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게임' 시장 예열…"VC 눈에 띄는 회사 특징은 이것"
다양한 서비스들이 '웹3'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그 중에서도 게임 시장 반응이 단연 뜨겁다. 시행착오도 나타나지만, 단기적으로라도 이용자의 적극적인 유입을 이끌어낸 사례들이 종종 등장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의 단초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업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언젠가 대중적 파급력을 지닐 웹3 게임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자연히 유망한 산업을 주목하는 벤처캐피탈(VC)의 시선도 웹3 게임으로 쏠렸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인 블로코어도 이런 회사 중 하나다. 민경환 블로코어 파트너는 웹3를 지향하는 게임에 대한 투자 여부를 심사하는 인물이다. 인터뷰에서 민경환 파트너는 과거 웹2 모바일 게임의 중심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 소속일 땐 게임의 완성도를 주로 고려했지만, 시장 자체가 초기인 웹3 게임에 대해선 다른 측면들을 주의깊게 본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기본적인 요소를 갖추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상정한 게임을 ▲의지와 사업 역량이 충분한 창업자가 준비하는 팀이 이상적이라고 봤다. 무작정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게임 개발에 뛰어들거나, 잘 되는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등 게임 개발에 대한 깊은 숙고가 없는 팀의 경우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첨언했다. Q. 구글 코리아에서 웹3 투자사인 블로코어에 합류한 이유는? "구글은 2006년부터 다녔고, 2013년부터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담당했다. 게임 개발사 파트너들이 당시 '모바일 퍼스트'를 많이 언급했다.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되고 2012년 게임 '애니팡'이 히트를 치면서다. 블로코어에 넘어오면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주요 게임 개발사들이 가상자산을 토대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었다. PC에서 모바일로의 대세 변화를 겪었던 입장에서 또 다시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감했고, 좋은 도전이 될 것 같아 작년 4월 합류했다. 개인적으로는 쉬운 결정이었다." Q. 투자를 고려하는 사업 분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웹3 펀드가 존재한다. 저희 관계사인 에임드 내에 게임 개발사 4곳이 있기 때문에, 웹3에 맞는 게임이 뭔지 고민할 기회가 있어 게임 분야를 좀 더 살펴보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이나 디파이도 좋은 프로젝트가 보이면 투자는 계속 하고 있다. 한창 관심도가 높은 인공지능(AI)도 웹3의 일환으로 간주해 좋은 프로젝트를 찾고 있다." Q. 지난해 웹3를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 대형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는 얘기가 많다. 블로코어는 어땠나. "작년 5월 테라-루나 사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투자 속도가 늦춰지진 않았다. 사람들이 폰지 사기, 스캠 성격이 있는 프로젝트 투자를 피하고 타당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한 신호가 된 것으로 해석했다. FTX 파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규제 필요성이 더 많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안전한 생태계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투자자로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Q. VC 파트너로서 웹3 게임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웹2 게임들을 살펴볼 땐 스토어에 바로 입점할 수준의 '완성품'을 주로 봤다. 지금은 설계도에 가까운 것들을 많이 본다. 당연히 실패 확률이 더 크고,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엔 제품 그 자체를 많이 살펴봤다면, 지금은 제작자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실패 시 어떻게 대처할지, 문제점을 빨리 파악하고 고치는지, 알맞은 진단 하에 빠르게 해결책을 실행하는지, 끈기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려 한다. '이 사업을 왜 하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보는 부분이다. 앞 내용과 연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창업자들에게 '왜 토큰이 필요하냐'고 물어본다. 진짜 솔직하게는 '장도 좋고 하니...' 란 얘기를 하기도 한다. 창업자가 이 사업을 너무나 하고 싶어하면, 결과는 사실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실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속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주기 때문이다. 웹3란 웹2의 경험을 굉장히 다른 수준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본다. 어떤 서비스든 여기에 해당되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토큰이 있다면, 운영 가능한 토큰 경제가 계획돼야 한다. 누군가 억지로 물레방아 돌리듯이 돼선 안 된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블로코어 합류 초기에 게임 프로젝트 몇 개를 보고 '이건 게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NFT와 X2E(X to Earn) 시스템을 차용한 프로젝트들이었다. 확률형 아이템에서 파생되는 재미는 있을지언정, 일반적으로 게임에 기대하는 요소는 부족했다. 아직까지 적당한 예제로 볼 만한 웹3 게임은 시장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기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다. 진짜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게임인지..." Q.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가늠하나. "팀 이력서를 보면 화려한 사람은 많다. 그런데 그 사람이 훌륭한 능력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건 쉽지 않다. 다만 면접을 많이 하면서 이를 알아보는 '느낌'은 알게 됐다. 이를 위해 긴 시간 대화를 하면서, 창업자가 그 동안 해온 일들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초기 기업을 투자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Q.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은데, 웹2에선 존재하는 서비스가 웹3에 없길래 사업을 하면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창업하는 경우다. 논리적이고, 말이 되는 접근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다. 웹2에서 해당 사업을 해본 회사면 좀 더 신뢰할 수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시장에 없길래 선점해본다는 회사들이 있다. 이런 회사들 중 서비스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 것으로 느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VC 입장에선 투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혁신에 기여하고픈 마음이 있다. 웹3란 산업에 진입해서 저희뿐 아니라 업계와 함께 좋은 결말을 얻고 싶다. 그렇기에 이런 유형의 팀은 매력이 떨어진다. 스스로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팀도 있다. 성공 사례가 등장하면, 설마 그 업체가 시장을 전부 독점하진 못할 것이란 생각에 사업 모델을 베끼는 경우다. 저희는 스마트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회사를 지향한다. 투자한 사업의 긍정적 영향이 전체 산업에 확산될 것이라는 관점 하에 투자 리스크를 관리한다. 그런데 비어 있는 시장에 빨리 진입해, 빨리 팔고 나오려는 회사는 저희와 생각이 좀 다를 것 같다. 웹2 회사들의 목적이 이윤 극대화라면, 웹3로 관심을 받는 회사들이 지향하는 건 결국 '지속 가능성의 극대화'다. 모객을 위해 토큰과 NFT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로 충성 고객을 만들고 그들에게 스톡 옵션과 같은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구현했다면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가령, 파워 있는 IP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 IP 없이 시장에 진입하는 새 창업자들로선 어떤 전략이 바람직할까. "이용자에 집중한 접근을 하길 조언한다. 우리나라 이용자가 5천만인데 이 중 특정 IP 기반 게임 이용자, 그 중에서도 웹3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 이용자가 어느 정도나 될까. 또 그 IP가 어린 세대에 대해선 소구력이 약한 경우도 있다. IP가 장점도 있는 만큼 한계도 있다. 좋은 IP를 가진 회사도 다른 IP를 만들지 않는 게 아니다. 웹3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수단들을 창업자들이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이용자들이 기존 IP 대신 새로운 게임을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 Q. 웹3 게임에선 '엑시 인피니티', '스테픈' 등이 출시 초반 큰 주목을 받았지만, 토큰 시세가 떨어지면서 금방 인기가 식는 상황이 비슷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사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전에 없던 것을 성취해냈다는 점에선 대단하다. 다만 사람들이 계속 게임을 이용하고 재밌어하게 했냐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선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판단하기 이르다. 출시된 지 1년도 안 된 프로젝트들이다. 평가 등락이 매우 심했는데 그 핵심은 서비스에 대한 것보다는 토큰 가격이었다. 가상자산 유동성이 거시적으로도 엄청났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프로젝트들 또한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Q.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 간 차이점이 있다면? "작년에 들어온 제안 중 95% 이상이 해외 프로젝트였다. 해외는 기술, 인프라 쪽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과거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서도 그랬다. OS나 인프라는 해외 제품을 더 많이 썼다. 그런 류의 프로젝트들이 해외에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는 콘텐츠, 서비스 쪽으로 접근을 많이 한다. 애니팡의 성공 사례를 보면, 인프라가 깔린 뒤 킬러 서비스가 등장하는 흐름이었다. 아직 웹3 시장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폴리곤 등으로 따져봐도 굉장히 작은 시장이다. 인프라 쪽에서도 아직 기회가 많다. 흥행하는 인프라가 나오면, 잘 만든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부분은 콘텐츠이긴 하다. 상대적으로 창의성이 뛰어나다." Q. 국내 블록체인 기업에 잠재된 경쟁력은 뭐라고 보나. "국내 회사들이 워낙 기본기가 탄탄하다 보니, 해외 어떤 회사랑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거 같다. 다만 우리나라 게임의 흥행 사례를 보면 대개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뒤 해외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웹3 게임 시장이 막혀 있다 보니,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다. 규제가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나라 스스로 발목을 잡는 모양새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잇따라 웹3 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 중인데, 업계가 상황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하면서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존경스럽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