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호재 vs. 악재...널뛰는 '테크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테크주에 호재로 작용할지, 악재로 작용할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강력한 기준금리 통화정책을 고집한 연방준비제도의 태도가 이번 SVB 사태로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테크(Tech) 기업의 자금난이 표면적으로 드러났고 경기침체가 본격화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 종목 주가 역시 변동 폭이 큰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관련 종목 투자 시 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7분 기준 '코스피 200 커뮤니케이션서비스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4%(27.40포인트) 낮게 거래되고 있다. 해당 지수는 네이버, 카카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엔씨소프트 등 통신, 게임, IT 기업 종목의 주가 전반을 나타낸다. 같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SDI, LG전자 등 반도체 산업 전반을 묶은 '코스피 200 정보기술지수' 역시 전일 대비 2.46%(74.49포인트)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 거래일과 완전 다른 모습이다. SVB 사태에도 전날 '코스피 200 커뮤니케이션서비스지수'와 '코스피 200 정보기술지수'는 각각 지난주 금요일 대비 1.49%(26.12포인트), 1.13%(33.97포인트) 상승 마감했다. KB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의 긴축정책으로 실물경제 여파가 확실하게 나타난 이벤트”라면서 “연준의 6% 최종 금리 가능성은 작아지고, 장기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당분간 테크주 변동 폭이 커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사태가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연결돼 경기침체로 가는 길을 반영하고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전환하기 전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SVB 사태는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회피가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국내 주식 시장에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적이 양호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이를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준의 강력한 통화정책을 유지하더라도 아직 국내 스타트업 회사들이 버틸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밴처캐피탈(VC)업계 한 관계자는 “SVB 사태로 단기유동성 경색이 예상되고 있지만, 국내 스타트업 전반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수준으로 자금에 목이 말라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금리가 높아진다고 해서 투자사 발굴을 안하는 건 아니다"며 “한국의 VC 생태계는 사실상 정부 주도형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