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유럽 배터리 자급자족의 꿈...中 공세 거세져
유럽 배터리 산업 자립을 상징하던 스웨덴 노스볼트가 최근 파산을 신청하며 유럽의 배터리 공급망 자립이 사실상 실패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노스볼트 파산 이후 중국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CATL과 고션은 유럽 현지에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헝가리에 73억 유로(약 11조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프, 푸조 등을 소유한 세계 4위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배터리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41억유로(약 6조2천억원)에 달한다. 최근 고션도 슬로바키아와 모로코에 25억1천400만 유로(약 3조7천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세계 2위 배터리업체 BYD 역시 튀르키예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중국 양극재 업체 XTC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오라노와 두 개의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양극재 제조 공장과 전구체 제조 공장 두 곳을 설립한다. 중국 기업들이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유럽연합 전기차 관세 문제를 돌파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U는 배터리 공급망 자급자족을 목표로 했으나, 노스볼트 파산으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이 점점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유럽연합(EU) 지역에서 한국 기업(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70.6%였으나,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10%대에서 작년 40%대를 넘어섰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르노와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는 체코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