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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을부탁해'통합검색 결과 입니다. (6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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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당신은 '플러스휴먼'인가?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편집자 주] 요즘 채용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은 낯설지 않다. 특히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에게 신입 공채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의 영향일까. 현장에서 HR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문제는 조금 더 구조적이다. 채용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조직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신입을 채용했다. 교육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고, 경험을 통해 성과를 내는 구조였다. 신입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 대상이었다. 그러나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업무 현장에 도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 구성원이 AI를 활용해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 예전 같으면 반나절은 걸렸을 작업이 한 시간 안에 정리됐고, 그의 업무 노하우를 통해 보고서는 AI가 내놓은 결과물보다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결과물의 구조와 완성도까지 한 사람이 맡은 업무로 보기에는 굉장한 성과였다. 즉, AI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본인의 업무와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났을 때 결과물의 가능성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제는 일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련된 직원이 AI를 활용하면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리서치, 기획 초안 작성까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다.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이 더해지니 한 사람이 짧은 시간 내 두세 사람의 몫을 해내는 장면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이때 조직은 자연스럽게 계산하게 된다. “굳이 새로운 사람에게 처음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이미 AI와 결합해 높은 생산성을 내는 인력들이 있는데, 교육 비용을 감수하며 신입을 채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조직일수록 신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자원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당장 현장에서 뛸 수 있는' 경력직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완성형 인재만을 채용한다면, 우리 산업 전체의 인재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이 지점에서 HR의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AI 도구들이 업무 현장과 실생활에 도입되면서 등장하는 개념이 '플러스휴먼'이다. 플러스휴먼은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툴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이러한 AI 도구들을 실제 업무에 도입하여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사람. 즉, 업무 방식을 재구성할 수 있으며,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이 높은 인재다. 조직 입장에서 보면, 플러스휴먼은 '효율성이 높은 인재'로 여겨질 수 있다. 동일한 인건비로 더 높은 생산성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신입사원에게 배정했던 작은 업무들이 AI툴로 대체되면서 '사람이 장시간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업무'로 여겨지다보니 직접적으로 현장 실무 투입까지의 리드타임이 긴 신입 인재들은 생산성 중심의 평가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채용시장에서도 경력직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여러 취업 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경력직 채용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고, 신입 공채 규모는 축소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경기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인재를 바라보는 기준이 '막연한' 성장 가능성에서, 기술을 통해 이미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한 인재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조직은 인재를 단기 효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을까?” AI 시대에서 기업은 빠른 성과, 비용 절감, 리스크 최소화를 우선시한다. 채용은 투자라기보다 리스크 관리의 영역이 된다. 하지만 HR의 역할은 단기 생산성 계산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조직은 단기 성과만으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 성장, 조직 문화의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모든 조직이 이미 완성된 플러스휴먼만을 찾는다면, 누가 다음 세대의 플러스휴먼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결국 문제는 '신입을 뽑을 것인가'가 아니다. '신입을 어떻게 플러스휴먼으로 육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를 마주할 때 정량적 스펙보다는 창의성,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 학습민첩성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HR에게 남는 과제는 분명하다. 효율만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구성원의 역량과 조직개발을 확장시킬 것인가. 채용의 기준은 변하고 있다. 당신은 플러스휴먼인가. 그리고 당신의 조직은 플러스휴먼을 키울 준비가 돼 있는가.

2026.02.25 08:00박주연 컬럼니스트

AI 시대, HR의 본질과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편집자 주] 가끔 다른 부서를 방문해 보면 직원들의 모니터에 챗GPT가 켜져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필자 역시 업무 과정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는데, 다른 직무의 구성원들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접할 때면 묘한 동질감과 공감대를 느끼곤 한다. 이제 AI는 조직 전반에 걸쳐 업무 과정 속에 빠르게 스며들어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동료'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AI 활용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용하느냐'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AI는 업무 효율과 결과의 완성도를 높이는 협업 파트너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이런 변화는 개인의 업무 습관을 넘어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까지 서서히 바꾸고 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결국 사람의 태도와 행동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환경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면 일에 대한 생각과 기준, 동기 역시 함께 변한다. 과거에는 일을 '얼마나 빠르고 많이 처리했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고, AI와 동료의 강점을 어떻게 조합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속도와 양의 시대에서, 이해와 협력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HR의 역할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제 HR은 제도와 교육을 기획·운영하는 관리 기능에만 머물 수 없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이 무엇에 동기를 느끼는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협업 방식에 어떻게 적응하도록 도울 것인지를 설계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 도입이 확대되고 보편화될수록 조직이 실제로 마주하는 과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달라진 역할에 대한 혼란, 협업 방식의 변화, 공정성과 신뢰에 대한 고민처럼 '사람의 문제'가 더 크게 등장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HR이 주목해야 할 핵심은 '소프트 스킬'이다. 소프트 스킬이란 특정 기술을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의 방향을 맞추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 ▲변화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능력 ▲서로 다른 생각과 세대를 연결해 신뢰를 만드는 능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AI가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업무를 빠르게 수행할수록, 사람에게 남는 일은 단순 실행이 아니라 의미를 해석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이 된다. 결국 조직의 경쟁력은 AI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기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협력을 통해 성과로 연결해 내는 사람의 힘에서 비롯된다. 이제 HR의 역할은 사람을 관리하는 기능이 아니라, 사람들이 변화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 '설계자'에 가깝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격려하고, 서로 다른 직무와 세대가 공통의 언어로 협력하게 만들며, 변화 속에서도 조직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도록 돕는 일. 이것이 앞으로 HR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AI 시대에 HR의 존재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사람다운 것'을 다루는 데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조직은 더 많은 시스템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와 더 나은 관계, 그리고 더 설득력 있는 소통을 필요로 한다. AI 활용이 조직 전반으로 확산될수록 HR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더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HR 담당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단순한 제도 이해나 노동법 지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데이터를 읽는 능력만큼이나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정책을 설명하는 능력만큼이나 변화를 설득하는 능력이 ▲교육을 기획하는 능력만큼이나 학습 동기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이 조직을 빠르게 바꿀수록, 그 변화를 사람에게 연결하는 역할은 결국 HR이 맡게 되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HR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선명해진다. 기술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연결하며, 사람이 변화를 자신의 성장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일. 바로 그 지점에서 HR의 가치가 다시 시작된다.

2026.02.24 08:00이의현 컬럼니스트

우리 회사 성과급은 공정할까

최근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큰 이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2964%, 연봉의 약 1.5배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역대급 성과급을 받은 SK하이닉스의 직원들은 직장인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러움 뒤에는 질문이 따라온다. "많은 성과급을 받으면 직원들은 공정하다고 느낄까?" 성과급이 많다는 것과 공정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회사든 성과급 시즌이 되면 금액 못지 않게 기준과 과정도 중요한 논쟁거리가 된다. 성과급은 숫자지만, 직원에게는 감정 성과급이라는 숫자를 받아든 순간 직원에게는 감정이 된다. 같은 금액이라도, 다른 사업부나 경쟁사보다 적거나 지난해보다 줄었다면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감정은 보통 상대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매년 역대급 성과급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서 직원이 더 공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직원들은 대체로 공정성을 세 가지로 느낀다. 결과가 공정한가, 과정이 공정한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공정한가.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를 각각 분배 공정성, 절차 공정성, 상호작용 공정성이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공정성은 무너진다. 예를 들어 금액이 납득할 만해도 산출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든가, 과정이 투명해도 결과를 통보하는 태도가 일방적이거나, 태도가 아무리 정중해도 결과 자체가 터무니없다면 직원들은 공정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성과급은 회사가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 "우리는 당신의 기여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성과급은 회사가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에 숫자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나왔는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금액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기준이 투명하고 설명이 충분하다면 납득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덧붙이자면 메시지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아예 성과급 제도를 두지 않고, 대신 업계 최고 수준의 기본급을 보장한다. 이것 역시 "우리는 당신을 불확실성으로 동기부여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숫자만큼 중요한 것 완벽하게 공정한 성과급을 주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는 보상체계라는 것은 이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 회사의 성과급은 직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까. 회사는 감사를 보냈는데 정작 직원은 불공정성을 느끼지는 않을까. 성과급의 공정성에서 숫자만큼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진정성이다. 그 진정성은 1년 내내 직원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2026.02.20 08:00전용관 컬럼니스트

망한 회사에서 일하면 커리어도 망하는 걸까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편집자 주] 투자 유치는 기약이 없었고, 기대했던 정부 지원 사업은 떨어졌다. 10명 남짓 남아 있는 사무실에 대표가 모두를 모았다. 회사의 월 평균 수익과 비용을 상세히 공개하며 말했다. ”런웨이(스타트업이 투자 없이 보유한 현금이 모두 소진되기까지 남은 기간)가 약 5개월 남았습니다. 우리는 한 번의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시도가 실패하면, 사실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부는 떠났고, 일부는 연봉을 삭감하면서 남았다. 남았던 우리는 마지막 시도를 했다. 피봇(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기존 기반 위에서 방향을 트는 것)한 아이템은 HR 관련 프로덕트였다. 그래서 HR 담당자인 내가 초기 서비스 운영과 세일즈를 맡았다. 시장 조사를 하고, 경쟁사를 분석하고, 경쟁사의 프로덕트와 곧 나올 우리의 것을 비교해가며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찾고자 했다. 콜드 메일을 보내고, 지인 추천을 받아 고객사를 만났다. “세일즈 하시는 분이 HR 포지션이라서 놀랐어요.” 거의 모든 고객이 이렇게 말했다. 출퇴근 시간은 의미를 잃었다. 재택을 시작한 이유는 워라밸 때문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을 줄여 더 일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모두 구멍 난 배 위에 서 있었고 각자 물을 퍼내고 틈을 메우고 노를 저었다. 하지만 결국 생존에 필요한 매출을 남은 기간 안에 만들지 못했고 팀은 해체되었다. 나는 나의 4대보험 상실 신고와 퇴직 서류를 정리했고, 팀원들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어떻게 지급할지에 대한 서류를 작성한 뒤 회사를 나왔다. 그 5개월은 치열했지만, HR로 한 일은 사실상 없었다. 그렇다면 이 경험은 공백이었을까. 다음 회사에서 이 시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니, 나 스스로는 이 시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여기서 나는 질문을 바꿨다. '망한 회사에서 일하면 커리어도 망하는가.' 가 아니라, '망한 회사에서 무엇을 남겼는가, 나는 그 안에서 성장했는가.'로. 초기 스타트업은 태생적인 구조가 불확실함의 연속이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빠르게 실험하고, 계속 검증하고, 문제를 다시 정의한다. 운과 타이밍까지 겹치면 스케일업(이용자나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해 성장 궤도에 진입하는 것)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다수의 초기 스타트업은 5년을 넘기지 못한다. 폐업하지 않더라도 좀비처럼 생존만 이어간다. 낙하산 다섯 개 중 네 개는 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HR은 필요할까. 그리고 성장할 수 있을까. 망함을 경험한 나에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그렇다고 답한다. 다만 아무나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불확실성은 두려움이지만 동시에 행동을 요구하는 압력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뒤처지면 바로 드러난다. 어제의 성공 경험이 오늘도 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내가 지금 하는 방식이 정말 최선인지 계속 묻게 된다. 안정적인 조직에서는 몇 년에 걸쳐 마주할 질문을, 이 환경에서는 몇 달 안에 반복하게 된다. 불확실성을 방석 삼아 앉으면서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사람은 환경이 무너져도 사고할 수 있는 근육이 남는다. 완전한 실패의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다. 오히려 결과가 명확하면 핑계가 줄어든다. 우리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의사 결정이 오판이었는지, 환경이 아닌 사람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과 할 수 없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복기하게 된다. 실패를 감정으로 소비하면 상처만 남지만, 실패를 구조로 분석하면 판단력이 남는다. 망하기 직전의 조직에는 정치가 없다. 사일로도 없다. 정보를 숨길 여유가 없다. 모두가 마지막 시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목표 지향적이 된다. 각자의 범위를 넘어 정보가 흘러 들어오고, 그 정보를 스스로 조합해 판단해야 한다. 직무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HR은 채용이나 제도 운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고, 고객이 무엇을 문제로 느끼는지 듣고, 전략이 어떤 가정 위에 세워졌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 이 경험은 HR을 운영자가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AI가 발전하면서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하게 된다. 반복과 규칙, 패턴 기반의 업무는 점점 자동화되고 있다. 앞으로의 HR은 단순 채용 운영이나 근태 관리 등만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HR은 일을 재설계해야 한다. 무엇을 자동화하고, 어디에 사람의 판단을 남겨둘지 구분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언어로 말하고, 전략과 연결되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이 질문을 이론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마주하게 만든다. 선택지가 적기 때문에 본질을 보지 않으면 바로 무너진다. 그래서 본질적인 '왜'를 질문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HR은 그 이상을 보게 된다. 채용과 제도 운영에 머물 수 없다.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지, 고객은 그것을 정말 문제로 느끼는지 묻게 되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그 문제를 어떻게 제품으로 풀어내는지, 그것이 비즈니스로 넘어가 어떤 가치로 전달되는지까지 고민하게 된다. 생존의 환경에서는 이 확장이 선택이 아니다. 빠르게 이터레이션하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진다. 전략의 가정, 의사결정의 병목, 개발에서 세일즈로 이어지는 흐름을 직접 이해하게 된다. 그 경험이 HR을 지원 조직이 아니라 사업과 연결된 전략적 파트너로 만든다. 그래서 망한 스타트업이 항상 커리어에 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고, 직무의 울타리 안에만 머무르면 소모된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질문으로 바꾸고, 실패를 데이터로 복기하며, 직무의 경계를 넘어 흐름을 읽는 사람이라면 초기 스타트업은 가장 밀도 높은 훈련장이 된다. 그것도 선택이 아니라, 강제로. 나는 그 회사에서 '잘 정리된 HR 성과 지표'를 남기지 못했다. 대신 어떤 조직을 만나더라도 판단의 기준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근력을 얻었다. 망한 것은 회사였다.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였다. 이 글을 읽고 가슴 어딘가에서 작은 불꽃이 느껴진다면, 당신은 아마 초기 스타트업에서도 소모되지 않을 사람일 것이다. 망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복기하며, 직무를 넘어 흐름을 보려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초기 스타트업은 위험한 선택이 아니라, 가장 밀도 높은 성장의 환경이 될 수 있다.

2026.02.19 08:00조성민 컬럼니스트

빵과 자유...어느 HR 담당자의 '진짜 복지' 선언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편집자 주] HR의 아침은 코끝에서 시작된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갓 배달된 샌드위치의 냄새, 그윽한 커피 머신의 아메리카노 향기. 60명의 동료가 출근하기 전, 나는 탕비실이라는 무대 위에 오늘의 조식과 간식을 정성껏 세팅한다. 누군가의 든든한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는 자부심은 꽤 달콤했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9시가 지나 구성원들이 하나둘 라운지로 모여들기 시작하면 이내 쌉싸름한 현실로 변하곤 했다. “오늘 샐러드 드레싱이 너무 매워요.” “간식 수량이 부족해요.” 쏟아지는 피드백들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돌아왔다. HR의 고군분투는 샌드위치 소스 농도나 과자 종류 같은 사소한 취향의 심판대 위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나는 60명을 사랑하려 애썼지만, 60명은 각기 다른 60개의 이유로 나의 정성을 거절했다. 탕비실에서 소환된 200년 전의 외침 사실 조식과 간식은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이 되는 대표적인 '위생요인'이다. 존재한다고 해서 만족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부족하거나 어긋나면 즉각 불만으로 되돌아오는 영역이다.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이라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최대한 구성원의 목소리에 대응하려 무던히 애를 썼다. 202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조식 메뉴 다양화 요청이나 간식 제공 확대 등을 해결하기 위해 HR은 마치 '전지전능한 해결사'가 돼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뼈아픈 지점은 HR의 지극한 '정성'이 동료들에게 실질적인 만족으로 곧장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준비해도 그것이 받는 사람의 지금 당장의 필요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결코 감동을 줄 수 없었다. 나는 60인분의 짝사랑을 이어가며 점점 번아웃되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무엇을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줄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굶주린 민중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외쳤다. "우리에게 빵과 자유를 달라!" 이 구호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빵'과 함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인간다운 '자유'를 동시에 요구한 혁명적 선언이었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회사의 탕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외침이 들리고 있었다. 회사가 제공하는 조식과 간식은 분명 '빵'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작 그것을 누릴 구성원들의 '자유'가 빠져 있었다. 식단표 너머에 존재하던 '자유'의 발견 이에 우리 회사는 2025년 11월, 수년간 유지해온 조식과 간식이라는 직접 공급형 복지를 과감히 종료했다. 대신 그 예산을 고스란히 담아 페이코 복지포인트 기반의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1인당 연간 총 80만 포인트를 지급하고, 자기계발, 건강검진, 여가문화, 생활편의 등 4개 분야에서 각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쓰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설계 기준은 단순했다. 회사가 관리해야 할 항목을 늘리는 대신, 개인이 판단해야 할 선택지를 최대화하는 것. 금액은 통제하되, 사용 시점과 방식은 최대한 개인에게 넘기는 구조였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이 책 사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던 직원들이 이제는 자신의 포인트로 즉시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거나 도서를 구입한다. 평소 부담스러웠던 예방접종이나 정밀 건강검진 비용을 스스로 선택해 결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의 아침 식사보다, 1년에 한 번 가족과 함께 받는 건강검진이나 퇴근 후 듣는 자기계발 강의 결제 내역이 훨씬 더 큰 '복지의 실감'으로 다가왔다. 조식 구독과 간식 구매에 들였던 월 약 400만원의 예산은 이제 구성원의 모바일 앱으로 직접 흘러 들어간다. 메뉴에 대한 타박은 사라졌고, 각자의 필요에 맞게 포인트를 활용하는 만족의 목소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적은 빵일지라도 온전한 자유를...중소기업 복지의 해법 많은 중소기업이 "빵 살 돈도 부족한데 자유가 무슨 소용이냐"며 선택적 복지 도입을 망설인다. 경영진은 "우리 형편에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인 이 빵을 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구성원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케이크가 아니라, 적은 양의 빵일지라도 그것을 누리는 과정에서의 '온전한 자유'다. 재원이 부족해서 자유를 주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 핑계다. 오히려 재원이 부족할수록 그 비용이 낭비되지 않고 구성원 개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시점과 방식으로 쓰이도록 선택권을 넘겨줘야 한다. 선택적 복지는 '돈이 많을 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돈을 가장 덜 낭비하기 위한 제도다. 복지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비록 시작은 작을지라도,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그 자유의 크기를 늘려가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고 이를 매년 조금씩이라도 지켜나가는 실천, 그것이야말로 중소기업 복지의 현실적인 해법이다. 짝사랑의 마침표, 행복을 설계하는 HR HR은 더 많은 빵을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자유의 방향'을 조직에 명확히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 방향은 때로 '더 많이 직접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권을 시스템으로 보장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60인분의 짝사랑은 끝났지만, 이제 나는 60개의 각기 다른 행복이 시스템 안에서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흐름을 설계한다. 이 명확한 선택권의 부여야말로, 조직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구성원의 만족도를 붙잡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해법임을 확신한다.

2026.02.09 08:00문한규 컬럼니스트

면접관 만장일치였는데 3개월 만에 퇴사...'컬처핏'의 배신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이 지원자는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와 방향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나요?” 지난 10여 년간 채용의 최종 관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질문은 단연 '컬처핏(조직 적합성)'이었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이 기준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제 믿음이 흔들리게 된 것은 한 지원자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회사의 핵심 가치인 '도전'과 '혁신'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재였고, 면접관 모두의 만장일치로 채용됐지만, 입사 3개월 만에 퇴사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배정된 재무팀은 '정확성'과 '안정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조직이었습니다. 그는 팀의 보수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꼼꼼한 검토 문화에 답답함을 느꼈고, 팀장은 그의 성급한 추진력을 리스크로 여겼습니다. 결국 회사와는 맞았지만, 팀과는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최근 채용 현장의 분위기는 '회사와 잘 맞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적합성을 따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면접 현장에서는 이런 질문이 오갑니다. “회사의 가치관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이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에 맞춰 바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막연한 '컬처핏'의 시대를 넘어, 팀 적합성을 세밀하게 따지는 '팀핏'(팀 적합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팀핏은 '나와 닮은 사람' 찾는 게 아니다 팀핏이 중요하다고 해서, 소위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데만 몰두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팀핏으로 포장된 위험한 함정입니다. 과거 면접관들은 은연중에 자신과 배경이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는 편향을 보이곤 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을 획일화해 비판적 사고를 억누르는 '집단사고'를 유발했습니다. 진정한 팀핏은 개인적 호감이 아니라 '팀 문화'와 얼마나 잘 맞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조직은 더 이상 거대한 단일체가 아니라, 팀마다 고유한 소통 방식과 온도를 지닌 연합체입니다. 아무리 회사의 인재상에 완벽하게 부합하더라도, 소속 팀의 빠른 업무 속도나 직설적인 피드백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팀원과의 '유사성'이 아니라, 팀만의 고유한 호흡에 맞출 수 있는 '적합성'입니다. 왜 지금, 다시 HRBP와 RBP인가? 이제 국내 채용 시장에서도 HRBP(HR Business Partner)와 RBP(Recruiting Business Partner)는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하지만 팀핏 시대가 오면서 이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현업 부서와 밀착해 움직이는 이들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의 공통된 인재상이나 컬처핏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자유분방한 개발팀의 문화와 규율이 엄격한 법무팀의 문화를 동시에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HRBP와 RBP는 각 사업부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 그 조직만의 특수성과 팀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우리 회사는 주도적인 사람을 원해”라는 조직의 추상적인 인재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팀은 팀장이 부재 중일 때도 알아서 의사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라는 현장의 구체적인 요구를 파악합니다. 결국 각 팀에 최적화된 인재를 발굴하고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채용까지 연결하는 이들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팀핏 강조에 따른 '부서 이기주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팀 단위로만 사람을 뽑고 문화를 만들다 보면, 팀끼리 담을 쌓는 부서 이기주의 현상이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인데, 이는 타당한 지적입니다. 팀 내부의 결속력만 강조하다 보면 옆 팀과의 소통 장벽이 높아져 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용 전략은 팀핏을 최우선으로 하되, 타 부서와의 소통을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는 '가교 인재'를 찾는 데도 집중해야 합니다. 이런 가교 인재를 검증하려면 채용 과정에 타 부서 동료를 면접관으로 참여시키는 '교차 면접'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 채용에 영업팀 담당자가 면접관으로 참여하면, 지원자가 마케팅팀의 색깔에는 맞으면서도 영업팀과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우리 팀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면서도, 조직 전체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유연함을 갖춘 인재인지 확인하는 안전장치가 됩니다. 그렇다면 HR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팀핏을 강조하면서도 사일로를 방지해야 하는 이 복잡한 상황에서 HR의 역할은 단순히 '이 사람이 우리 팀에 맞는가?'를 검증하는 데 그치면 안 됩니다. '우리 팀에 맞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설계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팀 리더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팀원을 뽑고 문화를 만들어왔지만, 복잡해진 팀 문화 속에서 더 이상 리더의 직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리더가 막연하게 느끼는 우리 팀의 색깔을 명확한 언어로 정의하고, 그에 맞는 인재 요건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는 HR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수시 채용이 '뉴노멀'로 완전히 자리 잡은 지금, 채용은 그야말로 속도전입니다. 언제든 빈자리가 생겼을 때 막연히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매기보다 우리 팀의 현재 상황과 문화에 딱 맞는 '팀핏 인재'를 즉각 알아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미리 갖춰둬야 합니다. 힘들게 뽑은 인재가 3개월 만에 떠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입니다. 회사의 가치에 공감하는 건 시작일 뿐입니다. 실제로 함께 일할 '팀'과의 호흡까지 맞아야 채용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당장 오늘, 우리 팀의 색깔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해 보세요. 그 키워드에 맞는 사람이 바로 여러분이 찾던 '팀핏 인재'입니다.

2026.02.04 08:20이정호 컬럼니스트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찬vs반' 물었더니

기업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와 학력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지난해 9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이른바 '출신학교 차별 방지법'으로 불리며 실질적인 블라인드 채용의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안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채용 과정에서 학벌이 작동하는 구조가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고, 청년들에게 '학력에 따른 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출신학교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개인의 노력과 실력 중심의 채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업 채용을 실제로 설계·운영하는 인적자원(HR)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접근에 대해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본지가 인사·채용 전문가 모임 'HR을 부탁해' 멤버 14명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 출신학교·학력 기재를 법으로 금지하는 데 '반대한다'는 응답은 10명(71.4%)에 달했다. 찬성은 4명(28.6%)에 그쳤다. 출신학교 이미 '참고 정보' 수준…신입 채용에선 여전히 의미 이번 전문가 설문 결과 흥미로운 점은 다수의 기업이 이미 출신학교와 학력을 절대적 기준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응답자의 절반(50%)은 “출신학교와 최종학력을 보긴 하지만 등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고, 21.4%는 “아예 살펴보지 않는다”고 했다. '학력을 참고한다면 신입과 경력 중 어느 쪽에서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92.9%가 신입 채용을 꼽았다. 직무 성과와 이력으로 검증 가능한 경력직과 달리, 신입 채용에서는 학력이 여전히 '배경 정보'로서 유의미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I사의 L 리더는 “신입 채용에서 학력은 당락을 좌우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지원자의 학습 태도와 성실성을 가늠하는 맥락 정보”라고 설명했다. 반대 측 “학벌만 보진 않지만, 아예 못 보게 하는 건 과잉 규제” 법안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주된 논리는 '정보 차단이 공정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기업은 채용 실패에 따른 비용과 조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최소한의 판단 정보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K사의 P 팀장은 “학벌만으로 필터링하지는 않지만, 최종학력과 전공, 출신학교는 지원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 중 하나”라며 “이마저 법으로 금지하려면, 기업이 잘못 채용했을 때 리스크 없이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사의 Y 대표는 "과거 중고등학생 시절에 학교에서 공부를 성실히 하지 않았던 것이 과거의 일이고 현재의 역량과 관련이 없다면, 과거 학폭으로 처벌받았던 이력들도 모두 삭제하고 입시나 취업 또는 사회 활동에 반영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도 필요하다"면서 "특히 신입·주니어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 좋은 인재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불과 몇 년 전 학생 시절의 성실함과 학습 역량이 부정되는 상황이다. 이는 공정을 표방한 역차별"이라고 비판했다. A사의 M 과장은 “학위는 개인이 장기간 투자한 노력의 결과이자 범용적 자격증”이라며 “이를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노력의 증빙을 인위적으로 삭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정성을 위해 정보의 다양성을 줄이는 방식은 오히려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일수록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자체적인 역량 평가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기업들은 학력이라는 '저비용 검증 지표'를 대체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찬성 측 “차별 최소화의 출발점…역량 검증 고도화 계기 될 것” 반면, 법안에 찬성하는 채용 전문가들은 '학벌 제거'가 완성형 해법은 아니더라도 방향성은 옳다고 평가했다. 학력이 실제 업무 성과와 상관관계가 낮은 직무와 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차별 요소를 법적으로 걷어내는 시도는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C사의 J 매니저는 “학력은 성장 과정의 한 시점일 뿐,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법적 기준을 통해 학벌 필터를 제거하면, 기업들도 평가 기준을 경험·역량 중심으로 재설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F사의 S 헤드는 "출신학교와 학력은 성실성, 능력, 조직적응력 등을 유추하는 척도로 쓰인다고 생각한다"면서 "블라인드 전면화 시 학력을 대체할 더 고도화된 검증, 평가 방안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T사의 K 디렉터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는 과거에 취득한 학위가 현재의 업무 능력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찬성 의견 역시 '대체 평가 체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학력을 가리는 대신 인턴, 공모전, 각종 인증서 등 또 다른 '스펙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입시경쟁·사교육 해소 효과엔 회의적…“채용보다 구조가 문제” 법안의 핵심 명분인 '사교육 문제 해소'에 대해서는 전문가 다수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고, “보통이다”가 뒤를 이었다. 여러 전문가들은 입시·사교육 과열의 원인을 채용 관행 하나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의대 쏠림, 수도권 집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구조적 문제가 더 근본적이라는 것이다. I사의 L 리더는 “서울에 가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힘든 구조에서, '인서울 대학' 경쟁은 필연적”이라며 “채용 정보만 가린다고 이 흐름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괄 금지보다, 학력 대체할 수 있는 검증 체계가 먼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대안은 명확했다. 일괄적 금지보다, 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검증 체계가 먼저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역량 평가 도구 지원 ▲중소기업 대상 채용 솔루션 바우처 ▲블라인드 채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계도 중심의 단계적 시행 등이 제안됐다. F사 S 헤드는 “학교를 가리면 다른 판단 기준이 반드시 등장한다”며 “국회는 지엽적인 차별 하나를 막는 데 그치지 말고, 포괄적 차별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정부는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공감 얼마 전 국회에서는 시민단체와 교육·노동계가 참여한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추진 국민대회'가 열리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 경쟁은 극심한 사교육과 저출생 문제를 야기하며 우리 사회를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몰아넣고 있는 뿌리 깊은 내부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채용 시 출신 학교 기재를 금지하는 법 개정은 한 개인의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인성과 직무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하자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강득구 의원은 “잘못된 관행과 차별이 구조화돼 불평등을 낳고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면서 “이 법안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립도,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싸움도 아닌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시대정신”이라고 역설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그동안 지나치게 배타적인 경쟁 중심으로 흘러왔다”며 “대학 입시와 학력에 따른 고용 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래 교육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가리는 법'이 아닌 '보는 법'을 바꾸는 법으로 이번 설문 결과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학벌주의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했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에는 이견을 보였다. 채용 절차에서 출신학교를 가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기업이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들은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법이 되기 위해서는 금지 조항 하나로 공정성을 담보하려 하기보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체 기준과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2026.02.04 05:59백봉삼 기자

전문가 6인이 본 '2025-2026 HR 트렌드' 이것

올 한 해 산업계를 뒤흔들었던 인공지능(AI) 바람이 인적자원(HR) 업계까지 침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를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진단, 이를 HR 영역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리터러시가 차세대 역량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점점 효율적인 채용 기조가 부상하면서 인재를 판별하는 눈과 함께,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채용 담당자 육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지디넷코리아(대표 김경묵)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HR을 부탁해' 2기 멤버들을 초청, 올 한 해 HR 관련 이슈를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해보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AI·인재·기업문화·해외 채용 동향 등 다양한 주제의 칼럼을 연재해 HR 관련 인사이트를 독자들과 나눴다. 이번 좌담회에는 양승모 서치라이트 대표, 송지현 플렉스 커뮤니케이션 헤드, 신민주 HR 조직문화 전문가, 박성현 월급쟁이부자들 HR 리드, 이승규 사람경영코치, 이홍석 콜마홀딩스 인재개발팀 팀장이 자리했다. 올해 HR 주요 키워드는?…“AI 또 AI” 먼저 6인의 HR 전문가들은 “다시 돌아보면 미숙한 점도 있고 항상 더 잘할 걸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소감을 남기며 'HR을 부탁해' 활동을 회고했다. 이어 올 한해 HR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키워드로 단연 'AI'를 공통으로 꼽았다. 이승규 코치는 “AI가 직무와 도움이 되면서 직무 자체가 무의미해 지는 경우도 있고, 업무간 구분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 자산(레거시) 중에서도 꼭 필요한 것을 잘 분류해 향후 미래세대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I에서 나아가 올해를 AI 전환(AX)의 원년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지현 헤드는 “지난해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AI를 탐구하고 시도해보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거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생존 도구로써 AI 도입해야 하는 원년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AI가 HR업계까지 스며들었지만,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업황 특성을 고려해 직원 개개인을 조금 더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신민주 전문가는 “AI 시대가 도래함으로 인해 '휴먼 터치'에 조금 더 신경써야 하는 한 해가 된 거 같다”며 “직원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조직 문화나 복지 등을 감성적으로 설치하는 HR이 올해 핵심 트렌드”라고 짚었다. HR에 AI 활용 노력 지속…조만간 '옥석 가리기' 본격화 이들은 올해 HR 분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으로 서치라이트와 강남언니, GS리테일 등을 들었다. 서치라이트는 HR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강남언니는 급격한 사세 확장에도 기존 인력과 신규 인력 간 의견 조율의 효과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GS리테일은 유통업을 영위하지만, AX 셀 조직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고 사내 AI 컨설턴트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HR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당장 실질적인 효과가 나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빠른 새일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양승모 대표는 “조만간 AI HR을 하는 회사 가운데 90%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규 코치는 “최근 읽은 실리콘밸리의 SI 기업 사례가 한국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초격차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모두 소멸될 것이라는 생존의 압박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들은 올해 HR업계에서 일하며 가졌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얼어붙은 경기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음에 따라 '인재 걸러내기'가 최대 과제였다고. 박성현 리드는 “경영자들은 조직 설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졌다”며 “AI로 한 인력이 담당하는 업무 커버리지가 넓어진 상황에서 경영자들은 채용에 대한 부문별한 투자와 인력 확장보다는 컴팩트한 조직을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해 HR 담당자들도 조직 문화에 맞는 사람과 채용하면 안되는 사람을 걸러내는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HR 드리븐 AX가 내년 핵심 역량…AI 리터러시 중요성도 대두 HR 전문가들은 내년도 업계 핵심 역량으로 HR 데이터 기반의 AI 전환을 강조했다. 송 헤드는 “조직용 AI는 권한을 어디까지 부여할 것인지, 정보를 누구한테 제공해줄 것인지를 조정하고 회수하는 기술적인 부분과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HR 데이터가 쌓아 올려진 기초 위에 기업용 AI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년 HR 담당자로서는 채용에 대한 리터러시와 관련 인력 육성 역량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 대표는 채용하는 대상에 대한 명확한 역량 정의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채용 경쟁은 앞으로 더 심해질텐데 결국 조직 내에서 채용 담당자가 채용에 대한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AI 활용이 가속화되면서 직무 대체 가능성을 판별하는 능력 또한 중요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홍석 팀장은 직접 경험했던 AI 에이전트 개발 사례를 예로 들며 “앞으로는 조직에서 하는 모든 일들을 사람이 하지 않을 가능성, 일부는 AI가 하고 일부는 사람이 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HR 현업에서 어떤 직무가 사라지고 대체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을 사람이 한다는 가정 아래 있던 인사 관리에 대한 기준 자체를 각 회사에 맞게 정리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HR업계에는 굉장히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12.23 13:25박서린 기자

AI가 여전히 조직의 '이방인'에 머물러 있다면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송지현 커뮤니케이션 헤드는 'AI 시대, HR이 새겨야 할 N번째 레슨'이라는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개개인이 문서를 요약·작성하고, 함수를 짜는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AI가 우리 조직의 체질을 바꿨느냐 묻는다면 물음표입니다. 회사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누구보다 민첩하게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에 도전한 어느 외국계 기업의 일화다. 그의 물음표는 단순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한 직원이 근무 정책을 묻자, AI가 엉뚱한 해외 본사의 규정을 현지 언어로 읊어댄 것이다. 질문자가 한국지사 소속이며, 한국 노동법을 적용 받는다는 '맥락'을 그 AI는 읽어내지 못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엄연한 엔터프라이즈 AI를 전면 도입했음에도 AI는 조직의 이방인으로 머물고 있었다. 싱글 플레이어 AI의 한계 비단 이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발행한 '생성형 AI 격차: 2025년 비즈니스 AI 현황 보고서(The GenAI Divide: STATE OF AI IN BUSINESS 2025)'에 따르면, 기업 내 AI 활용은 업무의 복잡도에 따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인다. 기업 사용자 설문 결과 이메일 작성이나 요약 등 간단한 업무에서는 AI 선호도가 70%에 달했지만, 복잡한 프로젝트에서는 10%로 급락했다. AI가 '개인의 비서'로서는 합격점을 받았을지 몰라도 복잡한 조직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중요 업무에서는 신뢰 받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왜 그럴까? 대다수 기업이 AI를 조직 전체의 맥락을 관통하는 인프라가 아닌, 단순히 개인별 생산성만 높이는 싱글 플레이어(Single Player) 도구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앞선 외국계 기업 해프닝은 싱글 플레이어 도구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직의 맥락을 모르는 범용 AI는 문서를 읽을 줄만 알지, 이를 누가·언제·어떤 상황에서 열람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 채 결정적 순간에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질문자와 질문 시점에 따른 데이터 활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 참조할 데이터가 아무리 많다 한들 죽은 데이터에 다름 없음을 시사한다. 공공 AX, 멀티 플레이어 AI가 더 절실한 이유 조직은 개인의 합, 그 이상이다. 개인기가 빼어난 축구 스타 11명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더 훌륭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팀이 승리하려면 선수 간의 유기적인 협력, 전술의 공유, 그리고 전체를 조망하는 감독의 지휘가 있어야 한다. 조직의 AI도 팀스포츠와 마찬가지다. 개인용 생산성 도구가 아닌, 조직 전체를 연결하는 멀티 플레이어 환경의 '원팀(One Team)'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한계를 일찍이 인식한 정부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AI 활용 실적 반영을 예고한 이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공공부문 AX 추진 전략을 내놓으며 '개인 단위의 활용을 넘어, 조직의 역량과 자원을 결집하는 전사적 AX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단순한 툴 보급이 아니라, 경영 체계와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완전히 재설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혁신에 보수적인 공공 부문조차 싱글플레이어 AI 도입의 한계를 직시하고, 조직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이다. 사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야말로 맥락을 이해하는 인프라, 즉 '멀티 플레이어' 환경의 AI가 민간보다 절실하다. 순환 보직이 잦아 업무의 맥락이 단절되기 쉽고, 부서 간 칸막이(Silo)로 데이터 파편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단순히 공무원 개개인에게 AI 계정을 나눠주는 '보급형 AX'에 그친다면 효능 없이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NIA의 방향성은 공공 부문에서 나아가 대한민국 AX의 기준점이 될 고무적 신호다. 성공의 열쇠, 'HR-Driven AX' 그렇다면 멀티 플레이어 환경은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나는 그 방법을 'HR 드리븐 AX(HR-Driven AX)'라 명명하고 싶다. 조직의 핵심인 HR 데이터가 AX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비즈니스 실행 주체는 결국 구성원인 까닭이다. 누가 어떤 권한 하에서 어떤 업무를 어떤 맥락으로 수행하는지 모른다면, 아무리 뛰어난 AI도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미 시장에는 특정 영역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버티컬 AI가 존재한다. 예컨대 고객 데이터는 세일즈포스가, 자금 데이터는 SAP가 담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조직과 구성원 중심으로 연결해 전사적 맥락을 완성하는 조직의 두뇌(Corporate Brain)는 결국 HR 데이터 위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전사 조직이 다 함께 AI를 제대로 쓰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증강시키기 위해 조직의 두뇌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다차원 구조의 지식 연결망(Knowledge Graph)이다. 단순히 파일을 학습하는 정도가 아니다. 인사 정보, 프로젝트 이력, 동료 평가, 심지어 흩어져 있는 회의록까지 시계열로 꿴 연결망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OO 프로젝트를 이끌 팀장으로 적합한 후보를 추천해줘"라고 물었을 때, 파일 기반 AI는 적절한 답변을 주기 어렵다. 하지만 다차원 구조의 지식 연결망을 갖춘 AI는 인사 고과, 프로젝트 수행 이력, 동료 피드백, 개인의 희망 커리어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인재를 추천한다. 적재적소의 인재 등용은 곧 비즈니스 성장으로 이어진다. 둘째, 인가(Authorization) 기반의 안전장치다. 지난 네 번째 레슨에서 강조했듯, 인가는 기업 AX의 기본 전제다. 폴더나 파일 접근을 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AI가 사용자와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실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가령 특정인의 급여 관련 질문에 당사자와 인사팀장에게는 바르게 답하되, 그밖의 경우는 불응해야 한다. AI가 조직도와 직위·직급·직무·고용형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데이터 접근 권한을 엄격하게 판단할 때 비로소 모든 구성원이 보안 걱정 없이 AI를 활용하는 환경이 열린다. 셋째, 조언을 넘어선 자율적 실행이다. "신규 입사자 온보딩 계획안을 짜줘"라는 질문에 범용 AI가 조언을 내놓을 순 있어도, 실제 업무를 수행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HR 시스템과 연동한 에이전트는 손과 발이 되어 움직인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입사하는 OOO 님의 온보딩을 진행해 줘" 한 마디에 AI가 사내 규정에 따라 필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조직장과 멘토의 캘린더를 실시간 조회해 적절한 미팅 일정에 초대한다. 유관 부서에 노트북 등 비품 지급을 요청하고, 입사일에 발송할 웰컴 메일 세팅까지 스스로 마친다. 이처럼 목표만 던져주면 스스로 방법을 찾는 AI, 수십 번의 조율과 소통 과정을 3초 컷으로 완결하는 AI는 조직 전체의 민첩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HR, 조직 운영자에서 '조직 설계자'로 조직의 두뇌를 구축하면 HR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내 제도를 학습한 AI는 구성원의 반복적인 문의 응대를 전담하고, 노동법과 세법 등 복잡한 관계법령과 판례를 학습한 AI가 우리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맞춤형으로 진단하는 컴플라이언스 파트너로 기능한다. 비로소 HR은 단순 반복성 운영 업무를 덜어내고 본질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HR은 이제 우리 조직이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조직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우선 데이터에 기반해 조직의 숨은 비효율을 찾아내는 것이 첫걸음이다. 나아가 구성원 누구나 소외 없이 AI를 활용하도록 돕고, AI와 구성원 간 최상의 시너지를 위한 협업의 룰을 새로 써야 한다. 물론 구성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조직문화와 평가·보상 체계를 재정의하는 등 본질적 업무도 완성해야 한다. 이처럼 HR의 역할은 비할 데 없이 중요해질 것이며, 끝없이 확장해갈 것이다. AI를 각자의 생산성만 높이는 '개인의 비서'로 둘 것인가, 아니면 HR 데이터를 중심으로 전사의 역량을 증강시키는 '조직의 두뇌'를 깨울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이것이 AI 시대, HR이 새겨야 할 마지막 레슨이다.

2025.12.04 09:11송지현 컬럼니스트

인재 풀과 AI가 만드는 새로운 채용 기본기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양승모 대표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따른 채용, 인재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대응'이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좋은 인재는 채용 시장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공고를 올려놓고 기다리는 사이, 우리가 정말 원하던 사람은 이미 다른 회사와 조용히 연결되고 있습니다. 치열한 채용 경쟁에서 앞서고자 하는 기업들은 시장의 인재들을 누구보다 먼저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에서 출발하는 개념이 인재 풀(Pool)과 장기 관계 구축(Nurturing)이며, 이 전략은 이제 AI 덕분에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공고 중심에서 '관계 기반 채용'으로의 전환 채용 공고만 잘 써도 좋은 지원자가 들어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바깥에서 직접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문제는 그 인재가 마침 이직 의사가 있고, 우리 회사에 관심도 있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우리에게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 미리 관계를 만들고, 서로의 필요성이 확인되는 시점에 모셔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인재 Pool과 Nurturing 구조가 만들어지면 두 가지 효과가 생깁니다. 첫 번째, 원래는 얻을 수 없었던 인재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더 큰 회사에 갈 것 같은 인재가, 브랜드가 약한 회사나 덜 알려진 팀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런 흐름이 작동합니다. 대표나 리더와 여러 번 커피챗을 하며 비전, 제품 방향, 팀 분위기를 시간을 두고 이해하게 되고, 이 회사가 나를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규모가 작아서 불안하다고 느끼던 회사가 '지금 들어가면 같이 키워볼 수 있는 곳'으로 인식이 바뀝니다. 신뢰와 맥락이 쌓이면, 연봉, 타이틀, 브랜드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못 모실 줄 알았던 분'이 실제로 합류하는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두 번째, 서로 급하지 않을 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인재 Pool 없이 채용을 하면, 회사와 후보 모두 마음이 급한 시점에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는 지금 못 뽑으면 프로젝트가 밀린다는 압박 속에서, 후보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짧은 시간에 큰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때는 냉정한 판단보다 상황과 감정이 개입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인재 Pool과 Nurturing을 통해 관계가 형성돼 있을 때에는 이미 어느 정도 정보와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에 '이번이 우리에게 좋은 타이밍인가'를 차분히 점검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미스매치가 줄고, 입사 후 적응 속도와 정착률이 높아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알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경영진과 HR 담당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재 Pool을 만들고, 좋은 분들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럼에도 이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현실적입니다. 첫 번째는 채용을 '이벤트'로 보는 관점 때문입니다. 많은 조직은 채용을 '사람이 필요할 때 뽑는 일'로 정의합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TO가 열린 포지션 외에는 후순위로 밀리고, '언젠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로 치부됩니다. 두 번째는 리크루터의 KPI가 단기 충원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채용팀의 성과 지표는 대부분 얼마나 빨리, 몇 명을 채웠는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6개월, 1년 뒤에 올 수도 있는 인재와 관계를 쌓는 일은 지표에 잡히지 않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지금 한 명이라도 더 뽑아야 하는데,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분께 시간을 쓰기가 솔직히 부담됩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전략의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현실의 KPI와 인재 Pool 전략은 공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세 번째는 사람 손만으로는 물리적으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채용 담당자는 공고, 스크리닝, 인터뷰 일정 조율, 커뮤니케이션, 오퍼, 온보딩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좋은 인재 리스트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3개월마다 안부를 묻고, 링크드인 변화를 체크하라는 요구는 사실상 초과 근무를 전제로 한 주문에 가깝습니다. 전용 TRM(Talent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을 갖춘 회사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재 Pool은 현실에서 '관심 인재 북마크 몇 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HR 영역의 AI는 단순한 이력서 요약 도구를 넘어, 채용 프로세스를 바꾸는 단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첫째 인재 발굴 시간을 줄여줍니다. 예전에는 리크루터가 한땀한땀 후보를 찾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채용 공고를 넣으면 AI가 필요한 역량을 읽고, 링크드인, 깃허브, 커뮤니티를 훑어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주는 다양한 AI 솔루션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런 솔루션들을 잘 활용하면 3~5시간 걸리던 작업이 몇 분으로 줄면서, 인재 Pool 구축과 관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드라마틱하게 단축되고 있습니다. 둘째 프로필 분석과 요약, 적합도 판단을 도와줍니다. AI는 이력서를 단순 분류하는 수준을 넘어서, 한 사람의 경력을 핵심 역량, 도메인 경험, 리스크 요인, 성장 패턴으로 재구성해 줍니다. 인재 Pool에 쌓인 데이터는 이름, 회사, 연차를 넘어서 어떤 맥락에서 이 사람과 다시 이야기해야 할지까지 보여주는 자산으로 바뀝니다. 셋째 Nurturing 메시지와 팔로업의 부담을 낮춰줍니다. 좋은 인재와 연이 닿더라도 바쁘다 보면 연락이 끊어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그 인재는 어느새 다른 회사로 이직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연락을 해야 한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매번 메시지를 새로 쓰고, 톤을 조절하고,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AI는 후보의 프로필과 지난 대화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안부 인사, 근황 질문, 회사 소식을 엮은 메시지 초안을 만들어줍니다. 채용 담당자는 이를 검토하고 발송하면 됩니다. 한 사람에게 10~20분 쓰던 시간이 10~20초로 줄어드는 순간, “연락 한 번 더 해볼까?”라는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앞으로 3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조금 더 앞을 내다보면, AI는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채용팀의 두 번째 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후보와의 과거 대화를 기억하고 ▲경력 변화를 감지하고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그널을 읽고 ▲“지금 이 분께 이런 메시지를 보내보자”고 먼저 제안하는 시스템들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회사에 대한 신뢰, 리더에 대한 호감, 이 팀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AI가 인재 Pool과 Nurturing의 반복 작업을 덜어줄수록, HR과 리더는 사람과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서치라이트AI를 통해 인재 Pool을 확보하고 인재들과 연결된 고객사 중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1개월만에 좋은 인재를 누구보다 먼저 확보하게 되는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이렇게 AI를 활용해 인재를 사전 확보하는 기업들이 늘어갈수록,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채용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인재를 찾기 시작하는 기업들은 채용 경쟁에서 점점 뒤쳐질 것이 자명합니다. 이제부터는 인재 Pool과 Nurturing 역량이 성공적 채용을 위한 기업의 기본기가 되어갈 것입니다.

2025.11.28 08:30양승모 컬럼니스트

HR은 관계 디자인 써포터다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이승규 Sr.HRBP는 '조직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HR'이란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는 '나'는 수많은 대상과 관계를 맺고 지속한다. 나의 상위리더인 팀장,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 직무에 따라서는 나의 고객들과 관계 사이에서 일을 한다. 비단, 사람이 아니더라도 회사, 팀이라는 객체, 내가 하는 과제와 제공하는 서비스도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표면적 모습이 아닌, 메타인지를 가동한 '나'와 관계도 중요하다. 누군가는 이런 관계 때문에 행복을 느끼고, 또 반대로 관계 문제로 회사를 떠나거나 심각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HR은 조직 구성원의 긍정적인 관계조성에 도와줄 수는 없을까. 사실, 앞선 칼럼의 내용으로 작성했듯 HR의 중요한 역할 세 가지(우리 회사에 FIT한 인재채용·우수한 리더 육성 및 선발·조직에 FIT하자 않은 구성원과 이별)만 잘 수행해도 구성원의 사내 사람 관계에서의 고통을 줄여 줄 수 있다. HR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직접적인 사람 관계만을 말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생각하는 경영진과 회사 ▲경영진이 생각하는 구성원 ▲지원자가 생각하는 회사 ▲팀 구성원이 생각하는 팀장 등 다양한 관계를 도출해 볼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구성원이 회사를 '신뢰'하도록 만드는데 있다. 우리는 파트너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한국말로는 '동반자(同伴者)'인데,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짝이 돼 함께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리하면, 동반자는 현재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전략적(戰略的)'은 위험을 미리 감수하고, 장기적 목표를 위해 자원과 행동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HR은 경영진의 단순한 파트너가 돼서는 안된다. 정확한 방향성 논의와 제언을 할 수 없는 파트너는 아첨꾼, 술상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HR관점으로 바라본 회사의 현재상황, 과거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미래 예측, 회사의 전략에 부합하는 HR전략수립 등을 바탕으로 경영진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어야 HR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참고로 파트너라 함은 양쪽에 모두 그렇다고 여겨야 하는 관계다. 경영진과 HR이 가장 높은 우선순위의 관계를 세 가지를 집어보고자 한다. 첫째, 구성원과 회사와의 신뢰관계 조성이다. 구성원이 일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생산성, 성과가 달라진다. 사람은 내가 하는 일과 속한 조직에 신뢰하는 만큼 몰입한다. '신뢰'는 “나를 해하지 않고, 도움을 줄 것이다”라는 믿음의 결과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으면 신뢰가 매우 강화된다. 현재 시장상황이 좋은 않아 실적이 부진할 때,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때, 가족이 많이 아플 때 등등 이런 상황에서 HR이 그들에게 다가가서 경영진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신뢰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반드시 구성원의 회복과 안정화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팀장과 구성원의 신뢰관계 조성이다. 기본적으로 팀장은 어려운 자리다.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팀의 성과와 구성원의 성장을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무게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구성원 대상으로 우리 회사에서 지향하는 팔로워십의 모습과 함께 습관화 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팀장들 대상으로의 1on1코칭세션 또는 팀장들간의 워크숍세션, 팀 단위 자율적으로 문화를 만들도록 조성하는 것으로 통해 팀내의 관계를 더 단단하고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HR이 팀장들의 써포터이자 페이스메이커로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 회사 채용브랜딩을 통해 지원자와의 관계조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회사가 구성원을 존중하고, 구성원이 회사를 신뢰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채용브랜딩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가장 무섭고도 빠른 브랜딩은 바로 경험자의 바이럴이기 때문이다.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 직원가치제안은 회사의 상품과 비즈니스 성장 뿐 아니라, 회서의 MVC체계, 조직문화, 구성원 성장경험 등을 노출해 우수후보자를 채용전형으로 유입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지원자와 회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 HR이 잘한 것일까. 반대로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면 HR이 못한 것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경영진과 회사차원에서 HR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아지니, HR이 더 다양한 시도를 하며 Positive한 HR과제를 수행할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면 HR은 인력감축과 보상동결 등 Negative한 방향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이 역시도 회사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전략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HR기능이 Positive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HR이란,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고 현재 회사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최적의 방안을 찾고 실행, 보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내용도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반응은 정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AI시대 일수록 HR은 휴먼 터칭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이런 변화의 흐름속에 앞으로는 HR의 기능이 운영과 지원이 아닌 HRBP역할로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11.26 11:15이승규 컬럼니스트

'서울 자가 대기업 김부장' 인사쟁이들은 이렇게 봤다

넷플릭스·티빙 등에서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대기업 통신사 '김부장' 이야기와, 팀원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이 작품은 직장인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우리 회사 얘기 같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상명하복(위에서 명령하면 아래에서는 복종한다는 뜻) 문화부터 ▲저성과자 관리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리더십 ▲업무 중 녹취 논란까지 웃프고도 불편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HR 전문가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지디넷코리아가 운영하는 HR 전문가 그룹 'HR을 부탁해 2기' 멤버들에게 주요 장면의 현실성, HR 관점의 타당성, 그리고 직장인들을 위한 조언을 물었다. 이들은 드라마 속 장면들이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실제 조직에서 반복되는 갈등의 축소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상명하복 문화, 과장인가 현실인가 “대기업도 제각각… 하지만 드라마가 포착한 '세대·업종별 공기'는 정확” 드라마 초반 김부장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HR 전문가들은 “대기업이라고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일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플렉스 송지현 커뮤니케이션 헤드는 “대기업이라도 업종·연혁·경영철학에 따라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업력이 길고 규모가 큰 전통 제조·금융은 전통적인 질서를 중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통신사 출신인 양승모 서치라이트 대표는 “임원-부장-사원 관계를 다룬 장면들이 꽤나 고증돼 있다”며 드라마의 디테일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어떤 분야의 회사에, 어느 시기에 다녔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첨언했다. 이승규 사람경영코치는 “여전히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위계가 강하게 남아 있다”며 드라마와 현실과의 접점을 짚었다. 즉, 드라마는 '대기업 전체의 모습'이라기보다 특정 산업과 세대가 겪는 전통적 조직문화의 농축판이라는 해석이 내려졌다. 저성과자 '울릉도 발령', 현실에서도 가능한가 “극적 연출이지만, HR의 진짜 고민은 똑같다” 김부장과 입사 동기인 저성과자 허태환 과장의 '울릉도 현장직 발령'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극적이지만 현실의 불편한 고민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송지현 헤드는 “역량이 부족한 고연차 인력을 다른 직무로 전환하는 사례는 실제 존재한다”며 "경영 효율을 우선하는 조직과 안정적 직무를 기대하는 개인의 입장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HR에서 가장 민감한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양승모 대표 역시 “한국 기업은 자유로운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저성과자 '격리' 조치가 현실적 고육지책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승규 코치는 “이처럼 생활 기반을 흔드는 조치는 부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퇴사 준비 기간 부여 등 회사가 절차적 대응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주 HR 조직문화 전문가는 “지방발령을 보내거나 한직으로 가거나 하는 사례들은 봤지만, 울릉도까지는 과한 것 같다"면서 "현 실생활에 불이익을 주면서까지 발령을 내는 것은 노동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보인다"고 밝혔다. '답정너' 김부장과 일하는 법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하다” 김부장은 '자율이라며 회식을 강요하는 상사', '답이 정해진 소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리더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식 차이에서 온 갈등'으로 분석했다. 꽉 막힌 직장 상사, 구성원들은 어떤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할까. 박성현 월급쟁이부자들 HR 리드는 "솔직한 의견을 말하고 김부장을 위해 건설적인 피드백을 줘야 한다"면서 "팀원의 피드백을 수용할지의 여부는 김부장의 재량이지만 이러한 액션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지현 헤드는 “정기적 원온원(1:1 대화)으로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을 권장한다”며 김부장이 드라마 후반부에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봤을 때 현실 가능성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양승모 대표는 좀 더 현실적 조언을 했다. 그는 “꼰대스러움은 자기객관화 부족에서 오기 때문에 쉽게 안 바뀐다. 현실적으로는 맞춰주면서 동시에 노력을 통해 타 부서 이동·탈출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규 코치는 “이런 문화는 하급자의 노력으로 크게 바뀌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내가 리더가 됐을 때 어떤 문화를 만들지' 준비하라"고 했다. 상사를 바꾸려 하기보다, 본인의 생존 전략과 커리어 전략을 함께 가져가라는 뜻이었다. 팀장의 지시를 몰래 녹취하는 정 대리, 문제 없나 “법적으로는 OK, 회사 규정은 별개” 드라마에서는 정 대리가 김부장과의 대화와 회의 내용 등을 녹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혹시나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조처로 보이는데, 이를 김부장은 당혹스러워 한다. 이에 신민주 전문가는 "기분은 나쁘겠지만,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은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다"면서 "특히 영업 직군이나 큰 돈이 오고가거나,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부서의 직원일 수록 서면이나 음성 등 증빙자료는 많이 남길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지현 헤드 역시 “대화 당사자는 녹취해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회사 규정에 따라 '동료 간 신뢰 훼손', '직장 질서 저해' 등이 징계 사유가 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양승모 대표는 “정서적으로 녹취는 부정적이라, 가능하면 이메일, 메신저 기록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녹취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현명한 선택도 아니란 뜻이었다. 연차를 자주 쓰는 팀원, 문제인가 “연차는 권리… 리더의 불안과 시스템 부재가 문제” 드라마 속 송 과장은 잦은 연차 사용으로 김부장의 속을 태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편해하는 김부장의 시각과 달랐다. 이승규 코치는 "연차휴가는 근로기준법상 직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는 날이 아니라면, 휴식과 업무 조화를 위해 연차사용은 최대한 직원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며 "그 이전에 각자의 일에 대한 책임, 동료에 대한 매너 등을 문화화 시키는게 더 맞는 접근인 것 같다. 김부장은 속이 타는게 아니라 속이 좁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민주 전문가는 "연차는 본인의 권리이기에 혹시나 김부장이 본인 성과나 승진이 걱정이라면 더욱 열심히 조직원들을 관리하고,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세팅을 하는 것이 먼저 돼야 한다"면서 "무작정 도와달라거나 열심히 하라는 것은 요즘 시대에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명확한 지시와 기획이 있어야 부하직원들도 무리없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시스템·평가 구조'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 "중요한 건 대기업·스타트업이 아니라, 지금의 목표를 먼저 설정하는 것" 드라마 속 김부장 아들 김수겸처럼 '안정적인 대기업'과 '기회는 많지만 불확실한 스타트업'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취준생이 적지 않다. HR 전문가들은 “정답은 없다”며, 스스로의 성향·가치관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지현 헤드는 “보상·안정·자율·성취 중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동기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기업은 체계 속에서 안정감을 원하는 성향에, 스타트업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주도권을 가지고 성장하길 바라는 성향에 맞는다”며 “특히 드라마 속 스타트업 묘사는 실제와 많이 다르므로, 이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승모 대표는 '목표의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그는 “김수겸에게 중요한 건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가 아니라, 지금의 목표를 먼저 설정하는 것”이라며 “목표는 바뀔 수 있지만, 지금 세운 목표를 기준으로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커리어의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쪽 시각도 제시됐다. 이승규 코치는 “커리어 초반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대기업은 경험의 폭이 좁을 수 있어 나는 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네임밸류가 아니라,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네임밸류를 만들어가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박성현 리드는 “대기업의 체계적 교육과 타이틀은 분명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타트업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강점이 있다”면서 “어떤 삶과 커리어를 원하는지 깊이 고민하고, 선배들의 조언을 적극 들으라”고 조언했다. 신민주 전문가는 가장 실질적인 조언을 남겼다. “나도 원치 않던 직무로 대기업에 입사해 후회했고, 결국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결국 '성인으로서의 결정'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먼저 직면하라”고 말했다. “이 시대 모든 김부장들에게”...낀 세대에게 건네는 위로와 조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 알지만..." 드라마가 상징적으로 그려낸 김부장은 위에서는 성과를 압박받고 아래에서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받는 전형적인 '낀 세대'다.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 시대 김부장들에게 위로와 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송지현 헤드는 먼저 “김부장이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무게에 리스펙을 보낸다”며 “드라마 속 김부장 모습이 희화화 됐지만, 현실에서 조직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모든 김부장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위로했다. 반대로 양승모 대표는 날카로운 자기성찰을 주문했다. 그는 “김부장은 세상이 변한 지난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성장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사회나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면서 “지금이라도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부족함을 인정하고 성장하려는 노력을 시작한다면 새로운 기회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승규 코치는 공감과 변화의 균형을 짚었다. 이 코치는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 시대에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방식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라고 꼬집었다. 이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만큼 남은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성현 리드는 변화의 필요성을 실무적 관점에서 짚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느 조직에서도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승진만이 답이 아니다. 열린 마음과 성장 마인드셋이 있다면 새로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민주 전문가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며 “늘 '내 탓, 네 덕'의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 기사에 나온 HR 전문가들의 멘트는 회사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생각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2025.11.18 08:37백봉삼 기자

S사 인사 데이터 노출 사고로 내다본 'AX'의 딜레마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송지현 커뮤니케이션 헤드는 'AI 시대, HR이 새겨야 할 N번째 레슨'이라는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최근 경영진과 HR 담당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사고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바이오 기업 S사가 전산 개선 작업을 진행하던 중 내밀한 인사 데이터가 권한 없는 구성원들에게까지 노출된 것이다. 지난 10일 S사는 대표이사 사과문에서 노출된 정보가 고과·승격 등 임직원 비공개 정보와 회사 경영정보 다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S그룹 초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출된 정보는 훨씬 더 민감하다. 누구나 예민할 수밖에 없는 주민등록번호·학력 등 임직원의 개인 식별 정보는 물론, 인사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는 파일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 경위가 휴먼 에러(Human Error)든 기술적 오류든, 핵심은 '인가' 받지 않은 사람이 조직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이 시나리오에 AI를 대입해 보자. 만약 통제되지 않은 기업 내 데이터에 강력한 AI가 접근 권한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그런 AI와 함께 조직의 경험·전문성을 자산·역량으로 바꾸어낼 수 있을까. 오히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데이터 시한폭탄'을 조직에 설치하는 꼴이 되지는 않을까. 공공 AX의 딜레마: 속도와 신뢰 비단 민간 기업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이 순간, 공공 부문은 더 큰 딜레마를 직면하고 있다. 최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기획재정부가 주재한 '공공기관 AI 대전환 워크숍'에서 AI 활용 실적 등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며 공공기관 AX(AI Transformation, AI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안전아니겠는가. 배경훈 부총리가 이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AI 기본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AI 산업 발전과 더불어 신뢰 기반 조성을 핵심 아젠다로 법제화했다. 경영평가를 위한 속도전과 AI 기본법이 요구하는 신뢰 확보 사이의 딜레마. 그 와중에 벌어진 S사 사태는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하는 조직의 리더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HR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딜레마 해결의 열쇠는 HR에 있다. 조직 내 AI 도입과 HR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HR 데이터는 그 어떤 영역보다 고도화된 접근 제어, 즉 권한 관리를 요구 받는다. HR 데이터는 조직, 직위, 직급, 직무, 고용 형태 등 복잡한 관계를 기반으로 접근을 실시간 제어해야 하는데, 이를 기술적으로는 '관계 기반 접근 제어(ReBAC, Relationship-Based Access Control)'라 칭한다. HR 데이터를 다루는 플랫폼의 기술력은 ReBAC 기반의 '인가' 설계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잠시 ▲인증(Authentication) ▲권한(Permission) ▲인가(Authorization)의 차이를 명확히 짚겠다.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 자주 혼용되기 때문이다. '인증'은 건물 로비에 들어가기 위해 내 신분증(ID)을 보여주는 첫 번째 관문이다. '권한'은 인증된 내가 발급 받은 출입 카드다. 카드로 8층 사무실 출입 등이 가능하다는 내 권한이 정해진다. '인가'는 마지막 단계로, 내게 8층 출입 권한은 있지만 8층에 있는 대표이사의 캐비닛까지 열도록 할 것인지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S사 사고 역시 이 '인가'의 실패다. 휴먼 에러든 기술적 오류든 간에 결과적으론 8층 출입 권한만 있는 직원이 대표이사 캐비닛을 열어본 셈이니 말이다. '묻지마 AI 도입'이 위험한 이유 문제는 AX에 속도를 내는 조직들이 '인가'의 중요성을 간과, 아니 그 개념 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AI 서비스를 플러그인(Plug-in) 방식으로 도입하려 한다는 점이다. 파편화된 데이터와 정립되지 않은 접근 제어 환경을 방치한 채, 외부 AI 모델을 단순히 연결만 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그 AI가 과연 조직의 복잡한 인가 정책을 100%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플렉스(flex)의 엔지니어링 리드가 지난 여름 한 기술 컨퍼런스에 내놓았던 예견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인가를 통제하지 못하는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AI에게 질문했는데 옆자리 동료의 연봉 정보가 참조돼 답변이 나온다면 그 즉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붕괴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S사 사건을 비롯한 각종 보안 사고가 '데이터 시한폭탄 폭발이 가상 시나리오만은 아님'을 뒷받침한다. HR 기반 AI 플랫폼을 만드는 엔지니어로서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내다본 선구안이 돋보인다. 조직 AX의 성패, '데이터 금고' 선택에 달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황종성 원장은 앞서 언급한 기재부의 '공공기관 AI 대전환 워크숍'에서 "AX는 기술을 쓰는 문제가 아니라 업무와 조직의 사고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개인이 AI 어시스턴트와 1:1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건 '기술을 쓰는' 영역이다. 조직이 공동의 두뇌를 구축하고 AI를 조직과 업무 전반에 내재화하되, 관계 기반 접근 제어(ReBAC)에 따라 정교하게 권한을 통제하는 환경 마련이야 말로 '업무와 조직의 사고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영역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조직, 즉 멀티플레이어 환경에서의 AI는 반드시 '단일 진실 공급원(SSoT, Single Source of Truth)'을 전제로 만들어진 플랫폼 위에 도입해야 한다. HR 기반 AI 플랫폼처럼 인가 정책이 시스템의 근간에 이미 녹아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 구조 위의 AI는 플랫폼의 인가 규칙을 100% 상속받아 HR 데이터를 중심으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떤 상황에서' 일하는지 인식하고 행동한다. 물론 조직 발령에 따른 권한 변동도 실시간 반영한다. 따라서 직급의 권한을 넘어선 정보를 열람하거나 동료의 민감 정보를 참조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조직용 AI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데이터 시한폭탄이 아닌, 조직의 경험과 전문성을 자산과 역량으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조직의 AX의 성패는 어떤 AI 모델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AI가 활약할 데이터 금고의 신뢰성을 식별하는 혜안에 달려 있다. 이것이 AI 시대, HR이 새겨야 할 네 번째 레슨이다.

2025.11.17 09:06송지현 컬럼니스트

스타트업 채용담당자는 채용만 하면 끝일까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박성현 HR리드는 '스타트업 채용의 플라이휠'이란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리크루팅 비즈니스 파트너는 채용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문화의 전파자가 돼야 한다. 스타트업 HR조직의 규모는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항상 인력과 리소스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는 HR리드를 필두로 모든 HR 기능의 담당자들이 조직문화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 AI 사용성의 발전으로 이제는 채용담당자도 조직문화 담당자도 평가보상담당자도 모두 잘해야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채용에서 100%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보다 채용 80%, 조직문화 80%, 성과보상 80% 등 올어라운드로서 전 영역에 걸쳐 성과를 내며 조직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됐다. 내 전문영역을 넘어, 조직에 더 큰 기여를 통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채용담당자도 마찬가지로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TO의 미래경험을 설계하고 컨택부터 입사 후 소프트랜딩을 위한 온보딩 그리고 신규입사자가 유의미한 성공경험을 하고 조직에 기여하는 것까지의 생애주기에 책임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채용담당자의 컨택 과정에서의 소통, 채용프로세스에서의 소통, 프리보딩과 온보딩에서의 소통, 회사생활에서의 소통 등 일을 대하는 태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로에서 조직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채용담당자가 조직문화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채용과 조직문화의 연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좋은 회사, 좋은 조직문화란? 좋은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결국 리더십이 설정한 비즈니스 목표달성을 위해, 리더십이 선택한 구성원들의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셋 그리고 행동양식이다. ▲본인의 건강과 가정 다음으로 일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태도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성장을 지향하는 그로스마인드셋 ▲과제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갖고 발현하는 오너십 ▲현 상황의 부족함을 탓하는 것보다 인정하고 그 맥락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드려는 오픈마인드셋 등의 가치들이다. 이와 동시에 약속된 일정을 준수하고, 어떻게든 일을 기한내에 완결시키고, 다른 동료들과 좋은 관계로 원활하게 협업하고 소통하는 것 등의 행동양식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의 역량검증에서도 조직문화 적합도를 하드스킬과 성공경험의 수준 만큼이나 크게 여기는 이유다. 아무리 하드스킬이 업계 탑티어의 인재라고 할지라도, 일하는 방식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본인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일맥상통하지 않을 경우엔 그 어떤 뛰어난 인재도 이러한 환경속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문화의 일치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목표가 있는 것인지의 공유 보다는 성과지향적인 기업의 성과중심적인 소통을 하는 회사에서는 "그냥 하라면 해", "우리 팀성과를 위한 일이야", "왜가 왜 궁금해?" 등의 소통이 일어나면, 일을 하는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실행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반대로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두 알아야하고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이 성과를 내기 위한 일을 하는 시간보다 더 강조되고 시간을 쏟아야 하는 과정중심적인 회사에서는 성과중심적인 인재에게 불필요한 일들과 조직문화를 위한 일들이 많다고 불평하며 빌런이 되어버리기 쉽다. 위의 두가지의 극단적인 예시의 회사 모두 비즈니스 목표달성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또는 완벽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일맥상통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지의 여부가 해당 조직에서 본인이 S급 인재가 될 것인지, 아무리 큰 성과를 내도 A급 인재까지 평가받을 것인지 를 가른다. 또 본인의 삶과 커리어적인 목표가 회사의 목표가 같은 방향인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나는 스타트업 업계의 최고의 채용담당자가 되고 싶다는 커리어적인 비전이, 모든 성장단계를 거쳐 글로벌확장과 상장까지 빠른 성장을 목표하는 회사의 비전이 있을 때,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업의 생애주기를 모두 거친 채용담당자라면 업계 최고의 채용담당자가 될 것이라는 연결점으로 비전얼라인이 되는 것이다. 조직문화 강화를 위한 채용담당자의 역할 결국 채용담당자가 조직문화에 일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심으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문화에 본인의 가치가 일맥상통한 사람이어야 각 직군의 조직문화적으로 적합한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 채용담당자부터가 조직의 가치와 문화에 불만이 있거나 의구심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채용담당자의 셀링에 설득되거나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채용담당자는 조직문화 담당자 보다도 더 조직몰입도에 설레고 가슴이 뛰고 진정성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회사도 채용담당자와 더 자주 더 깊게 소통하는 인풋을 줘야 한다. 리더십과 소통할 시간이 없고 가깝지 않은 채용담당자에게 채용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 회사가 인재들에게 얼마나 진심이고 인재를 위하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지는 채용담당자를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다. 채용담당자는 동시에 조직문화 담당자다.

2025.11.14 09:51박성현 컬럼니스트

미국서 시작된 AI 리크루팅 혁명, 한국 HR이 놓치면 안 되는 신호들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양승모 대표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따른 채용, 인재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대응'이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AI 리크루터 솔루션들이 채용 시장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일하는 에이전트(Agentic AI)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채용 공고를 해석하고 수백만 개의 프로필을 탐색하며, 개인화된 메시지를 발송하고 인터뷰 일정까지 자동으로 조율합니다. 주스박스(Juicebox), 리크루트라이트(RecruitRyte), 테지(Tezi), 휴먼리(Humanly) 등은 이미 이런 기술을 상용화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AI는 더 이상 '누가 지원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제안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최근에는 인간 리크루터가 전담하던 전략적 판단, 관계 구축, 조직문화 적합성 평가 등 이른바 감각의 영역까지 기술이 모사하기 시작했습니다. AI 리크루팅은 효율의 경쟁을 넘어, 인간의 사고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간 리크루터의 가치를 다시 부각시키는 '파라폼'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AI가 빠르게 진화하는 와중에 오히려 인간 리크루터의 역량을 중심으로 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한국계 창업자 두 명이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파라폼'입니다. 파라폼은 채용 기업과 프리랜서 리크루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AI를 활용해 후보자 발굴과 정보 정제 과정을 자동화하되, 최종 매칭에서는 인간 리크루터의 판단력, 전문성, 관계 구축 능력을 중심에 둡니다. 즉, 기술은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인간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과 조직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총 2천400만 달러(약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팔란티어, 오픈AI 등 테크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HR테크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차세대 리크루팅 스타트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파라폼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역설에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해 가는 시점에서, 오히려 이 회사는 인간 리크루터의 감각과 판단, 네트워크를 중심에 두고 채용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AI를 인간의 강점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AI와 인간의 경쟁, 그리고 향후 3년 지금 채용 시장은 명백히 AI 리크루터와 인간 리크루터가 공존하며 경쟁하는 초기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AI는 이미 인재 탐색, 후보자 매칭, 메시지 작성, 일정 조율 등 대부분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AI는 인간의 전략적 판단과 관계적 감각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많은 AI 리크루터 솔루션들이 이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후보자의 언어 패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심리적 반응 데이터를 분석해 '문화 적합성'을 예측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신뢰받고 검증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결국 향후 3년이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AI가 인간의 직관과 판단력을 일정 부분 대체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지, 혹은 그 한계가 드러나 다시 인간 중심의 채용 모델이 강화될지는 이 시기에 판가름 날 것입니다. 이 시기는 단순한 기술 발전기가 아니라, 채용 시장에서 인간과 AI의 역할이 재정의되는 '조정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리크루터가 해야 할 일 아직 아무도 '인간의 영역'이 어디까지 남을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채용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나의 업무 중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과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업무는 빠르게 솔루션으로 전환하고, AI가 아직 해내지 못하는 영역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또한 주스박스나 파라폼 같은 플랫폼을 직접 활용해보며,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새로운 리크루팅 구조를 경험적으로 학습해야 합니다. AI가 인간의 직관·관계·판단 영역에 어디까지 침투할 수 있을지는 향후 3년 안에 결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어떤 리크루터가 남을지는 명확해 보입니다. 변화를 먼저 인식하고, AI와 협력하며,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한 리크루터가 새로운 채용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2025.11.12 19:59양승모 컬럼니스트

팀장은 결국 '판 깔아주는' 사람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신민주 담당은 '기업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저는 방영 소식을 듣자마자 호기심이 생겨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원작을 먼저 들었습니다. 출퇴근길마다 15시간 넘는 분량을 다 듣고 나니, 이 이야기가 단순한 직장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리얼한 소재라 드라마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하며 본방을 챙겨봤습니다. 역시나, 회사생활의 생생한 단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리더의 모습, 익숙한 회의실 공기,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팀의 온도까지. 나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드라마 속 김부장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리더입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이 '나만 잘하면 된다'로 흐를 때, 팀은 서서히 무너집니다. 혼자 보고서를 붙잡고, 팀원들의 역량은 보지 못하고, 권한은 위임되지 않습니다.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숨이 막히죠. 결국 상무의 대사는 김부장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팀장이 뭐야? 하루 종일 보고서 붙잡고 있는 사람이야? 팀원들 장단점 파악해서, 그 사람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판 깔아주는 사람 아니야?” 조직은 혼자 일 잘하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서로의 강점을 알아주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기회를 나누는 것. 이게 바로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는 문화의 출발점 아닐까요.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는 리더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 대표로 취임한 뒤 '모든 것을 아는 know-it-all이 아니라, 계속 배우는 learn-it-all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던졌습니다. 그는 단순히 슬로건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성장 마인드셋을 조직 내부에 뿌리내리려 했습니다. 배움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나도 배우는 것.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 무대 위에서 구성원은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고, 타인의 성공을 자신과 연결된 일로 느낍니다. 함께 성장하는 팀의 조건 함께 성장하는 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이 있습니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합니다. 질문이 비난이 아니라 학습의 시작이 되는 문화, 이것이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는 첫걸음입니다. 둘째, 기여를 인정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성과를 혼자 쌓는 게 아니라, 동료의 도움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조직. “이번 프로젝트에서 네 도움 덕분에 일이 잘 됐어” 이 짧은 말 한마디가 협업의 끈을 단단히 묶습니다. 셋째, 기회의 연결이 있습니다. 팀이 달라도 마음이 맞으면 함께 밥을 먹고, 대화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그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거 한번 해보는 건 어때요?” 하고 기회를 건네는 문화. 이 작은 제안이 누군가의 커리어를 바꾸고, 또 다른 성공의 씨앗이 됩니다. 결국 타인의 성공에 기여한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옆 사람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고, 그 가능성이 펼쳐질 수 있게 옆에서 밀어주는 일. 그게 리더십이고, 그게 조직문화입니다. 리더가 판을 깔면, 사람은 스스로 뛴다 좋은 리더는 사람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환경을 움직입니다. 칭찬 한마디, 신뢰 한 번, 자율적인 기회 하나가 사람을 다르게 만듭니다. 그래서 결국 팀장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하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는 리더는 스스로 빛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팀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도 성장합니다. 이런 리더가 많은 조직은 드라마 속 김부장처럼 혼자 버티는 리더가 필요 없습니다. “팀장이 뭐야?” 이 질문의 답은 이제 분명해집니다. 판 깔아주는 사람. 그리고 그 판 위에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그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리더,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조직문화 아닐까요.

2025.11.11 08:30신민주 컬럼니스트

스타트업 채용의 기회는 어디에나 있다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박성현 리크루팅 비즈니스 파트너는 '스타트업 채용의 플라이휠'이란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현재 맥락에 적합한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처음부터 요행과 운을 바라면 안된다. 효율부터 따진다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채용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채용역량도 커리어와 같이 복리로 쌓인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험과 데이터가 쌓여야하고 이는 곧 해당 조직의 채용역량이 되고 지속적인 채용성과로 이어진다. 꾸준한 인풋(소싱과 컨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아웃풋(데이터)을 초기부터 잘 축적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또다시 채용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한다. 이러한 효과를 경험하고 난 후에야 효율성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급변하는 시장상황과 내부적인 복잡한 맥락 속에서 효율적인 채용 구조를 만드는 것은 필수다. 언제 어디서나 채용기회를 만들 줄 아는 리더십과 채용담당자만이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필요한 핵심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이는 곧 기업이 채용문제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전략과 방향성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채용의 기회 채용의 기회는 의외로 일상과 업무에 가까이 있다. 커피챗 중의 소통, 평판제공자(레퍼리)와의 소통, 입사 예정자와의 소통에서도 기회를 포작하고 다음 채용으로 이을 수 있다. 이때 채용시스템과 프로세스보다도 채용담당자의 태도와 마인드가 중요하다. 채용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해당 조직의 문화와 태도를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원을 설득할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어나갈까?'를 고민하는 순간, 이는 당장의 채용성과를 넘어서서 앞으로의 채용성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브랜딩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채용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속에서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더 탁월한 채용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들을 예시를 통해 다뤄보고자 한다. 커피챗에서 채용기회를 창출하는 방법 커피챗을 일회성 대화로 끝내면 안된다. 채용의 씨앗을 뿌리는 자리다. 우리 회사를 최대한 자세하고 열정적으로 소개해 강점을 어필하고, 잘못된 정보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사실을 전달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인정하며 소통한다. 어설프게 부정하고 숨기면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 후보자의 핵심 니즈를 파악하고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와 주요한 대화가 끝나고, 혹시 주변에 이런 인재가 없을지 넌지시 다른 채용건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을 찾고 있는데, 혹시 주변에 비슷한 분이 있을까요?”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추천을 유도할 수 있다. 이후 바로 답변이 오지 않더라도 며칠 뒤 한 번 더 부탁하면 책임감으로 진짜 추천을 해주기는 경우도 많다. 리더급과 커피챗을 진행할 경우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있을까요?” 등의 질문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숨어 있는 뛰어난 인재를 파악할 수 있다. 채용프로세스에서 채용기회를 창출하는 방법 인터뷰와 평판조회는 당연히 평가와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숙련도가 높아진다면 새로운 인재를 발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인터뷰를 통해 이전 경험에서 함께 일한 또다른 인재를 파악하고 함께 모셔올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평판조회에서는 레퍼리(평판조회자)에게 우리 회사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개하고 “혹시 저희 포지션에 관심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본다. 실제로 이런 대화를 계기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채용 기회로 이어진다.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있다. 사내추천 과정에서 채용기회를 창출하는 방법 사내추천은 가장 효율적인 채용 방법이다. 프리보딩 과정에서 합격자에게 실시간으로 연락을 하며 조직상황을 설명하고 채용상황을 공유하는 동시에,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분이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아직 입사 전이라 조심스럽게 소통해야 한다.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아웃바운드 채용의 기조다. 내부추천은 모든 직원에게 요청하기보다, 우리 조직의 문화와 비슷한 경험을 한 직원을 먼저 중점적으로 타깃팅한다. 추천 인재에게는 “컬처 인터뷰 먼저 진행하자” 등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추천인원의 탈락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는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최우선이며, 검증 과정은 모두에게 공정하다”고 명확히 설명하고 감사인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또 추천 입사자가 일정 기간 근속할 때마다 추천자와 피추천자 모두에게 보상을 주는 구조를 설계해 볼 수 있다. 온보딩 프로그램 중에서도 조직도를 설명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채용 포지션을 공유해 주변 인재를 떠올리고 자연스럽게 채용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한다. 소통 속에서 채용기회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힘 이처럼 채용의 기회는 일상에서의 소통 속에 숨어 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힘이 바로 스타트업의 채용역량이다. 제한된 자원을 탓하기보다, 모든 소통과 만남을 채용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유연함과 좋은 소통의 태도가 스타트업이 수많은 경쟁사 중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최종결정과정에 영향을 준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자원이 부족하다. 인원도, 예산도, 네트워크도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던 대로' 일하는 태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타성이란 어제의 일정, 정해진 프로세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일 방식을 말한다. 스타트업이 원하는 인재란 이러한 현상유지를 벗어나 주도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사람, 즉 아웃스탠딩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 한정된 비용, 부족한 네트워크 등의 환경 속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접근방법,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에 가서 직접느끼는 적극성, 타성보다는 창의적으로 사고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틀에서 벗어날 줄 아는 유연한 인재가 필요하다. 채용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시스템과 프로세스 그리고 하던 방식들을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고 실패하더라도 우선 부딪쳐보는 실행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왔다. AI를 활용한 인재정의와 소싱, 변화된 내부 상황속에서 기존 인재풀 재검토, 파이프라인 지원자들과 회사 맥락에 맞는 고려와 제안 등 적은 투자로 더욱 큰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채용도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기술과 프로세스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기회를 만드는 건 뛰어난 단 한명의 인재다.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틀 밖에서 기회를 창조하는 인재가 돼야 한다.

2025.11.07 09:08박성현 컬럼니스트

노동행정에서 AI 효용 가치가 더 큰 이유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송지현 커뮤니케이션 헤드는 'AI 시대, HR이 새겨야 할 N번째 레슨'이라는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앞당기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AI 분야에 100조원 투자를 천명하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는 한편, AI를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키는 등 전방위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각 부처들이 앞다퉈 AI 부서를 신설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 역시 흐름에 발맞춰 노동정책실 산하에 '노동행정인공지능혁신과'를 신설했다. 노사관행개선과 등 몇몇 부서에 흩어져 있던 AI 관련 업무들을 노동행정인공지능혁신과에 수렴시킨 것으로 보인다. 노동 분야 AX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는 신호탄이다. 김영훈 장관은 취임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고용노동행정 인공지능 대전환 회의(AX Summit)'를 개최하며 노동행정에 AI를 접목하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AI 노동법 상담, 근로감독 AI 비서 운영 등을 공표했다. 이들은 특정 영역의 지식 허브이자 정보 탐색에 특화된 법률·행정 보조자 역할에 가깝다. 그런데 노동행정에 있어 AI의 잠재력은 결코 사람의 보조적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 AI는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의사결정 근거를 제시하고, 각종 위험 시그널을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등 핵심적인 브레인 역할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AI는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노동의 공정성을 극적으로 제고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앞선 1화에서 다뤘던 'AI는 제안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사람이 한다'는 원칙과 XAI(설명 가능한 AI, eXplainable AI) 구현을 전제로 말이다. 노동 X AI = 데이터 기반 공정성 확보 노동행정에서 AI의 효용 가치가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행정은 곧 공정성의 규범적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다. 이때 감이 아닌 데이터가 공정이라는 가치에 명확한 근거를 부여한다. 이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은 '노동시간 단축'과 '공정한 임금 체계 확립'으로 수렴된다. 그리고 이 두 축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이 바로 투명한 HR 데이터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실근무시간 측정·기록 강화, 주 4.5일제 도입, 연차휴가 개선)부터 공정한 임금 체계 확립을 위한 제도(임금분포제,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나아가 두 축을 연결하는 포괄임금제 개선에 이르기까지, 노동 분야의 정책 아젠다는 HR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투명한 HR 데이터가 필수 조건이 된 환경에서, AI는 축적할 HR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단계부터 이미 축적된 데이터를 합리적 의사결정의 근거로 활용하거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단계까지 그 쓰임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민간 기업의 HR은 이미 SSoT(Single Source of Truth, 단일 진실 공급원) 기반 위에서 AI를 활용한 혁신을 일궈내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의 두 축인 '노동시간'과 '임금' 분야에서 AI의 구체적인 용례를 함께 살펴보자. 노동시간 AX: 법적·조직문화적 리스크를 포착하다 노동시간은 조직의 맥박과도 같다. 주 52시간제 준수, 휴게시간 부여 등 적법한 HR 운영의 근간이면서 조직 전반의 업무 집중도를 드러내는 핵심 지표다. 임금과 맞물려 있어 데이터 중요성도 높다. 제대로 축적한 근태 데이터가 AI와 만날 때, HR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실근무시간 측정 데이터를 분석해 조직·직급·직무·개인별 시계열 트렌드를 살피고 워크로드를 파악한다. 예컨대 특정 직무의 초과근무시간이 길고 연차 사용률이 낮은 경우 AI는 인력 재배분, 충원 등 인사 전략 수정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한다. 주 52시간 초과 등의 시그널을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해 법률 위반 리스크도 예방한다. 나아가 초과근무수당을 시뮬레이션하여 재정 운영의 예측 가능성까지 극대화한다. HR 기반 AI 플랫폼이 구축한 '태만-과로 스펙트럼' 모델에 따라 조직의 건강도도 과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각 조직이 적절한 긴장도 범위 안에서 지속 가능한 몰입도를 유지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번아웃으로 인한 핵심인재 이탈 등 문화적 리스크를 사전에 포착하고, 리텐션 저하 문제를 예방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AI는 위와 같은 분석을 토대로 해당 기업에 가장 적합한 근무제도를 추천하고, 제도 변경 시 예상되는 초과근무수당 절감 효과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임금 AX: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보상 수준을 최적화하다 위와 같이 노동시간은 법적 상한선 내에서 기업 고유의 데이터를 활용한 AI 분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임금은 기업 내부를 넘어서는 방대한 시장 데이터와 고도화된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 임금은 노동시간과 달리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장의 실시간 가치와 그 변동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보상 수준을 결정하려면 외부 시장 대비 자사의 상대적 임금 경쟁력을 파악해야 한다. 물론 직급·직무에 따른 세부적 비교 분석은 필수다. 그러나 개별 기업이 방대한 시장의 임금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데이터를 완벽히 정렬 및 축적하며, 제각각인 직급·직무 체계와 명칭을 표준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 HR 기반 AI 플랫폼이 표준화한 직무·직급 체계 및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의 임금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파악, 직급·직무 별로 세분화한 임금 전략을 설계 및 실행한다. 물론 시장 대비 임금 경쟁력 만큼이나 조직 내 보상 공정성도 중요한 요소다. AI는 이 둘을 함께 고려한 최적의 지점을 찾아 차기 연봉 조정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상률 설계의 기준이 되어 구성원의 보상 수용성을 높인다. 노동 AX의 문, 활짝 열려면? 이처럼 AI를 만난 HR은 단순 반복적 오퍼레이션 업무 자동화는 물론, 데이터 기반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HR 기반 AI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노동정책 아젠다의 실마리를 다각도로 풀어내고 있는 것처럼, 고용노동부가 혁신할 수 있는 정책과 AI의 교집합은 상당하다. AI를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라 일종의 브레인으로 활용할 때 AX의 문은 비로소 활짝 열릴 것이다. 정부가 노동 분야의 AX를 가속해 더 투명하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이끌길 고대한다.

2025.11.05 10:46송지현 컬럼니스트

켄타우로스가 일하는 시대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신민주 담당은 '기업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저는 시간이 날 때면 서점에 갑니다. 책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서점 특유의 고요함과 정리된 풍경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캐플런의 '주의회복이론'에 따르면, 조용하고 예측 가능한 공간은 인간의 집중력을 회복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점은 제게 생각을 정리하고 숨을 고르는 공간이 됩니다. 사실, 부끄럽게도 작년까지 저는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뉴스 속 '그 6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져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독서 습관이 이제는 자발적인 즐거움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9월 말 서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트렌드코리아 2026'이 벌써 출간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살이 더 들어가는구나 생각도 들었지만, 2026년 사업계획을 준비하며 인사이트를 얻고 싶었던 저에게 이 책은 한 해의 방향을 미리 비춰주는 나침반처럼 다가왔습니다. 트렌드코리아 2026의 열 가지 주제는 모두 HR과 조직문화 측면에서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각 주제를 HR의 시각으로 해석한 칼럼을 한 편씩 써볼 생각이지만 이번 기고에는 하나만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은 내년의 상징 동물인 '말'에 맞춰 'HORSE POWER'라는 키워드 아래 10개의 트렌드를 제시합니다. 그중 첫 번째 주제가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입니다.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반드시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철학이죠. AI의 완전함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기계라는 서로 다른 두 지능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공존 모델입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갈 인재를 '켄타우로스형 인재'로 표현합니다. AI의 강력한 정보력이라는 다리 위에 인간의 판단력과 감성을 더한 존재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크로스포지션 인재'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네덜란드의 '토탈사커' 전술처럼, 공격수가 수비를, 수비수가 공격을 하며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사고방식. 이런 전환적 사고와 유연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정한 켄타우로스형 인재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인재는 자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AI가 제시한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융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켄타우로스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HR과 조직문화는 어떤 변화를 주도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통찰은 바로 'Garbage In, Garbage Out(GIGO)' 원칙입니다. 즉,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단순하지만 냉정한 진실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AI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데이터의 질뿐 아니라, 인간이 던지는 질문의 질입니다. AI가 가진 불규칙한 기술적 경계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깊이 사유하여 가장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진정한 승자가 될 것입니다. 그 핵심은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처럼 끊임없이 개방형 질문을 던지고, 답보다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는 역량이죠. 결국 HR의 역할은 분명해집니다. 구성원을 단순한 'AI 사용자'가 아니라 '퀘스트 제시자'이자 '큐레이터'로 성장시키는 일입니다.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를 위해 AI 리터러시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AI 시대에는 지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질문의 질이 다르고, 그 질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빠른 기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가장 현명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인간입니다. 휴먼 인 더 루프는 바로 그 사유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며, AI가 만들어낸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무엇이 인간에게 의미 있는 선택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AI가 아무리 빨라도 방향을 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HR은 그 방향을 잃지 않도록, 사람의 지혜가 기술 위에서 더 멀리 달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2025.10.28 08:30신민주 컬럼니스트

"AI 리크루터가 온다"...'대체' 아닌 '재정의' 시대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양승모 대표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따른 채용, 인재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대응'이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리크루터의 자리를 AI가 대신하게 될까요?” 이 질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트너가 올해 7월 공개한 'Hype Cycle for Talent Acquisition Technologies, 2025'를 보면, 단 2년 사이 인재 채용 기술의 지형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2023년 버전에는 없었던 Agentic AI in HR, Recruiter AI Agent, High-Volume Hiring Platforms가 2025년에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HR을 보조하는 도구의 단계를 넘어, 직접 수행하는 행위자(Agent)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받아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Agentic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며, 실행 후 그 결과를 학습합니다. 가트너는 이를 AI가 HR을 대신 실행하기 시작한 첫 전환점으로 정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Recruiter AI Agent는 채용 공고를 읽고 요건을 해석한 뒤, 적합한 후보자를 스스로 찾아 개인화된 메시지를 발송하고, 인터뷰 일정까지 조율합니다.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일하는 리크루터가 된 것입니다. 즉, AI가 '사람을 돕는 도구'에서 '사람을 대신 채용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 단순 검색 넘어 데이터 기반의 발견 단계로 진화 또 하나 주목할 점은 AI-Enabled Candidate Sourcing입니다. 이 기술은 2025년 현재 여전히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많은 기업이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채용 프로세스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후보자 발굴은 사람이 키워드와 경력을 조합해 검색하는, 이른바 '탐색 중심'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AI는 단순 검색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발견(discovery)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는 공개된 프로필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프로젝트 이력, 논문, 포트폴리오, 커뮤니티 활동 등을 종합 분석해, 아직 구직 의사를 밝히지 않은 '숨은 인재'를 찾아냅니다. 또한 직무 요건과 조직의 인재 DNA를 학습해 유사 경력자뿐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잠재 인재까지 추천합니다. 이제 채용의 초점은 '누가 지원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적합한가'를 먼저 예측하고 발견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즉, 채용 시장의 중심축이 '공고 중심 채용'에서 'AI 기반 직접 발굴형 채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AI 인재 검색 솔루션 Juicebox는 최근 세콰이아 캐피탈을 포함한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3천6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 사례는 인재 소싱 단계가 이미 AI 혁신의 최전선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인재 소싱 주요 업무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AI AI는 리크루터의 인재 소싱의 세 가지 주요 업무에서 가장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먼저, 후보자 발굴(Searching)입니다. 그동안 리크루터는 링크드인이나 리멤버 같은 인재 검색 플랫폼에서 키워드를 조합하고 Boolean Query를 만들어 후보자를 직접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챗GPT와 링크드인 API만으로도 이 과정의 70~80%가 자동화됩니다. 앞으로 Recruiter AI는 채용 공고를 읽고 직무 요건을 이해한 뒤, 그에 맞는 후보자 리스트를 스스로 만들어내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후보자와의 초기 커뮤니케이션(Outreach)입니다. AI는 단순한 자동 발송을 넘어, 후보자의 경력 맥락과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형 메시지를 작성하고 커피챗 일정까지 제안합니다. 이미 글로벌 SaaS 기업들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초기 평가(Screening)입니다. AI는 이력서를 단순 분류하는 것을 넘어, 후보자의 경험을 분석하고 인터뷰 질문과 평가표를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면접 후에는 피드백 요약까지 제공해 리크루터의 판단을 지원합니다. 즉, 채용의 '발굴–컨택–스크리닝'이라는 프론트라인(front-line) 업무는 이미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Beamery, Eightfold, Paradox 등 글로벌 HR SaaS 기업들은 이런 프로세스를 Agentic AI 수준으로 제공하며 리크루터의 손과 발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관계적·전략적 영역으로 빠르게 진화해야 하지만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후보자 인터뷰 평가, 채용 전략 수립, 고위직 서치와 레퍼런스 체크 같은 업무는 여전히 인간 리크루터의 직관과 관계적 감각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AI는 평가 기준을 표준화할 수는 있지만, '이 사람이 우리 팀과 맞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공감력과 맥락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채용 전략은 산업의 맥락, 조직의 정치, 경영진의 철학이 얽혀 있어 AI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리크루터와 헤드헌터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관계적·전략적 영역으로 빠르게 진화해야 합니다. AI가 후보군을 자동으로 만들어내면, 리크루터는 그중에서 문화적 핏, 리더십 역량, 장기 성장 가능성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리크루터의 본질은 '검색하는 사람'에서 '판단하는 사람'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에서 '사람을 다루는 사람'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AI와 함께 우리는 어떤 새로운 채용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리크루터를 대체할까?'가 아니라, 'AI와 함께 우리는 어떤 새로운 채용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입니다. AI는 탐색, 분석, 추천의 영역에서 이미 인간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AI가 리크루터의 업무를 빠르게 흡수할수록 기업은 지금과 같은 규모의 채용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에 머무르는 리크루터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AI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채용 생태계를 이해하고 선도하는 리크루터는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변화는 결코 느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3년 이상 앞서 있는 미국의 AI 리크루팅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를 지나고 있으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순간 한국의 채용 시장은 순식간에 뒤집어 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채용 시장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는 AI 리크루터를 위협이 아닌 협력자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그 속에서 일당백의 리크루터로 성장할 수 있는 나만의 역할과 가치를 빠르게 다시 정의해야 할 것입니다.

2025.10.24 08:30양승모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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