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DNet USA
  • ZDNet China
  • ZDNet Japan
  • English
  • 지디넷 웨비나
뉴스
  • 최신뉴스
  • 방송/통신
  • 컴퓨팅
  • 홈&모바일
  • 인터넷
  • 반도체/디스플레이
  • 카테크
  • 헬스케어
  • 게임
  • 중기&스타트업
  • 유통
  • 금융
  • 과학
  • 디지털경제
  • 취업/HR/교육
  • 생활/문화
  • 인사•부음
  • 글로벌뉴스
  • AI의 눈
ZDPick
인공지능
AI의 눈
IT'sight
칼럼•연재
포토•영상

ZDNet 검색 페이지

'VC-터보 엔진'통합검색 결과 입니다. (155건)

  • 태그
    • 제목
    • 제목 + 내용
    • 작성자
    • 태그
  • 기간
    • 3개월
    • 1년
    • 1년 이전

모바일 SoC, AI 처리 중심 NPU→GPU로 확장

온디바이스·엣지AI의 핵심 연산을 담당해온 모바일용 시스템반도체(SoC)의 AI 가속 구조가 신경망처리장치(NPU) 중심에서 GPU를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생성 AI와 거대언어모델(LLM), 에이전틱 AI 등 처리해야 할 AI 작업이 한층 다양해지며 병렬 연산에 강점을 가진 GPU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퀄컴과 Arm은 최근 GPU에 AI 연산 전용 신경망 가속기를 통합했고, 애플도 M5에 이어 차세대 아이폰용 A20 프로 GPU에 신경망 가속기를 적용했다. 퀄컴과 Arm, 애플이 잇따라 GPU에 AI 전용 가속기를 통합하는 것은 이처럼 AI 연산의 일부를 GPU로 분산해 복잡한 AI 작업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퀄컴, 차세대 아드레노 GPU에 AI 연산 접목 퀄컴은 모바일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PC용 스냅드래곤X2 엘리트 등 SoC 제품에서 그동안 NPU의 AI 처리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강조해왔다. 여러 AI 모델이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전력 효율이 높은 NPU가 모바일·PC AI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퀄컴은 이달 2일 아드레노 GPU에 AI 처리 전용 코어인 '아드레노 매트릭스 코어(AMC)'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고성능 AI 연산에 필요한 기능을 NPU나 CPU에 넘기지 않고 GPU 내부에서 직접 처리한다는 것이다. 퀄컴은 AI 처리를 GPU에서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드레노 GPU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복잡한 렌더링 모델을 보다 낮은 지연시간과 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rm도 말리 G2-울트라 NX GPU에 AI 연산 추가 모바일용 SoC의 설계자산(IP)을 공급하는 영국 Arm도 이달 8일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를 겨냥한 새로운 반도체 IP '모바일용 CSS 2'를 공개했다. 모바일용 CSS 2는 각종 연산작업을 수행하는 C2 CPU와 그래픽 및 AI 가속을 담당하는 말리 G2-울트라 NX GPU로 구성된다. 이중 말리 G2-울트라 NX GPU에는 신경망 가속기가 통합됐다. Arm은 GPU에 통합된 신경망 처리 기능을 이용해 저해상도 화면을 고해상도로 보정하는 신경망 슈퍼샘플링(NSS), 초당 30프레임 화면을 60프레임 수준으로 높이는 신경망 프레임 업스케일링 등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GPU가 그래픽과 AI 연산을 보다 긴밀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구조다. Arm은 말리 G2-울트라 NX GPU의 실제 AI 처리 성능을 약 10~20 TOPS 내외로 예상했다. 애플, M5 이어 A20 프로 GPU에도 신경망 가속기 추가 애플은 2017년 아이폰8·X에 탑재한 SoC 'A11 바이오닉'에 NPU인 뉴럴 엔진을 처음 통합하고 사진·음성·자연어 처리 등 특정 AI 연산에 활용했다. 애플 역시 최근에는 GPU의 AI 처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한 아이패드 프로·맥용 SoC M5의 GPU에 신경망 가속기를 통합한 데 이어 차세대 아이폰용 A20 프로도 GPU에 신경망 가속기를 적용했다. A20 프로의 GPU는 전 세대보다 1개 많은 7개 코어로 구성되며, GPU 내부에 신경망 가속기를 내장해 FP8(8비트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을 최대 두 배 높였다. A20 프로는 GPU와 별개로 NPU 역할을 하는 32코어 뉴럴 엔진도 함께 탑재한다. 저전력으로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AI 작업은 여전히 뉴럴 엔진이 담당하지만 높은 연산 성능이 필요한 AI 작업에서 GPU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GPU 병렬 연산, 복잡한 AI 처리에 적합 NPU는 주위 소리 확인, 음성 인식 등 저전력으로 지속 처리가 필요한 작업에 적합하다. 그러나 AI 모델의 크기가 커지고 연산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NPU만으로 모든 AI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되는 스테이블 디퓨전·플럭스 계열 이미지 생성, 거대언어모델(LLM), AI 영상 생성·변환, 실시간 AI 이미지 편집 등은 대규모 병렬 연산과 높은 메모리 대역폭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작업에서는 GPU가 가진 높은 병렬 연산 능력과 메모리 대역폭, 다양한 연산을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장점으로 작용한다. 2나노급 공정으로 GPU 확대 여유 증가 모바일 SoC는 PC/서버용 프로세서와 달리 스마트폰 내부의 제한된 면적을 활용해 CPU·GPU·NPU 등 주요 연산 블록을 집적하는 구조다. 때문에 특정 연산 장치를 대폭 강화하기 어려웠다. 이달 공개된 차세대 모바일 SoC는 모두 TSMC N2와 삼성전자 SF2 등 2나노급 공정을 염두에 둔 제품들이다. 2나노급 공정 도입에 따른 트랜지스터 집적도 향상은 이들 연산 블록을 확대할 수 있는 설계 여유를 제공한다. TSMC에 따르면 N2는 N3E(3나노급) 대비 동일 면적에서 15% 이상 높은 트랜지스터 밀도를 제공한다. 이를 단순히 면적에 환산하면 동일한 회로를 구현할 때 이론적으로 약 13%의 면적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GPU+AI 결합 모바일 SoC, 이 달부터 시장 진입 새로운 GPU를 통합한 모바일용 SoC는 올해 애플 아이폰18 프로와 아이폰 듀오를 시작으로 내년 퀄컴과 미디어텍 등 주요 제조사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 AI의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도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까지는 주로 NPU의 TOPS가 온디바이스 AI 성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GPU 내 신경망 처리 기능을 활용한 그래픽 성능과 AI 연산 성능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만 GPU에 AI 가속기를 통합했다고 해서 실제 성능이 자동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운영체제와 AI 프레임워크, 개발 도구가 새로운 가속기를 지원하고 개발자가 이를 활용하도록 모델과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야 한다.

2026.09.15 16:11권봉석 기자

HD현대중공업, AI 전력시장 겨냥…발전엔진·SMR에 1조원 투자

HD현대중공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발전엔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생산 기반을 확대한다. HD현대중공업은 육상용 발전엔진 생산기지 신설과 SMR 제작 전용 공장 건립에 총 1조 722억원을 투자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선박용 엔진에서 쌓은 기술을 육상 발전시장으로 확장하고, 차세대 원전의 핵심 설비를 제작할 기반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투자액 가운데 8336억원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들어설 3GW(기가와트) 규모의 힘센엔진 생산기지에 투입한다. 약 21만 5000㎡ 부지에 엔진 조립·시운전 공장과 엔진 회전축인 크랭크샤프트 가공 공장, 엔진 몸체를 만드는 블록 주조 공장 등을 조성한다. 2027년 1분기 착공해 2028년 5월 준공한 뒤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HD현대는 이번 증설로 육상 발전엔진 생산능력을 연간 4GW 규모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 거점별 역할도 나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본공장은 선박용 힘센엔진에 집중하고, 온산 신규 공장과 전남 영암의 HD현대엔진은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증설과 생산 효율 개선을 통해 선박용·육상 발전용을 합친 전체 힘센엔진 생산능력이 기존 3GW에서 2030년 7.2GW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SMR 핵심 설비인 주기기를 제작하는 전용 공장에는 2386억원을 투자한다. 울산조선소 내 부지를 활용해 건립하며, 2029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한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출력을 줄이고 주요 설비를 모듈 형태로 만든 원전이다. HD현대중공업은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대안으로 SMR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을 인용해 2050년 SMR 시장이 150GW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핵심 설비 제작·공급 물량이 제조사에 확정된 사례는 아직 많지 않아 사업 확대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미국 원전 개발사 테라파워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 8월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 등을 만나 차세대 원자로 '나트륨'의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올해 4월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과 6271억원, 8월 코반에너지그룹과 9560억원 규모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2026.09.10 14:01류은주 기자

애플, 아이폰용 첫 2나노급 SoC 'A20 프로' 공개

애플이 9일(현지시간) 새 아이폰 공개 행사 '깜짝 빛날 시간.'에서 아이폰용 새 시스템반도체(SoC)인 'A20 프로'를 공개했다. A20 프로는 애플이 아이폰용으로 설계한 첫 2나노급 SoC로 미세화된 트랜지스터를 더 높은 밀도로 집적하면서 CPU와 GPU, AI 연산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CPU는 고성능 '슈퍼코어' 2개, 저전력 '효율' 코어 4개 등 총 6코어로 구성됐다. 애플에 따르면 슈퍼코어 성능은 전 세대 대비 최대 20% 향상됐고 효율 코어 4개에는 뉴럴 엔진과 별도로 신경망 가속 엔진을 통합했다. 애플은 "효율 코어에 신경망 가속기를 통합해 일반적인 앱은 물론 기기에서 직접 AI 모델을 실행하는 온디바이스 AI 작업에서도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GPU는 총 7코어로 지금까지 출시된 아이폰용 SoC 중 가장 많은 코어를 내장했다. 일반 그래픽 성능은 전 세대 대비 최대 40% 향상됐다. GPU에도 신경망 가속기를 내장해 FP8(실수, 8비트) 연산 성능을 최대 두 배 높였다. 각종 AI 처리를 저전력으로 전담하는 뉴럴 엔진은 최대 32코어로 구성됐다. 전 세대 대비 연산 성능은 두 배, 메모리 대역폭은 50% 늘어났다는 것이 애플 설명이다. 발열 관리 방식도 달라졌다. A20 프로는 애플 PC·아이패드 프로용 M 시리즈 SoC에 먼저 적용됐던 새로운 패키징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실리콘 다이가 증기 챔버와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한편 증기 챔버 표면 면적도 아이폰17 프로 대비 최대 3배 늘렸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부하가 가해지는 게임 등 실행시 성능을 높였다. A20 프로는 같은 날(9일) 공개된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 애플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듀오에 탑재된다.

2026.09.10 07:33권봉석 기자

새로운 한국적 오디세이, '까만 인절미'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2026년 여름, 나는 아주 흥미로운 두 작품을 마주했다. 하나는 거대한 바다를 가르며 귀환하는 고대 영웅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한 여인이 순교를 통해 본향(本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한쪽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강원도립극단의 우리소리극 《까만 인절미》가 있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는 순간, 뜻밖의 접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대도 세계도 다른 두 이야기가 놀랍도록 닮은 방식으로 긴 여정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노래하고, 노래를 통해 한 시대의 기억을 건네던 사람. 바로 '음유시인'의 목소리로 말이다. 오래전 사람들이 아직 책을 갖지 못했던 시절 이야기는 글이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로 전해졌다. 한 사람이 노래하면 다른 사람이 듣고, 다음 세대가 다시 노래했다. 영웅의 모험과 전쟁, 사랑과 죽음, 인간의 운명은 그렇게 공동체의 기억 속에 살아남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역시 그런 구전의 세계에서 태어났다.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읽지만, 그 뿌리에는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던 음유시인이 있었다. 한국에도 이러한 음유시인이 있다. 바로 소리꾼이다. 소리꾼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자가 아니다. 서술자이면서 등장인물이 되고, 때로는 시대를 바라보는 증인이 된다.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 고수의 북과 추임새를 통해 한과 신명을 전달하며 기나긴 이야기와 역사를 입에서 입으로 이어온 사람들이다. 《까만 인절미》가 불러내는 인물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의 한가운데 놓인 여인 이성례다. 남편의 순교와 연이은 어린 자식의 죽음, 살아남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배교(背敎),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고통과 죄책감이 그녀의 삶을 관통한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자식들을 뒤로한 채 자신의 신앙을 선택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이제, 나란히 선 두 음유시인의 소리를 따라 긴 여정에 올라 보자. 《오디세이》의 음유시인은 영화의 첫 장면에서 몇 개의 단어만으로 거대한 여정의 좌표를 찍는다. 이제 그 음유시인의 방식처럼, 몇 개의 키워드를 따라 《까만 인절미》의 새로운 풍경을 펼쳐보려 한다. SONG - 이야기를 여는 소리 《오디세이》의 시작을 기억하는가. “A Face. A Fleet. A War. A Man. A Thought. A Trick.”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음유시인은 이 여섯 개의 단어를 차례로 던진다. 짧고 강렬한 음성과 고대 그리스의 6음보 운율을 현대적인 리듬으로 풀어낸 방식은, 오래된 서사시가 소리로 먼저 존재했음을 일깨운다. 《까만 인절미》의 시작 역시 소리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주기도문이다. 판소리의 어법으로 작창(作唱)된 주기도문은 힘 있는 중모리장단을 타고 흐르며 뜻밖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나아가 주기도문과 함께 울리는 열두 대의 북소리는 마치 《오디세이》 속 음유시인의 노래가 지팡이의 두드림을 만나 힘을 얻듯, 목소리에 물리적인 울림을 더한다. 그리고 그 울림은 어느 순간 하나의 경건한 의식으로 확장된다. 그 순간, 낯선 종교의 언어는 한국의 소리가 된다. 이 주기도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모두 세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삶 속에서 신성을 발견하는 기도로, 작품의 세계관을 여는 서곡이 된다. 두 번째는 자식을 잃은 여인의 모성이 신앙과 충돌하며, 한맺힌 절규로 점철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기도는 비로소 귀향의 노래가 된다. 삶의 고통과 갈등을 지나 죽음 너머 본향으로 향하는 순간, 주기도문은 교리가 아니라 소리가 되고, 소리는 모두를 진동시키는 울림이 된다. 세 번의 주기도문은 그렇게 이성례의 긴 여정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SONG'은 단순히 노래한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기억을 불러내고, 고통을 토해내며, 마침내 한 인간을 귀향으로 이끄는 하나의 긴 여정인 것이다. SEA - 폭풍을 건너는 두 개의 오디세이 《오디세이》에는 바다가 있다.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는 폭풍과 괴물, 유혹을 통과하며 이타카를 향한다. 눈에 보이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귀환의 길이다. 그런데 《오디세이》라는 렌즈를 통해 《까만 인절미》를 바라보면, 전혀 다른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성례가 건너는 바다는 실제의 바다가 아니라 마음속의 폭풍이다. 그녀에게는 남편 최경환의 죽음이 있고, 어린 막내의 죽음이 있다. 살아남은 자식들이 있고, 자식을 살리기 위해 신앙을 부정했던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선택 뒤에 따라온 죄책감과 고통이 있다. 오디세우스가 외부의 바다를 건넌다면, 이성례는 내면의 바다를 건넌다. 이렇게 바라보는 순간, '오디세이'는 더 이상 특정한 영웅의 모험담에 머물지 않는다. 한 인간이 겪어내는 긴 여정,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오디세이는 《까만 인절미》에서 '귀향'이라는 한국적 정서로 이어진다. 한(恨). 혼(魂). 해원(解冤). 그리스도교에서 죽음이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에게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한국의 정서에서 돌아감은 흩어진 혼을 거두고 오래된 한을 풀어내는 해원에 가깝다. 그렇게 이성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본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자 오래된 한이 비로소 풀리는 해원의 순간이 된다. LOVE - 마지막에 남는 사랑 그렇다면 긴 여정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폭풍과 죽음의 위협을 지나 마침내 이타카에 도착했을 때, 그를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은 오래된 개 아르고스다. 오랜 세월 주인을 기다린 아르고스는 그의 귀환을 알아본 뒤, 더 이상 그를 맞이할 힘조차 남기지 못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둔다. 거대한 전쟁과 신들의 분노, 수많은 모험으로 가득했던 서사의 마지막이 한 생명과 한 인간 사이에 남아 있던 사랑으로 수렴하는 순간이다. 《까만 인절미》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이성례의 삶을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들. 박해와 순교, 신앙과 배교, 모성과 죄책감.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에 모이는 곳은 의외로 까만 인절미 한 조각이다. 아이의 손때가 묻은 그 인절미는 거대한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끝내 놓지 못했는지를 조용히 품고 있다. 거대한 전쟁과 신들의 분노로 가득했던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늙은 개 한 마리의 눈빛으로 남듯, 《까만 인절미》의 박해와 순교라는 거대한 역사 역시 마지막에는 한 조각의 인절미가 품은 사랑으로 압축된다. 아르고스와 까만 인절미.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인 하나의 생명과 하나의 사물이지만, 두 작품은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긴 여정의 끝에서 인간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거대한 업적이 아니라, 끝까지 남겨진 사랑이라는 것. BARD -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 그렇다면 이 긴 여정은 어떻게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도착했을까. 답은 다시 소리다. 《오디세이》의 음유시인을 연기한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2026년의 음악적 언어와 새로운 운율로 오래된 영웅의 이야기를 다시 노래한다. 《까만 인절미》의 소리꾼 박애리 역시 오래된 순교의 역사를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새로운 작창의 소리로 오늘의 무대 위에 다시 세운다. 고전과 역사 속에 머물 뻔했던 인물들은 그렇게 각자의 시대가 가진 언어와 감각을 입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그 결과 《까만 인절미》에서 이성례는 더 이상 기록 속에 남겨진 순교자의 이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신앙과 모성 사이에서 신음하고, 사랑 앞에서 흔들리며, 끝내 본향길에 오른 한 인간의 얼굴로 오늘 우리 앞에 선다. 효율과 실리를 좇는 시대에, 이성례의 선택은 어쩌면 지나치게 미련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미련한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오래 바라보아야 할 인간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는 그렇게 지나가서는 안 된다. 한 인간이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끝까지 지켜냈으며,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놓았는가. 이런 이야기가 오래도록 불리고 회자될 때, 비로소 우리의 여정에도 한 줄기 사유가 남을 것이다. 필자 최한이 최한이는 전통과 현대를 노래하는 국악 보컬리스트다. 초등학생 시절 판소리에 재능을 보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에 발탁됐고, 국립국악중·고를 거쳐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2012년 창작국악 신진 등용문인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켜켜이 쌓인 전통의 숨결을 바탕으로, 크로스오버와 월드뮤직, 방송과 무대를 넘나들며 판소리의 동시대성과 문화적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MBN , tvN , KBS 등에 출연했으며, 2025년 12월부터 지디넷코리아 [문화엔진] 시리즈 필진으로 합류해 판소리와 창작국악, 한류를 음악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칼럼을 연재한다.

2026.09.09 10:08최한이 컬럼니스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명화, LG TV로 들어왔다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명화가 LG TV로 들어왔다. LG전자는 최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트 콘텐츠 서비스 'LG 갤러리 플러스(LG Gallery+)'에서 소장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에두아르 마네의 '아르장퇴유 정원의 모네 가족',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의 '해변에서', 세브린 로젠의 '꽃과 과일이 있는 정물' 등이 대상이다. 명화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익숙한 디지털 전환의 한 장면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오래전부터 소장품을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해왔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지점을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컬렉션이 TV 제조사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화면을 둘러싼 경쟁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명화만 모으지 않는 '갤러리' Gallery+의 매력은 콘텐츠의 폭에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뿐 아니라 영국 내셔널 갤러리 런던,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문화기관과 협력하고, 사치아트의 현대미술도 제공한다. 게임 일러스트와 영화 이미지, 자연경관까지 포함하면 현재 5천 개가 넘는 아트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미술사에 따라 작품을 배열한 온라인 미술관과는 쓰임이 다르다. 한 화면 안에서 고전회화와 현대미술, 영화와 게임 이미지가 이용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그날의 취향과 공간에 맞춰 화면을 바꾼다. Gallery+는 미술작품을 디지털화해 보여주는 데 그치기보다 다양한 시각문화를 생활공간의 화면에 편성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LG전자의 하드웨어와 플랫폼 전략도 맞물린다. OLE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가 이미지의 색과 명암, 디테일을 얼마나 잘 구현할 것인가를 담당한다면 독자 스마트TV 플랫폼 webOS와 Gallery+는 그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넓힌다. 좋은 디스플레이가 콘텐츠의 표현력을 높이고, 좋은 콘텐츠는 다시 그 화면을 사용할 이유를 만든다. TV 산업에서도 이 연결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화질과 크기, 디자인의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제품을 구입한 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고 서비스를 반복해서 이용하는지도 TV 경험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탄이 더해진다는 것 그래서 이번 협업은 작품 100여 점의 추가보다 파트너의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힘은 유명한 명화 몇 점에만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면서 쌓아온 컬렉션과 큐레이션의 신뢰가 있다. LG전자에는 다른 자산이 있다. 디스플레이와 webOS, Gallery+라는 서비스, 그리고 이용자의 생활공간에서 작동하는 TV다. 미술관이 축적한 문화적 자산과 기술기업의 화면·플랫폼이 만나는 구조다. 문화콘텐츠의 유통에서도 살펴볼 대목이 있다. 그동안 미술관과 박물관의 디지털 전환은 원본을 얼마나 정밀하게 촬영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것인가에 많은 힘을 쏟았다. 이제 구축 이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만들어진 디지털 문화자산을 어디에 유통하고, 어떤 콘텐츠로 편집하며, 사람들이 다시 찾는 경험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같은 작품 이미지라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때와 거실의 대형 화면에 오랫동안 띄워놓을 때 쓰임은 달라진다. 플랫폼이 바뀌면 콘텐츠의 호흡도 바뀐다. 디지털화 이후에 다시 편집과 연출,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TV 속 명화가 실제 미술관의 원작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작품의 물성과 크기, 전시장 안의 거리와 빛은 실제 장소가 가진 경험이다. 대신 작품과 만나는 경로는 하나 더 늘어난다. TV에서 처음 발견한 작품이 미술관 방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직접 봤던 작품을 생활공간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5천 점 다음은 '발견'이다 Gallery+가 5천여 콘텐츠를 갖추면 질문도 달라진다. 더 많은 작품을 확보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숫자가 커질수록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아트 콘텐츠는 영화나 드라마와 소비의 리듬이 다르다. 한 작품을 몇 시간, 때로는 며칠 동안 화면에 둘 수 있다. 아침과 밤, 계절과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도 달라진다. 무엇을 보유했는지만큼 무엇을 언제 만나게 하는지가 서비스의 성격을 결정한다. Gallery+는 이미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추천과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새로운 작품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하느냐다. 유명 작품을 많이 모아놓는 것으로 좋은 컬렉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작품 사이에 맥락을 만들고, 익숙한 취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이미지로 관심이 이어지게 하는 설계가 중요하다. 콘텐츠의 양이 플랫폼의 규모를 만든다면, 큐레이션은 플랫폼의 성격을 만든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합류가 흥미로운 것도 그래서다. 세계적인 미술관이 축적해온 컬렉션의 힘과 LG전자의 디스플레이·플랫폼 역량이 만나 명화를 보여주는 데서 어디까지 더 세밀한 발견과 감상 경험으로 발전할지 지켜볼 만하다. 이는 문화기관과 콘텐츠기업에도 같은 과제를 남긴다. 디지털 전환의 다음 과제는 구축 이후에 있다. 구축한 자산을 콘텐츠로 가공하고, 적합한 플랫폼에 유통하고, 이용자의 선택과 반응을 다시 다음 기획으로 돌려야 한다. 유산과 예술이 디지털 자산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경험, 다시 산업으로 이어지려면 이 순환이 필요하다. TV의 화질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만큼 좋은 화면을 쓸 이유를 만드는 콘텐츠의 가치도 함께 커진다. LG Gallery+에는 이제 메트로폴리탄의 명화와 현대미술, 영화와 게임 등 서로 다른 시각문화가 하나의 서비스 안에 모이고 있다. 다음 승부가 몇 점을 더 채우느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하는가로. Gallery+가 앞으로 보여줄 매력도 그 변화 속에서 더 선명해질 것이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9.09 09:58이창근 컬럼니스트

진도의 9월, 민속예술과 도시의 만남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도시의 이름에는 장면이 붙는다. 어느 곳에서는 소리가 먼저 떠오르고, 어느 곳에서는 걸었던 길과 사람의 얼굴이 남는다. 문화도시의 힘도 그런 경험이 얼마나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느냐에서 드러난다. 9월에는 그 흐름을 연이어 살펴볼 일정이 있다. 전국 문화도시가 밀양에 모이고, 며칠 뒤 진도에서는 무형유산의 전승과 오늘의 실천을 이야기하는 컨퍼런스와 몸과 소리의 현장인 축전이 열린다. 밀양에서 공유하고, 진도에서 이어간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밀양에서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가 열린다. 전국 37개 문화도시가 각 지역의 성과와 문화를 펼치고, 개막식에는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도 참석한다. 개최도시 밀양은 옛 밀양대학교를 햇살문화캠퍼스로 되살리고 아리랑과 로컬 콘텐츠, 시민 활동을 도시 안에 축적해왔다. 박람회에서는 밀양·정선·진도의 아리랑도 한 무대에서 만난다. 행사가 끝난 사흘 뒤인 16일부터 진도에서는 국제무형문화컨퍼런스가, 18일부터는 국제무형문화축전이 열린다. 두 지역의 행사는 공식적으로 연결된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전국 문화도시의 경험을 나눈 직후 진도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다시 현장에 펼친다는 시간의 흐름은 흥미롭다. 밀양에서 전국의 문화도시와 만난 진도의 아리랑이 며칠 뒤 다시 진도의 삶과 장소 안으로 돌아온다. 전국 단위의 교류와 한 지역의 자기다움 사이를 오가는 문화도시 정책의 한 장면처럼 읽힌다. '민속문화의 섬', 사람과 장소에서 살아나다 진도는 13개 '대한민국 문화도시' 가운데 하나다. 내건 비전은 '대한민국 문화도시 민속문화의 섬, 진도'. 강강술래와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등 몸과 소리로 이어온 민속문화를 핵심 자산으로 삼고 교육과 창작, 유통과 확산, 원도심과 관광을 잇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시작해 2027년까지 이어지는 본사업의 가운데 해가 올해다. 이제 그 비전이 사람과 장소에서 어떤 경험으로 모습을 드러내는지 살펴볼 시점이다. 무형유산의 가장 오래된 아카이브는 어쩌면 사람의 몸이다. 누군가 다시 부르고 춤추며 장단을 받아야 다음 시간이 열린다. 진도의 문화적 힘도 여기에 있다. 오래된 소리와 몸짓이 여전히 사람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8월 열린 '진도 민속예술 관광정책 포럼'에는 이재각 진도군수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문화·관광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민속예술과 관광의 접점을 논의하고 운림산방과 남도진성, 진도토요민속여행 같은 현장도 함께 살폈다. 진도군문화도시센터도 허건 센터장을 중심으로 민속문화를 프로그램과 공간, 지역 활동으로 연결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현장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콘텐츠 디렉팅의 역할도 더욱 선명해진다. 어느 장소에서 만나고, 어떤 동선으로 걷고, 누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머물고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 것인가. 진도가 지닌 풍부한 문화자산이 오늘의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수록 문화도시의 매력도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 관광 역시 사람을 데려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가 전승자와 지역 기획자의 다음 활동으로 돌아가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 된다면 문화도시는 사업 기간을 넘어 지역에 축적되는 구조를 갖게 된다. 민속문화와 관광을 연결하려는 진도의 움직임도 결국 이 순환을 얼마나 촘촘히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컨퍼런스에서 축전까지, 말과 몸을 잇다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2026 진도국제무형문화컨퍼런스'의 공개 프로그램은 '한'과 '흥'을 화두로 아시아·태평양 민속예술의 전승과 창조적 실천을 다룬다. 기조강연에 이어 민속예술의 전승과 도전, 유네스코 무형유산과 국제교류, 민속예술의 창조적 실천 등을 여러 세션에서 논의하고 진도를 다루는 특별세션도 마련한다. 컨퍼런스가 발표와 토론으로만 끝나지 않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도의 민속예술을 직접 접하는 문화체험을 일정 안에 배치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유산'을 다시 사람의 몸과 소리, 실제 장소에서 만나게 하는 구성이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18일부터 20일까지는 '2026 진도국제무형문화축전'이 이어진다. '삶의 줄, 열두 매듭'을 중심으로 진도씻김굿과 진도다시래기 등 지역의 무형유산에 국내외 초청공연, 전시와 체험,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공개된 축전 계획에는 공연 편성뿐 아니라 체험과 먹거리, 편의시설, 공간배치까지 담겨 있다. 공연을 보는 시간과 장소를 걷는 시간, 먹고 머무는 시간이 하나의 축전 안에 놓인다. 콘텐츠의 관점에서는 바로 이 접점이 중요하다. 공연 하나의 완성도뿐 아니라 서로 다른 몸과 소리, 장소와 사람이 어떤 동선과 리듬으로 이어져 하나의 진도 경험을 만드는가 하는 문제다. 컨퍼런스가 그 몸이 다음 세대로 건너갈 길을 묻는다면, 축전은 그 길 위에서 다시 몸과 소리를 만나게 한다. 그 흐름이 행사 뒤에도 이어진다면 의미는 더 커진다. 컨퍼런스에서 나눈 이야기가 다음 정책과 기획으로 이어지고, 해외 초청이 공동작업과 교류로 발전하며, 축전에서 생긴 관심이 전승자와 지역 기획자의 다음 활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진도에는 이미 씻김굿의 소리와 강강술래의 원, 다시래기의 몸짓과 아리랑의 장단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서둘러 덧붙이기보다, 그 오래된 시간이 오늘의 동선과 체류, 해설과 콘텐츠 안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민속문화의 섬'이라는 비전이 사람의 몸과 장소의 기억, 관광과 전승 사이에서 진도다운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 올가을 진도에서 기대하고 싶은 장면은 바로 그 연결이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9.08 09:26이창근 컬럼니스트

현대로템, 항공우주 첫 별도 채용…엔진 개발 인력 확보

현대로템이 유도무기와 우주발사체 엔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항공우주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 현대로템은 항공우주 분야 14개 직무에서 신입·경력 직원을 채용한다고 8일 밝혔다. 항공우주 분야만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받고 있으며, 이달 20일까지 현대로템 채용 홈페이지에서 접수할 수 있다. 이후 인·적성 검사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직무별 업무와 자격 요건도 채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집 분야는 유도무기용 덕티드 램제트 엔진, 극초음속 엔진, 메탄엔진, 엔진 등 추진기관의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설비 등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채용으로 항공우주 핵심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원자와의 소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달 주요 대학과 대학원 연구실을 방문해 예비 지원자에게 직무와 채용 절차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과제를 수행하며 유도무기용 덕티드 램제트 엔진과 극초음속 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덕티드 램제트 엔진은 비행 중 유입되는 공기를 연소에 활용하는 추진기관이다. 우주 분야에서는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사체 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메탄엔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재사용 발사체용 메탄엔진 기술 개발 과제에 참여해 성능을 높이고 있다. 누리호 프로젝트 등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추진기관 시험설비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사업 확대에 맞춰 연구개발 조직도 정비했다. 올해 조직 개편으로 항공우주개발센터에 우주모빌리티팀을 신설했으며, 기존 방산 조직에도 항공우주 사업을 반영해 항공우주·방산을 뜻하는 'AD(Aerospace·Defense)'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도 추진 중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3월 전북특별자치도·무주군과 항공우주 생산기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34년까지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생산과 연구개발 기능을 갖춘 항공우주 종합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6.09.08 08:39류은주 기자

산업부, '지방주도 성장엔진 협의회' 출범…중앙-지방 소통·협력 채널 구축

5극 3특 성장엔진 가동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소통·협력 채널인 '지방주도 성장엔진 협의회'가 7일 출범했다. 산업통상부는 7일 충북 오송 오스코에서 13개 지방정부와 산업기술진흥원(KIAT)·산업연구원·지역산업진흥원 등이 참석하는 '제1회 지방주도 성장엔진 협의회'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성장엔진 육성 등 지역 산업 현안을 논의하는 중앙-지방간 소통·협력 채널이다. 지난 7월 개최된 '성장엔진 실무협의회'를 공식적인 고위급 중앙-지방 소통체계로 한층 격상시켜 더욱 속도감 있게 성장엔진 육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날 협의회에서 성장엔진 분야 지방투자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범부처 정책·사업 등으로 구성된 '성장엔진 7대 정책지원 패키지'와 지방정부가 지역의 산업여건·인프라 등을 고려해 주도적으로 육성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성장엔진 육성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성장엔진 육성계획에는 ▲앵커기업 투자계획 ▲중앙정부의 7대 정책지원 패키지 활용 방안 ▲지방정부 자체 투자 지원방안 ▲산업거점 조성·정주여건 개선 등 공통기반 과제가 포함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육성계획 수립지원을 위해 5극3특 권역별로 지방정부, 지역기업, 지역혁신기관, 지역산업진흥원 등으로 구성된 '성장엔진 초광역 공동사업단'을 가동할 예정이다. 협의회에 참석한 13개 지방정부는 지역의 산업과 경제여건을 반영한 미래 성장엔진 육성 구상을 제시했다. 5극3특 권역이 자생적으로 산업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성장축을 만들어 나간다는 내용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성장엔진을 성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방투자 프로젝트가 속도감 있게 이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 역할과 현장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날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방정부가 연내 성장엔진 육성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2026.09.07 18:19주문정 기자

넥슨, '마비노기 이터니티' 첫 알파 테스트 성료

넥슨의 대표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가 언리얼 엔진 교체 프로젝트인 '마비노기 이터니티'의 첫 이용자 대상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현대화 작업에 속도를 낸다. 넥슨코리아(공동 대표 강대현∙김정욱)는 MMORPG '마비노기'의 엔진 교체 프로젝트 '마비노기 이터니티' 첫 알파 테스트를 마쳤다고 7일 밝혔다. 넥슨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이번 테스트를 통해 초반 성장 구간부터 전투, 생활 콘텐츠에 이르는 핵심 동선을 점검했다. 수집한 이용자들의 플레이 패턴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여 향후 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테스트 첫날인 3일에는 민경훈 총괄 디렉터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용자와 실시간 소통을 진행했다. 민 디렉터는 초반 성장 구간 스토리와 튜토리얼을 직접 플레이하며 약 2시간 동안 알파 테스트의 목적과 향후 개발 방향성을 소개하고, 개선된 플레이 편의성과 생활 도구 아이템, 콘텐츠 시스템, 사운드 및 비주얼 요소의 변화를 상세히 설명했다. 방송 중에는 치지직 채널에서 30분 이상 시청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넥슨캐시 5000원을 지급하는 드롭스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울러 치지직과 SOOP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총 34명이 테스트에 참여해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민경훈 총괄 디렉터는 “알파 테스트 기간 동안 아낌없는 관심과 피드백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다양한 의견을 개발에 적극 반영해 기대에 부응하는 '마비노기 이터니티'를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2026.09.07 16:35정진성 기자

예악의 시간이 춤이 될 때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춤은 어디에 남을까. 건축은 자리에 남고 그림과 유물은 형태로 남는다. 춤은 누군가 다시 몸을 움직여야 이어진다. 발을 딛는 자리와 팔을 드는 높이, 방향을 바꾸는 순간과 음악을 기다리는 호흡까지 몸에서 몸으로 건너가야 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의 일무(佾舞)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사람의 몸으로 이어온 춤이다. 오는 9월 12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 일무 전장 '팔풍의 몸짓, 일무' 열한 번째 연작이 열린다. 사단법인 아악일무보존회가 주최하는 대표공연으로 현재 예매가 진행 중이다. 공연 자료에 따르면 종묘대제와 공개행사에서 일무 전장을 온전히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만큼, 일무의 원형과 전장을 온전히 전승·공연하는 데 연작의 뜻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64인의 팔일무로 보태평·정대업 일무 전장을 암보해 선보였고 올해 열한 번째 연작으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 절제에서 드러나는 격조 종묘제례악이라고 하면 먼저 장중한 음악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음악만으로 예악의 전체를 만날 수는 없다. 기악 연주와 선왕의 공덕을 노래하는 악장, 줄과 열을 이루어 추는 일무가 함께 움직인다. 보태평의 일무는 선왕의 문덕을, 정대업의 일무는 무공을 기린다. 귀로 듣는 음악의 뜻을 몸이 공간 위에 펼쳐 보이는 셈이다. 일무의 매력은 큰 동작보다 절제에서 드러난다. 한 사람이 자신의 기량을 앞세우기보다 여러 몸이 방향과 간격을 맞추며 전체의 형식을 만든다. 팔을 드는 각도와 발을 놓는 위치, 움직임과 멈춤 사이의 호흡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몸을 과장해 드러내지 않아도 줄과 열이 만든 공간은 넓다. 종묘제례악 일무의 격조는 이 절제된 질서에서 나온다. 몸의 배열에도 오래된 세계관이 배어 있다. 종묘제례에서는 상월대의 등가가 하늘을, 하월대의 헌가가 땅을 상징하고 그 사이에서 일무원이 춤춘다.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의 질서 안에서 만나는 천지인의 생각이다. 팔일무의 줄과 열 역시 보기 좋은 군무 대형으로만 읽을 수 없다. 몸의 위치와 방향에는 당시 사람들이 세상과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던 방식이 담겨 있다. 빠른 장면전환과 강한 이미지에 익숙한 관객에게 일무의 호흡은 낯설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천천히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움직임보다 몸과 몸 사이의 거리, 움직일 때보다 멈춘 순간, 개별 동작보다 여러 몸이 함께 이루는 질서에 시선을 두면 춤의 다른 표정이 보인다. 그것이 일무를 보는 첫 번째 방법이다. 전장을 기억하는 몸 이번 공연명에서 눈여겨볼 단어는 '전장'이다. 종묘제례악의 보태평과 정대업은 각각 11곡으로 이어지고 곡에 따라 일무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실제 종묘대제나 공개행사에서는 그 전체 흐름을 한 자리에서 온전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전장을 익힌다는 것은 많은 동작을 차례대로 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분과 부분이 어떤 관계를 맺고 하나의 예악을 이루는지를 몸 안에 담아두는 일이다. 전체를 알고 있어야 한 동작이 왜 그 자리에 놓였는지, 문무와 무무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도 읽을 수 있다. 여기에서 '전승의 완결성'을 생각하게 된다. 오랫동안 이어온 유산이라 해도 자주 쓰이는 일부만 남고 전체의 맥락이 희미해지면 다음 세대가 물려받는 것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전장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얼려두겠다는 뜻과 다르다. 이후의 해석과 창작이 출발할 수 있도록 전체의 구조를 잃지 않는 일에 가깝다. 종묘제례악 일무 전승교육사 김영숙 보존회 이사장은 원로들에게 전장을 모두 외워 발표하라는 과제를 받고 1988년 전장을 암보해 발표했다. 이후 이수자들이 전장을 익혀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이어왔다. 그가 전장을 외워 전하지 않으면 맥이 끊길 수 있다고 강조했던 배경에는 무형유산 전승의 현실이 놓여 있다. 악보와 의궤가 음악과 절차를 기록했다면 일무는 제례의 질서를 몸으로 기억해왔다. 영상으로 동작을 남길 수 있는 시대에도 옆 사람과 맞추는 간격과 음악을 기다리는 호흡, 몸에 들어가는 힘과 절제까지 저절로 전해지지는 않는다. 결국 사람이 익히고 사람이 가르쳐야 한다. 무형유산에서 몸은 살아 있는 기록이다. 그래서 활용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원래의 구조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눈에 띄는 장면만 떼어내면 전통은 쉽게 이미지와 소재로 소비된다. 반대로 원형의 보존만 강조해 사람과 만나는 접점을 닫아버리면 전승의 폭은 좁아진다. 온전히 이어가는 힘과 더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함께 필요하다. 의례에서 무대로, 전승에서 경험으로 이번에는 일무가 종묘에서 국립국악원 예악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종묘에서 일무는 정전과 월대, 신위와 제상, 음악과 악장, 제관의 움직임과 함께 존재하는 제례의 한 부분이다. 공연장에서는 관객의 시선이 춤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줄과 열의 조형, 문무와 무무의 차이, 움직임과 멈춤이 만드는 리듬을 집중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공연장이 종묘라는 장소의 시간과 제례의 모든 맥락을 옮겨올 수는 없다. 대신 의례 안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던 몸의 언어가 무대의 중심으로 나온다. 종묘에서는 예악 전체 속에서 일무를 만나고, 공연장에서는 일무를 통해 예악의 구조를 되짚어보게 된다. 같은 춤이라도 장소가 달라지면 그것을 읽는 시선도 달라진다. 필자는 몇 해 전 종묘 악공청에서 미얀마의 K-팝 그룹이 김영숙 이사장과 이미주 예술감독을 비롯한 일무 전승자들의 지도로 직접 일무를 배우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설명을 듣던 이들이 팔을 들고 발을 옮기기 시작하자 오래된 춤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멀리서 바라보던 문화가 자신의 몸을 통과하는 순간, 유산은 지식에서 경험으로 바뀌었다. 이 장면은 무형유산을 오늘의 사람과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했다. 꼭 화려한 기술이나 거대한 장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을 잘 보이게 할 것인지, 어떤 맥락을 이해하게 할 것인지, 어디까지 직접 경험하게 할 것인지를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이 먼저다. 전통예술의 활용도 같은 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장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설과 기록, 몸의 움직임을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한 번의 공연이 다음 공연과 연구로 이어지는 아카이브가 함께 쌓여야 한다. 한 차례 공연의 성과만으로 전승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어떤 형식이 온전히 이어졌는지, 관객은 무엇을 새롭게 이해했는지, 공연 이후 무엇이 기록되고 다시 쓰일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았는지도 봐야 한다. 보존과 활용을 따로 놓기보다 전승의 완결성과 경험의 접근성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12일 예악당에서 '팔풍의 몸짓, 일무'를 만난다면 화려한 장면부터 찾지 않아도 좋겠다. 몸과 몸 사이의 간격, 팔과 발이 향하는 방향, 음악과 함께 흐르는 움직임과 멈춤을 천천히 따라가 볼 일이다. 그 작은 차이들이 모여 이루는 질서 속에서 종묘제례악의 춤이 오래 지켜온 예악의 격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춤은 순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누군가 다시 몸으로 익히면 그 시간은 다음 사람에게 건너간다. 온전히 기억하고, 제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 종묘제례악 일무의 다음 시간은 그 두 가지가 만나는 곳에서 이어진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9.07 10:20이창근 컬럼니스트

항공업계, 올해 17.4조원 투자…신규 항공기 60대 도입 등 안전투자 지속

국토교통부는 국내 17개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등 2개 기관의 '2025년 항공안전 투자실적'과 '2026~2027년 투자계획'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13조 3098억원을 안전 분야에 투자했고, 올해에는 올해 17조 4462억원을 투자한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투자액은 2024년 6조 1769억원보다 115.5% 증가했다. 항공사·공항운영자 등 모든 부문에서 투자 규모가 늘어났다. 2026년 공시부터 기존 경년항공기 교체만 인정하던 항공기 관련 투자를 신규 항공기 도입 비용까지 확대하고, 정비사만 인정하던 인건비도 운항·객실승무원 등 항공안전 관련 종사자 고용비용까지 포함하는 등 안전투자 인정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 신규 항공기 43대 도입에 3조 8798억원, 안전 관련 종사자 고용비용에 3조 3817억원을 투자했다. 신규 항공기 도입 등을 통해 국적항공사 평균 항공기 기령은 2024년 12.4년에서 2025년 12.1년으로 개선됐다. 항공기 정비·수리·개조에 3조 3848억원, 엔진·부품 구매·임차에 1조 8761억원, 정비시설·장비에 2250억원 등을 투자했고 정비·수리·개조 투자의 92.7%가 예방정비에 투입됐다. 소형항공운송사업자는 417억원, 공항운영자는 3460억원을 투자했으며, 공항운영자는 이착륙시설·항행안전시설, 소방·구조·제설장비 등 공항 안전 인프라에 주로 투자됐다. 항공업계는 올해 17조 4462억원의 안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항공기 60대 도입에 7조 66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엔진·부품, 정비시설·장비 등 정비·부품 분야와 공항 항행안전시설, 소방·구조장비 등 안전인프라 투자도 지속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항공사 통합 등에 따른 중복투자 조정 등 투자구조 변화로 규모가 감소할 전망이다. 신규 항공기 도입은 내년에도 28대가 계획돼 있고 정비·부품 등 안전운항에 필수적인 상시 안전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경수 국토부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은 “항공산업이 성장하고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경영여건에 따라 안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지만, 안전은 항공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며 “안전투자를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과 성장의 기반으로 인식하는 안전경영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공시자료는 각 항공교통사업자 누리집과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에서 3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2026.09.02 14:21주문정 기자

넥슨 '마비노기 이터니티', 첫 알파 테스트 D-1…환골탈태한 '판타지 라이프' 주목

넥슨의 장수 MMORPG '마비노기'가 새로운 도약의 시험대에 오른다. 넥슨은 마비노기 엔진 교체 프로젝트 '마비노기 이터니티'의 첫 대규모 알파 테스트를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진행한다. 지난 2004년 6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원작 마비노기는 전투 중심이던 기존 시장에 '판타지 라이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 있다. 악기 연주, 요리 등 일상적인 생활 콘텐츠와 카툰 렌더링 그래픽을 앞세워 출시 당해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 등을 휩쓸며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나이를 먹고 환생하는 독창적인 시스템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합주를 즐기는 특유의 커뮤니티 감성은 '밀레시안(이용자)'이라는 매우 견고한 팬덤을 구축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넥슨의 대표 장수 지식재산권(IP)으로 사랑받으며 독보적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방대한 리소스를 지닌 3D MMORPG의 엔진을 통째로 교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도 한 도전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프로젝트 공개 이후 약 3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대규모 테스트는 게임의 영속적 성장을 향한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뼈를 깎는 재설계 과정 속에서도 넥슨은 '데이터 계승'이라는 대원칙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민경훈 총괄 디렉터는 "기존 마비노기를 잘 계승해 지속 가능한 영속적인 에린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방향성"이라며 "기존 이용자의 스펙 데이터가 온전히 이어지는 것이 변하지 않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테스트에 앞서 넥슨은 지난 6월 '마비노기 22주년 판타지 파티' 현장에 200석 규모의 시연존을 마련해 이터니티의 청사진을 선제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커스터마이징, 에린 탐험, '수상한 이벤트' 등 3가지 핵심 콘텐츠를 공개해 이용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특히 227개(30개 세트)에 달하는 의장과 세분화된 '지염(지정 색상 염색 앰플)' 세트를 통해 한층 진일보한 염색 시스템을 뽐냈다. 문게이트를 활용해 티르 코네일 등 5개 지역을 자유롭게 탐험하도록 했으며, 민 디렉터가 추천한 '아브 네아 호수'의 수려한 경관이 이목을 끌었다. 현장 시연에서 수집된 방대한 이용자 피드백은 이번 알파 테스트 기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민 디렉터는 "이동 모션과 타격감을 크게 개선했으며, 캐릭터 두상 크기 역시 특징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알파 테스트의 핵심적인 주안점은 기존 밀레시안과 신규 이용자를 모두 아우르는 '초반 플레이 경험'의 전면 재설계다. 민 디렉터는 "게임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을 넘어, 마비노기 고유의 매력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크게 신경 썼다"고 전했다. 이번 알파 테스트는 20년 장수 게임의 엔진을 교체하는 이례적인 프로젝트의 첫 대규모 검증 무대다. 넥슨이 원작의 고유한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발전된 플레이 경험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마비노기의 영속적 서비스를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넥슨은 오는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이터니티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마비노기 IP의 뼈대를 새로 세우는 작업인 만큼, 지속적인 테스트와 피드백 수렴을 거쳐 영속적인 서비스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2026.09.02 10:51정진성 기자

인간성 게임 - 자족하는 무지성의 시대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예술가는 꿈이 크다. 자신이 내놓은 작품이 대부분 아쉽기 때문이다. 인간은 꿈이 크다.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움직임에는 적당한 결핍, 아리송한 의문이 관여한다. 소진과 회복의 연속이다. 이 동력을 가능케 하는 가장 기초적인 여건은 땅에 있다. 인간은 발을 딛고 기댈 단단한 땅을 빌려 산다. 우리가 '육지'라고 부르는 땅이 당장 꺼지지 않기에 그 위에 건물을 올리고 부수고, 사인을 그리고, 보도블록을 덮음과 동시에 들어내고 산다. 작금의 '대지'는 어디일까? 땅을 밟는 감각보다, 허공을 응시하는 멍한 감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냥 보아도 될 것들을 필터링 된 디지털 캔버스를 통해 보는 것이 당연해졌다. 이러한 생태양식은 하나의 문법과 같이 현대인에게 일률적 움직임을 부여한다. 고도의 기술력으로 다방면의 불편을 최소화한 상태의 인간 삶은 제자리에서 눈으로 정보처리를 마치고 허공에 손가락으로 반복적으로 스와이핑 하며 조잘거리는 모습이다. 움직임은 비효율의 키워드로, 최소화된 물리적 움직임만을 남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생의 반증이다. 사람 몸 자체가 파동 덩어리이며 생물학적 반응 또한 파동과 파동의 상호 교류다. 더 나아가 평범한 생활로부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직관적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유동하지 않으면 머물고 고이고 부패한다. 한편, 편리를 도모하는 것은 종종 몸을 얼어붙게 한다. 미래에 대한 선행 욕구로 인한 과로는 현재의 존재 감각을 잊게 하며, 데드라인이 없는 갈망은 마음을 경직하게 한다. 만족이란 무엇일까? 충분한 자족감을 어떻게 지켜내며, 과하지 않은 속도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명한 무지함을 선택하는 지혜가 귀한 시대다. 정답을 내기 위해 목적지로 직행하는 AI 지성과 달리, 해답을 택하려 쩔쩔매는 인간성이 있다. 골몰하다 죽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선한 AI'는 '현명한 무지'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할까? 클로드(Claude) AI의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RSI) 능력의 탑재로 인공지능 개발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이며, 이 개발의 본격화는 앞으로 일어날 인간의 통제 밖의 사건들을 상상케 한다. 이미 던져진 인공지능의 행방이 확률의 게임이라면, 되려 인간이 탑재한 자발적 어수룩함이 이 게임의 유일한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필자 최지원 작가 최지원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가로지르는 현장 예술가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학석사를 받았다. 회화·드로잉 창작을 비롯해 융합형 미디어콘텐츠 제작을 병행한다. 현재 청주대학교 예술대학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디넷코리아 [문화엔진] 시리즈 필진으로 합류해 현대미술·AI·예술철학 비평을 연재한다.

2026.09.02 10:18최지원 컬럼니스트

EU, 챗GPT에 최고 강도 규제…생성형 AI로는 처음

유럽연합(EU)이 챗GPT를 대형 플랫폼과 같은 반열의 규제 대상으로 끌어올리며 생성형 AI에 대한 감독을 본격화했다. 이번 조치로 오픈AI는 미성년자 보호와 불법 콘텐츠 확산 방지 등 이용자 안전과 직결된 책임을 지게 됐다. 31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챗GPT는 EU 월평균 이용자 4500만명 이상 기준을 충족해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으로 지정됐다. 오픈AI는 2027년 1월까지 서비스와 알고리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체계적 위험을 평가하고 완화하는 등 추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은 이용자가 많아 사회적 파급력이 큰 검색 서비스를 뜻한다. EU는 이런 서비스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영향도 크다고 보고 DSA 체계에서 가장 강한 규제를 지운다. 챗GPT는 EU에서만 월평균 이용자 4500만명을 넘겨 이 최고 등급 규제 대상에 올랐다. 규제 근거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이다. EU가 2022년 제정해 2024년 2월 전면 시행한 법으로 오프라인에서 불법인 것은 온라인에서도 불법이라는 원칙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플랫폼은 불법·유해 콘텐츠를 방치하지 않고 이용자를 보호할 책임을 진다. 지정된 서비스는 자사 서비스가 낳는 위험을 스스로 점검하고 줄여야 한다. 대상 위험은 불법 콘텐츠 확산과 미성년자 보호에 그치지 않는다. 이용자의 신체·정신 건강과 기본권, 선거, 공공 안보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된다. 집행위는 이번 지정으로 해당 서비스의 기능과 관련 시스템을 조사할 권한도 갖게 됐다. 챗GPT는 아일랜드의 디지털서비스조정관인 코미시운 나 메안과 협력해 DSA 준수 여부를 감독받는다. 집행위는 챗GPT를 이용자의 프롬프트와 질의에 응답하는 AI 시스템으로 보면서도 웹 검색 기능을 근거로 온라인 검색엔진에 해당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로 판단했다. 이번 조치에서 레딧과 로블록스도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으로 함께 지정됐다. 두 서비스 역시 EU 내 월평균 이용자 4500만명 이상에 도달한다고 신고해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레딧과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제3자 콘텐츠를 대중에 유통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분류됐다. 각각 코미시운 나 메안, 네덜란드 소비자·시장청(ACM)과 협력해 감독받는다. 반면 앤트로픽 클로드는 이번 지정 대상에서 빠졌다. 성능이나 심사 결과가 아니라 유럽 이용자 수가 법적 기준선인 4500만명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구글 제미나이도 이번 지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로 집행위가 DSA에 따라 지정한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엔진은 모두 28개로 늘었다. 앞서 구글과 메타, 틱톡 등 대형 플랫폼이 같은 규제 대상에 올랐으며 챗GPT는 생성형 AI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 DSA의 감독과 집행은 집행위와 각 회원국의 디지털서비스조정관이 나눠 맡는다. 집행위는 "레딧과 로블록스, 챗GPT는 이미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엔진에 적용되는 DSA 일반 의무를 각각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09.01 17:57김동원 기자

신도시의 K-컬처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8월 29일 오후 평택 고덕 함박산중앙공원 야외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그림이 먼저 시민을 맞았다. 해가 기울자 초등학생과 청소년, 성인 아마추어 댄서들이 무대에 올랐다.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비트박스의 리듬도 공원에 울려퍼졌다. 이날 앙파트망 제2회 정기전에는 학생 40명이 참여했다.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열린 케이댄스아카데미 제2회 정기공연에는 52명이 출연해 17개 댄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장에는 출연진을 포함해 300명 안팎이 함께했다. 배움과 연습의 시간이 실내를 나와 시민과 만나는 자리였다. 그림이 시민을 맞았다 앙파트망 전시회의 작품들은 야외공연장으로 이어지는 공원의 동선을 따라 놓였다. 시민들은 산책하다가 그림 앞에 멈췄고, 작품을 둘러본 뒤 무대로 향했다. 전시는 공연장 주변을 꾸미는 장식에 머물지 않고 공연에 앞서 시민의 시선을 붙드는 첫 번째 프로그램이 됐다. 전시에 나온 그림은 입체를 전공한 현대미술가 김태은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완성한 작품이다.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인물과 동물, 상상의 풍경에는 학생마다 다른 관심과 표현 방식이 담겼다. 작품마다 학생의 시선과 개성이 살아 있어 전시회의 교육적 성격과 잘 어울렸다. 미술과 공연이 한 장소에서 이어지면서 시민의 경험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그림 앞에 머물던 시민은 이어서 춤을 보았고, 공연을 기다리던 시민은 학생들의 작품을 둘러봤다. 다음 회차에는 작품명과 창작자의 생각을 조금 더 보여주고 그림의 주제와 춤의 움직임을 연결해볼 수 있다. 그러면 학생들의 그림은 독립된 창작물로 더욱 선명해지고, 전시와 공연도 긴밀한 예술 흐름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 행사는 그 연결의 출발점을 마련했다. 서로 다른 몸을 한 시간에 엮다 공연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어린이·청소년, 성인 아마추어 댄서들이 참여했다. K팝과 힙합을 기반으로 한 군무와 듀엣, 솔로가 이어졌다. 연령과 경험은 달랐지만 각자가 맡은 동작을 끝까지 수행하고 동료의 박자와 동선을 살피는 집중력은 분명했다. 이 무대를 읽는 기준을 전문 무용공연의 기술적 완성도에만 둘 수는 없다. 배우는 사람이 자신의 움직임을 시민 앞에 보여주고 동료와 호흡하며 연습해 온 시간을 공동의 장면으로 완성하는 과정도 평가의 일부다. 이날 무대의 힘은 고난도 기술보다 서로의 박자와 자리를 맞추는 몸에서 나왔다. 평택에 거주하는 주한미군 자녀들도 공연에 참여했다. 서로 다른 언어와 생활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동선을 익히며 하나의 군무를 완성했다. K팝과 춤이 감상의 대상에서 함께 배우고 관계를 맺는 경험으로 옮겨간 장면이었다. 소프라노 송정아와 비트박서 김진웅은 축하공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송정아는 오페라 아리아로 공연의 문을 열고 뮤지컬 넘버로 중간의 흐름을 환기했다. 김진웅은 목소리로 리듬과 음향을 만들며 공연 후반부에 새로운 활력을 더했다. 성악과 비트박스는 댄스 무대 사이에서 서로 다른 감각을 연결하는 쉼표이자 전환점으로 기능했다. 특수효과와 조명은 야외무대의 장면을 선명하게 만들고 시민의 시선을 모았다. 넓은 공원에서 공연의 에너지를 시민이 앉은 잔디밭까지 전달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는 효과가 참여자의 몸과 표정보다 먼저 보이기도 했다. 다음 공연에서는 연령과 작품의 성격에 맞춰 효과의 강도와 시점을 조금 더 세밀하게 조율한다면 몸의 움직임과 표정이 시민에게 더욱 또렷하게 전달될 것이다.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문희태 케이댄스아카데미 대표는 원광대 무용학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무용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석사논문은 「특별활동 무용 수업이 초등학생의 자아존중감에 미치는 영향 연구」다.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한 뒤 경희대 대학원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김화숙 현대무용단 사포에서 무용수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익산시립무용단 상임단원, Y기획 기획팀장, 예술누리 대표를 거쳤다. 전주KBS 어린이합창단 안무와 학교·사회문화예술교육, 청소년 뮤지컬의 무용교육과 공연 안무에도 참여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경기도교육청 경기꿈의학교 '무한도전 HipHop' 사업을 총괄했다. 현재 케이댄스아카데미 대표이자 아시아청소년예술아카데미 이사, 한국무용교육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무용수와 기획자, 예술교육자로 이어진 경험은 이번 공연의 구성과 맞닿아 있다. 문 대표는 자신을 무대의 중심에 세우기보다 연령과 경험이 다른 참여자와 서로 다른 장르를 한 시간의 흐름 안에 엮었다. 이날 그가 맡은 일은 참여자들을 같은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하나의 무대로 연결하는 일이었다. 고덕의 일상이 문화가 될 때 평택 고덕은 대규모 산업단지와 신도시 개발이 함께 진행되며 다양한 세대와 생활 배경의 주민이 자리 잡은 곳이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와 공원 사이에는 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도시의 시간이 흐른다. 도시의 문화는 시설이 들어선다고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주민이 배우고 참여하며 서로의 시간을 나눌 때 신도시에도 경험과 기억이 쌓인다. 이날 주한미군 자녀들이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만든 무대는 서로 다른 국적과 생활 배경의 주민이 일상을 공유하는 평택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세계로 확산되는 K-컬처의 바탕에는 일상에서 음악을 듣고 춤을 배우며 다른 사람과 박자를 맞추는 경험이 있다. K-컬처가 산업과 국가브랜드로 확장되는 바탕에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생활의 감각이 있다. 함박산중앙공원은 배움의 결과가 시민과 만나는 공공의 무대가 됐다. 그림과 춤은 가족과 관계자를 넘어 산책하던 주민까지 공연 앞에 머물게 했다. 공원의 일상적인 동선은 전시 관람로가 되고, 야외무대 앞의 경사와 잔디밭은 여러 세대가 함께 머무는 객석으로 바뀌었다. 배움에서 창작으로 이번 댄스공연은 지난 2월 열린 첫 공연에 이은 두 번째 정기공연이다. 두 번째가 세 번째로 이어지려면 참여자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록하고, 그림과 춤·음악의 관계도 회차마다 발전시켜야 한다. 공연 순서와 작품 정보, 교육 과정과 참여자의 목소리를 함께 축적하면 야외행사가 끝난 뒤에도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과정은 다음 회차의 자산으로 남는다. 지역 문화정책이 보탤 지점도 여기에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교육자, 참여자가 공공공간에서 시민과 만나고 그 과정이 기록과 다음 공연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하는 일이다. 시민과 만나는 무대가 꾸준히 마련될 때 문화예술교육의 성과는 개인의 배움에서 지역이 공유하는 문화경험으로 이어진다. 배우는 사람은 어느 순간 만드는 사람이 된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시민 앞에 내놓고 익힌 춤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순간 참여자는 창작의 주체가 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도 한 사람의 성장과 성취를 함께 기억하며 문화의 참여자가 된다. 세계로 확산되는 K-컬처도 결국 사람이 배우고, 함께 만들고, 자기 삶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시간에서 출발한다. 지난 토요일 고덕에서 본 것은 그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배우는 사람이 창작자가 되고 시민이 그 성장을 함께 기억할 때, 신도시에도 자기만의 문화가 생긴다. K-컬처는 그렇게 우리가 사는 곳의 배움에서 시작된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9.01 09:30이창근 컬럼니스트

챗봇을 넘어 'AI 에이전트'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경영학박사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경관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과 함께합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생성형 AI의 도입은 오랫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지식 생산 과정과 지식생태계의 지형도를 빠르게 해체해 왔다. 초기 챗봇 형태의 AI가 단순한 질문에 답하거나 개별적인 초안을 작성해 주는 '1대1 도구'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테크 생태계는 마누스(Manus) 같은 자율 실행 플랫폼을 비롯해 앱 개발 자동화 툴, 사무·행정 에이전트, 미드저니 같은 시각 예술 툴, 수노(Suno) 같은 음악 생성 툴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대화 상대를 넘어, 백그라운드에서 실무를 완수하고 애플리케이션 빌딩, 데이터 행정 처리, 마케팅 기획, 디자인 등의 결과물을 각 분야별로 독자적으로 빚어내는 '일하는 손'이자 조직의 정식 팀원으로 편입되는 추세다. 이러한 진화의 핵심에 자리 잡은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은 여러 개의 독립된 에이전트와 전문 툴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처럼 유기적으로 협력해 하나의 복잡한 목표를 수행하도록 조율하는 아키텍처를 뜻한다. 과거의 AI 활용이 개인이 일일이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복사해 넣는 파편화된 방식이었다면, 에이전트와 전문 툴이 결합된 오케스트레이션 환경에서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IT·앱 개발 과정에서는 리드 에이전트가 UI 디자인을 시각 툴에 맡기고 코딩 에이전트에 병렬로 빌드를 지시하며, 일반 사무·행정 영역에서는 방대한 회의록 정리, 재무 데이터 정합성 검증, 마케팅 리서치와 초안 작성이 백그라운드에서 동시에 처리된다. 즉, 인간이 모든 세부 공정을 직접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 군단과 각 분야별 전문 툴이 오케스트레이션의 지휘 아래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표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케스트레이션 기반의 에이전트 확산은 비단 특정 기술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 법률, 마케팅, 일반 행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 '누가 작업을 소유하고 실행하는가'에 대한 전통적인 조직과 업무의 문법을 뒤흔드는 일이다. 특히 에이전트와 전문 플랫폼이 코딩, 행정 사무, 데이터 분석 등 방대한 프로세스를 각 영역별로 독자적으로 수행함에 따라, 인간 전문가의 역할은 단순한 '실행자'에서 전체 흐름을 지휘하고 결과물의 정합성을 검증하는 '디렉터이자 최종 승인자'로 이동한다. 과거 분업이 인간 간의 역할 나누기였다면, 이제는 인간과 비인간 에이전트 간의 지휘 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형태의 효율성 구조가 지식생태계 전반에 대두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프로페셔널들은 반복적 강도에서 벗어나, 에이전트 군단이 빚어낸 산출물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전체 프로세스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고차원적 의사결정에 집중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효율성의 기저에는 냉철한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따른다. 에이전트가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내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하며, 시스템 충돌이나 오류를 막기 위한 명확한 권한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보가 단절되거나 프로세스 사각지대가 존재할 경우, 자율 에이전트의 연쇄 작업은 오히려 치명적인 오류나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각 단계마다 철저한 데이터 검증 및 게이트를 두는 이중적 시스템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개인의 연구 및 창작 작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많은 부서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실제 기업 및 산업 현장에서는 더욱 거대한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업들이 부서별 데이터 사일로를 깨고 에이전트 기반의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전사적으로 도입할 때, 이러한 통제와 오케스트레이션의 부재는 곧바로 조직 전체의 치명적인 장애나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사회적 흐름 속에서 개인의 감정적 기대나 불필요한 두려움은 지식생태계 속 프로페셔널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연구실이든 거대 기업의 실무 현장이든, 인간과 멀티플레이어 에이전트, 그리고 산업 전반의 자동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플랫폼이 가장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오케스트레이션 체계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것이 AX(AI Transformation) 시대의 가장 냉철하고 유효한 생존 전략이다. 필자 정지윤 정지윤은 인공지능(AI)과 미디어기술을 기반으로 인간과 미디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미디어공학자다.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에서 미디어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중앙대 예술공학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성균관대 인공지능혁신융합대학사업단 선임연구원과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강사, 세종대 메타버스융합학부 조교수 등을 지냈다. AI 예술 창작도구, 콘텐츠 융합교육, UI·UX, 인간-AI 상호작용을 연구해 왔으며, 지디넷코리아 [문화엔진]에서 AI·예술공학·미디어융합을 중심으로 기술이 창작과 문화산업에 가져오는 변화를 살펴본다.

2026.08.31 09:02정지윤 컬럼니스트

한화에어로, 47년 엔진 데이터에 AI 결합…개발 시행착오 줄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 유인 항공엔진에서 축적한 기술과 인공지능(AI)을 무인기 엔진 개발에 접목하고, 여기서 확보한 신기술을 다시 기존 사업에 활용하는 순환형 개발 전략을 내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7일 전남 여수시 소노캄에서 열린 '가스터빈 심포지엄 2026'에서 유인기와 무인기용 항공엔진을 함께 개발하는 '원 스카이(One Sky)'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원 스카이는 고성능과 안정성이 중요한 기존 유인 항공엔진 분야의 기술·경험을 신속한 개발과 경제성, 양산성이 요구되는 무인기 엔진에 적용하는 전략이다. 무인기 분야에서 도입한 새로운 기술과 개발 방식은 다시 기존 항공엔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유인 항공엔진 사업을 '레거시 엑설런스(Legacy Excellence)', 무인기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항공시장을 '뉴 스카이(New Sky)'로 구분했다. 고성능 전투기와 미사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무인기와 드론이 함께 운용되는 미래 전장에 대응하려면 엔진 개발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은 이날 특별강연에서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시장 요구에 맞춰 항공엔진을 빠르게 개발하려면 기존에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과 중동 지역 전쟁에서는 무인기와 드론을 이용해 전차와 미사일 등 고가의 전략자산을 공격하는 전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성능 무기체계와 함께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량의 항공 전력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7년간 수십 종의 엔진을 개발하고 양산했다. 이 과정에서 1만회 이상 엔진을 시운전하고 1000건이 넘는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항공엔진 소재와 관련한 약 3만 5000개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 등에 마련한 글로벌 공급망과 스마트공장을 바탕으로 품질과 비용, 납기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생산 체계도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위 노 스카이(We Know Sky)'라는 경쟁력으로 정의했다. 회사는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국내 독자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저피탐 무인 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를 공개했다. 앞으로 스텔스 무인기에 탑재할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KF-21을 비롯한 차세대 전투기 탑재를 목표로 하는 첨단항공엔진 등 정부 주도 개발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자체 AI 모델인 '엔지니어스(En-genius)'도 엔진 개발에 활용한다. 수십 년간 축적한 항공엔진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설계와 시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찾아내고 개발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엔진 시험에 실패하면 수십억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개발 기간이 추가될 수 있다"며, "축적된 기술·경험과 AI를 활용해 개발 위험을 줄이고 미래 항공엔진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26.08.28 08:45류은주 기자

야후, AI 검색 경쟁 뛰어든다…'스카우트'로 성장 재시동

1세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 야후가 인공지능(AI) 기반 답변 엔진을 앞세워 재도약에 나선다. 30년간 축적한 검색·콘텐츠 데이터를 활용해 구글과 AI 기반 검색 서비스에 도전하고 젊은 이용자층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야후는 올해 말 AI 기반 답변 엔진 '스카우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스카우트와 함께 새로운 편집 콘텐츠와 소비자 대상 서비스도 선보이며 사업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목표다. 짐 랜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야후의 오랜 역사가 젊은 이용자들에게 '빈티지'한 매력과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후를 인터넷 업계의 원조를 의미하는 'OG(Original Gangster)'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인터넷의 원조 안내자”라고 말했다. 야후는 1994년 설립된 인터넷 기업이다. 현재도 야후 파이낸스와 스포츠, 뉴스, 이메일 등을 통해 수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검색을 비롯한 핵심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구글과 AI 기술에 특화된 신생 기업들에 밀린다는 평가다. 랜존 CEO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버라이즌으로부터 야후를 인수한 직후인 2021년 틴더에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고 주요 소비자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야후를 재편해왔다. 야후는 스카우트의 차별점으로 자체 데이터를 내세우고 있다. 공개된 웹상의 정보뿐 아니라 야후가 보유한 콘텐츠와 이용자 데이터, 30년간 축적한 검색 기록을 답변 생성에 활용한다. 스카우트에는 여러 AI 기업으로부터 사용권을 확보한 기술도 적용된다. 랜존 CEO는 “공개된 웹 정보만을 대규모로 학습해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스카우트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며 “콘텐츠와 이용자 데이터, 30년간의 검색 기록이라는 흥미로운 재료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후는 경쟁 기술 기업의 AI 모델 학습용으로 자사 콘텐츠를 라이선스하지 않기로 했다. 랜존 CEO는 출판사와 AI 기업 간 콘텐츠 이용 계약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스카우트에는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 검색 이용자가 AI 기반 답변 서비스로 이동하면 광고주도 함께 움직일 것이란 판단이다. 랜존 CEO는 “검색 광고가 AI 답변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독과 소비자 대상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야후는 올해 초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시장 데이터와 뉴스, 분석을 제공하는 투자 플랫폼 '알파스페이스'를 출시했다. 이후 실시간 옵션 데이터 기능도 추가했다. 야후의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랜존 CEO는 현재 사업이 “매우 건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나 인수자에게 매력적인 기업이 되려면 다시 성장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우리는 여기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야후가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후는 상장사였던 2000년 1월 시가총액이 1250억 달러(약 172조 4500억원)를 넘었지만 이후 사업 부진과 잇단 인수를 겪었다. 아폴로는 2021년 야후와 AOL을 약 50억 달러(약 6조 8980억원)에 인수했다.

2026.08.25 09:17김민아 기자

문화강국, 이제 정책의 시간이다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다. 유네스코도 이 150주년을 함께 기념한다. 백범이 『백범일지』에서 바랐던 것은 단순히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였다. 1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K-팝과 드라마, 영화와 게임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국가가 됐다. 이제 과제는 그 성취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있다. 문화예술의 기반을 다지고 K-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가 가진 문화자산을 국민의 삶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 문화정책에서도 '문화강국'은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체부는 문화를 산업으로 바라보고 K-컬처를 미래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초예술과 지역문화 등 문화강국의 기반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제22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이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는 소위원회 구성과 함께 문체부와 국가유산청,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주요 기관의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의 2025회계연도 결산도 상정된다. 후반기 문체위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경기 안양동안을)이 위원장을 맡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충남 천안병)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재선·서울 서초갑)이 각각 여당과 야당 간사를 맡았다. 이재정 위원장은 문화예술과 K-콘텐츠, 관광산업 지원과 체육계의 공정성을 강조해왔고, 이정문 간사는 문화강국과 K-컬처를 뒷받침할 입법과 예산의 역할을 언급했다. 조은희 간사도 원칙 있는 견제와 책임 있는 협력을 내세웠다. 후반기 문체위가 문화·체육·관광·국가유산 분야의 현안을 업무보고와 결산, 이후 법안과 예산 심의에서 어떻게 구체화해갈지에 관심이 모인다. 문화 분야의 과제도 적지 않다. 이정문 간사가 최근 참석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국외에서 환수된 안중근 의사 유묵 공개 현장과 박물관·미술관 발전을 위한 정책 논의도 그 가운데 있다. 세계유산은 등재 이후의 보존·관리가 중요하고, 국외소재문화유산은 환수 이후 조사와 연구, 보존과 활용이 뒤따라야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시 시설 확충뿐 아니라 소장품의 연구·관리, 전문인력 확충과 지역문화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유산 정책 역시 보존·관리와 활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보존·전승을 기본으로 지역 활성화, K-헤리티지 세계화, 디지털콘텐츠와 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가유산 활용 콘텐츠를 관광과 지역경제로 연결하고, 디지털 원천자원과 실감형 콘텐츠의 제작·보급을 확대하는 방향도 담겼다. 문체부는 문화예술과 콘텐츠산업의 성장 기반을 넓혀가고 있고, 국가유산청도 국가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바탕으로 그 가치를 콘텐츠와 관광, 지역문화로 확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이 품고 있는 역사와 장소, 인물과 이야기는 K-콘텐츠의 차별성을 더하는 중요한 문화자산이다. K-헤리티지의 고유한 가치가 K-콘텐츠와 만나 새로운 문화향유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과가 다시 연구와 보존·전승에 보탬이 되는 흐름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국회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회가 입법과 예산을 다룬다면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은 정책을 구체화하고, 소속기관과 공공기관, 지자체와 문화현장·콘텐츠산업은 이를 현장에서 구현한다. 문화예술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일, K-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 국가유산을 제대로 보존·관리하면서 K-헤리티지의 가치를 넓히는 일은 각각의 정책영역에서 추진되지만 현장에서는 서로 연결된다. 후반기 문체위는 이미 출발했다. 이제 업무보고와 결산심사, 이어질 법안과 예산 심의를 통해 문화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말한 '높은 문화의 힘'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화와 산업, 중앙과 지역, 보존과 활용을 잇는 정책이 하나씩 쌓일 때 그 힘은 오래간다. 문화강국을 말하는 시간을 넘어, 이제 문화강국을 만들어가는 정책의 시간이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2026.08.24 10:43이창근 컬럼니스트

에픽게임즈, UEFN에 '언리얼 MCP' 도입…AI 기반 차세대 UGC 생태계 연다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에 인공지능(AI) 코딩 에이전트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언리얼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도입하며 차세대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UE) 5.8에 탑재됐던 MCP 플러그인을 UEFN까지 확대 적용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업데이트로 UEFN 에디터 내에 MCP 서버가 기본 탑재됐다. 개발자는 클로드 코드, 커서 등 공개 표준 MCP를 지원하는 AI 코딩 에이전트를 로컬 환경에서 즉시 연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연어 프롬프트만으로 복잡한 개발 작업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AI 에이전트는 프로젝트 내 벌스 코드를 직접 읽고 작성·컴파일하는 것은 물론, 빌드 오류 발생 시 정상 구동될 때까지 수정 작업을 자체적으로 반복 수행한다. 레벨 디자인 및 세팅 작업도 간소화된다. "결승선을 통과하면 폭죽을 터뜨려달라"와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에이전트가 장치 카탈로그에서 적합한 시각효과(VFX) 생성 장치를 탐색해 레벨에 배치하고, 디테일 패널의 트리거 설정까지 자동으로 완료한다. 씬 그래프 엔티티 생성 및 속성 편집, 플레이 세션 실행과 로그 기반 실시간 디버깅 등 전체 개발 파이프라인 전반도 AI가 유기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생성한 모든 요소는 프로젝트 내에서 직접 열람·편집 가능한 에셋으로 반영된다. 개발자는 AI가 구축한 코드를 조정하거나 수동 작업을 더하는 방식으로 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언리얼 MCP는 별도 외부 플러그인 설치 없이 UEFN 프로젝트 세팅 내 '베타 액세스' 메뉴에서 활성화해 사용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UE 5.8의 툴세트 레지스트리를 공유하며, 향후 언리얼 엔진 6(UE6) 개발 스트림 통합 로드맵에 맞춰 UEFN 전용 기능을 지속해서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UEFN의 언리얼 MCP는 아직 베타 버전"이라며 "일부 미완성된 부분이 있어 향후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픽게임즈는 한국 시간 기준 이달 22일 오전 3시 공식 라이브스트림 '포트나이트에서 창작하기'를 통해 UEFN 내 MCP 실제 시연 및 활용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다.

2026.08.21 11:40진성우 기자

  Prev 1 2 3 4 5 6 7 8 Next  

지금 뜨는 기사

이시각 헤드라인

[AI 속도 논쟁①] AI 정말 위험해졌나…안전·패권 놓고 빅테크 충돌

피지컬 AI, 너 내 동료가 돼라…HD현대가 그리는 미래 조선소

"AI 배차 정말 편할까"…1일 '부릉 라이더' 되어보니

[AI 속도 논쟁②] 빅테크가 정한 AI 안전 기준…스타트업 추격 막을까

ZDNet Power Center

Connect with us

ZDNET Korea is operated by Money Today Group under license from Ziff Davis. Global family site >>    CNET.com | ZDNet.com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DB마케팅문의
  • 제휴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청소년 보호정책
  • 회사명 : (주)메가뉴스
  • 제호 : 지디넷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아00665
  • 등록연월일 : 2008년 9월 23일
  • 사업자 등록번호 : 220-8-44355
  • 주호 :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111 지은빌딩 3층
  • 대표전화 : (02)330-0100
  • 발행인 : 김경묵
  • 편집인 : 김태진
  • 개인정보관리 책임자·청소년보호책입자 : 김익현
  • COPYRIGHT © ZDNET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