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대표' 5개 정예팀, 첫 성적표 공개…"초거대·멀티모달 승부수"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성과가 공개되면서 정예팀 AI 전략 윤곽이 드러났다. 각 팀은 초거대·멀티모달·산업 특화 모델을 앞세워 AI 기술 경쟁력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30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네이버클라우드를 비롯한 NC AI,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이 1차 성과를 공유했다. 행사에는 전문가, 기업 관계자,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와 임우형·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원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이연수 NC AI 대표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배경훈 과기정통부 부총리,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부는 이번 1차 발표 이후 내년 1월 중 단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예팀들의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5개 팀 가운데 4개 팀을 최종 선별할 방침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옴니'모델 공개…NC AI, '베키'로 승부수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전략 핵심으로 텍스트·이미지·음성을 통합한 '옴니(Omni) 모델'을 제시했다. 기존 텍스트 중심 AI의 한계를 넘어 현실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목표다. 옴니 모델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 형태를 하나의 모델에서 동시에 학습하고 추론하는 구조다. 사후적으로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모든 감각을 하나의 모델로 공동 학습시키는 점이 기존 모델과의 차별점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성낙호 기술총괄은 "옴니 모델 기반 구조는 그래프·차트·이미지 등 시각 정보 해석에서 별도의 광학문자인식(OCR)이나 복수 모델 호출이 필요 없다"며 "개발과 운영 구조가 단순해지면서 구축 비용과 서비스 확장 부담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네이버클라우드는 옴니 모델를 에이전트 AI와 버티컬 서비스 기반 기술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버린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월드 모델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물리 세계 AI로의 확장도 추진할 방침이다. NC AI는 파운데이션 모델 '베키(VEKI)' 중심으로 산업 특화 AI 기술과 사업 성과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1단계 추진 과정에서 고품질 한국어·산업 특화 데이터를 확보하고, 100B급 LLM 개발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베키가 제조·물류·공공·국방·콘텐츠 등 28개 이상 산업 현장에 적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오토에버와 손잡고 산업 AX 목표로 기술 적용을 추진했다"며 "제조·운영 데이터 기반의 AI 활용 가능성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C AI는 다중 전문가 구조(MoU)와 메모리 최적화 기반 MLA 아키텍처를 고도화해 기존 대비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량을 최대 83%까지 줄이고 연산 처리 시간도 약 15% 단축했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 부문에서는 20조 토큰 규모 다국어 사전 학습 데이터와 제조·공공·AI 안전성 등 14종의 전략적 멀티모달 데이터를 구축한 성과도 공유했다. 업스테이지, '솔라'로 한국어 추론 경쟁력 강조 업스테이지는 파운데이션 오픈 모델 '솔라 100B'를 공개하며 고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밝혔다. 솔라 100B는 LLM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활용을 염두에 둔 구조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전체 파라미터 규모는 1천억 개로 구성됐지만 실제 추론 과정에서는 약 120억 개 수준 파라미터만 활성화되는 구조로 작동한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이 모델은 대형 모델 수준 추론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응답 속도와 자원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고 강조했다. 업스테이지는 해당 모델 학습 과정에서도 효율성을 강조했다. 대규모 GPU 환경에서 발생하는 장애를 자동 감지하고 즉시 대체하는 학습 시스템을 구축해 학습 중단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다. 김 대표는 "우리는 제한된 기간과 자원 속에서도 약 20조 토큰에 달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솔라 100B 특장점으로 우수한 한국어 이해와 추론 능력을 꼽았다. 그는 "해당 모델은 단순 암기가 아닌 단계적 추론과 맥락 이해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며 "한국어 뉘앙스와 복합 질문에서도 자연스러운 응답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스테이지는 솔라 100B가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기반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검색·요약·팩트체크·슬라이드 생성·심층 리포트 작성 등 복합 업무를 에이전트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오픈 모델로 공개돼 기업과 연구기관이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에이닷 엑스 K1' 공개…"국내 첫 5천억 파라미터" SK텔레콤은 AI 모델 '에이닷 엑스 K1(A.X K1)'을 공개했다. 에이닷 엑스 K1은 5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국내 첫 LLM이다. 한국형 소버린 AI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개발됐다. SK텔레콤 정석근 AI CIC장은 "해당 모델은 한국어와 국내 산업 환경을 집중적으로 학습해 높은 언어 이해도와 복합 추론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은 웹 탐색과 정보 분석, 요약, 이메일 발송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합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여행 일정 수립, 요금 조회, 예약 처리 같은 일상 업무뿐 아니라, 제조 현장 데이터와 작업 패턴을 학습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에이닷 엑스 K1은 이미 1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에이닷' 서비스에 적용됐다. 향후 앱을 비롯한 전화, 문자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정 CIC장은 "우리는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초거대 AI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에이닷 엑스 K1 경쟁력을 영상을 통해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AI를 반도체와 에너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빠르게 확산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독자 AI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LG AI연구원, 'K-엑사원' 5개월만 출시…"AI 3강 국가 발판" 이날 LG AI연구원도 'K-엑사원' 모델 성능을 처음 소개했다. 이번 모델은 매개변수 2천360억 개 규모의 프런티어급으로 설계됐다. K-엑사원은 전문가 혼합 모델 구조를 통해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어텐션 기술을 적용해 기존 모델 대비 메모리 요구량과 연산량을 70% 줄였다. 성능 평가 결과 K-엑사원은 벤치마크 13종 평균에서 72.03점을 기록했다. 이는 알리바바클라우드의 '큐웬3 235B' 대비 104% 높은 성능이다. 또 오픈AI의 최신 오픈 웨이트 모델인 'GPT-OSS 120B'와 비교해도 103% 높은 수치다. 이 모델은 고가의 인프라 대신 A100급 그래픽처리장치(GPU) 환경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 이에 자금력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프런티어급 AI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LG AI연구원 최정규 AI에이전트 그룹장 "우리는 향후 조 단위 파라미터 규모를 가진 글로벌 빅테크 모델과 경쟁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AI 3강 국가로 이끄는 게임 체인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 '한자리'…"정예팀 모두 승자" 이날 정부 관계자도 한자리에 모여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예팀을 격려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AI 모델 개발에 매진해 온 정예팀 모두가 승자"라며 "이번 도전이 대한민국을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고, 경제·사회 전반의 AX 전환을 가속하는 결정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독자 AI 모델 개발을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AI 기업들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빠르게 향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은 "다섯 정예팀 모두가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번 1차 발표는 도전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