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SI들, 대기업 참여 완화 반발···"먼저 사업대가 정상화를"
정부가 공공 정보화(SW) 사업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 SI 및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사업대가 정상화가 먼저"라며 강력 반발했다. 10일 일련의 중소SI 및 SW기업들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중소SI·SW기업 협의회' 창립 총회 겸 발족식을 갖고 정부의 공공 정보화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 움직임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발족식에는 회장사를 맡은 VTW를 비롯해 유엔파인(부회장사), 유플러스아이티(부회장사), 한국EDS, 코리아퍼스텍, 타임소프트, 엠티데이타, 범일정보, 조인트리, 아토스, 모비젠, 피플인소프트 등 11개사 대표들이 참여했다. 앞으로 회원사 확대와 사단법인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참여기업들은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에 반발하며 SW산업 혁신 성장을 위한 대 정부 건의문도 발표했다. 건의문에는 이들 11개사와 더존테크윌 등 12개사가 서명, 참여했다. 건의문에서 협의회는 "대기업참여제한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조건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사업대가를 정상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업대가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사업대가 정상화를 위한 네 가지 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첫째, 동일책임 동일대가 원칙 준수를 요청했다. 공공 정보화사업시 중소기업이 참여하면 가점을 주는 제도때문에 차세대를 비롯해 대규모 공공정보화사업에 대부분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팀(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는게 일반적인데, 컨소시엄 지분대로 책임과 대가가 이뤄지지 않고 대기업의 과도한 주(主)사업자비 책정으로 중소기업의 실질대가가 줄어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가에 비해 많은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발주처가 사업제안요청(RFP)을 낼때 산출내역(기능점수)을 공개하는 한편 사업수행에 앞서 과업규모와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하며, 또 과업 변경시 확정한 과업을 기준으로 그 변경한 만큼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걸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협의회는 "제일 중요한 사항"이라면서 "과거와 현재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공공정보화 사업 실패는 대부분 이를 준수하지 않아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셋째, 분리발주(전체 사업에서 SW 분리) 사업의 경우 '마더'라 불리는 주사업자의 통합(공통) 비용을 인정, 사업자들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사업 현실을 정확히 비용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넷째, 사업 발주기관도 피감기관으로 하는 실질적인 감리제도(PMC)를 도입, 제3자에 의한 적절한 과업범위 관리와 품질보증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발주기관이 감리기관을 선정, 사실상 발주기관은 감리에서 벗어나 있다. 이외에 협의회는 상호출자제한집단(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제한 제도를 완화하거나 예외 인정 심의 절차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규제 개혁은 시기상조라면서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시행 10년만에 SI분야 전문성과 도메인(재정 등 해당 분야)을 갖게 된 중소,중견기업이 이제 막 산업생태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에게 전면적으로 공공SW사업을 개방한다면 소수 대기업들의 독과점 시대로 회귀하는 건 물론 건강한 중소, 중견 기업들은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로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협의회는 "지금까지 상생협력제도는 대기업참여제한 제도와 함께 SW중소기업들을 보호, 육성하고 공정경쟁과 대중소기업 상생발전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제도였다면서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상생협력 제도 개혁 방향은 중소사업자의 보호 취지를 존중하고 대중소 상생발전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제도"라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는 공공기관 대형 정보화 프로젝트를 망치는 요인 중 하나인 '질 나쁜 프리랜서'에 대한 문제도 논의했는데 추후 공동 대응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협의회는 오는 21일 국회에서 다시 간담회를 여는 등 매월 한차례 정도 모임을 갖고 사단법인을 포함한 단체 등록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원사도 연내 5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 정보화 사업의 대기업참여 제한제도는 지난 2013년 정부가 SW산업진흥법을 개정,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을 공공SW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국가안보 등은 제외)한 것으로, 이 제도 영향으로 공공SW사업의 주 사업자(마더) 비중이 2010년초 70% 이상이 대기업이였는데 2020년에는 대기업 비중이 20%대로 낮아졌다. 지난 10년간 신기술 적용 등 여러 이유로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시장 진입 문호가 넓어졌는데, 윤석열정부 들어 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이 제도를 규제개선 과제로 확정,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관련 단체를 잇달아 만나는 등 제도 개편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