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GaN 전력반도체 투자 시동…獨 엑시트론 CEO 만나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이 GaN(질화갈륨)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최근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엑시트론의 최고경영자(CEO)가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해 관련 업체들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엑시트론은 GaN 공정 양산의 핵심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이 회사의 장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엑시트론과의 만남에서 최소 7천~8천억원에 이르는 설비 투자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펠릭스 그라베르트(Felix Grawert) 엑시트론 CEO는 지난달 중순 방한해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과 만남을 가졌다. 엑시트론은 GaN 웨이퍼 제조의 핵심 장비인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 장비를 제조하고 있다. GaN 웨이퍼는 Si(실리콘), 혹은 SiC(탄화규소) 기판 위에 GaN 박막이 올려진 구조로 이뤄져 있다. MOCVD는 금속 유기 원료를 활용해 GaN 박막을 성장시키는 데 쓰인다. 현재 엑시트론은 GaN 및 SiC용 MOCVD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MOCVD 시장에서 엑시트론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75%에 이른다. 주요 경쟁사인 미국 비코(Veeco)의 점유율은 11% 수준이다.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 국내 주요 업체들도 엑시트론의 장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오는 2025년~2026년경을 기점으로 8인치 GaN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개발 및 시제품 생산을 위한 소량의 장비 활용으로도 충분하나, 향후 양산 체재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엑시트론 역시 국내 GaN 파운드리 시장의 확대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펠릭스 그라베르트 엑시트론 CEO가 한국을 방한해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과 장비 투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논의에서 삼성전자가 엑시트론의 최신 GaN·SiC MOCVD 장비를 최소 7천억~8천억원 규모로 도입하기로 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에도 8인치 GaN 및 SiC 관련 설비 투자에 1~2천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도합 조 단위의 투자로 삼성전자가 GaN 파운드리 시장 진출에 대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GaN, SiC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서는 엑시트론의 장비에 사실상 대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장비 가격이 대당 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임에도 국내 파운드리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GaN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고온·고압 내구성, 전력 효율성 등이 높아 IT·통신·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세계 GaN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9천200만 달러에서 2026년 17억6천800만 달러로 연평균 57%의 성장세가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