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메타버스 아직 초기…장기 전략 세울 것"
“과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상이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아직 초기 단계로 보완해야 할 게 많다. 5년, 10년, 15년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전략을 세워 나가겠다.” 데비 로젠바움 메타 리얼리티랩 디렉터는 12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확장현실(XR) 허브 코리아 혁신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재작년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낙점한 뒤, 리얼리티랩스를 전진기지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명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다. 메타가 그리는 메타버스 청사진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상호작용 가능한 인프라 구축이다. 가령 나이키 신발 구매를 원하는 이용자가 매장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한 뒤 메타버스에서 사전에 제품을 신어볼 수 있도록 한 것. 그러려면 상호운용성 확보와 기술 표준 확립이 요구된다. 데비 로젠바움 디렉터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는 인터넷 진화 버전이고, 인공지능(AI)을 근간으로 한다”며 “기존 규제 틀 안에서 새로운 이용자경험과 공존할 수 있는 행동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젠바움 디렉터는 AI를 곁들인 메타버스 혁신이 불가피한 만큼, 포용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기술 표준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인간 중심의 메타버스라는 메타 방향과 윤리적인 책임강령을 충족한다면, 서비스 상용화에 용이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 로젠바움 이사는 “메타버스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배경을 갖고 움직인다”며 “가상공간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어떤 사회적 규범을 수립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공개 예정한 애플 혼합현실(MR) 기기 '비전프로'에 대해선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로젠바움 디렉터는 “(메타버스 사업) 경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VR과 증강현실(AR) 등 관련 사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제품, 서비스를 두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게 관건이라고 로젠바움 디렉터는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혼자서 메타버스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메타버스 시장은 협력 기반으로 개발자와 교육자, 기업 등이 함께하는 긴 여정”이라고 말했다. XR 허브 코리아는 지난해 6월 메타와 서울대학교 인공지능(AI) 연구원이 공동 설립한 연구 협력체다.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메타버스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성 제시 등을 목표로 한다. 메타와 서울대는 XR 허브 코리아 일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XR 연구 네트워크를 출범한다고 이날 컨퍼런스에서 밝혔다. 한국을 넘어 아태 전역의 정책 연구를 한데 모으고, 정책 제안과 개발 이정표를 제시하는 등 싱크탱크로 역할 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중심으로 아이디어 공유와 공동 연구 등을 통해 메타버스 정책 마련에 일조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 디렉터인 임용 교수를 비롯해 대만 국립가오슝대와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홍콩대 등 아태 학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임용 교수는 "메타버스는 인류에게 새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며 "XR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메타버스 신뢰성을 제고하고 기술 고도화가 지속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