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인인증 규제' 역풍..."꼼수만 키워"
영국 정부가 미성년자를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의 연령 인증 의무화 제도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식 성인인증 시스템을 갖춘 대형 제도권 사이트의 접근은 막혔지만, 인증 절차가 없는 악성·불법 성인 사이트로 이용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성인 사이트인 폰허브는 최근 영국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온라인 안전법의 연령 확인 의무화 제도가 오히려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폰허브 측은 규제를 준수하는 합법적 플랫폼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사이, 연령 확인을 거치지 않는 불법 성인 사이트들이 검색 엔진의 상위 노출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폰허브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주요 검색 엔진에서 '무료 포르노'를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검색 결과 10개 중 7개가 연령 확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 불법·악성 사이트였다. 미성년자 차단을 목적으로 도입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보안과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음지 사이트로 청소년들을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이런 규제 회피 현상은 우회 접속 도구인 가상사설망(VPN)의 폭발적인 증가로도 확인된다. 영국에서 연령 인증 제도가 도입된 이후 폰허브의 영국 내 직접 접속자 수는 77% 급감했다. 그러나 이는 성인 콘텐츠 이용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VPN을 이용해 IP를 타국으로 우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사한 연령 확인법이 시행돼 폰허브가 서비스를 중단했던 프랑스의 경우, 법안 시행 직후 현지 VPN 서비스 신규 가입자 수가 무려 1000% 이상 폭증하기도 했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Ofcom은 신용카드나 얼굴 인증 방식을 통한 연령 확인 제도가 성인 사이트의 일일 전체 방문자 수를 약 3분의 1 줄이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또 영국의 주요 상위 100개 성인 사이트 대부분이 해당 법률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국 역시 허점을 인정하고 있다. Ofcom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청소년의 약 8%가 성인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으며, 이 중 연령 인증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식 사이트에 가로막힌 비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은 연령 확인이 없는 불법 사이트로 그대로 유입된 것이다. Ofcom 관계자는 "검색 엔진을 통해 인증 없는 악성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구멍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검색 엔진 사업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향후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소셜미디어(SNS) 이용 금지 법안까지 추진 중인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연령 인증 기술 확립과 불법 사이트 단속을 위한 테크업계의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