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 35년, 여전히 웹은 누군가의 진지(陣地)다"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WWW 35년, 여전히 웹은 누군가의 陣地다” 월드 와이드 웹(WWW)은 1989년 팀 버너스 리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그 이후의 세계를 우리는 '인터넷 시대'라 부른다. 원래 거미집이었던 웹(web)은 이제 인간들의 진지(陣地)가 됐다. 웹이 없는 놀이와 노동은 상상하기 힘들다. 웹을 이용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다. 아임웹은 필요한 사람에게 웹이라는 진지를 만들어주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이수모 대표를 '스타트업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소개받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신선'하다기보다 '진부'하다는 쪽이었다. 요즘 세상에도 웹 사이트 만들어주는 일로 밥벌이가 가능할지 걱정됐고,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 지도 우려됐다.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생각이 바뀌었다. 요즘 세상에도 필요는 하지만 웹이라는 진지를 구축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들이 웹 진지를 갖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도 깨닫게 됐다. 아임웹과 그들의 고객은 결과적으로 웹 생태계, 그러니까 세상을 더 다채롭게 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것이 있다 웹 생태계는 매스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과 달리 작은 것들도 구석에서일망정 살아남고 그러다 운이 좋으면 크게 성장할 수도 있게 해준다. 롱 테일(Long Tail) 법칙은 그 현상을 설명한다. 롱 테일은 가운데가 두툼하고 양쪽 꼬리가 긴 모양의 가우스 정규분포곡선에서 양쪽 끝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꼬리였지만 소비자에게 자주 발견되면 어느 순간 몸통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그렇게 될 수 있는 까닭은 모든 게 연결돼 있고 검색을 통해 구석구석을 뒤질 수 있는 웹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웹에는 그러나 롱 테일(Long Tail) 법칙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플랫폼 집중 현상도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사용자가 많이 몰린 큰 것이 작은 것을 품고 그럼으로써 큰 것만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때 작은 것들은 큰 것에 종속되고 큰 것에 의지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다양성이 훼손될 수도 있는 것이다. 웹 생태계가 풍부해지려면 결국 작은 것들이 많아져야 한다. 작은 것들이 독자적인 진지를 구축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갖춤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발견될 때가지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진지 구축'과 '발견'이 곧 다양성이다. ■무엇이 '아름다운 작은 것'인가 이수모 대표가 보기에 '아름다운 작은 것'은 '인간의 피땀이 스며든 모든 고유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 고구마가 있다. 그 고구마가 생산되면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팔릴 거고 그것은 그저 고구마가 될 뿐이다. 그 고구마에서 '고유한 인간의 피와 땀'은 소멸된다. 하지만 이 고구마를 '이수모 고구마'라 할 경우 이수모라는 고유한 인간의 피와 땀은 이수모라는 브랜드를 통해 전해지게 된다. 고구마를 예로 들었지만 어디 그게 고구마뿐인가. 거의 모든 영역이 그와 비슷한 게 아닐까. 이 대표가 우리나라 시장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게 그 지점이다. “프랜차이즈가 가장 성행하는 게 우리나라 같습니다. 결국 피와 땀을 흘리는 존재는 따로 있는데 그들의 가치는 어디에도 없고 오직 거대 기업의 이름만 남게 되지요. 작은 존재들도 피와 땀에 걸맞은 브랜드를 가졌으면 합니다. 아임웹은 그것을 원하는 분들에게 브랜드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합니다.”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작은 사업자가 쇼핑몰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쇼핑몰을 만들려면 html이나 css 그리고 웹 디자인 따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쇼핑몰이 없다는 건 사업자로서 진지가 없다는 것과 같다. 진지가 없으면 '발견될 기회'조차 사라지는 셈이다. 아임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아임웹에서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쇼핑몰을 만들 수 있어요. 쇼핑몰을 만들어 주는 회사는 이미 많이 있지만 누구라도 가장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자부합니다. PC 버전을 만든 뒤에는 모바일 버전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자동으로 전환되고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한 보안 결제 등도 잘 지원되지요.” ■브랜드를 키우는 게 핵심이다 물건을 팔기 위한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면 오픈마켓 같은 이미 성공적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당장에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고 가꾸려는 사람에겐 자사몰이 필요하다. 아임웹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작은 사업자들이 브랜드를 키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봐요. 첫째는 장인정신이겠죠. 자신의 피땀이 낳은 결과물을 상품 이상의 고유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스토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브랜드는 곧 스토리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 스토리를 공감하는 고객들과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일입니다. 고객과의 관계 지속이 일어나는 공간이 바로 자사몰입니다. 오픈마켓의 고객은 오픈마켓의 회원일 뿐입니다. 그냥 고구마를 사는 것이지 특별히 이수모 고구마를 원하는 게 아닐테니까요.” ■“이제 50만 고객을 넘어섰습니다” 아임웹 고객 숫자는 이제 50만를 넘어섰다. 이중에서 유료 고객은 4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유료는 쇼핑몰 수준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가장 간단한 스타트업 버전이 월 1만5천원이고 가장 비싼 다국어 버전이 월 3만원 대다. 이 대표에 따르면 세계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형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사몰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D2C)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 시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나이키나 이케아 그리고 버켄스탁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아마존 같은 대형 유통사를 떠나 자사몰을 강화하고 있단다. 국내는 아직 D2C 시장이 크지 않지만, 이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 한다. 아임웹이 진부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여기에 있다. 거대 플랫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인터넷 세상에서 '아름다운 작은 것'들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의 피와 땀을 브랜드로 꽃피우게 하는 것. 사실은 그것이 웹의 본령이지 않겠는가. 작은 것들이 열린 구조에서 끝없이 연결되어나가는 구조. 아임웹은 그 점에서 초기 인터넷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 것이다. ■웹 디자이너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이유 이 대표가 아임웹을 설립한 것은 2010년이다. 그 이전 10년 동안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일했다. 창업 이유는 뜻밖이었다. 기획이나 영업이 중심이 된 회사보다 개발자가 중심이 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매출을 일으키는 존재도 중요하지만 무엇인가를 만드는 존재(메이커)의 생각과 가치도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 그 생각과 가치가 좀 더 존중받는 회사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런 뒤에야 사업 아이템이 정해졌다. 보통의 경우 창업은 아이템으로 시작하지만 아임웹의 경우 기업 문화로 시작했다 할 수 있다. 회사의 모토가 '우리는 기술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합니다'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술 중심 사회에 여전히 기술을 높은 장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고 개발자가 중심이 된 회사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이 그 장벽을 낮추는 것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이 대표와 아임웹은 그 점에서 '기술 장벽 파괴자'들이다.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누군가의 브랜드를 키워주는. 행복의 절정은 그것일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 누군가 꽃을 피우는 걸 바라보는 일. 베란다에서 애써 키운 군자란이 분홍색 눈송이 같은 동그란 꽃을 피워도 그렇게 즐거운데 나로 인해 어떤 사람이 꽃처럼 피어난다면. 덧붙이는 말씀: 이수모 아임웹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에듀테크 기업인 프리윌린의 권기성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