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의 AI세상] '바드'에 환호···"성급하고 애처롭다"는 구글 직원도
미국 구글이 10일(미국시각) 자사 본사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신무기로 내놓은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입니다. 구글은 이날 바드를 포함해 여러 신제품을 선보였는데요, 앞서 지난 2월 오답을 내놓아 망신을 당한데다 챗GPT 위세가 거세 바드가 어떤 제품일지 초미 관심사 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역시 구글"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미국 다수 매체는 바드에 대해 "챗GPT를 따라잡았다"고 평가했고, 미국 유력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검색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의적 평가만 있는 건 아닙니다.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구글 일부 직원은 바드 발표에 대해 "성급했고, 애처롭다"고 말했고, 또 지디넷 기자가 직접 테스트한 결과 구글 자랑에도 불구하고 코드 생성면에서도 원활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드를 써 본 한국 사용자들도 챗GPT보다 낫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기자가 속한 AI 전문가 톡방에서도 그런 반응이였습니다. 파워유저로 유명한 사람은 "(구글이) 올킬 할것 같다"는 표현도 썼습니다. 바드가 챗GPT는 물론 네이버 등 국내 기업이 내놓을 AI챗봇도 잡아먹을 것 같다는 우려섞인 전망이었죠. 한가지, 정확도 외에 창의성 부문은 챗GPT가 더 낫다는 코멘트들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구글은 '매자이(Magi)'라는 코드명으로 바드의 새 AI기능을 테스트해왔는데, 바드의 호의적 평가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바드 발표후 4% 상승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초에는 바드가 잘못된 답안을 내놓는 바람에 알파벳 주가가 7%나 폭락한 것과 대비됐습니다. 챗GPT를 쫒아가던 형국인 구글이 제대로 한방 먹인 셈입니다. 구글은 바드를 세계 180개국에 공개했는데, 지원 언어는 한국어를 포함해 40여개로 순차적으로 이뤄집니다. 이전과 달리 구글은 바드출시때부터 지원언어에 한국어를 포함하며 '우대'했는데요, 한국어는 사용자 기준 전세계 23위입니다. 심지어 순다르 파차이 구글 CEO는 행사 기조발표 중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시연을 했고, 구글 임원도 발표 장표에 한국을 넣으며 '바드와 한국'간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구글은 행사 후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국은 피드백이 빨라서 그렇다"는 겁니다. 한국이 '테스트베드성 국가'인 점도 강조했습니다. 피차이 CEO는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지여이다.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가장 선두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본인이 한국에서 겪은 경험도 곁들였습니다. 서울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운전기사가 휴대폰을 3대나 이용하고 있었다는 거죠. 다른 이유도 있을 듯 합니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거대AI모델을 가진 세계 4대국가 중 한 곳입니다. 거대 AI모델을 가진 곳도 네이버, LG 등 5곳이나 됩니다. 한국 기업을 의식했다는 것이 빈말은 아닐 듯 합니다. 바드는 기능면에서도 챗GPT에 없는 여러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어떤 기능이 그럴까요? 바드의 주목할 만한 기능 등을 담아봤습니다. ■챗GPT에 없는 바드의 주목할만한 8가지 기능 바드는 챗GPT에 없는 여러 주목할만한 기능을 갖췄습니다. 인터넷 검색 등이 그런데요, 챗GPT에 없는 8개 기능을 살펴봤습니다. 첫째, 인터넷 검색(Internet Search)입니다. 챗GPT는 대중을 위한 인터넷 검색은 불가능합니다. 반면 바드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챗GPT와 달리 최신 데이터로 답을 주는 이유입니다. 둘째, 음성 인풋(Voice Input)입니다. 즉, 바드는 챗GPT와 달리 음성으로도 입력할 수 있습니다. 타이핑하는 시간을 줄여주죠. 이 기능을 챗GPT는 플러그인으로 해결했는데요, 일레븐랩스(ElevenLabs)라는 회사와 협력해 이 회사의 기술을 사용해 목소리를 복제해줍니다. 셋째, 텍스트 전송(Text Exportation)이 가능합니다. 생성한 응답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거죠. 한번의 클릭으로 가능합니다. 챗GPT는 이 기능이 없어 텍스트를 이동시키려면 카피나 패이스트를 해야 합니다. 즉, 구글 바드가 생성한 데이터는 구글 독스와 지메일로 내보낼 수 있으며 이를 다양한 작업자가 공유하며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넷째, 웹페이지 요약(Web Page Summarization)입니다. 이 역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그렇습니다. 다섯째, 멀티플 드래프츠(Multiple Drafts)로 바드는 챗GPT와 달리 자동으로 답을 3개 버전으로 제시합니다. 초기 답변에 만족을 못했을 경우인데요, 사용자들의 선택권이 그만큼 넓어진 셈입니다. 여섯째, 코드 설명(Code Explanation)입니다. 바드는 이를 링크로 제공, 파일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알려줍니다. 코드 생성 기능을 높인 거죠. 일곱째, 여행 계획(Trip Planning)입니다. 바드는 여행 계획을 도와주는데요, 방문할 베스트 장소를 추천해주고 최근 핫플레이스도 알려줍니다. 이 역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그렇습니다. 챗GPT는 데이터 학습시기가 2021년 9월이전이여서 이런 최근의 핫플레이스를 제시해주지 못합니다. 여덟째, 관련 검색 제안(Related Search Suggestions)으로 바드는 이 기능 덕분에 소스를 빨리 체크하게 해줍니다. 이 기능 역시 챗GPT에는 없습니다. 이외에도 바드는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다크 모드 구현 ▲구글 제품과 서드파티 플러그인 통합 ▲이미지로 입력하는 이미지 프롬프팅(Image Prompting) 구현 ▲어도브가 지난 3월 출시한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사용한 이미지 생성 같은 주목할만한 기능을 갖췄습니다. 바드가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로 입력하는 것에 대해 구글의 한 임원은 "믿을 수 없는 일(It's incredibl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바드 발표장에 구글 주요 경영진 총 출동 올해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는 10일(미국시간)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했습니다. 2019년 이후 사실상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고 2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쇼어라인 엠피씨어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를 비롯해 시시 샤오 어시스턴트 부문 부사장, 캐시 에드워즈 검색 부문 부사장,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 제임스 마니카 기술 및 사회 부문 수석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 출동해 부문별 회사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아무래도 '바드'(Bard)'입니다. 구글은 바드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180개국에 전면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영국, 한국 등 일부 지역에서 사전 등록 절차를 거쳐 쓸 수 있었던 서비스를 세계 180개국 이용자에게 개방한 거죠. 바드에는 보다 길게 문장을 요약해주는 '서치 제너러티브 익스피어리언스(Search Generative Experience)' 기술 등이 적용됐는데요, 구글은 바드를 검색엔진, e메일·문서 등 25개 제품에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서 작성 서비스인 닥스(Docs)와 결합해 이메일 초안을 작성하고, 구글 렌즈(Lens)의 시각 분석을 사용해 관련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구글은 그림 생성 기능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와 손을 잡았습니다. 연내에 어도비의 생성형 AI 모델 기반 제품군 '파이어플라이'와 결합해 고품질의 이미지로 답변하고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바드 외에 구글은 새 초거대 AI 언어모델(LLM)인 '팜2(PaLM2, Pathways Language Model2)'와 AI로 엑스레이 등을 판독하는 '메드-팜2' 등도 소개했습니다. 바드에 들어간 AI인 팜2(PaLM2)는 작년 4월 선보인 팜1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 수가 5300억개고 100개 이상 언어를 학습했습니다. 인구가 많은 중국어와 스페인어도 학습했습니다. 과학과 수학에서 추론도 가능하고, 코딩도 할 수 있습니다. 구글 서치팀 리즈 라이드(Liz Reid) 부사장은 "검색 베스트와 생성AI 베스트를 결합한 것에 검색의 미래가 달려있다"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구글은 세계 검색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인 오픈AI가 지난해 말 챗GPT를 대중에 공개하면서 위기에 처했는데요, 실제 지난 2월 검색엔진에 챗봇을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은 한 달 만에 일일방문자수(DAU)가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구글을 크게 위협했습니다. 바드 발표로 구글은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특히 구글은 '팜2'를 넘는 차세대 언어 모델 제미니(Gemini)도 개발 중이라고 밝혀 시선을 모았습니다. 제미니는 텍스트·이미지 등 여러 형태 데이터를 처리하는 멀티 모달(MultiModal) AI입니다. 바드도 챗GPT처럼 '환각(그럴듯한 거짓말)'을 완벽히 해결한 게 아닙니다. '환각' 문제를 해결하면 AI성능이 떨어집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인 셈이죠. 이를 의식한 듯 피차이 CEO는 "현재 사용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들은 아직 한계가 있는 초기 기술"이라면서 "구글은 앞으로도 관련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며 품질을 중시하고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며 AI 원칙을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I가 '블랙박스'처럼 결과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환각' 문제는 AI가 갖고 있는 근원적 문제인데요, 최근 포티투마루라는 국내 'QA(질의응답' 전문 AI스타트업이 이 환각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선보였다고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 왜 한국어 지원을 먼저? 구글이 이례적으로 최우선적으로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글 CEO는 발표시 한국을 언급했고 또 서치팀 부사장은 한국어와 일본어라고 쓰인 발표 장표를 보여주며 바드가 한국어와 일본어로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 우선 지원에 구글 관계자는 “사용자의 활발한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어 서비스 출시를 먼저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한국은 전세계에서 인터넷 사용률이 높습니다. 구글은 한국어 외에 40여개 언어로 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인데요, 이런 사용자 행태에 더해 한국어 AI 서비스를 준비 중인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 한국시장서 격전 불가피 챗GPT에 이어 바드라는 또 다른 공룡이 등장함에 따라 국내 AI기업들은 초긴장 모드입니다. 바드의 한국어 지원이 예상보다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어 특화'를 장점으로 내세운 네이버 등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초거대 AI 모델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한데요, 이는 거대AI 모델 개발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만난 LG의 한 임원은 "수천억 싸움이 아니다"고 말하더군요. 현재 우리나라는 네이버(하이퍼클로바), 카카오(코GPT), SK텔레콤(에이닷), KT(믿음), LG(엑사원) 등 5개사가 거대AI모델을 선보였습니다. 국내 검색 시장은 네이버가 50% 이상으로 1위고 2위인 구글이 30% 정도 됩니다. 3위와 4위인 다음과 MS는 점유율이 뚝 떨어져 5% 이하입니다. 바드를 앞세운 구글이 이 비중을 얼마나 바꾸어 놓을 지 주목됩니다. 네이버는 오는 7월말 챗GPT와 바드에 대항하는 챗봇AI(하이파클로바X)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저작권 문제 등 데이터 문제가 그만큼 만만치 않은거죠. 카카오도 자사의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인 '코(KO)GPT'의 차세대 버전인 '코GPT2.0'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바드 발표로 온라인과 SNS에서는 챗GPT와 바드 성능을 비교한 글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한국어에 관한한 아직 두 제품은 답변의 정확성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입니다. '데이터 주권'과도 관련있는 글로벌 빅테크와 우리기업간 AI챗봇 전쟁에서 우리기업의 선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