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폭락…"70% 반등없으면 내년 수 조원 손실"
홍콩 H지수(HSCEI)가 최근 3년 새 급락하면서 이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수 조원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4년 전인 2019년에도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의 일부 불완전판매로 금융권 전역이 홍역을 치뤘던 가운데, '제2의 DLF' 악몽이 재현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 은행권 홍콩 H지수 ELS 판매 실태 점검 나서 27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로 들어온 민원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콩 H지수 판매 역시 DLF처럼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다. 2021년 6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찾던 만 72세 A씨(가입 당시)에게 KB국민은행은 '매우 높은 위험 등급(1등급)'의 홍콩 H지수 ELS 상품을 판매했다. 상품 권유·판매 전 투자성향 파악을 위해 반드시 작성·보관해야 하는 투자자정보확인서도 작성하지 않는 등 매매계약 서류 누락됐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자본시장법 상 파생상품을 판매할 때 금융사는 원칙을 지켜야 불완전판매가 아닌데, 이 중 ▲부당권유의 금지 ▲적합성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금감원 분쟁조정3국에 접수된 홍콩 H지수 ELS 관련 민원은 총 25건이며, 이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17건으로 68%를 차지했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관련 상품 발행잔액 중 손실 추정액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판매 실태 등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증권사 중에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은행권 ELS 가입자 10명 중 3명, 손실 구간 진입 올해 8월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ELS 판매액은 15조8천860억원이다. ▲KB국민은행(7조8천458억원) ▲신한은행(2조3천701억원) ▲농협은행(2조1천310억원) ▲하나은행(2조1천782억원) ▲우리은행(413억원) ▲SC제일은행(1조4천27억원) ▲씨티은행(372억원) ▲기업은행(349억원) ▲수협은행(45억원) ▲제주은행(3억원)으로 집계됐다. 손실 구간인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한 금액은 ▲KB국민은행(5조23억원) ▲하나은행(413억원) ▲우리은행(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은행권서 ELS를 산 고객 10명 중 3명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만약 만기 도래 전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홍콩 H지수 ELS 전체 판매 분 중 85.6%가 2024년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이다. 홍콩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이 이 같은 손실 구간(녹인 배리어)을 정해놨다. KB국민은행서 산 홍콩 H지수 ELS서 원금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선 만기 시 최종상환 구간인 70% 이상이어야 한다. 2021년 초 H지수는 12000선 이었지만 현재는 반토막 수준인 6000선이다. 10200선까지 H지수가 올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설마 5500선 진입하겠나…' 변동성 큰 금융상황에 속수무책 불완전판매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은행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콩 증시에 대한 전망 및 금리 환경을 고려했을 때 홍콩 H지수 ELS 판매가 고객에게 유리했다고 판단했다는 해명이다. 2018~2021년 당시 홍콩 H지수는 10000~12000포인트 범위서 박스권을 형성했고, 특히 2021년 1~2월 경기회복 기대감과 중국 본토의 유동성 유입으로 홍콩 H지수가 약 15% 상승했다는 것이 은행업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행 홍콩주재원은 2021년 하반기 들어 홍콩 증시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홍콩 H지수가 금융시장 영향에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홍콩 H지수가 국내서 발행되는 ELS 준거자산으로 대다수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한국은행도 ELS 원금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할 정도로 홍콩 H지수가 급락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2022년 보고서에선 홍콩 H지수는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ELS 원금 손실 발생이 되는 지수는 5500수준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봤다. 해외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피해가 속출했던 DLS 사태가 완벽히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서 또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자 피해가 나오면서 금감원의 사후 대처에 대해 시선이 집중된다. 당시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가동해 불완전판매 피해자를 구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