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or 쇄신...주요 그룹 인사 관전포인트는?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주요 그룹 임원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주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 인사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그룹 중에서 한화그룹은 일찍이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두산그룹은 비정기 인사로 연말 인사를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 권영수 LG엔솔 부회장 용퇴…부회장 체제 변화 LG그룹은 이번주 계열사별로 인사를 시행한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등이 발표하고, 23일부터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인사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LG그룹 차원에서는 3인 부회장(권영수·권봉석·신학철) 체제 변화가 가장 주목할 만한다. 44년동안 LG그룹에 몸담아온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권영수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삼성전자,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재 유지될까…'콘트롤타워' 부활 촉각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되며 그동안 큰 폭의 인사보다는 '안정 속 쇄신'이라는 키워드 인사를 이어왔다. 올해도 사법 리스크로 인해 비슷한 인사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부회장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과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인 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장이 발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부에서는 '포스트 한종희'를 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내달 첫주 임원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삼성물산(고정석·오세철) ▲삼성SDS(황성우) ▲삼성중공업(정진택) ▲삼성증권(장석훈) ▲삼성화재(홍원학) 등도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가 끝나는 사장단 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콘트롤타워' 재구축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지만, 이재용 회장의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제2의 미래전략실(미전실)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 '서든데스' 언급한 최태원, 칼 빼들까 SK그룹도 내달 첫주 인사 발표가 유력하다. 11월 말 발표 전망도 있었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한 주 늦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해 온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5연임과 부회장단(장동현·김준·박정호)체제 유지 여부가 관심사다. SK그룹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 수장을 대부분 유임하며 안정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경영전략인 '파이낸셜 스토리' 이행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게다가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월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한 만큼 조직에 과감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조대식 의장과 4인 부회장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오랜기간 받은 임원단인 만큼 전면 교체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SK그룹에서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지동섭 SK온 사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등이 내년 3월말 임기가 끝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 역대급 실적 현대차, 승진 잔치 기대감↑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서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계열사부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에 당선된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후임을 빨리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예년처럼 내달 중하순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대 교체와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대규모 승진 인사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현대자동차·기아가 연구개발 조직을 대규모로 개편하며 미래 모빌리티 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롯데그룹, 신유열 상무 역할 확대 주목 롯데그룹은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지만, 작년에는 12월 중반쯤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도 12월 중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경영수업을 받는 데다 올들어 신 회장이 공식 일정에 자주 동행시키는 만큼 신 상무 경영 보폭 확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신 상무는 금융, 화학 등 계열사를 거쳤지만,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 부문을 아직 거치진 않았다. 이로 인해 유통 계열사 등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재계 순위 5위 자리를 포스코그룹에 내주고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이 강등된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 포스코 차기 회장 관심↑…최정우 연임 or 새로운 수장 포스코그룹은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을 결단한다면 3연임에 도전하는 셈이다. 포스코 회장 연임을 위해서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약 1개월간의 심사를 해야 한다. 연임 찬성 시 3월 정기 주총을 통과해야 연임이 확정된다. 만약 사임할 경우에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발해 CEO후보추천위원회에 회부한다. 이후 위원회가 후보군에 대한 자격심사를 거쳐 최종 1인을 선발하고,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내달 중에는 최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는 지난 2020년 11월에 연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재계에서는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부사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내부 인사들이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거론됐지만, 본인이 강하게 회장설을 부인한 바 있다. ■ 임원 질책 조현준…경영 위기 타개할 인사 단행 가능성도 효성그룹도 12월 중하순에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원래는 매년 1월쯤 인사를 발표했지만, 작년에는 이보다 앞당긴 12월에 발표가 났기 때문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이례적으로 임원과 팀장 등에게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가 만연해 있다"고 쓴소리하며 '책임 경영 강화'를 주문했다. 주요 계열사 경영 위기에 대응이 미흡하다는 질책도 있었다.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되면서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등의 올해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직접 임원들에게 질책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만큼 올해 신상필벌 형태의 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효성은 임원 승진 규모를 대폭 줄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