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크롬·엣지 비켜"…오페라, AI 달고 웹 브라우저 시장서 존재감 '업'
[포르투갈(리스본)=장유미 기자] 구글 '크롬'과 애플 '사파리', 마이크로소프트 '엣지'가 주도하고 있는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 노르웨이 기업 오페라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무기를 앞세워 점유율 확대에 본격 나선다. 그간 '오페라 미니'를 중심으로 미국, 유럽 시장 공략에 주력해왔으나, 올해부터 자체 개발 AI '아리아'를 적용한 다양한 브라우저를 토대로 전 세계 시장 공략에 좀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크리스티안 콜론드라(Krystian Kolondra) 오페라 데스크톱·게이밍 부문 수석 부사장은 10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진행된 '제3회 오페라 브라우저 데이'에 참석해 "그동안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브라우저 사업을 집중해 왔지만, 올해부터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에 '오페라 GX'를 전략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것처럼 각 지역에 맞는 최적화 된 제품들을 앞세워 고객 타깃을 명확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웹 브라우저 시장 경쟁은 AI란 우주에서 펼쳐질 것"이라며 "혁신적인 솔루션과 AI 기반 운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좋은 브라우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페라는 1995년 노르웨이에서 출발한 브라우저로, 2013년 크로미움 기반으로 전환된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중국 선전 증시에 상장된 공기업인 쿤룬테크가 최대 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데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엄격한 글로벌 기준에 맞춰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오페라는 국내에서 게이머용 웹 브라우저인 '오페라 GX'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탓에 점유율이 1%도 채 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페라 GX' 외에도 '오페라 미니', '오페라 에어' 등을 앞세워 구글 크롬, 애플 사파리, MS 엣지와 함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점유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실제 웹 분석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오페라의 시장 점유율은 약 2.9%에 불과했다.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도 약 4.7%, 아시아 지역에선 1.83%로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약 0.6% 수준이다. 반면 경쟁사인 구글 크롬의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지난 1월 기준 65.8%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위는 MS 엣지(13.8%), 3위는 애플 사파리(8.8%)가 차지했다. 오페라는 2.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파이어폭스(6.3%)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하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전체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약 2억9천600만 명으로, 1년 새 %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력 서비스인 '오페라 GX'는 월간 활성 사용자가 같은 기간 동안 약 3천390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오페라의 광고 및 검색 매출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4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38% 오른 약 9천33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검색 매출 역시 1년 새 17% 증가해 약 5천230만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 한 해 실적 역시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 해 매출은 4억8천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1.7% 상회한 수치다. 순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8천80만 달러, 영업이익률은 17%를 기록했다. 다만 주가는 우하향하며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날 기준 오페라의 주가는 14.74달러로, 1년 새 2.7% 하락했다. 전일 대비 주가는 4.48% 줄었다. 이는 글로벌 웹 브라우저 시장에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AI 기업들이 속속 진입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몫 했다. 특히 오픈AI는 지난 해 말 AI 챗봇과 결합한 웹브라우저를 개발하기 위해 미디어 기업 '콘데 나스트'와 행사 중개 플랫폼인 '이벤트브라이트' 등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퍼플렉시티 역시 새로운 에이전트형 브라우저인 '코멧'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을 공식화 했다. 이에 맞서 기존 웹 브라우저 강자인 구글도 크롬의 서비스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주소창을 통해 AI 챗봇 '제미나이' 검색을 지원하고 있으며 크롬에 탑재하려고 개발 중인 제미나이 기반 에이전트 서비스 '자비스'도 준비 중이다. 오페라 역시 다양한 이용자들의 니즈에 맞춘 웹 브라우저를 앞세워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 공개된 '오페라 에어'는 단순한 인터넷 검색을 넘어 이용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집중력 향상을 돕는 고도의 심리적 지원 시스템이 웹 브라우저에 적용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 잡는다. 디지털 웰니스 시장을 노린 이 웹 브라우저는 마인드풀니스 기법과 음향 과학을 융합해 개발됐다. 게임 시장을 겨냥한 '오페라 GX'도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달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모드'를 공식 출시해 LoL 팬들에게 더 몰입감 있고 최적화된 브라우징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 오페라는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이란 점에서 '오페라 GX'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이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개발된 '오페라 미니'도 매년 기술이 고도화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피처폰 사용이 많은 아프리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하루에 50MB(메가바이트) 데이터를 공짜로 제공하며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능을 '오페라 미니'에 기본 탑재해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23년 중반부터는 자체 통합 AI 비서 '아리아'를 과감하게 도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오픈AI의 GPT를 포함한 생성형 AI 대부분이 2년 이상 지난 데이터를 사용해 학습했지만, '아리아'는 GPT 기반 기술과 웹의 최신 데이터를 결합해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현재는 구글 '제미나이'도 활용해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로, 향후 멀티모달 기능도 도입해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자체 가상 사설망(VPN)도 전 세계에 3곳을 갖추고 있는 덕에 자체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콜론드라 부사장은 "AI 기능을 고도화하면서 이용자 수 증가와 함께 수익성도 점차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한국 시장에선 '오페라 GX'를 중심으로 게이밍 시장을 적극 공략한 후 이용자들의 반응에 따라 향후 다른 서비스들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