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현대차, 유럽서 고가형 배터리·전기차 승부수
삼성SDI가 창사이래 처음으로 현대자동차그룹에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취약했던 유럽 시장에서 두 회사간 경쟁력 제고와 추가 협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3사와 모두 전략적 동맹을 맺은 가운데 저가형보다는 고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동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된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자동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가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건 창사이래 최초다. 회사는 현대차에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공급할 계획인데, P6는 삼성SDI가 개발 중인 고부가가치 배터리로 NCA 양극재 니켈 비중을 91%로 높여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것이 장점이다. P6 배터리는 2024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데 첫 대형 고객사로 현대차가 낙점된 셈이다. 양사는 이날 정확한 계약규모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7년간 총 30기가와트시(GWh) 규모 이상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30GWh는 전기차 50만대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삼성SDI가 제너럴모터스(GM)와 미주 인디애나주에 건립 예정인 합작법인(JV)의 연간 생산규모와 동일하다. P6 배터리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자동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된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총 두 곳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구축한 상태로 총 4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6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손을 잡고 미 조지아주에 JV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이번 계약으로 국내 배터리 3사 모두와 협력을 강화하게 됐다. 삼성SDI는 이미 유럽 현지에서 BMW와 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추가로 현대차에게도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유럽지역 배터리 판매망을 탄탄히 구축했다는 평가다. 특히 고부가치 배터리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다소 저가형인 LFP(리튬인산철)배터리 보다는 젠(GEN).5, P5 등 프리미엄 배터리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는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탑재해왔으나 이번 계약으로 각형 배터리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게 됐다. 아울러 현대차는 삼성SDI의 차세대 고부가가치 배터리인 P6를 탑재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고가형 전동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SDI의 P6배터리가 탑재될 자사의 전기차 모델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우치 타입의 배터리만 사용하던 당사 시스템에 각형을 추가함으로써 시장 수요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