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오리지널 콘텐츠 트렌드는 '다양성'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는 엄마는 남몰래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고, 게이·레즈비언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과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메리퀴어' 이야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에 다양성 바람이 불고 있다. 성(性)·인종·성 소수자·장애 등 다양성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가 됐다. 최근 몇년 사이 여성, 성 소수자가 주연을 맡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콘텐츠가 연달아 흥행을 거뒀다. 넷플릭스는 2001년부터 2년마다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해 콘텐츠에 여성, 다인종 배우가 얼마나 출연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달 초 발간된 다양성 보고서를 보면, 여성 주연 작품은 2021년 61%로 절반을 넘었다. 조사를 시작한 2018년에는 48.6%였다. 백인이 아닌 배우가 주연인 작품은 2021년 47%로 거의 절반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라틴계, 중동, 북아프리카, 태평양 섬 원주민 등 특정 인종·민족과 격차는 지속됐고, 장애인 캐릭터 표현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스스로 아쉬운 점을 평가했다. 넷플릭스가 최근 '퀸 클레오파트라'에서 역사 고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주요 인물을 흑인으로 내세운 것도 다양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에서는 '더 글로리', '퀸 메이커', '길복순' 등 여성 주연 작품이 연일 등장했다. 국내 OTT들도 다양성을 담은 콘텐츠에 신경 쓰고 있다. 티빙은 여성 공동 주연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흥행에 성공했고, '여고추리반', '유미의 세포들' 등 여성이 주요 인물로 출연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웨이브는 예능 '메리퀴어'에서 게이, 레즈비언 커플의 연애와 결혼을 다뤘다. 관찰 방식으로 남남, 여여, 트랜스젠더 커플의 일상을 담고, 결혼식 준비와 수영장 입장 등 성 소수자들이 겪는 고충을 보여줘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OTT의 다양성 콘텐츠 증가는 사회 인식 변화, 다양성을 중시하는 전체 콘텐츠 업계 흐름에 따라 지속될 전망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박사는 "OTT의 가입자 유입·유지 핵심은 우수 콘텐츠인데, 다양성을 높인 작품은 브랜드 인식을 제고하고 여러 이용자의 수요를 충족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