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OLED에 4.1조원 투자...韓, 1위 탈환 승부수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IT용 OLED 생산공정 고도화에 오는 2026년까지 총 4조1천억원을 투자한다.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선제적 투자로 태블릿, 노트북 등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중국에게 내어준 전세계 디스플레이 1위 저리를 2027년 다시 탈환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 또한 삼성의 투자가 차질없이 완료될 수 있도록 인재양성, 인센티브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4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사업 주요 협력업체, 충남지역 4개 대학 총장과 산학협력 10개 대학 교수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의 눈'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IT 산업의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며 "첨단 OLED 기술이 또 다른 첨단의 AI와 메타버스 기술을 만날 때 무한한 산업적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고, 군사 안보 분야의 응용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민간이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OLED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를 지원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견지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 1위에 이어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패널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OLED 양산에 성공한 이후 6세대 OLED를 양산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로 IT용 OLED의 유리 기판을 6세대급(1.5m×1.8m)에서 8.6세대급(2.25m×2.6m)으로 대폭 확대하게 된다. 가령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연간 약 450만 매 생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투자하는 8.6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 매까지 생산할 수 있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IT용 OLED 매출은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20%로, 지금에 비해 5배나 증가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투자와 함께 국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 기술개발, 제조혁신 및 물품대금 조기 지급 지원 등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설비·건설투자 및 장비 구축 등 투자 과정에서 약 2만6천만명 규모의 고용창출 효과도 유발한다. 지역 내 소부장 기업의 매출 증가를 이끌어내는 등 충남·아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는 OLED 생산기술 혁신과 응용제품 개발에 4천200억원 규모의 R&D를 추진한다. 기업의 적기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적극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계약학과 및 현장 중심 아카데미 운영 등을 통해 9천명의 산업 수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발표는 지난달 15일 정부가 국가첨단산업 육성 및 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가 지정한 '6대 첨단산업' 중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처음으로 '민관 협력'을 통한 첨단 산업 국내 투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는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2026년까지 62조원 투자를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삼성이 지난달 약속한 60조원 지역 투자의 첫 이행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는 IT 제품에 OLED를 적용하게 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OLED가 중국과의 초격차를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삼성이 투자하면서 소부장 기업에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며 "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는 소부장 국산화율이 높다. 삼성 투자의 65% 준하는 금액이 소부장 기업에 흘러가면서 소부장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늘면서 장비 업체로서는 수주를 기대한다"고 내비쳤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투자에 대한 확실한 지원을 약속한 정부, 어려운 환경이지만 미래에 더 큰 기회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는 삼성의 노력은 한국 경제 전반의 자신감과 국내 투자 의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2027년 디스플레이 1위 탈환 기대…선제적 투자만이 살 길 디스플레이 산업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가별 순위 1위를 중국에 내어줬다. 특히 LCD의 경우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사실상 없어졌고, OLED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1년 세계 시장 점유율 41.5%로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1위였던 한국은 33.3% 점유율로 2위로 밀려났다. 지난해는 1, 2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세계 LCD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면서 부터다. 한국은 비록 중국에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넘겨줬지만 프리미엄 기술인 OLED 분야에서는 지난해 세계 시장 71%를 기록해 1위를 지키고 있다. OLED 시장에서 중국은 28%를 차지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치킨게임으로 약화된 대형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2년 LCD 생산을 중단하고 자발광 기술인 QD-OLED로 기술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12월 TV용 LCD 패널 국내 생산을 종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 변화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 훨씬 역동적이어서 초기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갔던 주도권이 가까운 미래에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8.6세대 IT용 OLED 투자는 "다자경쟁에서 양강구도로 변화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초강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제 8.6세대 IT용 OLED 투자를 통해 LCD가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노트북 시장의 중심 기술을 OLED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며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OLED 기술로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디스플레이의 영토를 탈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