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점찍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안착할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 사례가 나오면서, 향후 보급 양상에 따라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페이팔 스테이블코인 PYUSD의 거래 구조 및 시사점'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 8월 글로벌 결제 전문 기업 페이팔이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페이팔USD(PYUSD)'를 출시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 중에선 지난 2019년 6월 메타가 자체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각국 당국의 우려에 부딪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현재, 페이팔이 진입한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내에서 글로벌 지급·송금 인프라를 갖춘 핀테크사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첫 사례라고 짚었다. 페이팔 202개 국가에서 이용자 4억3천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PYUSD와 기존 지급·송금 인프라를 연계해 사업 모델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거래 수수료 등의 수익 창출 기회 외 준비자산의 운용 수익 가능성을 모색한다. 페이팔은 자체 앱을 통해 ▲PYUSD 매입·매각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비트코인캐시 등 가상자산 교환 ▲상품, 서비스 결제 ▲타 지갑으로 PYUSD 이전·송금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 지형을 보면 상위 5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USD코인(USDC), 다이(DAI), 바이낸스USD(BUSD), 트루(TUSD)이 시가총액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BUSD는 미국 당국의 제재, USDC는 실리콘밸리뱅크(SVB) 뱅크런에 따른 디페깅 발생 등으로 점유율이 줄면서 USDT가 1위 입지를 굳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페이팔이 PYUSD 기반 서비스를 미국에 한해 제공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단 상장 거래소 증가, 서비스 영역 확대 등에 따라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 봤다. 보고서는 PYUSD 지급·송금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은행, 신용카드사 등 전통적인 지급결제기관도 가상자산 결합 서비스를 출시할 유인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PYUSD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소개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투자수익이나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별도 보상이 없는 점, 초기이기는 하나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 종류도 제한적이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활용하는 것보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PYUSD의 활용도가 커질 경우 메타의 리브라처럼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지고 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은 상·하원에서 논의 중인 상태로, 연방법 차원의 규제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향후 PYUSD 서비스 지역과 이용 규모가 확대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으로 발전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제 기구, 외국 당국 등과 공조해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한 새로운 지급·송금 사업모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지급결제의 안전성과 효율성, 이용자 보호, 자본 유·출입 등의 관점에서 위험 요인을 분석·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페이팔 등 글로벌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서비스를 국내에 출시하려 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법적 규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