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블리자드 인수 난항…EU도 반대 분위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난항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두고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유럽연합(EU)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복수의 외신은 EU 집행위원회가 향후 몇 주 안에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 FTC와 영국 CMA도 이번 인수로 인해 독과점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힌 바 있다.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성공하지 못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MS는 지난해 1월 687억 달러(약 85조 원)을 들여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MS는 물론 게임산업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큰 규모의 인수 소식에 IT 산업 전체가 들썩였다. 당시 인수 소식에 게임업계는 만년 2인자 위치에 머물렀던 MS가 소니와 닌텐도를 제치고 콘솔 시장 1위에 오를 원동력을 얻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보유한 콜오브듀티, 디아블로 등 굵직한 IP를 MS가 구독형 게임서비스 게임패스에 선보이게 될 경우 파급력이 엄청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또한 액티비전블리자드 산하 모바일게임사인 킹까지 품게 되면서 콘솔이 아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입지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초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끝나기 전 가지는 경영 간섭 없이 액티비전블리자드를 별개의 회사로 운영하고 인수가 완료되면 MS게이밍 산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역시 MS에 인수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바비코틱 액티비전블리자드 최고 경영자는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바비코틱 최고경영자의 퇴직금만 4천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콘솔 시장에서 MS와 직접 경쟁하고 있는 소니 어느 누구도 콜오브듀티와 경쟁할 시리즈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하고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이용자 콘솔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임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며 콜오브듀티를 손에 넣게 되면 콘솔 게임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다질 것이라고 말하며 MS의 독점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니를 제외하면 대부분 게임사는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비소프트는 "어떤 게임도 단일 장르에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두 기업의 합병 후에도 독과점 우려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다이남코, 워너브라더스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구글 등 주요 기업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다. EA 역시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찬성의 뜻을 표하며 자사 FPS 게임인 배틀필드 시리즈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각국 규제당국은 소니와 마찬가지로 MS가 이번 인수로 독점적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때문에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위해 속도를 내기는 커녕 걸음걸이마다 진흙탕에 빠지는 모습이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주 투표 결과 98%가 MS에 인수 되는 것을 찬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만 하더라도 두 회사 합병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영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MS의 반독점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면이 전환됐다. 가장 먼저 두 기업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건 것은 영국 경쟁시장국(CMA)였다. CMA는 이번 인수가 MS의 경쟁사인 소니를 약화시키고 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클라우드 플랫폼인 MS 애저를 보유하고 있는 MS가 이번 인수로 게임을 대거 확보하며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지 못 하도록 장벽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S가 인수합병 약속안을 제출하지 않음에 따라 CMA는 2차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MS는 7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항변서를 제출하며 CMA의 우려는 잘못된 것이고 비판적 검토 없이 소니의 불만 사항을 채택했다고 2차 조사를 진행 중인 CMA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CMA는 MS의 항변을 대부분 인용할 수 없으며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후에도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자사 독점으로 삼지 않겠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법적 허점이 발견됐으며 MS가 자의적으로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독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서두에 언급한 인수 반대 입장 표명에 앞서 지난 11월부터 심층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EU 진행위원회는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게 되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으며 기존 성공작 중 일부를 독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패스에 액티비전블리자드 게임이 더해질 경우 윈도가 설치되지 않은 PC를 구매하지 않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까지 함께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가 게임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PC 산업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 셈이다. EU 반독점 감시기구는 오는 4월 11일까지 이번 사안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FTC도 지난 12월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FTC가 MS를 상대로 제기한 소장에는 "액티비전은 비디오 콘솔, PC, 모바일게임에서 최고의 게임을 개발하는 극소수 업체이기 때문에 합병시 게임의 가격이 변경되거나 품질저하로 게임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FTC 홀리 베도바 경쟁국장은 "MS가 경쟁사에 콘텐츠를 보류할 수 있고 보류할 것임을 보여줬다"라며 "우리는 MS가 선도적 독립 게임 스튜디오를 장악하고 이를 이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을 망가뜨리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FTC마저 이번 인수를 두고 법원에 제소를 결정함에 따라 MS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2023년 6월 내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한편 모든 지역 규제기관이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 상무위원회는 이번 인수가 클라우드 서비스와 소매판매업 전반에 경쟁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브라질 경제보호 행정위원회는 MS가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독점작으로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소니의 경쟁능력을 박탈할 정도의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며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