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붕괴 공공SW 사업, 개통 앞둔 사업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 시스템에 이어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 등 대규모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이 오픈과 함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오픈을 앞둔 차세대 시스템 역시 같은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반복되는 대규모 공공SW 사업 오류로 인해 국민과 국가 업무에 피해가 발생하고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서는 1~2년 내에 개통을 앞둔 차세대 공공SW 사업에 대해 초기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연달아 오픈 앞둔 차세대 공공 SW 사업 국민연금공단의 차세대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시스템은 오는 11월 개통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2003년부터 운영하던 시스템을 교체하고 디지털 신기술을 도입해 사용자 및 공무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온라인 포털에서만 가능한 증명서 발급과 일부 민원신고를 모바일에서도 기능을 확대하고, 간편 인증도 5종에서 11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조달청의 차세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 구축사업은 2024년 완료 예정이다. 노후화된 나라장터 시스템을 20년만에 재구축하며 26개 공공기관의 자체조달시스템을 통합을 목표로 한다. 하반기 개통 예정인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은 15년간 운영해온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사업이다. 약 1천억 원 규모로 지능형 세무행정 서비스와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기술을 접목한 대국민 납세편의 서비스 등이 계획돼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모든 조달프로세스를 비대면·디지털화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인다. 급증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새로운 인증체계 도입하며 보안도 강화한다. 구축사업비는 915억 원이 책정됐으며, 분리발주대상 소프트웨어와 프로젝트관리조직(PMO), 감리비 등을 더한 총 사업비는 1천50억 원 수준이다. 이 밖에도 1천300억 원 규모로 발주된 대법원의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2024년 11월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의 지능형 연금복지 통합플랫폼 구축 사업도 초 2025년 서비스 예정이다. ■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수익성 하락·불공정 관행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차세대 공공SW 사업들이 원만하게 오픈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려를 표시하는 이유는 생산성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수익성 저하와 불공정한 관행 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차세대 프로젝트처럼 모든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개발자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이 마비되며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등 제반 비용도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공공 SW사업 비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하락해, 수주를 하더라도 오히려 적자를 걱정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위의 대규모 공공SW 사업은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공공 SW 유지 보수 비용을 보면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며 “최근 급격하게 오른 개발자 몸값은 커녕 물가 인상률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을 책정하는 부처가 SW업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발주처에서 아무리 기능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결국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불공정한 관행 역시 공공SW 사업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혔다.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인 대가 없는 잦은 과업 변경은 초기 발주사항과 다른 사항을 끊임없이 요구해 수주사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나 개발기간은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수주사가 감당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로 인해 개발기간이 늘어날수록 늘어나는 인건비와 인프라 비용 등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일부 기업은 공공SW 사업을 진행하는 중에 추가사업을 더욱 낮은 가격에 억지로 떠 맡기도 한다. 추가 사업에 대한 비용은 서비스 구축이 완료된 후 지불되기 때문에 이전까지 개발 및 인건비는 수주사의 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문제는 SW진흥법 등을 통해 불공정한 관행을 막기 위한 법적근거 등이 마련됐지만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파인 조기현 대표는 “기업을 상대로 과도하게 공짜 야근과 과업변경을 요구하면서 일부 사업은 수주자가 발주자에게 사업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타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며 “차세대 대국민 서비스에서 타절이 발생할 경우 지난해나 한달 전과는 다른 규모의 사회적인 후폭풍이 예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무리한 업무를 왜 이렇게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라며 “공공 SW 사업이 실질적으로 가장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SW에 대한 가치를 인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사업 발주 구조부터 개선 필요 관련 업계에서는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업 발주 방식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어떤 기준으로 사업 예산이 책정되고 과업변경이 인정되는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요구사항을 정립해 플랫폼으로 구축할 것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평가 및 산정해 오차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감리 기업에게 사업이 안정적으로 오픈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제공해 발주사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조기현 대표는 “지금 공공SW 사업 구조는 발주사를 아무도 견제할 수 없어서 문제를 아무리 지적해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을 견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IT서비스 기업 임원은 “정부는 매번 IT가 중요하고 글로벌 시장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지원이나 개선을 위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공공 사업까지 위태로운 상황까지 몰린 만큼 지금이라도 개선 방안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