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밀 더 가까이···중이온 가속기 저에너지 빔 시운전 성공
누리호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거대과학 프로젝트인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 '라온'이 저에너지 구간 전체에 걸친 빔 시운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저에너지 가속장치의 가속모듈 중 전단부 가속모듈에 대한 빔 인출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에 54기 전체 구간에서 시운전에 성공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소장 홍승우)는 지난 23일 라온 저에너지 가속구간에 걸친 빔 시운전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라온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다. 2010년 개념 설계를 시작으로 그간 1조 5천억 원을 투입, 2021년 12월 구축 완료했다. ■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 라온은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중이온을 가속해 표적에 충돌시켜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들을 생성하고, 이 과정에서 우주와 원소의 기원 및 별의 진화 과정을 밝힐 실험적 데이터를 획득하기 위한 장치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인류의 지식과 과학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뿐 아니라, 반도체와 이차전지, 항암치료 등 소재·의료 분야 혁신 등 거대한 산업적 파급 효과도 일으킬 수 있으리란 기대다. 연구진은 작년 하반기 가속관 전단부(QRW) 가속모듈 22기의 22개 가속관에서 빔을 인출한데 이어, 이번에 후단(HWR) 32기 가솔모듈 102기의 가속관을 포함한 124기 가속관 전체에 대해 시운전을 수행했다. 중이온가속기는 입자 속도를 광속의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움직임을 제어해야 하는 극한 기술이다. 그간 연구소는 영하 270℃의 초진공, 극저온 헬륨 냉각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체 초전도 가속관 124개의 주파수 및 빔 위상을 제어했다. 이를 통해 가속관별 고유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가속 변수(파라미터)를 설정하는 등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 저에너지 전체 구간 빔 인출 성공 이러한 과정을 거쳐 23일 오전 11시 33분 경 가속기 전 구간에 대한 빔 가속과 빔 인출에 성공했다. 이후 추가적 재현 실험을 통해 빔 에너지 17.6MeV/u(핵자당 가속 에너지) 및 빔 전류 21.3μA(시간당 빔 전하량)에 도달했다. 과기정통부는 시운전 결과에 대해 24일 국내 가속기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소집했다. 검토 결과, 기술적 목표치들이 달성되었음을 현장 데이터로 확인했고, 초전도 가속기와 극저온시스템 및 중앙제어시스템 등 제반 장치·설비의 건전성과 정합성 또한 확인했다. 이러한 검토 결과는 26일 과기정통부 주관 중이온가속기 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시운전 결과를 토대로 가속시스템에 대한 성능 최적화를 진행한다. 또 각종 실험장치들과 연계한 시운전을 추진하고, 가속기를 활용한 연구를 희망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안서 선정 기준도 마련한다.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금번 시운전 성공은 그간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의 주요 장치와 설비들의 목표 성능 구현과 정합성을 확인한 차원에서 그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 성능 최적화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국제공동 연구가 활발히 펼쳐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고에너지 구간은 2025년까지 선행 R&D 결과 지켜보고 결정 다만 당초 함께 구축할 계획이었던 고에너지 가속장치의 경우, 2025년까지 선행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보다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두 가지 동위원소 생성 방식인 ISOL(Isotope Separation On-Line)과 IF(In-flight Fragmanetation)을 결합한 구조는 구현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ISOL은 가벼운 이온을 무거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방식, IF는 무거운 이온을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방식이다. 라온 가속기 전단부에서 입자를 ISOL에 충돌시켜 희귀동위원소를 얻고, 이후 이를 다시 저에너지 구간과 고에너지 구간을 통과시키며 가속해 IF에 충돌시켜 또다른 희귀동위원소를 얻게 한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고에너지 구간 구축을 위한 선행 R&D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고에너지 구간을 전제로 하는 IF 설비의 사용 가능 시점을 예측하기는 이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