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의 꿈, 여기서 이뤄진다···1억도 플라즈마 300초 유지 도전
"핵융합 에너지는 더 이상 꿈의 에너지라 하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우리 현실 가까이 왔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의 말이다. 22일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을 찾은 기자들에게 그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2035년 전후를 목표로 핵융합 발전의 성공 조건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며, 이렇게 되면 2050년엔 상용 핵융합 발전소 운영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라며 "2035년 이후 급격히 실증 단계로 넘어갈 것임을 생각하면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라고 말했다. 과거 원자력 발전 역시 학계에서 연쇄 반응에 성공하고 14년 후 상용로 운용을 시작한 것과 비슷한 진척 속도를 예상하는 것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과 같이 수소 원자를 융합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감소한 질량만큼 에너지를 발생한다. 인공태양을 만드는 셈이다. 핵 분열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 발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친환경방식이라 기후변화에 대응할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는다.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설치된 KSTAR는 이같은 핵융합 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핵심 연구시설이다. 핵융합 발전이 일어나도록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강력한 자기장으로 가두는 장치이다. 높이 10m, 직경 10m의 대형 원통 안에 강력한 자기장을 일으키는 초전도자석이 있고, 그 주변을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도넛 모양의 공간이 감싼다. 자석을 초저온으로 유지하기 위한 헬륨 공급장치와 플라즈마의 온도를 높이기 위한 빔 주입장치 등이 연결된 거대한 구조물이다. 태양 내부와 같은 고온을 재현하기 위해 플라즈마의 온도를 높이고 이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도넛 모양의 밀폐된 공간에 고온의 플라즈마를 일으키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와 내벽의 접촉을 막는 토카막 방식이다. 1995년 개발을 시작해 2007년 완공됐다. 2018년 이온온도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에 성공했고, 2021년엔 이 상태로 30초 운전을 달성했다. KSTAR는 지금 또 한번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지속 시간을 50초로 늘이고, 이를 바탕으로 2026년 운전 시간 300초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부원장은 "300초는 플라즈마와 내벽 상호작용을 성공적으로 제어, 24시간 정상상태 운전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KSTAR 내부 플라즈마 대면 장치 중 하나인 디버터 소재를 기존 탄소에서 고열속 장시간 운전이 가능한 텅스텐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7월까지 설치를 완료해 10월 중 50초 운전에 도전한다. 또 가열 및 전류구동 장치를 개선하고 플라즈마의 안전성을 높이며 제어 능력을 높이는 연구도 시행한다. 이같은 연구를 기반으로 2026년 300초 운전에 도전한다. 핵융합 실증로 운전기술 개발 연구도 수행한다. KSTAR 내부의 움직임을 가상공간에 구축한 '버추얼 KSTAR'도 핵융합 연구에 새롭게 힘을 보탤 전망이다. 디지털 트윈과 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을 접목한 결과물이다. 플라즈마 실험을 실시간으로 3차원 모니터링하고, 자체 구축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가열장치 운전 최적화를 위한 시뮬레이션과 3차원 분석이 가능하다. 설비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향후 설치할 장치에 대한 가상 실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권재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통합 시뮬레이션연구부장은 "KSTAR 주요 설비를 가상화해 운전 중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아보기 쉬운 형태로 파악할 수 있다"라며 "고에너지 입자가 벽에 부딪힐 때의 상호작용과 손실 등도 시뮬레이션에서 미리 파악해 설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핵융합 발전은 기후위기와 자체 에너지원 확보 등의 측면에서 정말 중요해졌다"라며 "실현을 위해선 아직 난제가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 및 연구소 등과 힘을 합쳐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