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LED 파산의 교훈…삼성D, OLED 8.1조원 투자로 '승부수'
삼성디스플레이가 4일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공정 고도화에 2026년까지 총 4조1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선제적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OLED 패널 1위에 이어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1위에 올라서고, 더 나아가 중국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1위를 되찾아 오겠다는 목표다. 특히 적기 투자 시기를 놓쳐 한국과 중국에 뒤쳐지게 된 일본의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8.6세대 IT용 OLED 투자는 "다자경쟁에서 양강구도로 변화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구도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초강수"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신규 라인이 완성되는 2026년이면 IT용 OLED를 연간 1000만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IT용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으로, 현재 대비 5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쫓고 쫓기는 한∙중∙일 디스플레이 삼국지…과감한 투자 중요 일본은 LCD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국가다. 일본은 브라운관 산업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LCD 상용화에 성공해 초기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다. LCD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본이 주도해온 LCD 시장에 1995년 삼성과 LG가 뛰어들었고, 1999년 하반기부터는 대만 업체들도 진출해 아시아 3국간 생산 경쟁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일본은 당시 차세대 분야인 5세대 LCD 투자를 머뭇거리며 결과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잃게 됐다. 반면 한국은 2001년 당시 가장 앞선 기술인 5세대 LCD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2004년 처음으로 일본을 뛰어 넘고 세계 LCD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한국은 6세대, 7세대, 8세대 LCD, OLED에 대한 투자 확대로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7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1년 세계 시장 점유율 41.5%로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고, 한국은 33.3% 점유율로 2위로 내려왔다. 중국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세계 LCD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덕분이다. 한국은 비록 중국에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줬지만 프리미엄 기술인 OLED 분야에서는 지난해 세계 시장 71%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8%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OLED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한국과 기술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JOLED 결국 8년만에 파산…삼성D, 선제 투자만이 살길 2015년 일본은 한국⋅중국에 뒤쳐진 OLED 경쟁력을 단숨에 뒤집고자 소니,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일본 기업과 민관공통투자펀드(INCJ)가 합작한 OLED 전문기업 'JOLED'를 설립했다. JOLED는 한국 업체들의 기술보다 효율면에서 뛰어난 '잉크젯프린팅'기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일본 유일의 OLED 생산업체인 JOLED는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설립 8년만에 파산했다. JOLED의 잉크젯 프린팅 방식은 일반적인 제조 방식으로는 생산 속도가 빠르고, 재료 사용량도 적어 효율적인 기술이지만, 기술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난에 시달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JOLED의 실패 원인을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 및 경영전략에서 모두 실기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이 LCD 산업에서 삼성⋅LG디스플레이에 압도당한 뒤 번번이 투자 시기를 놓쳐왔고 2015년 이후 중소형 OLED 투자 국면에서도 조단위 투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제대로 양산 라인을 꾸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2021년 OLED 시장 점유율은 1.9%로 사실상 시장 퇴출 수준이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감한 투자로 사업의 승기를 잡아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성공에 이어 2005년 11월 수요처도 없는 상황에서 4천700억원을 투자해 1만3800평 규모의 OLED 전용라인, A1(4.5세대) 라인 건설에 나섰다. 2007년에는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며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에 성공해 OLED 산업화를 주도했다. 이후 10조원 규모의 투자비를 들여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A3'을 구축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스마트폰의 기준을 'LCD'에서 'OLED'로 바꿔놓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8.6세대 IT용 OLED 투자를 통해 LCD가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노트북 시장의 중심 기술을 OLED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며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OLED 기술로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디스플레이의 영토를 탈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