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육성 나선 인도....R&D·제조 투자 확대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다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 IT·가전 및 제조업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인도는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6.8%의 경제 성장을 실현했다. 글로벌 경기가 다소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도 5%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UN에 따르면 올해 인도 인구수는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에 등극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최근 전자 기기를 시작으로 제조업 육성과 인프라 투자 등 경제개혁을 추진 중이며, 지난해에는 반도체 제조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IT, 가전, 반도체 업계가 인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에 지디넷코리아가 3회에 걸쳐 인도 시장 현황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인도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 정부도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한국, 대만이 첨단 미세공정 제조시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인도는 내수 시장 지원을 위해 레거시 기술 노드(28나노 이상) 제조시설 구축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울러 인도는 저렴한 인건비와 소프트웨어 및 설계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인도에 R&D 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현지 인력을 활용을 늘리려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인도, 반도체 제조 강국 도전…파격적인 보조금 제시 인도는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1년 12월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인 '반도체 인도 프로그램(Semicon India Program)'과 '인도 반도체 미션(Indian Semiconductor Mission, ISM)' 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국내외 기업의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다. 1차 인센티브 제도 지원금은 총 7천600억 루피(약 11조8천300억원) 규모에 달하며,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중앙 정부가 30~50%, 지방정부가 10~25%의 보조금을 각각 지원한다. 그 밖에 반도체 R&D, 제품 개발 및 교육에도 2.5%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 결과 지난해 인도 정부는 폭스콘 및 인도 베단타 그룹의 합작사와 ISMC(국제 반도체 컨소시엄)의 제조시설 투자를 이끌어냈다. ISMC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기반을 둔 넥스트오르빗벤처와 타워세미컨덕터의 합작 투자사다. 폭스콘과 베단타 그룹은 올해 인도 서부에 위치한 구자라트주에 195억 달러 규모로 28 나노 공정의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2025년경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ISMC는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에 65나노 아날로그 반도체 제조공장을 올해 착공해 4~5년 뒤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인텔이 지난 2월 타워세미컨덕를 인수를 발표함에 따라 착공일이 연기됐다. ISMC는 인텔의 타워 인수 관련 규제당국의 심사가 완료된 후에 팹 건설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밖에 인도 정부는 모하리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SCL)에 13억 달러를 투자하고, 반도체 지적 재산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반도체 연구소는 인도 IT 전자부 산하의 기관으로 28나노 반도체 생산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인도는 올해 초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추가 보조금을 조성하며 반도체 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 2차 인센티브는 지난 5월부터 신청받기 시작했다. 다만, 인도의 반도체 시장은 거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탄탄한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에 어려움도 따른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풍부한 공업용수,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박병국 KOTRA 무역관은 "그동안 인도가 반도체 제조보다는 R&D와 디자인을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켜온 이유도 이러한 여건이 여의치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인도는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 반도체 제조 투자에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의 효과로 점차 반도체 현지생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너도나도 인도에 R&D 센터 운영...스타트업 설립 러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일찌감치 인도에 R&D 센터와 지사를 설립해 반도체 소프트웨어 및 설계 기술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반도체 스타트업들도 인도에 지사를 설립해 현지 인력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 비즈니스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출신 엔지니어는 전 세계 반도체 설계자의 약 20%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리콘밸리는 반도체 인력 부족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인도에 지사를 설립해 현지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라며 "인도인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인이 미국에 와서 학업을 마치고 연구원이 되려면 6~7년 이상 소요되고 현지에서 실력 있는 인도인을 채용하려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 인도 현지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의 저렴한 인건비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에버러지셀러리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 지역의 평균 연봉은 210만4520루피(약 3천270만원)이며, 석사급 IT 엔지니어 평균 연봉은 232만3888루피(약 3천611만원)로 조사된다. 이는 한국의 절반, 미국 실리콘밸리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실무를 익힌 인도 개발자가 자국으로 귀국을 희망할 경우, 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도 지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들이 인도 현지에서 기술을 교육하면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및 설계 기술이 향상될 수 있었다"라며 "이는 이전에 중국이 자국에 지어진 글로벌 기업의 제조공장에서 기술을 습득하며 성장해 온 배경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굵직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인도 벵갈루루에 R&D 센터를 운영하며,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같은 미국 기업과 미디어텍(대만), NXP(네덜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또한 인도에서 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스타트업뿐 아니라 인도 현지 스타트업들도 벵갈루루에 연구 센터를 설립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인도 ISM에 따르면 인도 반도체 스타트업은 지난해 말 21개에서 올해 말 약 50개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와 인도 전자&반도체 연합(IE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반도체 시장은 2019년에 227억 달러(35조3천억 원)에서 2026년 641억 달러(81조8천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