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 나란히 호실적에 주가는 왜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클라우드가 같은날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두 기업의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들어 최대 낙폭으로 하락한 반면, 구글클라우드의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는 5% 이상 상승했다. 생성 AI의 영향이 두 회사의 투자시장 평가를 엇갈리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5일 회계연도 2023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해당기간 동안 매출 562억달러, 순이익 20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이다. 주당순이익은 2.69달러로 전년보다 21% 늘었다. 애저, 오피스365, 다이나믹스365 등 기업용 구독 서비스를 포함하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매출은 303억달러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구글클라우드는 회계연도 2023년 2분기동안 매출 80억3천만달러, 영업이익 3억9천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8% 늘었다.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구글클라우드는 1년 만에 적자에서 10억달러 이상 실적을 끌어올렸다. 모기업 알파벳은 해당 기간 매출 746억달러, 순이익 184억달러(주당 1.44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 구글은 폭등, 마이크로소프트는 폭락 같은날 주식시장 종료 후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클라우드의 실적은 장외거래에서 정반대의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외거래에서 3.76% 하락한 반면, 알파벳 주가는 7% 껑충 뛰어올랐다. 다음날 장내 거래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장외거래의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했고, 알파벳은 5.78%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하락은 7월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회계연도 1분기 전망을 시장예상보다 부정적으로 내놓은 게 주 원인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계연도 2024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538억~548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549억4천만 달러에 못미치는 액수다. 또한 애저 서비스 매출의 성장률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와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이 전년보다 26% 성장했다고 밝혔는데, 1년전 성장률보다 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성장률은 작년 하반기부터 매분기마다 둔화되고 있다. 2년전까지 50% 이상이던 성장률이 40%대, 30%대로 주저앉더니 올해 들어 20%대로 내려갔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고객의 IT 인프라 비용 지출 감소 영향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업의 클라우드 비용 감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당분간 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하락의 또 다른 숨은 요인은 생성 AI다. 올초 오픈AI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코파일럿'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 AI 트렌드 속에서 대형 수혜주로 꼽혔다.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 라이선스를 사용자당 월30달러로 공개하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 6개월 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대표적 상승랠리였고, 생성 AI의 기대감이 주가를 부양시켰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에 생성 AI는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분기 실적에 생성 AI의 영향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 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 AI 관련 발표 중 실제로 출시된 건 애저 오픈AI 서비스뿐이고, 각종 코파일럿 시리즈는 비공개 미리보기로 제한된 고객에게만 제공됐다. 구글의 검색 시장 아성을 위협할 무기로 여겨졌던 빙 챗 서비스도 눈에 띄는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빙을 비롯한 검색과 뉴스 광고 매출은 전년보다 8% 증가하는데 그쳤다. 빙 검색의 폭발적 트래픽 상승과 검색 관련 매출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그동안 구글을 괴롭혔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 AI 공세는 구글에게 오히려 정반대 효과를 냈다. 구글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성 AI가 클라우드 수요를 견인하면서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생성 AI로 매출 상승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전혀 반대되는 설명이다. 작년 11월 오픈AI의 챗GPT 공개로 구글은 내외부에서 위기설에 시달렸다. 챗GPT로 인해 인터넷 검색 판도가 바뀌고, 마이크로소프트 빙과 챗GPT에게 사용자를 빼앗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때마침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의 광고 지출 감소가 구글 검색과 유튜브의 광고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고, 지난 1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글은 2분기 광고 매출을 다시 끌어올리고, 클라우드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했다.지난 분기 구글의 검색 광고 사업 매출은 426억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422억달러를 웃돌았다. 유튜브 광고 매출은 76억7천만달러로 업계 전망을 상회했다. 구글은 AI 기술을 광고 영역에 접목시킨 성과라고 강조했다.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이 생성 AI 모델을 교육하고, 제공하기 위해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하고 있다"며 "생성 AI 수요가 전체 시장을 확장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버텍스 AI, 검색, 대화형 AI에 걸쳐 80개 이상의 모델을 보유했으며, 우리는 그들 모두를 갖고 깊이 있는 산업 솔루션으로 변환하고 있다"며 "수백개 ISV와 SaaS 제공업체, 액센추어와 딜로이트 같은 컨설팅 회사와 함께 파트너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반격을 가하는 생성 AI 관련 서비스도 안착했다는 평가다. 챗GPT의 대항마로 내놓은 바드는 초기 부정적 반응을 씻어내고 빠르게 개선되며 안정됐다. 구글브레인과 딥마인드 조직의 통합으로 GPT-4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규모언어모델(LLM) '제미니' 관련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으로 구글클라우드의 흑자 전환의 배경에는 인프라의 서버 사용 연한 확대도 있다. 구글은 서버 사용연한을 4년에서 6년으로 바꿨고, 그에 따라 인프라 지출을 줄였다. 이는 인프라 투자 비용으로 적자를 봐왔던 구글클라우드의 흑자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 진짜 생성 AI 전쟁은 하반기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두 생성 AI의 본격적인 실적 영향은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상 군불을 힘차게 떼온 상황이고, 각종 서비스의 정식 출시는 올해말과 내년초에 이어질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반 사용자용인 '빙 챗'과 기업 전용의 프라이빗 버전인 '빙 챗 엔터프라이즈'에 뜨거운 수요를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 등 부조종사 관련한 고객의 놀라운 반응에 흥분돼 있다고 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고객은 처음으로 새로운 AI 워크로드 중 일부에 애저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여러 클라우드를 사용해본 고객도 데이터와 AI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더 많은 점유율 증가, 더 많은 이익 등이 상당한 규모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미 후드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클라우드의 수요 신호가 상당히 강하다"며 "우리가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는 수요 신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구글도 하반기 AI 관련 투자가 증가하고 그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구글워크스페이스의 대화형 AI 기능인 '듀엣 AI'가 900만명 이상의 유료 고객에게 제공될 것이므로 매출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