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배구조 개편, 첫 관문은 이사회 재구성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대표이사 대행체제에 돌입한 KT의 이사회 재구성을 놓고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종욱 대표이사 대행의 주재로 열리는 올해 KT 정기 주주총회에는 주요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의 1년 재선임 건을 의결하게 된다. 주총 사흘 전에 김대유, 유희열 사외이사가 임기를 남겨두고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하면서 3인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지 못하면 김용헌 이사 한 명만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상법 규정에 따라 KT 규모의 회사는 최소 3인 이상의 이사회가 꾸려져야 하는데, 주총 결과에 따라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 할 수도 있다. KT 사외이사진 전면 개편 가능성 커져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이사 선임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내부적으로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주주명부 폐쇄 시점인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더한 지분율 7.79%로 KT의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KT 주총 안건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29일 국회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현재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나 수책위(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차원에서 KT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KT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유사 행보를 해왔다는 점에서 KT 이사회의 개편에 함께 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역시 윤경림 사장의 대표이사 후보 사퇴 전부터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뜻을 밝혀, 외국인 투자자 지분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진 구성 여부 따라 차기 대표 재공모 속도 달라질 듯 재계 한 관계자는 “지분 1% 이상의 주주가 임시 주총을 소집해 공석의 이사진 문제를 주주 제안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국민연금이 추천한 이사들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함께 KT 노동조합도 본격적으로 향후 회사의 지배구조에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이다. KT 노조는 이날 오후 분당사옥에서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사측이 만든 비상경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KT 노조는 윤경림 사장의 대표 후보 사의를 표한 직후 이사회의 전면 개편과 비상대책기구 운영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장복 노조위원장은 “경영정상화를 이룰 때까지 KT노동조합 경영감시단을 운영해 잘못된 부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KT 안팎에서는 새 이사회 재구성 시점에 임직원을 대표하는 단체의 의견 수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공백 상태가 길어질 수록 조직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KT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정상화의 첫 번째 관문은 이사회의 재구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표 재공모와 선임이 이사회를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T 측은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되어 변경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