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바둑 대결서 AI 꺾다..."변칙 전략으로 허점 공략"
인간 바둑 기사가 이세돌 9단 이후 7년만에 인공지능(AI)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했다. 영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FAR AI연구소 켈린 펠린 연구원이 바둑 전문 AI 프로그램 카타고와 15판 승부를 벌여 14판을 이겼다고 보도했다. 인간이 바둑 대결에서 AI를 이긴 것은 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1승 4패를 거둔 이후 7년 만이다. AI와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켈린 펠린은 아마추어 바둑 기사다. 미국 아마추어 바둑 랭킹 2위다. 펠린이 꺾은 카타고는 알파고 못지 않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AI 프로그램이다. 프로 바둑 기사들도 널리 애용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동안 바둑에선 AI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커제를 비롯한 세계적인 프로 기사들도 알파고와 대결에서 완패했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알파고와 1승4패를 기록할 때 승리한 한 판이 사실상 인간의 마지막 승리로 꼽힌다. 아마추어 바둑 기사인 펠린이 프로기사들도 꼼짝 못한 카타고를 이긴 비결은 차별화된 전략에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펠린은 변칙 수법으로 카타고를 공략했다. 이를테면 귀퉁이에 두는 등의 변칙 수법으로 AI를 현혹시킨 뒤 상대의 대마를 포위하는 작전을 구사했다. AI는 익숙지 않은 상대 전법에 수읽기를 못하고 무너졌다. 이번 승리를 이끈 FAR AI연구소의 애덤 글리브 최고경영자(CEO)는 "카타고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100만번 이상 테스트를 진행한 뒤 전술을 짰다"고 밝혔다. 그는 또 "AI 약점을 파고드는 작업은 놀라울 만큼 쉬웠다"고 했다. 이번 대결은 AI를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무엇보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생소한 전략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또 펠린이 이번 대국에서 사용한 전략은 인간 바둑 기사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복잡한 연산에 능한 AI는 오히려 간단한 '꼼수'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 UC버클리대 스튜어트 러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AI는 과거 데이터 중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만 응용한다"며 "인간은 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