자는 빅테크 경고에도…트럼프 "중국에 앞서야”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빅테크 수장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 조절과 규제 강화 요구에 선을 그었다. 안전장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빠르게 발전하는 AI 모델의 역량과 관련해 강도 높은 안전 경고가 이어지자 AI 개발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AI 분야에서 국제적인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AI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나는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AI에서 승리하는 자가 승리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고 여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되는 많은 부정적인 세력이 이를 거론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모데이 CEO는 토요일 공개한 글에서 “(업계가) AI 모델의 역량을 개선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제3의 평가기관이 최첨단 AI 기업을 감시하고 업계 차원의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규제를 국제적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트먼 CEO와 머스크 CEO도 이같은 제안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은 여기에 반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스스로 AI 개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중국에 경쟁 우위를 넘겨줄 수 있는 과도한 조치까지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AI와 가상자산 정책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색스는 AI 기업을 향해 “그냥 최첨단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라. 그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분”이라며 “초지능을 만들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러분이 그것을 만들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 대가로 여러분이 선호하는 규제 체계를 요구한다면 대중과 정치 시스템을 협박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AI 업계에 대한 신속한 규제 조치를 요구했다. 루벤 가예고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존슨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AI가 제기하는 위협에 상황에 걸맞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유능한 대통령이라면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안심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최첨단 AI 연구소에 조사관을 급파하며 생물테러에 대한 국가 방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에 입법을 요구하고 전 세계를 이끌어 AI 관련 조약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통령과 하원의장은 손을 놓은 채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6.09.14 09:28박서린 기자

"통째로 빌렸다"…SKT 장기고객 3000명 모인 롯데월드 가보니

“14년 전 군대에 있을 때부터 두 아이 아빠가 될 때까지 한 통신사만 쓰고 있는데, SK텔레콤 덕분에 가족과 재밌게 놀다 가네요. 오래 쓴 보람이 있네요.” 지난 13일 오전 1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만난 윤 씨는 “10여 년 전 해군에서는 SK텔레콤만 쓸 수 있어서 그때부터 계속 이용하고 있고, 가족도 모두 같은 통신사를 쓴다”며 이같이 말했다. SK텔레콤은 전날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롯데월드 실내 전체를 대관해 윤 씨와 같은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 3000명을 초대했다. 참가자 가운데 가입 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약 75%로 가장 많았고,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약 18%, 30년 이상은 약 7%였다. SK텔레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 2월부터 롯데월드와 협의를 진행했다. 롯데월드가 제시한 수용 가능 인원은 4000명이었으나 보다 쾌적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초청 인원을 3000명으로 줄였다. 야외 매직아일랜드는 안전과 소음 문제로 운영하지 않고 실내에서 후렌치레볼루션, 신밧드의 모험, 스페인 해적선 등 11개 어트랙션을 열었다. 현장 이벤트와 기념품도 장기 가입이라는 콘셉트에 맞췄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SK텔레콤에 처음 가입했던 당시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타임캡슐 상점이다. 타임캡슐에는 간식부터 놀이기구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는 매직패스 등이 담겼다. 타임캡슐을 뽑기 위해 기다리던 SK텔레콤 가입자 김 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롯데월드까지 올 일이 별로 없는데 SK텔레콤이 초청해줘서 모처럼 남편, 아들과 함께 왔다”며 “12년 전부터 지금까지 큰 불편 없이 SK텔레콤을 써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입 기간을 활용한 이벤트도 곳곳에 배치됐다. 안내 책자에 제시된 미션 가운데 T자 모양으로 5개를 완료하는 T빙고에는 가입 연수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타임캡슐 상점에 참여하는 등의 미션이 담겼다. 오전 1시부터 진행된 전국장기고객자랑에서는 참가자 전원에게 T휴대폰 결제 10만원 할인권을 제공하고 1등에게 1년 통신비 무료, 2등에게 뮤지컬데이 초청권을 지급했다. 지난 5월 SK텔레콤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T장기고객 프로그램 캠페인과 연계한 행사다. 가입 연수에 따라 다르게 제작한 기념 머리띠도 눈에 띄었다. 지난 5월 장기 가입자를 에버랜드 포레스트캠프에 초청한 숲캉스데이에서 참가자들이 자신보다 가입 기간이 긴 이용자를 보며 장기 이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점을 이번 행사에도 반영했다. 내 세월 알아봐 준다…장기 가입자가 바란 건 대우 SK텔레콤이 올해 장기 가입자 프로그램을 체험형 행사 중심으로 개편한 배경에는 자체 고객조사가 있다. 장기 가입자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요금 할인이나 쿠폰보다 오랫동안 한 통신사를 이용해온 시간을 인정받는 경험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강욱 SK텔레콤 세그먼트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가입자는 통신사에 익숙해지면 다른 곳으로 바꾸는 큰 동인이 없기 때문에 그냥 계속 쓰는 경우가 많아 해지율이 낮아 과거엔 SK텔레콤도 관리가 신규 가입자에 비해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 장기 가입자가 가장 바라는 건 요금 할인이나 통신사 쿠폰 같은 게 아니라 자신의 세월을 알아봐 주는 것, 즉 진정성 있는 대우였다”며 “장기 가입자가 바라는 건 물질적 혜택 그 이상이었다”고 강조했다. 장기 가입자가 개인적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놀이공원이나 공연장을 통째로 빌려 가입자만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할인이나 경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강 팀장은 “개인이 혼자 돈을 내더라도 접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가입자가 'SK텔레콤과 오래 함께하길 잘했다,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실제 행사 당첨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 가입자를 위한 별도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 선호도와 지속 이용 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팀장은 “행사 응모 경험이 있는 가입자와 그렇지 않은 가입자는 브랜드 선호도, 지속 이용 의향 등에서 차이가 있다”며 “당첨 여부를 떠나 장기 가입자만을 위한 혜택이 있는 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통신사 이용 지속 의향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초청 행사, 가입자 호응 힘입어 정례화 추진 SK텔레콤은 올해 장소를 전체 대관해 장기 가입자를 초청하는 T장기고객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지난 5월 에버랜드 포레스트캠프에서 숲캉스데이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유명 셰프의 요리를 제공하는 테이블데이를 열었다. 이달 롯데월드 행사에 이어 겨울에는 뮤지컬 시카고 공연장을 전체 대관한다. SK텔레콤은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연말까지 장기 가입자와 가족 등 총 1만명을 오프라인 행사에 초청할 계획이다. 반응도 이전보다 커졌다. 강 팀장은 “올해 오프라인 체험 중심으로 행사 개편 후 안내 페이지 방문자 수는 작년 대비 2배 이상, 검색, 공유 등을 통한 유입도 약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가입자 호응이 좋은 만큼 초청 행사를 매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가입자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해지율이 낮은 고객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서 벗어나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별도의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고객 관리 전략을 바꾼 셈이다. 강 팀장은 “장기 가입자는 SK텔레콤 성장 과정을 함께하며, 고객 중심, 고객 만족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가도록 이끌어주는 기준”이라며 “앞으로도 장기 가입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혜택과 서비스, 특별한 경험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4 09:19홍지후 기자

렉서스 ES, 8세대 완전변경 사전예약…7160만원부터

렉서스코리아가 대표 세단 ES의 완전변경 모델을 앞세워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BEV)를 아우르는 전동화 선택지를 확대한다. 렉서스코리아는 14일 '올 뉴 ES' 사전계약을 전국 렉서스 공식 딜러 전시장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공식 출시는 10월 13일이다. 올 뉴 ES는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하이브리드(HEV) 4개와 ES 최초의 BEV 5개 등 총 9개 그레이드로 출시된다. 기존 하이브리드 중심의 ES 라인업에 순수 전기차를 더한 것이 핵심이다. BEV는 전륜구동 방식의 ES 350e와 사륜구동 방식의 ES 500e로 구성된다. ES 350e는 국내 인증 기준 상온 복합 1회 충전 주행거리 478㎞를 확보했다. ES 500e에는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다이렉트4'를 적용했다. 올 뉴 ES HEV 가격은 ES 350h 프리미엄 7290만원, 럭셔리 7780만원이다. ES 350h AWD 프리미엄은 7590만원, 럭셔리는 8080만원이다. BEV 가격은 ES 350e 프리미엄 7160만원, 럭셔리 8020만원, VIP 8390만원이다. ES 500e는 프리미엄 7700만원, 럭셔리 8490만원으로 책정됐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개별소비세 5% 기준 가격이다. 렉서스코리아는 ES 350e 프리미엄 구매자를 대상으로 잔존가치 보장 할부 프로그램 '어메이징 스위치'도 운영한다. 3년 후 기본 잔존가치 50%인 3580만원을 보장하며, 유예금액을 포함하면 최대 60%까지 적용된다. 선수금 30%, 보증금 20%, 금리 5.8%, 36개월 조건의 월 납입금은 42만원대다. 하이브리드 모델 ES 350h에는 6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파워 컨트롤 유닛과 트랜스액슬 설계를 개선해 소형·경량화를 이뤘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HEV 라인업에는 사륜구동 모델도 새로 추가했다. 8세대 ES는 GA-K 플랫폼을 적용했다. 차체 전·후면과 바닥부 강성을 높이고, 후륜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실내에는 14인치 디스플레이와 리스폰시브 히든 스위치, 멀티 앰비언트 라이트 등을 넣었다. 최신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와 24시간 긴급호출·원격제어 기능을 지원하는 렉서스 커넥트도 탑재했다. 강대환 렉서스코리아 부사장은 "올 뉴 ES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실용적인 주행거리를 갖춘 배터리 전기차를 새롭게 추가해 총 9개 그레이드로 라인업을 확대했다"며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사용 환경에 맞는 전동화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14 09:09김재성 기자

美 식당가에 '노폰' 바람…대화 늘리고 매장 경험 살린다

미국 외식업계에서 식사 중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식사 자리에서 사람 간 대화를 방해하고 매장 경험까지 바꾸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부 식당과 술집들은 휴대폰을 잠금 파우치에 보관하게 하거나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 등 고객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외신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식당이 틱톡이나 사회관계망(SNS)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칙필레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이 식사하는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셀폰 쿱(cellphone coo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요청하면 휴대폰을 넣어둘 수 있는 상자를 제공하고, 일행 모두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무료 아이스크림을 주는 방식이다. 상자에는 식사 중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대화 주제도 적혀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일종의 놀이와 보상을 통해 고객이 자발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다른 외식업체들은 보다 직접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칵테일바 '안타고니스트'는 입장한 고객에게 직원만 열 수 있는 잠금 파우치를 제공해 매장 내 휴대폰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뉴욕 할렘의 식당 '더 엣지'는 휴대폰 사용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매장에는 '와이파이 없음. 화면 없음. 서로 연결하세요'라는 안내문을 내걸어 고객들이 디지털 기기 대신 함께 온 사람에게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외신은 스마트폰이 이제 냅킨이나 식기처럼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놓이는 물건이 됐다며, 일부 외식업계에서는 과거 식당 내 흡연을 꺼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식사 중 스마트폰 사용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6.09.14 09:02류승현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예악, 천지인을 춤추다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무대가 밝아지자 뒤편에 펼쳐진 종묘 정전의 긴 수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붉은 복색의 일무원들이 줄과 열을 이루고 섰다. 한 사람의 몸보다 먼저 보인 것은 간격이었고, 개별 동작보다 먼저 읽힌 것은 질서였다. 춤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일무는 개인의 움직임보다 여러 몸 사이의 관계로 다가왔다. 지난 9월 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의 일무 전장 '팔풍의 몸짓, 일무' 열한 번째 연작을 봤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공연은 전폐희문에 이어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의 전장을 펼쳐냈다. 공연을 앞두고 필자는 '전승의 완결성'과 '경험의 접근성'을 이야기했다. 일부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전장을 온전히 기억하고, 그렇게 지켜낸 춤을 오늘의 관객이 제대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제 무대를 보고 나니 그 사이에 하나의 질문이 더 놓였다. 전승자의 몸에 기억된 전장은 어떻게 오늘의 공연언어가 되는가. 전장은 장면보다 시간 전장은 몇 개의 인상적인 춤사위를 골라 보여주는 방식과 다르다. 보태평과 정대업을 따라가는 동안 관객 역시 긴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에는 비슷해 보이던 몸의 움직임도 오래 바라보면 서로 다른 결을 드러낸다. 무구가 달라지고 몸을 돌리는 방향과 팔의 쓰임, 움직임과 정지의 호흡도 변한다. 일무는 서두르지 않았다. 빠른 장면 전환이나 극적인 움직임으로 시선을 붙들기보다 같은 질서를 오래 유지한다. 한 사람이 얼마나 돋보이는가보다 여러 사람이 자기 위치를 지키며 하나의 형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앞에 놓인다. 반복되는 움직임을 따라가고 나서야 그 안의 작은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전장을 본다는 것은 춤을 장면보다 시간으로 바라보는 일이었다. 이날 연출과 해설을 맡은 종묘제례악 일무 전승교육사 김영숙은 그 시간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무대에서 직접 들려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71년 종묘제례가 다시 봉행되면서 제한된 행사 시간에 맞춰 절차가 조정됐고, 보태평과 정대업 가운데 일부만 연행되는 시기가 이어지면서 일무 전장의 맥도 끊길 위기에 놓였다. 김영숙 전승교육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1975년부터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일무를 가르쳤다. 당시 보유자는 그에게 보태평과 정대업의 일무 전장을 모두 익혀 발표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그 뜻을 받아 오랜 시간 전장을 익힌 김 전승교육사는 1988년 마침내 보태평과 정대업 전장을 무대에 올렸다. 이후에는 이수자들과 함께 전장을 외우고 연행하며 전승을 이어갔고, 2009년부터는 '팔풍의 몸짓, 일무'라는 이름으로 전장 발표를 계속해왔다. 그 시간이 쌓여 2025년 11월 29일에는 64인이 함께하는 전장 공연으로 이어졌다. 김 전승교육사는 오랜 세월 일무를 가르치면서도 여러 전수자가 보태평과 정대업 전장을 모두 외워 한 무대에 서는 날을 자신의 생전에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이날을 '평생의 꿈'이 이뤄진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유다. 한 사람이 지켜온 전장은 그렇게 다른 사람의 몸으로 건너갔다. 다시 여러 세대가 같은 줄과 열에 서면서 개인의 기억은 공동의 기억이 됐고, 오래된 춤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전승이 됐다. 종묘는 뒤로 가고 몸은 앞으로 나왔다 예악당 무대 뒤편에는 종묘 정전이 펼쳐졌다. 조풍류 작가가 그린 종묘 정전 이미지와 붉은 색조의 무대, 일무원들의 붉은 복색이 겹쳤다. 정전의 긴 처마가 만든 수평선 아래 여러 몸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이면서 건축의 질서와 일무의 질서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만났다. 이 장면에서 배경 이미지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일무가 비롯된 장소를 환기한 뒤 한걸음 물러섰다. 화려한 효과나 빠른 전환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무대 앞에 선 몸을 바라보게 하는 배경으로 남았다. 공연 중 김영숙 전승교육사는 이 배경이 돌가루를 이용한 화풍으로 그린 조풍류 작가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 선택은 일무를 보는 데 효과적이었다. 실제 종묘에서는 음악과 악장, 제례 절차와 제관의 움직임, 정전과 월대가 하나의 환경을 이룬다. 예악당에서는 그 복합적인 관계 속에 있던 일무를 앞으로 끌어내 몸의 배열과 움직임, 무구와 대형을 하나의 공연예술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연장은 종묘가 아니다. 한 장의 이미지는 춤이 비롯된 장소를 보여줄 수 있지만 종묘가 지닌 깊이와 거리, 월대의 높낮이와 제례의 복합적인 동선까지 옮겨오지는 못한다. 그것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다음 무대의 과제는 다른 데 있다. 종묘를 얼마나 닮게 보여줄 것인가보다 그곳에서 작동했던 공간과 질서를 공연장의 빛과 이미지, 몸의 관계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장소를 복제하는 일과 장소의 원리를 무대에 구현하는 일은 다르다. '일무 독립'에서 '일무 자립'으로 이번 프로그램북에는 국악방송 사장을 지낸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가 쓴 공연 후기 「일무(佾舞)의 새로운 지평을 보다 : '일무 독립'」이 실렸다. 제목에 등장하는 '일무 독립'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종묘제례악에서 일무는 본래 홀로 존재하는 춤이 아니다. 음악과 악장, 제례의 절차와 공간 속에서 의미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일무 독립'은 무엇을 뜻할까. 이번 무대를 보면서 그 말은 음악과 의례에서 떼어내는 독립이라기보다, 그 관계 속에서 태어난 춤이 공연장 무대에서 하나의 예술언어를 갖춰가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몸의 배열과 줄과 열의 변화, 무구와 방향, 움직임과 멈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각적 문법을 만들었다. 일무에서는 누군가가 더 크게 움직인다고 전체가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다른 몸과 거리를 맞출 때 전체의 형식이 나타난다. 개인의 표현을 앞세우기보다 자신의 몸을 절제하며 다른 몸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무대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도 특정 무용수의 동작이 아니었다. 일무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라 질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송혜진 교수가 프로그램북에서 제시한 '일무 독립'은 필자에게 단절보다 자립에 가까운 개념으로 다가왔다. 음악과 제례, 장소와 시간에서 비롯된 정신과 구조를 간직하면서도 무대 위에서는 하나의 공연언어로 읽힐 수 있는 것. 그것이 이번 무대에서 확인한 일무의 자립이었다. 오래돼서가 아니라 이어지고 있어서 김영숙 전승교육사의 해설 가운데 오래 남은 것은 전통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그는 전통이 오래된 것이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오늘도 누군가가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날의 전장 발표 역시 옛 춤을 재현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조들이 남긴 예악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전승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무형유산의 보전도 결국 그 약속을 이어가는 일이다. 지켜야 할 전형을 온전히 전하면서 다음 세대가 다시 배우고 연행할 수 있게 하고, 그렇게 이어진 유산을 더 많은 사람이 만나게 하는 것이다. 전수교육과 공개행사가 국가무형유산 전승의 중요한 축으로 함께 놓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팔풍의 몸짓'에 대한 그의 설명도 같은 방향이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을 흔들며 존재를 드러낸다. 한 사람의 몸짓은 작아도 여러 사람이 예를 갖춰 함께 움직이면 천지의 질서와 조화를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객석의 박수마저 전승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바람으로 받아들였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무대를 보니 줄과 열도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전승은 한 사람의 몸에 전통을 고정해 두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외우고 다른 사람이 배우며, 다시 여러 사람이 함께 맞추는 과정이었다. 지켜야 할 전통은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며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개인의 기억이 공동의 기억으로 이동하는 일이다. 이제는 '보는 법'을 설계할 차례다 이번 공연에서 해설이 중요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보태평과 정대업의 성격, 무구의 의미, 왜 전장을 다시 기억해야 했는지를 알고 난 뒤 관객의 시선은 달라진다. 전승자에게 익숙한 움직임이 관객에게도 저절로 읽히는 것은 아니다. 춤을 지켰다면 이제 더 많은 사람이 그 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길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전승이 전승자의 몸에 머물지 않고 관객의 경험으로 이어질 때 무형유산은 동시대의 문화가 된다. 여기서 기술은 무대를 화려하게 만드는 장치보다 관객이 춤을 읽게 하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악장과 동작을 함께 볼 수 있는 모바일 해설, 무구와 대형의 의미를 보여주는 짧은 영상과 도해, 세대별 전승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기록이 쌓인다면 전승은 보는 방식까지 넓어진다. 공연을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형유산의 움직임은 공연이 끝난 뒤 다시 사람의 몸과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을 꾸준히 촬영하고 축적한다면 기록은 홍보용 영상에 머물지 않는다. 다음 전승과 교육, 연구와 재공연을 위한 기록 자산이 된다. 기술은 여기에서 유산을 대신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지나간 움직임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한다. 전승해야 할 것은 춤만이 아니다. 그 춤을 읽는 방법도 함께 전해야 한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도 일무원들은 줄과 열을 유지한 채 무대에 섰다. 중앙에는 연출과 해설을 맡은 김영숙 전승교육사가 섰고 그 뒤로 이날 무대를 함께한 일무원들이 자리했다. 붉던 무대가 푸른빛으로 넘어가며 공연의 긴장은 풀렸지만 몸들이 만든 질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공연을 앞두고 쓴 글에서는 “온전히 기억하고, 제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일무의 다음 시간이라고 했다. 실제 무대를 보고 난 뒤에는 한 가지를 더 보태게 됐다. 온전히 기억하고, 제대로 보여주고, 관객이 읽을 수 있게 하는 것. 전승자의 몸에 남아 있던 시간이 다음 전승자의 몸으로, 다시 관객의 기억으로 건너갈 때 무형유산은 오늘도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그날 예악당에 불었던 '팔풍'은 바로 그 시간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바람이었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9.14 08:29이창근 컬럼니스트

[ZD브리핑] 기아 PV7·아이폰18 '출격'…현안 챙기는 삼성·SK·카카오

지디넷코리아는 IT 업계의 이슈를 미리 체크하는 '이번 주 꼭 챙겨봐야 할 뉴스'를 제공합니다. '꼭 챙길 뉴스'는 정보통신, 소프트웨어(SW), 전자기기, 소재부품, 콘텐츠, 플랫폼, e커머스, 금융, 디지털 헬스케어, 게임, 블록체인, 과학 등의 소식을 담았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월요병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꼭 챙길 뉴스'를 통해 한 주 동안 발생할 IT 이슈를 미리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번 주 산업 및 IT 업계는 굵직한 신제품 발표와 기업들의 주요 현안 논의로 분주한 한 주를 보낼 전망입니다. 기아의 대형 전동화 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 PBV) 'PV7'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예약판매를 마친 애플의 '아이폰18' 시리즈가 18일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SK·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은 성과급 제도 및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 및 노사 간 소통에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이 밖에 글로벌 게임 축제인 '도쿄게임쇼 2026'에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대거 출전해 신작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산업계 이슈: 삼성·SK·현대중공업 노사 현안부터 기아 신차 공개까지 15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정기회의를 개최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성과급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DS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삼성 준감위는 지난달 노동인권소위원회를 열고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바 있습니다. 17일 제17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이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립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인 화합과 결속을 도모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포상하는 자리입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협회장인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산·학·연 주요 관계자 약 300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거센 추격과 AI 산업 발전 속 위기와 기회를 함께 만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테크놀로지(SKIET)가 오는 14일부터 연이틀 일반주주들을 대상으로 대면 간담회를 개최합니다. 양사는 간담회에서 합병 추진 배경과 주요 내용, 합병 이후 사업 운영 방향, 재무구조 개선 효과 및 사업 시너지 효과 등을 설명하고, 주주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양사는 앞서 합병 발표 직후 일반 주주 및 투자자, 애널리스트, 언론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어 합병 취지와 기대 효과를 설명했지만, 일부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추가 대면 간담회를 통해 주주들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대면 간담회는 각사 홈페이지로도 실시간 청취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전 조합원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간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오는 16일부터 7시간으로 파업 시간을 늘리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노조 측은 추석 전까지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교섭결렬 선언과 함께 더 큰 투쟁에 나서겠다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제주도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26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with 분산에너지 포럼'을 개최합니다. 이번 포럼에선 제주도의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 전력 시장 혁신 사례를 비롯해 분산에너지 기반 전기요금 부담 해소 방안 등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기아는 오는 14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대형 전동화 PBV '더 기아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합니다. PV5에 이은 두 번째 전용 PBV로, 전용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기아는 PV7을 통해 물류·상업용 중심의 대형 전기 상용차 시장을 공략합니다.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는 PV7 카고 2대와 패신저 1대 등 3대를 전시하고, PV5 카고·패신저·WAV·샤시캡·크루밴·푸드트럭 컨버전 등 7종도 함께 선보입니다. 기아는 2027년부터 화성 EVO 플랜트 웨스트에서 PV7 등 대형 PBV를 연간 약 15만 대 생산할 계획입니다. 유럽 eLCV 판매는 올해 상반기 12만 5069대로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했습니다. 전체 LCV 시장은 8.7% 감소했지만 C세그먼트 전기 밴은 26.6% 늘었습니다. 기아는 PV5에 이어 PV7을 투입해 성장하는 유럽 전기 밴 시장 공략을 강화합니다. 세부 제원과 가격, 유럽 출시 시점은 14일 공개 행사에서 확인될 예정입니다. 통신·IT 정책: 아이폰18 개통 및 과방위 국감 계획서 채택 12일부터 시작된 통신 3사의 아이폰18 시리즈 예약판매 물량이 오는 18일 정식 개통됩니다. 최저 199만 1000원에 시작되는 아이폰 판매량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립니다. 플래그십 사양만 내놓는 아이폰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 여파로 구입 부담이 커진 가운데,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애플이 이전과 같은 판매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애플이 새 아이폰 발표에서 큰 관심을 모은 폴더블 아이폰 듀오는 예약판매가 다음 달 이뤄질 예정으로, 18일 아이폰 개통량은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국정감사 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입니다. 감사 일정에 대한 개요만 정하고, 구체적인 자료 제출 요구나 증인과 참고인 출석 요구 건은 내주 이후에 이뤄질 전망입니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법안 한 건이 긴급 상정될 예정입니다. 내달부터 시행될 검찰청법 폐지와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의 체계를 맞추려는 법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AX와 6G 시대를 대비한 통신산업의 과제를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발제는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이 맡았으며, 유럽연합의 디지털네트워크법을 분석해 시사점을 살펴보는 것이 주요 논의가 될 예정입니다. 게임 축제의 달: '도쿄게임쇼 2026' 개막 및 서울 'GES 2026' 개최 도쿄게임쇼(TGS) 2026이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됩니다. 올해는 넥슨·넷마블·엔씨·스마일게이트·NHN플레이아트 등을 비롯해 국내 중소·인디 게임사가 참가할 예정입니다. 출품작을 보면 서브컬처 장르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습니다. 넥슨은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파레이돌리아'를 선보이며, 엔씨는 디나미스원이 개발 중인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첫 시연 버전을 꺼낼 계획입니다. 또 넷마블은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펄인블루' 신작 3종을 출품하고 현지 이용자를 맞이합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TGS에서도 '미래시'를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 대표 게임·e스포츠 축제 'GES 2026'도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됩니다.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준비한 이번 행사는 게임·e스포츠 기업 70개사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AI·클라우드·사이버 안보: IT 업계 대규모 컨퍼런스 및 세미나 줄이어 한국인공지능산업협회(AIIA)는 오는 15일 양재 엘타워에서 '제62회 AIIA 조찬포럼'을 진행합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김경호 플렉스 최고수익책임자(CRO)와 이상훈 플래티어 대표가 발표를 진행합니다. 이날 김 CRO는 AI 네이티브 조직 운영 설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AX 도입 실패 패턴과 극복 전략을 다룰 계획입니다. 육군본부와 세종대 국방사이버안보연구소, 한국사이버국군발전협회는 오는 15일 로얄파크컨벤션 3층 전쟁기념관에서 'AI 창과 방패의 시대, 군 사이버작전의 미래' 행사를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군 사이버작전의 변화와 향후 대응 방향을 다룹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본부장의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두 차례 주제발표를 통해 AI 시대 국방 사이버안보의 주요 과제와 발전 방향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에퀴닉스가 오는 15일 서울 여의도 오피스에서 'AI 시대의 네트워크 인프라 동향 및 미래 전략'을 주제로 미디어 브리핑을 개최합니다. 이번 브리핑에서는 앤서니 호 아시아태평양 제품관리 디렉터가 AI 워크로드 확산에 따라 변화하는 네트워크 인프라 트렌드와 에퀴닉스 패브릭c 포트폴리오의 최신 기술 및 AI 연결성 전략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고객사인 퓨리오사AI와 함께하는 대담 세션을 통해 AI 추론 시대를 위한 차세대 AI 인프라와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메가존클라우드와 데이터독이 15일 서울 강남 레드버튼 컬처 스테이지에서 게임데이를 개최합니다. 참가자가 실제 운영환경과 비슷한 시나리오 속에서 장애를 분석하며 옵저버빌리티와 장애 대응 과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마련됐습니다. KT클라우드는 1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대표 연례 행사 'KT클라우드 서밋 2026'을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에선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AI 기반 기술·서비스, 실제 구축 사례가 공유됩니다. 김봉균 KT클라우드 대표 환영사와 공용준 클라우드본부장, 최옥진 DC본부장의 키노트 발표에 이어 오후에는 두 개 트랙에서 총 20개 세션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16일 부산, 17일 판교에서 컴퓨터 지원 공학(CAE) 기술 세미나 'MAX'를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에선 반도체, 전기전자, 기계, 방위산업 등 다양한 제조 분야에서 활용된 실제 해석 사례와 현장 엔지니어들의 경험이 공유될 예정입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대표 CAE 솔루션인 구조·유동 통합 해석 프로그램 '마이다스 NFX'와 CAD 모델을 그대로 활용해 해석할 수 있는 '마이다스 메쉬프리' 적용 사례도 공개합니다. VTI 코리아는 16일 서울 강남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에서 '엔터프라이즈 AI 세미나'를 실시합니다. IBM, OSC 코리아 전문가들이 참석해 실제 AI 에이전트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 보안, 구축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유라클이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유라클 AI 서밋 2026을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에이전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모듈식 개발 및 관리 방안과 대한의사협회 고객 사례 등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박선원 의원실과 명지대, 창신대는 오는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K-방산 AX 도약을 위한 방산AIDC 민·관·학 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는 방산 AI 데이터센터(AIDC)를 중심으로 민·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방위산업의 AI 전환과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출범식에서는 협의체의 설립 취지와 비전을 발표하고 방산기업의 현장 의견을 공유하며 향후 협력 방향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셀렉트스타와 KMAC, 법무법인 린은 오는 17일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AI 기본법, 대비하고 계신가요?'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기본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대응 방안과 실제 운영 사례를 공유합니다. 특히 법률·컴플라이언스와 AI 운영 현장에서 필요한 책임 있는 AI 체계 구축 및 리스크 관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짚을 예정입니다. 에버퓨어(옛 퓨어스토리지)는 오는 17일 잠실 시그니엘 서울에서 '퓨어 액셀러레이트 서울 2026'을 개최합니다. 이 행사에서는 AI 시대 기업의 데이터 활용 트렌드와 함께 AI 확산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데이터 준비도의 중요성을 조명합니다. 국내외 주요 경영진이 직접 AI 시대 데이터 전략과 고객 사례를 공유하고, 기업의 데이터 관리·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오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네이버클라우드 디펜스 AI 데이'를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모델과 데이터 플랫폼, 인프라를 아우르는 네이버클라우드의 국방 AI 전략과 전장 환경 변화에 따른 소버린 AI 구축 방향을 소개합니다. 자율 무기체계 지능화와 온프레미스 기반 국방 데이터 활용, AI 데이터 통제권을 지키기 위한 방산 특화 클라우드 전략 등 국방 AI 현장 적용을 위한 주요 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플랫폼 상생: AI 기반 콘텐츠 커머스 생태계 구축 국회 토론회 개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AI 기반 콘텐츠 커머스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오는 16일 국회에서 열립니다. 최형두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학회와 한국마케팅학회가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AI 기술 확산에 따른 콘텐츠 커머스 시장 변화와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으며,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습니다. 토론에는 이영철 방송미디어진흥기획과 과장, 고완옥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 과장, 김도윤 인티모 이사, 성동훈 CJ온스타일 플랫폼 본부장, 권창범 법무법인 인 변호사,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 등이 참여합니다. 토론회는 1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됩니다. AI를 활용한 콘텐츠·커머스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와 플랫폼·대기업과의 협력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지가 주요 논점이 될 전망입니다. 주주 소통: 카카오, 소액주주 대상 인적분할 온라인 기업설명회(IR) 카카오가 오는 16일 오후 4시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합니다. 이번 설명회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투자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카카오는 IR에서 인적분할 개요와 추진 배경, 인적분할에 따른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소액주주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간담회 접속 링크와 관련 IR 자료는 카카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됩니다. 특히 카카오가 추진하는 인적분할을 놓고 소액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분할 이후 사업·지배구조 변화와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사회 공헌: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생명나눔 주간 맞이 '모바일 걷기' 행사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제9회 생명나눔 주간(9월 14~20일)을 맞아 이달 30일까지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을 활용한 온라인 걷기 행사를 진행합니다. 이번 행사는 '걷고 뛰고 잡고 나누고 잇고, 희망의씨앗을 잡아라!'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이 일상 속 걷기 활동에 참여하며 생명나눔의 의미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됐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국민은 휴대전화에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을 설치한 뒤 '희망의씨앗을 잡아라!' 챌린지를 검색하면 됩니다. 참가자는 걸음 수에 따라 1걸음당 1점, 하루 최대 8000점을 획득할 수 있고, 워크온 지도 화면에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공식 마스코트인 '나눔이와 이음이'(50점)와 생명나눔의 상징인 '희망의씨앗'(100점)을 찾아 누르면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의 필수 목표 점수는 9만 점으로, 한 명의 뇌사 장기기증자가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2026.09.13 17:14백봉삼 기자

[AI 리더스] 법무법인 태평양 "복잡해진 AI 데이터센터, 통합 자문으로 승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한 부동산 개발사업이 아니라 전력·투자·금융·규제·운영이 모두 연결된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입니다. 각 분야 전문성을 하나로 모아 국내 AI 인프라 프로젝트가 실제 성공 사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한국이 아시아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안현철·박성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 사업에 대한 통합 자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I 인프라전략센터'를 출범했다. ▲부동산·건설 ▲인수합병(M&A)·외국인투자 ▲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에너지·인프라 ▲환경 ▲AI·정보보호 ▲국제통상 등 관련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을 한데 모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태평양이 별도 조직을 꾸린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격 변화가 있다. 과거 부동산 개발사업의 하나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전력과 자본이 필요하고 글로벌 기업까지 참여하면서 여러 전문 영역이 맞물리는 복합 인프라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태평양은 센터 출범 이전부터 해남 국가AI컴퓨팅센터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해외 기업·펀드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등을 자문해왔다. 박 변호사는 "AI 데이터센터는 부동산과 인프라, M&A, 금융, 정보보호, 인허가처럼 과거 나눠져 있던 로펌의 자문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사업"이라며 "각 분야 경험을 하나의 프로젝트에 모으기 위해 AI 인프라전략센터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부지보다 전력이 먼저"…AI 데이터센터 사업 병목으로 AI 데이터센터는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 고객 확보와 장기 이용계약부터 전력 조달, 금융, 시공, 운영까지 사업 초기부터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고 있다. 안 변호사는 "AI 데이터센터는 투자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커지면서 한 국가 안에서만 진행되는 사업이라기보다 국제적인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며 "투자와 합작투자, 수출통제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국제 정세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큰 병목은 전력 확보다. 과거에는 수도권과의 거리나 입지가 데이터센터 부지의 주요 가치였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사업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다. 안 변호사는 " 국내 AI 데이터센터 산업이 성장 단계이기 때문에 금융이나 건설보다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병목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가 한전과 협의하고 전력계통영향평가를 거쳐 수전 용량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만큼 단순히 전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뿐 아니라 양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력 문제로 서비스수준협약(SLA)을 위반하면 운영사에 손해배상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수용성도 주요 변수다. 태평양이 자문한 특정 데이터센터 사업에선 지역주민의 전자파 우려 등으로 건축허가 이후 절차가 지연되자 행정심판과 소송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었다. 안 변호사는 "이전에는 데이터센터 부지의 가치를 볼 때 수도권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등을 중요하게 봤다면 지금은 전력을 얼마나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전력 확보와 주민수용성이 현재 사업 전반부에서 가장 큰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짚었다. AIDC 특별법이 지방 분산 마중물…"시행령이 관건"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AIDC 특별법)'도 주요 변수다. 특별법에는 인허가 원스톱 절차와 타임아웃제,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AIDC 특구 지정·지원 등이 담겼으며 구체적인 기준과 지원 범위는 시행령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두 변호사는 제도가 구체화되면 지방 분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AI 학습용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지연시간과 운영인력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 지방 구축에 유리하고, 해외 투자자들도 수도권 신규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지방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AI 데이터센터는 운영 단계에서 고급 인력이 다수 필요한 시설이 아니고 AI 학습용은 레이턴시에도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며 "전력계통영향평가나 직접 전력 공급 등의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면 지방 분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방식의 지자체 인센티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단순히 국공유지를 장기 임대해주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양질의 전력이 확보돼 있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고 결국 위치와 전력 확보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규제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전력과 용수가 확보된 산업단지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현행 제도에선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시설을 구축해 하이퍼스케일러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단순 임대업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는 사업이 아니라 서비스 수준을 관리하고 운영까지 책임지는 구조"라며 "기존 산업단지를 활용하려면 이런 글로벌 사업 구조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DC 특별법 시행령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준의 기준이 마련된다면 어느 나라에도 없는 획기적인 데이터센터 지원법이 될 수도 있다"며 "전력계통영향평가와 전력 공급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한국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도 옥석 가리기…전력·고객 확보가 생존 가른다 국내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프로젝트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국 각지에서 구축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전력 공급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부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사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지금 발표되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지만 모두 진행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전력도 공급돼야 하고 하이퍼스케일러 테넌트도 확보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실제 데이터센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도 검증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투자자는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장기 이용계약과 최소 이용요금, SLA 등을 통해 예상 매출을 따지고 전기요금 변동과 EPC 초과비용 등 비용 리스크도 살핀다. 안 변호사는 "투자자 입장에선 결국 매출은 많이 나오고 비용은 적게 나와야 한다"며 "하이퍼스케일러와 얼마나 단단한 장기 이용계약을 맺었는지, 최소 이용요금이 있는지, SLA가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를 매출 측면에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 측면에서는 전기요금의 변동성을 어떻게 통제하고 EPC 과정에서 초과 비용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검토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통제를 위한 분산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LNG 자가발전 등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는 반면 AI 수요와 GPU 기술 변화, 국내 전력 공급능력은 향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태평양은 AI 인프라전략센터를 통해 이처럼 복잡해지는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개발과 전력, 투자, 금융, 규제 문제를 함께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까지 자문 범위를 넓히고 성공적인 프로젝트 사례를 축적해 한국의 AI 인프라 경쟁력을 뒷받침한다는 목표다. 안 변호사는 "옥석 가리기를 거쳐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여러 개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 AI 데이터센터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도 "한국이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같은 방향을 향해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아시아 AI 허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아시아 지역 AI 인프라 사업까지 주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6.09.13 16:00한정호 기자

카메라 사이 끊긴 동선 잇는다…영상 AI, '탐지' 넘어 '공간 추적'으로

인공지능(AI)이 영상에서 사람이나 차량을 찾아내는 데서 나아가 이동 경로까지 파악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여러 카메라에 흩어진 동일 객체를 연결하고 영상 속 위치를 실제 공간 좌표로 바꿔 촬영 공백이 생겨도 어디서 어디로 움직였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됐다. 13일 AI 업계에 따르면 공간 AI 기업 오썸피아는 여러 카메라 영상에 등장하는 동일 객체의 이동 이력을 연결하는 '그리드맵 AI' 고도화 방향을 공개했다. 지난 8월 선보인 '객체 주소화' 기술을 카메라 간 추적과 다중 카메라 융합으로 확대했다. 기존 영상 AI는 화면 안에서 사람이나 차량, 연기 등을 찾아내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문제는 대상이 화면 밖으로 사라진 뒤다. 다른 카메라에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도 각각의 영상으로 남기 때문에 이동 경로를 이어 보려면 별도 분석이 필요했다. 오썸피아는 이 단절을 객체 ID와 공간 좌표로 잇는다. 그리드맵 AI가 영상 속 사람이나 차량을 발견하면 고유 ID를 부여하고 화면 속 위치를 실제 공간 좌표로 변환한다. 여기에 시간과 촬영 카메라 정보를 함께 저장해 객체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데이터로 남긴다. 영상 속 객체마다 일종의 '주소'를 붙이는 셈이다. 이 기술은 사람이 A카메라에서 사라진 뒤 B카메라에 나타나면 AI가 외형 특징과 좌표 정보를 비교한다. 같은 객체라고 판단하면 기존 ID를 이어 붙여 이동 이력을 계속 기록한다. 여러 카메라가 같은 대상을 동시에 촬영할 때는 각 영상의 정보를 합친다. 한쪽 화면에서 객체 일부가 가려지거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면 다른 각도의 영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쌓인 정보는 단순히 영상 속 객체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특정 공간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위험구역에 들어갔는지 등을 시간과 위치를 기준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오썸피아는 현재 개발 중인 '그리드맵 2.0'에 다중 카메라 객체 추적과 행동 분석, 이상행동 탐지 기능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영상에서 만든 좌표를 드론과 디지털 트윈에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영상 AI가 이처럼 '탐지'에서 '추적'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는 관제 환경의 변화가 자리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방자치단체 통합관제센터와 연계된 CCTV는 65만여대로, 관제요원 한 명이 평균 477대를 담당했다. 행안부는 이 가운데 AI 기술이 적용된 비율을 37.5%로 보고 있다. 카메라가 많아질수록 사람이 여러 영상을 번갈아 보면서 같은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을 일일이 찾아내기 어렵다. AI가 한 화면에서 이상 상황을 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 다른 영상의 정보를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영상 AI 업계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화비전은 여러 카메라 영상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인물을 찾아 이동 경로를 좁히는 '유사도 검색' 기술을 선보였고, 엔비디아는 여러 카메라에 잡힌 객체를 하나의 ID와 3차원 공간 좌표로 연결하는 다중 카메라 추적 기술을 공개했다. 오썸피아는 여기에 현장 대응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영상 AI가 산불이나 침입자 같은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실제 좌표를 생성하고 해당 위치로 드론을 보내 현장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드론 자동 유도와 디지털 트윈 연계 기능은 단계적으로 개발·검증할 예정이다. 적용 분야도 넓다. 관광시설에서는 방문객 동선과 체류시간을 분석하고 재난 현장에서는 위험 객체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국방과 공항·항만, 스마트시티에서는 여러 카메라와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하나의 공간 데이터로 연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썸피아는 장기적으로 영상에서 생성한 객체 ID와 좌표를 드론·로봇·디지털 트윈 등 다른 시스템이 함께 활용하는 공간 AI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민문호 오썸피아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GPS가 현실 세계의 위치를 좌표화했다면 그리드맵 AI는 영상 속 객체의 위치와 이동 이력을 좌표화하는 기술"이라며 "서로 단절돼 있던 카메라 영상을 하나의 공간 데이터로 연결하고 탐지 이후의 판단과 현장 대응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2026.09.13 14:30김동원 기자

구글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정보 유출…방미심위 국제 공조

구글이 디지털성범죄정보 삭제를 위해 전달받은 피해자 정보를 외부 기관에 제공하면서 해당 정보가 외부 사이트에 공개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국제기구와 해외 플랫폼을 포함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피해정보 삭제와 접속차단을 추진하는 동시에 유사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관리체계 마련도 요구했다. 방미심위는 13일 구글과 문제가 된 사이트를 대상으로 삭제 요청과 긴급 심의를 진행하고, 국제 협력기구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디지털성범죄정보 삭제 과정에서 피해자의 민감한 정보가 오히려 외부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불거진 문제다. 구글이 삭제 요청 과정에서 제출받은 피해자 정보를 외부 기관에 전달했고, 이 정보가 해당 기관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공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방미심위는 지난달 26일 사안을 인지한 직후 성평등가족부와 공조해 피해정보 확산 차단에 착수했다. 구글과 문제 사이트에 직접 삭제를 요구하는 한편 관련 게시물에 대한 긴급 심의를 병행했다. 성평등가족부가 심의를 신청한 게시물 가운데 16건은 정식 심의에 앞서 우선 삭제를 요청한 뒤 접속차단을 요구했다. 이를 포함해 문제 사이트 측에 삭제를 요청한 게시물은 총 42건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관련한 검색어 삭제도 함께 요구했다. 구글에도 별도 조치를 요청했다. 방미심위가 앞서 구글에 삭제를 요구했던 정보와 관련해 문제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삭제하고, 방미심위와 관련해 노출되는 구글 검색 결과에서도 해당 내용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INHOPE 등 국제기구에 사례 공유…미국 NCMEC에도 협조 요청 국내 조치와 함께 해외에서 유사한 피해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국제 공조도 시작했다. 방미심위는 지난 12일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 글로벌 온라인 안전 규제기관 네트워크(GOSRN), 국제방송통신기구(IIC)에 이 사안을 전달했다. 방미심위는 이들 국제기구 회원국을 대상으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와 각국의 대응 상황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내용 역시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며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INHOPE는 각국 핫라인의 아동성착취물 대응을 지원하는 비영리 국제 네트워크다. GOSRN은 안전한 온라인 환경 조성을 위해 구성된 국제 협의체이며, IIC는 정보통신 접근성 확대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정책 등을 다루는 비영리 국제기구다. 디지털성범죄정보 대응 과정에서 협력해온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도 이번 사건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NCMEC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 근절과 아동학대 예방 활동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다. 구글 메타 X 틱톡 등에 피해정보 외부 공유 방지 요구 방미심위는 이번 일을 특정 사이트의 게시물 삭제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해외 플랫폼의 정보 관리 문제로 보고 대응 범위를 넓혔다. 구글을 비롯해 메타코리아, X코리아, 틱톡코리아 등 시정요청 대상 해외 사업자 12곳과 글로벌 CDN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이번 사안을 전달했다. 이들 사업자에는 방미심위가 전달하는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거나 공개하지 않도록 별도의 관리·보호 체계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방미심위가 해외 사업자에 보내는 시정요청에는 심의를 거쳐 불법 유해정보로 판단된 내용뿐 아니라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삭제를 위해 전달된 정보가 다시 외부 기관으로 넘어가 유통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요청 자료의 취급 절차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디지털성범죄정보와 불법·유해정보의 재유통을 차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보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고광헌 방미심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외면해버린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사태의 조속한 해결 및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한 국내외 협력 기관 사업자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6.09.13 13:24박수형 기자

앤트로픽 "中 AI 증류 막자"…와이콤비네이터 "美 기업엔 허용"

미국 오픈웨이트 인공지능(AI) 기업이 프런티어 AI 모델로 증류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AI 핵심 역량이 소수 폐쇄형 모델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미국 내 오픈웨이트 AI 생태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12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개리 탄 와이콤비네이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도 이같은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탄 CEO는 미국의 소규모 오픈웨이트 AI 기업이 미국 프런티어 AI 기업 모델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중국산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에서 더 다양한 오픈웨이트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증류는 고성능 AI 모델에 대량의 질문을 입력하고 생성된 답변을 활용해 다른 모델 성능을 높이는 학습 기법이다. AI 업계에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때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기술로 알려졌다. 다만 개발사 허가 없이 대규모로 진행할 경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발언은 앤트로픽이 중국 AI 기업의 무단 증류 행위를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등장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두 번째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국 AI 기업들이 신원을 숨기고 탈취한 계정 정보 등을 이용해 허가 없이 클로드 모델을 증류하는 '불법 증류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미국 규제 당국에 증류 행위 단속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반면 탄 CEO는 탈취한 계정이나 사기 수법을 이용한 증류에는 반대하면서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프런티어 모델에 접근한 기업까지 모델 출력물을 학습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탄 CEO는 폐쇄형 AI 기업이 고객의 모델 이용 방식까지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프런티어 AI 기업도 인터넷에 공개된 방대한 인간 지식과 저작물을 활용해 모델을 학습한 만큼 이를 통해 만들어진 AI 지능에 대한 접근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는 프런티어 AI 기업과 오픈웨이트 AI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런티어 기업이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 동시에 오픈웨이트 모델도 이용자에게 선택권과 접근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 CEO는 "AI의 악몽 같은 시나리오이자 파국적 시나리오는 단 하나의 기업만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 기업이 가장 뛰어난 자본 접근성과 최고의 AI 연구자들을 갖고 독주해 결국 하나의 거대한 기업만 남는다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13 12:00김미정 기자

추석 소포 1433만개 쏟아진다…우체국 16일간 비상근무

추석을 앞두고 전국 우체국에 1400만개가 넘는 소포가 몰릴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하루 평균 143만개에 달하는 명절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전국 물류시설을 최대 가동하고 16일간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우본은 14일부터 29일까지를 2026년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소포우편물의 안전하고 신속한 배송을 위한 비상근무체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전국에서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포우편물은 약 1433만개다. 하루 평균으로는 143만개로 지난해 추석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물량이 집중되는 데 대비해 전국 24개 집중국과 3개 물류센터를 최대한 가동한다. 배송 물량뿐 아니라 기상 상황에도 대비한다. 태풍과 폭염, 호우 등에 따른 작업자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우편 기계와 전기시설, 차량에 대한 현장점검을 마쳤다.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업무를 중단하거나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직원 교육도 강화한다. 박인환 우정사업본부장은 “추석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로, 국민께서 접수하는 소포우편물을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시적 물량 폭증으로 일부 우편물 배달이 지연될 수 있는 점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명절 소포를 보낼 때 포장과 주소 기재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예컨대 어패류와 육류 등 신선식품은 아이스팩을 넣어 포장하고 부직포, 스티로폼, 보자기로 포장한 물품은 종이상자 등으로 한 번 더 포장하는 것이 좋다. 우편번호와 주소를 정확히 적고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도 함께 기재해야 한다.

2026.09.13 12:00박수형 기자

"블리자드 '와우: 포에버', 2004년 낭만과 영원성 담았다"

[애너하임(미국)=정진성 기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블리즈컨 2026'을 통해 오리지널의 정통성을 재해석한 신작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포에버(이하 와우: 포에버)'를 전격 공개했다. 2004년 시작된 아제로스의 클래식 세계관을 수평적으로 확장해 새로운 지역과 신규 종족, 독자적인 엔드게임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12일(현지시각) 블리즈컨 2026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나 레센데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와우: 포에버는 2004년 오리지널의 정통성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플레이어들에게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시간선을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그 시절 아제로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채워 넣음으로써 진정한 모험의 낭만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부제인 '포에버'에는 개발팀의 철학과 지속성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 과거 실험적인 시도로 호평받았던 '디스커버리 시즌'이 기간 한정 이벤트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와우 포에버는 영구적인 서비스 공간을 지향한다. 아나 엔지니어는 "플레이어들이 언제든 편하게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스토리를 미래로 전개하지 않고 2004년 시점의 세계관 내에서 수평적 확장을 이어가는 영원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합류하는 신규 종족 '스카이본'은 고대 왕국에서 추방된 하이 엘프 망명자라는 설정을 지녔다. 얼라이언스와 호드 중 원하는 진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기존 역사와 충돌하지 않도록 치밀하게 배치됐다. 아나 엔지니어는 "기존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구성해 '원래 존재했으나 위를 올려다보지 않아 보이지 않았던 존재'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며 "모던 와우의 하우징 색상이나 탈것 등에 영감을 주고받았지만, 종족 자체는 포에버 독점으로 운영된다"고 못 박았다. 진영의 제약을 깬 '포세이큰 성기사'와 '드워프 주술사'의 등장 배경도 공개됐다. 클래식 초기 얼라이언스의 성기사, 호드의 주술사로 고정됐던 틀을 깨고 이용자들의 오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다. 그는 "디스커버리 시즌에서 시도했던 마법사 힐러 같은 파격적인 변화는 지양하고, 원작의 정통성과 판타지적 설정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용자 선택권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신규 지역으로 추가되는 '하이잘 산'과 신규 20인 공격대는 색다른 서사 방식을 선보인다. 아키몬드 처치 후 정상의 힘이 빠져나가는 사건을 다루며, 독자적인 타임 버블 구조를 채택했다. 아나 엔지니어는 이를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첩(Found Photographs)'에 비유하며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부모님의 어릴 적 사진을 보듯, 모던 와우의 정사를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 아제로스의 숨은 이야기를 재발견하는 예술적 허용을 부여했다"고 짚었다. 공격대(레이드) 콘텐츠는 10인과 20인 고정 규모로 설계됐으며, 탄력적 공격대는 적용되지 않는다. 직업이나 전문화의 제한 없이 친구들과 함께 도전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췄다. 특히 파티 찾기 도구와 이용자 검색 명령어 기능을 개편하되 자동 매칭은 배제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화하고 조율하며 발생하는 마찰과 소통이야말로 와우의 핵심 가치"라며 "공식 월드 퍼스트 레이스(WFR) 지원은 없지만 커뮤니티 중심의 자발적인 도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규 및 복귀 이용자의 안착을 돕는 시스템적 배려도 갖췄다. 최고 레벨은 60으로 고정되며, 계정 단위 보상을 제공하는 '낭만 시스템'을 통해 부캐릭터 육성을 적극 장려한다. 아나 엔지니어는 "엔드게임뿐만 아니라 레벨링 여정 자체의 가치를 높여 신규 이용자가 언제 시작하더라도 주변에 함께할 모험가가 존재하도록 설계했다"며 "컨트롤러 및 게임패드 공식 지원과 소셜 모닥불 기능 등을 더해 조작과 소통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고 진단했다. 전역 조명과 입체적인 안개, 물 반사 효과 등 한층 진일보한 그래픽 엔진을 적용해 시각적 깊이감도 끌어올렸다. 아나 엔지니어는 "내부 개발진조차 플레이 도중 감탄하며 스크린샷을 찍을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운 아제로스를 구현했다"며 "지금까지 와우를 경험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에게도 포에버는 모험을 시작하기에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우: 포에버는 활성화된 와우 게임 시간을 보유하고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사전 에디션 구매자를 대상으로 오는 9월 17일부터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뒤 11월 4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2026.09.13 11:37정진성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 AI 클래스' 2학기 모집…누적 17만5000명 수료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체험 프로그램인 '갤럭시 AI 클래스' 2학기 참여 학급을 14일부터 모집한다고 13일 밝혔다. 대상은 전국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이다. 신청은 담당 교사가 학급 단위로 삼성닷컴을 통해 진행하며, 일정과 희망 과목을 협의한 뒤 최종 선정된다. 선발된 학급에는 전문 강사가 직접 방문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한 수업을 제공한다. 이번 2학기부터는 교육 과정이 개편된다. AI 윤리와 올바른 사용법을 이론과 실습으로 배우는 'AI 기본 소양' 과목이 1교시에 신설된다. 2교시는 기존 진로·드로잉 외에 환경, 역사, 여행 등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창의적 체험 활동 중심으로 재편된다. 2025년 시작된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 1학기까지 누적 1000여 개교, 약 17만5000 명의 학생이 수료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2학기 교육을 통해 누적 수료생 25만 명을 돌파할 계획이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갤럭시 AI 클래스는 학생들이 AI를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AI 활용 역량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수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9.13 10:00진운용 기자

[안광섭 AI 진테제] 미 정부 사이버보안 권고문이 의미하는 것

지난 9월 8일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 연방수사국(FBI)이 합동 사이버보안 권고문을 냈다. 중국 AI 기업 여섯 곳이 미국 프런티어 모델을 상대로 산업 규모의 지식 증류를 해왔다는 내용이다. 지식 증류는 큰 모델의 출력을 학습 데이터로 삼아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이다. 문서 번호는 AA26-251A이고, 배포 제한 없이 전문이 공개돼 있다. 이야기 자체는 새롭지 않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돌던 말이고, 4월 30일에는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와의 소송 법정에서 xAI가 오픈AI 모델을 어느 정도 증류에 활용했다고 인정했다. 7월 21일에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해외 모델이 미국 기업의 것을 훔친다면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보기관과 수사기관 세 곳이 이름을 걸고 기업 실명과 모델 목록까지 붙여 문서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보도는 명단과 규모에 몰려 있다. 그런데 이 문서는 고발장이 아니라 방어 지침서다. 미국 AI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문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그중 두 번째 권고가 이렇다. 증류로 의심되는 요청에는 응답을 미묘하게 바꾸라는 것이다. 추론 깊이를 줄이거나, 맞는 결론을 다른 논리로 제시하거나, 문체를 흔들어서 학습 가치를 떨어뜨리라고 적었다. 권고문은 "덜 정교한 다운그레이드 모델"로 답하는 방식도 예로 든다. 그리고 한 문장이 더 붙는다. 다운그레이드 모델로 바꿨다는 사실을 증류 의심 사용자에게 알리지 말라는 것이다. 알리면 회피 기법을 개선하고 학습을 언제 되돌릴지 알게 된다는 이유다. 대신 AI 안전 연구자와 제3자 평가기관에는 변경 사실을 알리라고 따로 적어뒀다. 알림 대상을 이렇게 명시적으로 나눴다는 것은, 제공사가 증류 의심으로 분류한 계정은 알림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 분류가 맞았다면 문제가 없다. 틀렸을 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유료로 API를 쓰는 전 세계 기업 고객이다. 여섯 개 회사와 모델 목록 먼저 문서가 무엇을 주장하는지부터 정리한다. 권고문은 중국의 딥시크, 문샷AI, 알리바바, MiniMax, 스텝펀, Z.AI 여섯 곳을 지목했다. 늦어도 2024년 말부터 클로드, GPT, 제미나이, 그록의 여러 버전에서 수백만 건의 요청으로 수십억 토큰을 뽑아냈고, 중국 정부가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딥시크는 R1과 V3를 훈련하려고 클로드 소네트 3.7·4·4.5, 클로드 오퍼스 4.1, 제미나이 2와 2.5 프로·플래시, GPT-4 계열, GPT-5, 그록 3 미니와 4까지 14개 모델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표에 적혀 있다. 뽑아낸 항목도 구체적이다. 법률 특화 최적화, API 규칙 기반 작업, 사고 사슬(CoT, Chain of Thought) 초안을 활용한 작문, 질의응답 최적화, 에이전트 기능 같은 것들이다. 사고 사슬은 모델이 답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중간 추론을 말한다. 권고문은 딥시크가 공개한 훈련비 560만 달러가 오해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증류로 확보한 데이터의 실제 비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문샷AI는 표에 열거된 미국 모델만 17개다. Kimi K3에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Fable 5 데이터를, Kimi K2에는 GPT-4o 데이터를 썼다고 적혀 있다. MiniMax 대목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M2 모델의 사고 사슬 추론과 코드 리뷰 능력을 올리려고 클로드 코드와 클로드 소네트 4, 오퍼스 4.5, 제미나이 3 프로 등을 썼는데, 여기에 두 가지가 더 붙는다. 하나는 클로드 코드를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 그대로 썼다는 것, 다른 하나는 프롬프트 인젝션으로 클로드 코드가 스스로를 MiniMax 제품이라고 믿게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새 클로드 모델이 나오면 24시간 안에 요청을 그쪽으로 옮겼다는 관찰도 있다. 접근 경로도 정리돼 있다. 공식 API, 클라우드 사업자, 사용자 정보를 자동으로 지워주는 서드파티 애그리게이터, 그리고 '트랜스퍼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프록시 회색시장이다. 정가의 일부만 받고 프런티어 모델 접근을 되파는 곳들이다. 스텝펀은 직원별 계정 풀을 만들어 동시 세션을 돌리고 할당량이 마르지 않게 부하를 분산했다고 적혀 있다. 계약 위반에서 위협 분류체계로 이 문서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형식에 있다.지금까지 증류는 약관 문제였다. 서비스 이용약관을 어겼으니 계정을 막거나 민사로 다투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번 권고문은 증류 행위를 'MITRE ATLAS'에 매핑했다. MITRE ATLAS는 AI 시스템을 겨냥한 공격 기법을 단계별로 분류한 체계로, 국가 배후 해킹을 기술할 때 쓰는 문법과 같다. 권고문은 자원 확보, 모델 접근, 실행과 방어 회피, 탐색, 공격 준비, 수집, 탈취, 영향까지 공격자 생애주기 단계별로 기법 번호를 붙였다. 여기 등록된 기법 중에는 프롬프트 인젝션과 탈옥도 있다. 모델이 숨긴 사고 사슬을 뱉어내게 유도하는 프롬프트가 대표 사례로 올라와 있다. 지금까지 레드팀 연구자와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일상적으로 하던 시도가, 특정 조건에서는 공격 기법 번호를 갖게 된 셈이다. 권고문은 대응이 개별 기업 단위로는 어렵다고 보고 세 번째 권고를 붙였다. 모델 제공사, 클라우드, API 애그리게이터가 활동 정보를 서로 맞춰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문서 요약부는 이 조율이 미국 정부와 민간, 그리고 '동맹국'에 걸쳐야 한다고 적었다. 한국에서 이 문장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떤 형태로든 요청이 오면, 국내 클라우드와 리셀러가 보유한 호출 로그가 대조 대상이 될 수 있다. 탐지 지표를 한국에 대입해보면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 것이다. 권고문은 증류 계정을 어떻게 찾아낼지를 지표로 제시했는데, 그 지표가 국적이나 신원이 아니라 전부 행동이다. 문서에 적힌 탐지 지표와 기법 기술을 국내 팀의 일상 운영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된다. -여러 IP·User-Agent에서 한 계정 사용 → 팀 단위 계정 공유, 재택과 사무실 혼용 -사람의 휴식 시간 없는 24시간 지속 호출 → 야간 배치 파이프라인, 크론잡 -신규 구독이 곧바로 최대 사용량 → 도입 첫 주 개념검증 풀가동 -구독 수 대비 API 사용량 비율 이상 → 시트는 적고 서버 호출만 많은 구조 -서드파티 애그리게이터·릴레이 경유 → 라우터나 리셀러를 통한 우회 결제 -작업 다양성보다 캐시 적중률 최적화 → 프롬프트 캐싱, 벤더가 권장하는 비용 절감법 -가격·요금 변동에 따른 경로 전환 → 멀티 프로바이더 비용 최적화 라우팅 -유사한 프롬프트의 대량 반복 호출 → 평가셋 돌리기, 대량 분류, 합성 데이터 생성 즉, 클로드 소네트로 사내 문서 10만 건을 분류하는 작업과, 같은 모델로 학습 데이터를 뽑는 작업은 호출 로그에서 거의 같아 보인다. 프롬프트를 읽지 않는 한 구분되지 않고, 프롬프트를 읽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한 가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자체 모델을 만드는 팀들이 대형 상용 모델의 출력을 학습 데이터로 쓰고 있는지, 쓴다면 어느 범위까지인지는 확인된 자료가 없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한 팀들이 8월 2차 평가에 맞춰 모델과 기술 리포트를 공개했지만, 학습 데이터의 조달 경로가 이 질문에 답할 만큼 상세히 공개되지는 않았다. 물어볼 만한 질문이라고 본다. 통보 없는 성능저하가 만드는 것 권고문의 두 번째 권고로 돌아간다. 기업이 API를 살 때 실제로 사는 것은 두 가지다. 특정 성능의 모델, 그리고 그 성능이 유지된다는 예측 가능성이다. 뒤의 것이 없으면 앞의 것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권고문은 의심 계정에 대해 응답 품질을 낮추되 알리지 말라고 했고, 변경을 요청마다 다르게 주라고까지 적었다. 상대가 품질 평가로 열화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권고문이 이것을 아무렇지 않게 권한 것은 아니다. 출력에 계산된 노이즈를 섞어 정보 추출을 막는 차등 프라이버시를 설명하면서 노이즈와 효용은 맞바꾸는 관계라고 분명히 적었고, 이론상의 설정이 실제 정확도 저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썼다. 신중한 조정과 실증 감사가 필요하다는 단서도 달았다. 여러 출처의 활동을 대조해 확신이 높아져야 정상 사용자 피해가 거의 없는 열화(劣化, 보안이나 AI 시스템의 성능 및 기능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것)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뒤집어 읽으면, 그 대조 없이 하는 열화에는 정상 사용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문서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그 확신의 문턱을 정하는 주체가 모델 제공사라는 점이다. 오탐이 났을 때 알아차릴 방법이 고객 쪽에는 없다. 응답이 조금 얕아진 것이 모델 업데이트 때문인지, 요청 문장 차이 때문인지, 열화 조치 때문인지 구분할 단서가 없다. 어제까지 잘 돌던 파이프라인의 출력이 미묘하게 나빠졌을 때, 지금까지는 우리 프롬프트를 의심했다. 이제는 의심할 후보가 하나 늘었는데 확인할 도구는 늘지 않았다. 이것은 컴플라이언스 문제가 아니라 관측 가능성 문제다. 그리고 관측 가능성 문제에는 대응할 방법이 있다. 필자 위치와 판단 밝혀둘 것이 있다. 필자는 현재 이 권고문에 이름이 오른 여섯 곳 중 하나인 MiniMax의 한국 시장 GTM 파트너다. 이 글에서 내린 결론은 권고문에 적힌 내용을 다른 다섯 곳과 똑같은 무게로 쓰는 것이었다. 클로드 코드가 스스로를 MiniMax 제품이라고 믿게 만들려 했다는 대목은 이 문서에서 가장 무거운 기술 중 하나이고, 이해관계 때문에 빼는 것은 독자에게 손해다. 필자는 시장 진입과 확산을 돕는 GTM 파트너이지 기술 파트너가 아니어서, 모델 학습 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 위에서 판단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이 권고문은, 수상해 보이는 사용자에게는 조용히 덜 똑똑한 답을 주라는 지시다. 수신자 칸에는 미국 AI 기업이 적혀 있지만, 실제로 조건이 바뀌는 쪽은 그 기업의 고객 전부다. 미국 정부는 이 문서에서 중국 기업에 부과할 제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미국 AI 기업에 자기 고객을 감시하고 선별하라고 요구했다. 규제를 공급망 안쪽으로 밀어넣은 구조이고, 이런 구조에서는 비용이 항상 아래로 흐른다. 계정 심사가 촘촘해지고, 사용 패턴 설명을 요구받는 일이 늘고, 애그리게이터 경유 트래픽의 지위가 애매해진다. 그래서 실무에서 할 일은 규정 준수가 아니라 계측이라고 본다.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자체 회귀 테스트 세트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우리 업무에서 실제로 쓰는 프롬프트 30~50개를 고정하고, 기대 출력의 품질 기준을 정해서 주기적으로 돌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열화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잡기 위해서다. 모델 업데이트든 조치든, 우리 쪽에 기록이 있어야 제공사와 대화가 된다. 둘째, 경로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격 때문에 여러 리셀러와 라우터를 섞어 쓰고 있다면, 지금은 그 절감분과 계정 지위의 불확실성을 같이 계산해 볼 시점이다. 권고문이 애그리게이터와 프록시를 회피 수단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셋째, 계정 관리다. 팀 공유 계정을 개인 인증 계정으로 나누고, 서버 호출은 사람 계정과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표의 지표 두세 개는 사라진다. 이 세 번째가 실제로 가장 자주 보이는 패턴이다. 필자가 만난 기업 중 의외로 많은 곳이 계정 공유 형태로 각종 AI 서비스를 쓰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이는 약관 위반이다. 한계도 분명히 해둔다. 이것은 권고이지 의무가 아니다. 어떤 기업이 실제로 응답 열화를 적용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2026년 2월 23일 증류 공격 탐지에 관한 글에서 불법 증류에 대한 모델 출력의 효용을 낮추는 안전장치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 구글도 위협 보고서에서 증류를 다뤘지만, 두 회사 모두 특정 계정에 통보 없는 열화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적은 없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그렇게 하라는 공식 권고가 문서로 존재한다는 사실뿐이다. 마치며 여섯 개 회사의 이름과 수십 개의 모델 목록은 이 문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실무를 바꾸는 부분은 아니다. 실무를 바꾸는 것은 탐지가 신원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는 설계와, 대응이 차단이 아니라 통보 없는 열화라는 선택이다. 이 둘이 겹치면 정상 사용자도 같은 그물에 들어가고, 들어갔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API를 끊을 일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전제 하나가 약해졌으니, 그 전제를 스스로 확인할 장치를 만들어 두자는 이야기다. 계측은 원래 신뢰가 흔들릴 때 만드는 것이다. ◆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이자 INLEVEL9(인레벨나인) 전략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기업의 AI 도입과 전환, 시장 진입과 GTM 전략 컨설팅을 이끌고 있다. 넥슨, 한화생명, 노션 한국 론칭, 카카오브레인 AI 제품, 감마 GTM 전략을 거치며 제품과 시장,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일을 해왔다. 인간과 AI가 오래 함께 일할 때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지를 연구한다. 장기 대화형 AI의 기억 아키텍처를 다룬 'HEMA-2' 논문이 한국인공지능학회에 채택됐고, 에이전틱 AI 제품의 신뢰 붕괴를 분석한 논문을 JAIH에 발표했다.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선별하는 Daily Arxiv를 운영한다. 지은 책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는 202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에 선정됐다. 기술·경제·인문을 교차해 읽는 뉴스레터 INLEVEL9 Letter(https://letter.inlevel9.com/)를 매일 오전 11시에 발행한다.

2026.09.13 09:56안광섭 컬럼니스트

네이버, 사우디 진출 3년 차…'중동 결실'이냐 '가능성 확인'이냐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 기술력을 인정받아 사우디 국가 디지털표준 플랫폼으로 채택된 것에 이어 디지털 전환(DX) 영역을 지방행정·생활 전반으로 넓힌다. 이는 사우디 진출 3년 만의 결실로 전문가들은 기술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뚜렷한 재무적 성과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13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기술 전시회 'LEAP 2026'에 참가해 사우디 부동산 등기기관 RER과 부동산·지방행정 분야 디지털 전환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우디 음식점 검색·예약 플랫폼 WDDK와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네이버클라우드와 사우디 국립주택공사(NHC)의 디지털 전문 자회사 NHC이노베이션이 사우디 현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합작투자사(JV)다. 이번 협력을 통해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사우디의 DX 사업 영역을 디지털 트윈에서 부동산·지방행정, 음식점·예약 등 생활서비스로 넓히게 됐다. 이는 네이버가 사우디에서 사업을 수주한 후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주요 도시 사업 수주 3년 만에…사우디 국가 디지털표준 플랫폼 채택 네이버가 사우디와 처음 사업 가능성을 타진한 것은 2022년 11월부터다. 당시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은 네이버 제2사옥인 1784를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듬해 3월 해당 부처와 주택부는 네이버와 국가 차원의 DX 협력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네이버는 사우디로부터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회사는 사우디 DX를 위해 IoT·스마트시티 기술 솔루션 기업 iot squared를 파트너사로 확보했다. 2024년 7월 네이버는 사우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고, 지난해 메카·메디나·제다 3개 도시에서 구축을 완료해 92만 동 이상의 건물을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했다. 올해 8월에는 사우디 디지털정부청으로부터 지자체용 플랫폼으로 공식 승인받아 '국가 디지털표준 플랫폼'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중동 전쟁 변수로…재택서 다시 사무실 복귀 네이버의 사우디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2월 말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란이 사우디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자 네이버는 3월 현지법인을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이때 네이버는 사우디와 본사 간 실시간 핫라인을 운영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현지 법인은 한 달 만에 재택을 해제하고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출근시켰으며, 이때 글로벌 사업을 담당한 채선주 대외전략대표는 사우디로 출장을 떠나 현지 정부 측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트윈, 매출 반영 2년째…성장세는 잠잠 왜? 네이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이 사우디의 국가 디지털트윈 표준 플랫폼으로 채택됨에 따라 현지 정부는 각 지자체에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 시 네이버의 플랫폼을 우선 도입하는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디지털 트윈의 경우 엔터프라이즈 부문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사업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될 시 재무 기여도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디지털 트윈 사업이 엔터프라이즈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2024년 3분기부터다. 당시 네이버 클라우드 매출은 144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분류 기준이 변경되며 해당 사업이 속한 엔터프라이즈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1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1537억원으로 37억원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어려운 일이지만 디지털 트윈 자체를 구축하는 것은 잘하고 있다”면서 “특히 수자원공사와 함께 홍수, 자연재해 해결과 도시 계획이 맞물리며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성과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이 별로 없다. 사우디 쪽에서 예산이 잘 안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디지털 트윈 사업이 공장 레벨에서는 필수로 전환되는 것이 지금 업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슈퍼앱·로보틱스 등 다른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국내에서 대규모 사용자 대상 AI, 검색, 지도 등 B2C 서비스를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로벌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6.09.13 09:18박서린 기자

"자산 식별 없는 제로트러스트는 모래성"

"'자산 식별' 없이 제로트러스트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입니다." "미국은 제로트러스트 도입을 위해 '자산 식별'부터 데이터 등급 분류까지 도입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솔루션부터 찾습니다." 한국정보보호학회가 지난 11일 개최한 '제5회 금융보안워크숍'에서 보안 전문가들은 제로트러스트 구현을 위해 '자산 식별'부터 완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워크숍 오전 세션에서는 금융권의 제로트러스트 구현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먼저 박정수 강남대 교수는 '제로트러스트 도입을 위한 자산 식별 및 데이터 등급별 안전한 전송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제로트러스트 도입 선행 조건은 자산 식별이다"라며 "자산이 분류되지 않으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제로트러스트는 식별된 자산을 위험도 기반으로 분리하고, 워크로드를 분리하며, 나아가 세그멘테이션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스텝은 데이터를 등급별로 통제해야 한다. 데이터의 민감도와 보안 등급을 기준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의 제로트러스트와 한국의 차이점을 지목하며, 제로트러스트 도입에 필요한 방법론을 강연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제로트러스트를 가장 빠르게 적용하고 있는 곳은 미 국방부(DoW)"라며 "왜 DoW가 가장 빠른지를 생각해보면 사실 간단하다. 국방 분야는 데이터 등급과 자산이 잘 식별돼 있는 상태다. 그렇다 보니 제로트러스트를 접목하기에 가장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한국은 거꾸로 제로트러스트 실증사업부터 진행하고 있다. 제로트러스트 구현을 위한 솔루션부터 도입하고자 한다"며 "제로트러스트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대응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그런데 실증사업 과정에서 솔루션부터 찾고 있으니 솔루션 제공 업체들은 솔루션 하나만 도입하면 제로트러스트가 구현된다는 식으로 홍보한다"고 지적했다. 제로트러스트는 한 번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산 식별'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 꿰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에서는 제로트러스트 달성 과정을 등산하는 사람으로 표현해 놓았다. 이는 적절한 비유"라며 "등산로는 하나가 아니다.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차를 끌고 올라가 중턱부터 등반을 시작할 수도 있으며,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힘들면 내려오면 된다. 제로트러스트도 마찬가지로 5가지의 기준이 있고, 각 기준별로 도달하는 지점도 다르다. 또한 제로트러스트를 도입하는 기업이나 기관마다 보안 수준도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사들, '제로트러스트 범위 넓다' 불만…'선택과 집중' 필요" 김형욱 글로웰시스템 부대표도 '금융권 제로트러스트: 자산인식부터 AI활용까지'를 주제로 발표하며, 제로트러스트 달성을 위해 자산 식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제로트러스트 컨설팅을 진행하면 많은 금융사들이 '범위가 너무 넓다'는 고민들 꺼내 놓는다. 또 '제로트러스트에서 요구하는 보안 조치를 해 놓으면 인공지능(AI)을 쓸 수 없다'고 고민한다"면서도 "이는 제로트러스트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제로트러스트는 한 번에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여정이다. 인증부터 취약점, 자산식별 등 각 요소별로 성숙도 레벨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다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제로트러스트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구현 요소 중 1~2개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실질적인 구현 방법론이 나와야 한다. 이에 맞춰 단기적인 모듈화 에시를 마련하거나 규제에 관한 대응이나 특성화 내용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각 회사별 성숙도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금융 회사들이 가진 고민을 덜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의 발표가 마무리되고 이날 현장에서는 '금융회사의 보안 아키텍처는 80~90년대 레거시 장치가 많아 제로트러스트 철학 반영이 어렵다. 기존 환경에서 제로트러스트 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은 없는지' 등의 질문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 부대표는 "레거시 장치가 많은 현 금융권의 보안 체계에서 제로트러스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산 식별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산 관리와 인식 수준이 향상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로트러스트를 도입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금융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산 식별이다"라고 역설했다.

2026.09.13 09:10김기찬 기자

SKT, 경남 4개 군 직접 찾아가 보이스피싱 예방·휴대폰 점검

SK텔레콤이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주민을 직접 찾아가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부터 스마트폰 활용법, 단말 점검까지 제공한다. 기존에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방문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확대해 지역별 여건과 주민 수요에 맞춘 지원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산청군청에서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과 안전한 통신 서비스 이용과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신성범 국회의원과 유명현 산청군수, 진병영 함양군수, 이홍기 거창군수, 김윤철 합천군수, 이혜연 SK텔레콤 고객가치혁신실장, 김우람 대외지원실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의 핵심은 SK텔레콤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운영해온 서비스를 지자체와 함께하는 민관 협력 모델로 확대한 데 있다. 각 지자체가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과 지역별 여건을 반영해 행사 장소와 운영 방식, 참여 규모 등을 정하고 SK텔레콤이 현장에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한다. SK텔레콤은 4개 군에서 각각 2차례씩 모두 8차례 찾아가는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예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뿐 아니라 실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실습형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스마트폰이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기는 불편도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 주민들은 휴대폰 활용법을 배우고 평소 궁금했던 통신 서비스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다. 필요한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반복해서 익힐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도 제공한다. 단말 관리 서비스는 가입한 통신사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평소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스마트폰 살균 클리닝과 보호필름 교체, 기기 점검 등을 현장에서 지원한다. 이번 서비스 지역은 디지털 이용 지원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산청군 46.3%, 함양군 42.2%, 거창군 34.7%, 합천군 48.9%다. 전국 평균 21.7%보다 1.6~2.3배 높은 수준이다. 신성범 의원은 “이처럼 고령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보이스피싱 등 금융 피해 사례가 많고 디지털 정보격차 역시 매우 크다”며 “직접 전문가들과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민관 협력체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이에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서비스'와 연계해 이번 교육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찾아가는 서비스의 운영 지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올해 전국 74개 시·군에서 총 145차례 서비스를 진행해 약 1만 3000명의 고객을 직접 만났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지자체가 가진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민 접근성과 참여도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유명현 산청군수는 “이번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 주민의 목소리와 통신 환경 등 생활 여건을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한 교육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SK텔레콤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연 SK텔레콤 고객가치혁신실장은 “고객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목소리를 듣는 것은 고객 신뢰 강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와 함께 주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13 09:07박수형 기자

코요테, 야생보다 도시에 9배 많이 산다...왜

사람을 피해 야생에서 살아갈 것 같은 코요테가 오히려 도시에 더 많이 모여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애틀의 코요테 밀도가 같은 주 야생지역보다 약 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에서는 늑대나 퓨마 같은 천적을 만날 가능성이 적고 먹이 선택지도 다양해 코요테에게 의외로 살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과학전문매체 Phys.org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시애틀과 워싱턴주 야생지역에 서식하는 코요테의 개체 밀도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생태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시애틀 전역과 워싱턴주 북중부 윈스럽, 북동부 슈웰라 인근 야생지역에서 코요테 배설물을 수집했다. 배설물에 남아 있는 DNA를 분석해 어떤 코요테가 남긴 것인지 식별하고, 같은 개체의 배설물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발견되는지 등을 토대로 지역별 개체 밀도를 추정했다. 분석한 배설물은 총 842개였다. 여기에서 서로 다른 코요테 213마리를 식별했다. 그 결과 시애틀의 코요테 밀도는 워싱턴주의 보다 자연적인 야생지역과 비교해 약 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로라 프루 워싱턴대 환경·산림과학과 교수는 "시애틀에서 주 내 자연·야생지역보다 코요테 밀도가 9배 높은 것을 관찰했다"며 "코요테가 사람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결과일 수 있지만, 도시 환경이 코요테에게 얼마나 이상적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코요테는 지난 100년간 북미 주요 대도시 대부분으로 서식 범위를 넓혔다. 워싱턴주에서도 도시와 교외 공원, 녹지 등 사람과 가까운 공간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연구진은 코요테가 도시에서 높은 밀도로 살아갈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로 낮은 사망 위험을 꼽았다. 야생에서는 코요테보다 몸집이 큰 늑대와 퓨마 등이 코요테를 사냥한다. 반면 도시에는 이런 대형 포식자가 드물어 코요테가 사실상 상위 포식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코요테를 죽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도시에서 코요테의 주요 사망 원인은 자동차 사고와 질병 등이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 때문에 도시 코요테가 야생에 사는 개체보다 죽을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먹을거리도 다양했다.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도시 코요테가 먹는 먹이 종류는 야생 코요테보다 두 배 이상 다양했다. 도시와 야생 모두 열매와 토끼를 주요 먹이로 삼았지만 도시에서는 더 폭넓은 먹이원을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연구진은 최근 수십 년간 시애틀에서 토끼가 크게 늘어난 현상에도 주목했다. 코요테가 여러 생태계에서 토끼를 주요 먹이로 삼는 만큼 도시의 풍부한 토끼가 코요테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토끼 개체 수와 코요테 밀도의 관계를 직접 검증할 충분한 자료가 없어 이를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도시와 야생'을 비교했을 때와 '도시 안'만 들여다봤을 때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시애틀 내부에서 코요테가 어디에 많이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구밀도와 소득, 대기오염, 나무가 덮인 면적, 건물과 도로 등 여러 요인을 비교했다. 이 가운데 코요테 밀도와 뚜렷한 관계가 나타난 것은 사람의 밀도였다.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코요테 밀도는 낮았다. 즉 코요테가 도시 환경의 이점을 이용하면서도 사람과 직접 마주치는 것은 피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 자체를 좋아해 도시에 모였다기보다 도시가 만들어낸 환경의 혜택을 누리면서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코요테가 도시에 많아진 것이 반드시 사람에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코요테는 정원과 식물을 훼손하는 토끼 등을 잡아먹으며 도시 생태계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반려동물을 공격하거나 영역을 지키는 과정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사람과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사람이 코요테에게 직접 먹이를 주거나 음식물 쓰레기 등을 쉽게 먹을 수 있게 하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질 수 있다. 코요테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코요테는 영역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스스로 제한한다. 반대로 인위적으로 개체 수를 줄이더라도 먹이가 충분하면 더 많은 새끼를 낳으며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프루 교수는 "코요테가 반복해서 보여준 특징 중 하나는 개체 수 통제 노력에 놀라울 정도로 잘 버틴다는 것"이라며 "먹이가 충분하면 더 많은 새끼를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요테가 너무 많은지 적은지는 사회적인 질문일 수 있지만 결국 우리의 답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코요테는 도시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며 우리가 이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생태학'에 10일 게재됐다.

2026.09.13 09:03안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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