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韓 유니콘 '0%'…"정부가 나서야"
스타트업 단체들이 기후테크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윤석열 정부에 제안했다. 창업 생태계 진흥을 기치로 내건 윤 정부의 '스타트업 코리아' 기조가 계속되려면 기후테크 특성에 걸맞은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 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과 생태계 활성화를 주제로 '2023 스타트업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가 열렸다. 발표회는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 주관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미래 세대가 온실가스 감축,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면 기후테크 산업을 놓쳐서 안 된다고 운을 뗐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도 올 초 기후테크 양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문 상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씨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 단, 국내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4.9%. 'K스타트업' 100개 중 5개만 기후테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 스웨덴 기후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은 순서대로 45개, 19개, 5개로 집계된 데 반해, 한국은 0곳이다. 투자 규모에서도 상위 10개국 평균치(약 7조9천280억원) 대비 한국은 약 1조520억원으로 86.7% 밑돌았다. 기업 1곳당 평균 투자를 봐도 10개국 평균 171억원보다 3.8배 낮은 45억원가량이다. 규제 미비·제약에 따라 국내 사업화도 어려운 실정이다. 글로벌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국내 사업화 가능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0개 스타트업 중 34곳이 규제로 인해 아예 사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26개 스타트업은 조건부로, 나머지 40개만 규제와 무관하게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령 재생에너지는 사업 허가와 전력 거래시장 규제(전기사업법)로 인해 일반 기업 전력 발전, 판매 겸업을 금지하고 있으며, 생산된 전기도 전력 시장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의 경우, 통계청이 부여한 산업코드와 신기술 분류 기준 등 부재로 활한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후테크 산업이 여타 산업 대비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수요·공급에 따라 시장이 운영되지 않아, 정부 주도의 초기 시장 형성이 중요하다고 문 상무는 제언했다. 방향은 세 가지. ▲인센티브 지급안 마련 ▲기후테크 스타트업 특화 투자유치 기반을 위한 정책 설계 ▲규제 관리·수립·개선 구조 체계 변경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는 기후테크 관련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보조금 확대 등으로 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기류와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문 상무는 5대 기후테크(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 영역별 수급 현황을 살펴본 뒤, 인센티브 체계 구축안을 제시했다. 카본테크 일환인 친환경 모빌리티에 있어, 국내 전기자동차 수요자 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보조금 정책 개선을 추진하고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성장 속도가 더딘 푸드테크 대체육 시장의 경우, 기술 문제보다 소비자 인식 전환 지원을 통해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정부 기술 실증 지원과 공공조달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기후테크와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실증 주제와 과제를 민간, 공기업이 정부에 발제한 후 정부에서 적합한 스타트업과 연계하는 중개자로 역할 하는 것이다. 정부가 실증을 위한 지원금과 테스트베드, 인프라 등을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형태다. 규제 합리화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혁신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규제를 적기에 수립하고 개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문 상무는 “규제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민관이 함께하는 얼라이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상협 탄녹위 공동위원장은 “기후테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향후 10년간 성장률이 2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후테크 업계와 머리를 맞대, 녹색 성장을 도달점으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인 유니콘팜 강훈식(민주당) 대표는 “기후위기는 먼 이야기가 아닌 턱 밑까지 차오른 시급한 해결 과제”라며 “EU보다 더 보호받고, 미국보다 더 혁신적인 틀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게끔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