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로 모래 언덕 질주하고 입수…'BYD 서킷' 가보니
[정저우(중국)=김윤희 기자] 29.6m 낙차, 28도 경사로 쌓인 모래 언덕 앞에 세워진 대형 전기 SUV 양왕 'U8'이 급가속하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경사 구간에 도달한 U8은 지체 없이 모래 언덕을 올라 정상에 도달했다. 일반적인 자동차라면 모래에 바퀴가 잠겨 헛돌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당한 각도의 경사면도 급가속 성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지난해 8월 BYD는 중국 정저우에 이 모래 언덕과 빙판 주행, 수중 주행, 오프로드 산악지대 등 다양한 지형을 경험할 수 있는 전기차 특화 서킷을 개장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주행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으로, 총 면적은 21만4천993㎡다. BYD 정저우 서킷 내부에 위치한 이 모래 6천200톤이 쌓인 언덕 코스는 오프로드 특화 모델로 개발된 U8의 성능을 극적으로 시연하기 위해 건설됐다. 실제 주행을 체험한 운전자는 “언덕 등반 자체보다도, 오프로드 모델로서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승차감을 최대한 유하는 서스펜션이 더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3일 BYD 정저우 서킷에선 U8을 활용한 수상 부유 주행 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최대 수심 1.8m 수조에 입수한 U8은 '비상 플로팅' 모드를 기반으로 멈추지 않고 전진한 뒤, 천천히 회전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BYD에 따르면 이 기능을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과 2천500회 이상의 침수 실험이 따랐다. U8의 핵심 부품은 IP68 방수방진 기능이 적용돼 차량 실내에 물이 침투하는 것을 차단했다. 다만 이는 위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기능으로, 최대 30분까지 수상 부유가 가능하다. 수심 인식 센서는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으로 간주되면 창문과 선루프를 열어 탈출할 수 있게 한다.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간접 체험하도록 마련된 코스에선 총 27가지 시나리오가 마련돼 있었다. 차체가 27도까지 기울어지는 노면이나 최대 45도 수준의 가파른 경사로 등 각각의 코스에 맞춰 U8 주행 모드가 자동으로 변경됐다. 경사로 구간에선 엑셀을 밟지 않고도 차량이 스스로 언덕을 천천히 올라가기도 했다. U8의 지능형 사륜구동을 토대로 한 기능들이다. 정저우 서킷에선 BYD의 자율주차 기능 시연도 이뤄졌다. 현재는 중국 내수 모델에만 지원되는 기능이다. 자율주차는 평행 주차, 빠듯한 주차 공간 상황에서의 후면주차, 아예 차에서 내린 뒤 자율주차가 이뤄지는 발렛파킹 등의 기능 사용이 가능했다. 핸들 조작 없이도 주차 공간을 인식한 자동차가 바퀴를 움직여 주차 공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중국 내수 모델에만 적용되는 차체제어장치(ESC) 기능도 정저우 서킷 내 모의 빙판길 구역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70m의 가속 구간을 지나 70m 길이 저마찰 구간에 진입한 차체는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듯 흔들렸다. 장애물로 설치된 분수 구간을 드리프트로 피하는 과정에서 핸들 제어 난이도가 ESC 사용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BYD는 향후 정저우 서킷 외에도 허페이와 사오싱 서킷을 개장할 계획이다. 사오싱의 오프로드 구역은 고도 500m, 면적은 약 809만㎡에 달할 전망이다. BYD와 중국 자동차 모터사이클 스포츠 연맹(CAMF)은 레이싱 문화 확산을 위해 서킷 방문객 100만명, 프로 레이서 100명 육성을 골자로 한 '트랙 운영 계획'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