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될까"…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엇갈린 시선'
주요 IDM(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이 사업 구조 개편 등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는 상황으로, 기술력 및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의견과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IDM 2.0' 전략을 통한 파운드리 사업 강화 전략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투자자 대상 웨비나를 열고 IDM 2.0 전략의 2단계인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IDM은 반도체 개발부터 설계,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영위하는 사업 모델이다. 앞서 인텔은 IDM 2.0 전략의 1단계로 ▲7nm 공정 개발 ▲외부 파운드리 활용 확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구축 등을 제시한 바 있다. 2단계인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반도체 제조, 기술개발, IFS 부문을 한데 모아 내년 '제조 그룹' 사업부로 격상하는 것이 주 골자다. 제조 그룹의 수주 현황, 매출 및 이익 등도 별도로 집계될 예정이다. 이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데이터센터·AI 그룹 등 기존 주력 사업에서 제조 부문을 분리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같은 IDM인 삼성전자도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로 운영하며 각 사업부의 전문성, 독립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인텔의 IDM 2.0 2단계가 실현될 경우, 내년 파운드리 시장은 곧바로 적잖은 변동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제조 그룹의 연 매출은 인텔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만 200억 달러로 파운드리 업계 2위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는 외부 물량 기준으로도 2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 "파운드리 독립성 강화 초석" vs "불확실성 여전해" 미국 증권가는 인텔의 발표 직후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인텔의 IDM 2.0 2단계가 향후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도모할 첫 단추라는 분석과, 실제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티모시 아큐리(Timothy Arcuri) UBS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외부 파운드리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는 설계와 제조 부문의 완전한 '분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에 두 주요 사업부의 재무제표를 분리하려는 것이 가장 큰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사업 구조 상 고객사인 팹리스로부터 신뢰성을 얻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만약 파운드리 업체가 반도체 설계 부문에도 관여하는 경우, 팹리스와 이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의 순수 파운드리 TSMC가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반면 존 빈(John Vinh) 키뱅크 캐피탈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사업 모델 전환은 타당한 전략이나, 파운드리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며 "인텔 파운드리가 회사 내부의 제품을 생산하는 동안 외부 고객사를 위한 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게 우려사항"이라고 밝혔다. ■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여부도 '분분' 인텔은 최선단 공정에 해당하는 18A(1.8nm) 공정 양산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등, 파운드리 기술력에 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최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텔은 3D 적층 기술인 '포베로스'를 올 하반기에 첫 적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공정 기술 및 IP(설계자산) 규모가 주요 경쟁사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시각과, 기술력만으로는 파운드리 사업을 쉽게 이끌어갈 수 없다는 시각이 모두 존재한다. 국내 한 반도체 업체 대표는 "인텔이야말로 고성능컴퓨팅과 그 주변 인터페이스 IP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막강한 기업"이라며 "인텔이 개발한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칩을 만들고 싶은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수주를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는 공정 자체를 각 고객사의 제품에 맞춰줘야 하는데, 인텔은 이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텔이 공정 기술과 다양한 IP를 갖췄다고 해도 기존과 비즈니스 영역이 상당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인텔도 자사의 CPU 출시를 거듭 연기한 사례가 있는데, 고객사의 다양한 제조 공정에 대응하려면 더 많은 여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모바일 등 저전력 분야의 레퍼런스가 확보됐는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